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환은 듣지 못했는지 걸음을 옮기고 있었고 저기요! 하고 부르자 그제야 뒤를 돌아보고 다시 계단을 올라왔다. 드디어 처음으로 만난 사람이었다. 아직은 학생인지 앳돼 보이기 그지없었다. 우릴 보고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그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이내 톡, 하고 한 방울이흘렀고 그 눈물에 일주일 동안의 고생이 담겨있는 것 같아서 말없이 다가가 눈물을 닦았다. 안에, 들어가도 될까요? 하고 묻자 그가 붉어진 눈시울을 벅벅 문지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 혼자 있어요? 먹을 건 먹었고? ”
“ 누나 있었는데, 누나가 못 버티고 자고 있어요. 삼일 정도 됐나 봐요. ”
소파에 누워 이불을 덮고 있는 누나를가리켰다.
“ 있잖아, 몇 살 이에요? 밥은 챙겨 먹었어요? ”
“ 열아홉이요, 밥은 조금 남아있는 거먹었어요. ”
“ 우리랑 같이 갈래요? 누나는… ”
이미 여자가 숨을 거뒀다는 걸 재환도, 나도 그도 모두 눈치채고 있었지만 함부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냥 단지 잠을 자고 있는 것뿐이라 하기엔 피부도 버석버석 말라있었고 입술도 창백했으며 전신의 힘이 풀린 채로 눈을 감고 있었다. 가슴이 오르락내리락 하지도, 코 끝으로 지나는 따스한 숨도 없었다. 며칠만 지난다면 분명 썩을게 분명했다. 그가 어깨를 토닥였고 그는 말없이 다가가 여자에게 이불을 덮어주고선 누나, 나 금방 돌아올게, 하며 머리를 쓰다듬고 토닥이더니 이내 우리 쪽으로 살짝 웃으며 다가왔다.
“ 저녁 다 돼가요. 얼른 가는게 좋을 것 같은데. ”
“ 응. 아, 너 이름이 뭐야? ”
“ 한 상혁이요, 그냥 혁이라고 부르시면 돼요. ”
“ 아… 혁이, 그래. 가자. ”
한 층 남은걸 크게 소리치는걸로 마무리 했다. 이미, 없다는걸 예상하고 있었으니. 재환은 손에서 그 각목을 놓지않았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이 넓디넓은 아파트에서 발견한건 한명밖에 없다는 사실에 적지않아 충격을 받았다. 상혁의 말로는 첫날에 그 사건이 벌어진 시간이 퇴근시간과 하교시간이거나 학원이 끝나는 시간이었기에 빠르게 전염되었다고 했고 이틀째 부터는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 살아갈 수 있는 물건을 구하려다 죽임을 당하고, 집 안에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그들을 기다리다 자살을 택하거나 그 여자처럼 굶어 죽는게 대부분이라고 했다. 좀비는 청각과 후각에 예민해 어떻게든 산 사람들을 찾아내 미친 것마냥 그들을 물어뜯었고 뛰어다니는 사람들과 다르게 지치지도 않아 당연하게 사람들이 똑같은 좀비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재환의 얘기를 들으며 차에 올라탔다. 벌써 해가 저물어 피 마냥 붉은 노을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고 이젠 빨간색만 봐도 진절머리가 나네, 하며 고개를 젓는 재환의 말에 소리없이 동의했다. 차 뒷자석에 있는 빵들을 구석으로 밀어넣고 상혁을 앉힌 뒤 조수석에 앉았다. 긴장이 풀려서 잠이 오는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 졸리면 눈 좀 붙이고 있어, 배고프면 옆에 빵 같은거 먹고. ”
“ 아… 네. ”
말을 함과 동시에 옆에 있던 빵 하나를 집어 입으로 가져가 꾸역꾸역 삼켰다. 배도 많이 고파 보이고 어린 나이에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한 것 같았다. 안쓰럽게 바라보다 빵을 먹는 모습에 안심하며 나도 다시 눈을 감았다. 그렇게 잠에 들려는 무렵 갑자기 차를 세우는 재환 때문에 눈을 떴고 그는 말없이 문을 벌컥 열고 뭐에 홀린 양 뛰쳐나갔다. 놀란 상혁이 나를 한번 바라봤고먹고 있어, 하는 말을 남기고선 그와 똑같이 나가 그의 팔을 붙잡아 세웠다. 미쳤어요? 좀비 되려고 발악하는 것도아니고 뭐 하자는. 말을 마치 지도 못했는데 재환이 손을 뻗