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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티스 전체글 (정상)ll조회 554l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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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환상


제20장 ; 제자리로





















'정신 차려 봐.'





"으으음..."



누군가 나를 깨운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은은한 파장을 일으키는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히고 정신을 들게 만든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올 거야'






점점 북적대는 소리가 섞여 들려온다. 라디오 주파수가 잘 맞지 않아 지지직대는 것처럼 울려 퍼지는 목소리도 점점 들리지 않게 됐다.







'너만을 위해서 살아. 꼭.'













'자 이젠 진짜 눈을 뜰 시간이야'































"허억...!"

"대박! 깨어났어!"


눈이 떠짐과 동시에 숨이 훅- 하고 한꺼번에 들이마셔졌다. 고개를 살짝 돌리니 친구들이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띵한 머리를 잡고 주변을 더 둘러보니 생각나는 것은 딱 하나. 병원에 온 것이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야, 그건 우리가 묻고 싶은 말이야! 혼자 팸플릿 가지러 갔다 온다더니 안 와서 찾아보니까 길가에 쓰러져있잖아!!"

"내가?"

"기억 안 나?"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것도 같다. 길을 걷는 것까진 나는데 그 뒤로는 뭐가 어떻게 됐는지 정말 하나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슨 병이 걸린 것인지, 살면서 이런 적 한 번도 없었는데.





"너 며칠은 병원에서 쉬어야 한대. 야, 20대 초반이 기력이 쇠한 게 말이 되냐? 머리 풀고 달려도 모자를 판에."

"..."

"일단 오늘은 먼저 갈게, 푹 쉬어. 과제는 우리가 다 해둘게."

"미안해."

"미안하면 맛있는 거 사주든지! 너 가방은 옆에 뒀으니까 없어진 거 있는지 확인해 봐."

"응, 고마워."





친구들이 가고 난 후에도 계속 침대에 누워 눈만 깜빡였다. 요 며칠 무리한 것 같진 않았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한 것처럼 정말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몸만 돌린 채 그대로 가방을 집어 안을 살폈다. 대체 어떻게 쓰러졌는지는 모르겠으나 안이 상당히 엉망이었다. 친구들이 1차로 확인했다고 보기엔 탄탄한 드로잉북마저 꾸깃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 뭐야, 엉망이네."




매일 자퇴하고 싶다고 염불을 외웠어도 나한테는 꽤 소중한 것인데. 한숨을 내쉬며 드로잉북을 펼치니 전에는 보지 못했던 그림이 한 면을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아무래도 쓰러지면서 머리를 다친 듯하다. 분명 그림체는 내가 맞는데 정작 그림체의 주인공은 그린 기억이 없다. 민속촌에 강가가 있었던가.



답답한 마음에 운동화를 대충 욱여 신고 병실을 나섰다.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곳과 달리 복도는 전쟁판이 따로 없었다. 의료진들이 헐레벌떡 뛰어다니는 모습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마 생사를 오고 가고 있는 사람에게 달려가는 거겠지. 사람은 아무튼 건강하고 봐야 해. 고개를 주억거리며 1층 휴게실 창가 쪽에 자리 잡고 앉았다. 바람을 쐬고 싶었는데 귀찮은 마음이 더 커서.




"그 그림은 대체 언제 그렸을까."




나는 문득 드로잉북에서 본 낯선 그림을 떠올렸다. 강가에 있던 여럿 사람들. 얼핏 꿈에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드라마의 한 장면인가. 나오지 않는 답에 포기하고 창틀에 턱을 괸 채 밖을 응시했다. 파릇파릇한 잎들이 제법 올라와 바람이 부는 방향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병실에 있을 때보다 한결 편해진 마음에 눈이 스르르 감길 차에, 내 앞으로 예쁜 손님이 찾아왔다.




".. 예쁘다."




 때묻지 않은 새하얀 나비가 살랑살랑 춤을 추다 창틀에 살포시 앉았다. 작은 날갯짓만 몇 번, 그대로 앉아있는 모습이 신기해 눈만 끔뻑대며 쳐다보다 이내 완전히 눈을 감았다. 편안하다. 흰나비도 나와 같이 잠을 자는 듯, 내가 일어나 완전히 그 자리를 뜨기까지 그 나비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맨날 흰나비가 그 자리에 있다는 소리야?'

"그렇다니까! 신기하지 않아? 내가 나갈 때마다 봐. 그것도 같은 자리에서."

'흰나비가 주변에 돌아가신 분들이라는 소리도 있잖아. 너 지켜주려고 계속 오나 보다!'

"웬 문과 감성. 나 지금 퇴원 수속 다 밟았어. 이제 출발해."

'빨리 와라~'




일주일이 이렇게 길었던가. 지루했던 병원 생활을 마치고 바깥을 나오자마자 콧구멍으로 숨을 크게 들이마시곤 햇빛 잘 들어오는 벤치에 앉아 자판기에서 꺼낸 음료를 땄다.





"날씨 좋죠?"





 크으 - 걸쭉하게 소리 낸 게 창피해져 저도 모르게 헛기침을 했다. 나에게 말을 건 이 남자는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리고 내 옆으로 다가왔다.

휠체어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듯 이리저리 몇 번 더 바퀴를 굴리고 나서야 자리를 잡았다. 딱 봐도 내 또래 같은데. 며칠 전부터 계속 창밖에서 햇볕을 쬐던 그 사람이었다.





"아, 안녕하세요. 창밖에서 많이 뵀어요. 제가 항상 휴게실에서  구경할 때 나와 계시더라고요."

"그랬군요. 사실 저 깨어난지 며칠 안 됐거든요. 겨우 몸이 움직이기 시작해서 1시간씩은 꼭 밖에 나와요."

"아아,"




며칠 전 소란스러웠던 날이 이 사람이 깨어난 날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빨리 건강해지라는 말과 함께 형식적인 대화가 한창 오가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재밌었어요. 덕분에 깨어나고 나서 처음으로 웃고 떠든 것 같아요."

"친구 분들 오시면 더 좋으시겠어요."

"나 친구 없는데."

"..."

"가족도 없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대화한 건 의사랑 간호사 밖에 없어요."

"아.. 죄송해요."





실수했다. 연신 죄송하다고 말하자 정말 괜찮다며 손사래를 치던 그는 내 모습이 웃기다며 깔깔댔다.





"진짜 그렇게 미안하면 그쪽이 매일 놀러 와주면 안 돼요?"

"네?"

"나랑 친구해줘요."




초면에 뜬금없이 친구 해달라는 말이 이렇게 진심으로 느껴진 적은 없었다. 살갑게 먼저 다가온 것 하며, 밝을 것 같은 성격에 얘기하면서 어색함을 느낀 적도 없었고.

그래. 이 사람도 얼마나 병실에서 외로울 거야.  갸웃거리는 남자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여주니 활짝 이를 보이며 웃는다.





"어, 진짜죠? 나 진짜 기다릴 거예요."

"그래요. 놀러 갈게요."

"내 첫 친구예요, 그쪽."





오면 격하게 환영해주겠다고 박수까지 치며 좋아하던 그는 치료하러 가봐야 한다며 급하게 휠체어를 움직였다. 가만히 서서 지켜보던 나는 무언가가 급하게 떠올라 그를 붙잡았다. 이 사람이 정말. 친구하자고 해놓고 아무것도 안 알려주면 어떡해.





"잠깐, 잠깐!"

"왜 그래요?"

"아무것도 모르는데 내가 어떻게 놀러가요. 친구 하자면서요."

"아, 그렇네요."

"저는 김티스예요. 그쪽은요?"




남자는 자신의 이마를 아프지 않게 때렸다. 멋쩍은 듯이 웃던 그는 내 이름을 듣고는 잘 어울린다며 엉뚱한 칭찬을 해 보였다.




"저는 순영이에요."

".. 네?"





"순영이요. 권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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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선댓 남기고 봐요ㅠㅠ!!
6년 전
독자2
아...ㅠㅠㅠㅠ새벽에 본 제ㅁ잘못일까요 눈물만 나네요 이제 행복할 일만 남은거겠죠...? 사실 평소에도 봐오다가 처음으로 댓글 남기는거라 무슨 말을 해야할지 잘 모르겠지만 돌아와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정말 보고싶었어요 작가님 ㅠㅠㅠ
6년 전
독자3
암호닉 신청된다면[0526]으로 신청할게요!
6년 전
스타티스
암호닉 신청 감사합니다! 반겨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6년 전
스타티스
여러분 오랜만이에요. 환상의 끝에서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라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암호닉 ♡
대시, 자몽몽몽, 제로나인, 늘보냥이, 0717, 밍뿌, 청각 님

6년 전
독자4
헐 여주 다 잊은거예요 ???? 뭔가 기억이 계속 있었다면 계속 슬퍼했을거 같아서 잘 된 일인거 같긴 한데 그래도 너무 마음아파요 ...... 그리고 마지막은 순영이라니 !!!!! 무슨일이죠 ??!!!!! 이제 진짜 그 아이들을 못보는건가 .... ㅠㅠㅠㅜㅠㅠㅠㅜ 막 아쉽구 그러네요 오랜만에 읽어도 역시 재밌었어요 봄의 환상 최고 !!!!!!!!! 와주셔서 감사해요 ❤
6년 전
스타티스
안녕하세요, 독자님! 다음 편이 정말 마지막이네요 ㅠvㅠ 오랜만에 올렸는데 이렇게 찾아와주셔서 고마워요♡
6년 전
독자5
스타티스님 안녕하세요!!정말오랜만이에요ㅠㅠ진짜 보고싶었어요??저 늘보냥이 입니다!!정말 기다리고있었는데 선물처럼 딱 와주셔서 너무기뻤어요..♡♡오늘도 글 잘읽고갑니다!!!휠체어에 탄사람이 뭔가 원우일거같다고생각했는데 순영이라는말을듣고 다음이야기가 얼른보고싶어지네요!!??오늘도 좋은글감사합니다?날씨가 대부분 많이 추우니 감기조심하세요??
6년 전
스타티스
늘보냥이님, 어서 오세요♡ 다음 편에서 정말 환상이 끝이 나네요 ㅠㅠㅠ 항상 찾아와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늘보냥이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6년 전
비회원78.31
청각입니다!! 어찌 보면 여주한테도 나머지 멤버들한테도 잘 된 일일지 모르겠는데 그냥 서로를 몰라본다는 게 너무 슬퍼요 그림이 남아있는 걸 보면 완전하게 모든 게 지워진 게 아니라 다행이면서도 기억을 못하니깐... 서로 다 기억을 못하는 건지 그리고 다른 멤버들은 현실에서 잘 지내는 건지 궁금한 게 산더미이지만 다음 화를 위해 꾹 참고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리고 이렇게 다시 와주셔서 감사해요!!
6년 전
스타티스
청각님, 어서 오세요♡ 흔적은 있는데 서로에게 잊힌 게 참 안타깝고 슬프죠 ㅠvㅠ 반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꼭 다음 화에서도 봐요 우리!
6년 전
비회원109.208
자몽몽몽이에요 작가님 ㅠㅠㅜㅜ 돌아오셔서 너무 감사해요 진짜 아 정말 기다렸어요♡♡♡
세상에 여주 기억을 잃은 건가요...? 현실에서 순영이를 만나다니....! 보아하니 순영이도 기억을 잃은 것 같네요ㅠㅠ 순영이랑 이렇게 만나다니 다른 멤버들도 기대해도 될까요,,? 히히 다음편이 끝이라는게 안 믿겨지는데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긴 하네요ㅠㅜㅜ 작가님 좋은 글 정말정말로 감사드려요 진짜 보고 싶었어요♡

6년 전
스타티스
자몽몽몽님, 어서 오세요♡ 저도 완결을 앞두고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네요 길다면 길게 왔는데 또 짧게 느껴지기도 하고..ㅠㅠ 우리 다음 화에서도 꼭 봐요!
6년 전
독자6
작가님ㅠㅠ제로나인이에요ㅠㅠㅠㅠ 아이고순영이ㅠㅠㅠㅠ 순영이를 만났구나ㅠㅠㅠㅠ 너무반갑고ㅠㅠㅠ 여주가 그 일들을 잊은게 안타깝네요ㅠㅠㅠㅠ 와 진짜 순영이ㅠㅠ
6년 전
독자7
아 너무 감정이 벅차올라서 말도안나오네.. 작가님 이번에도 재밌는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ㅠㅠ
6년 전
스타티스
제로나인님, 어서 오세요♡ 두둥 현실에서 순영이와 마주쳤습니다..! 곧 마지막 들고 올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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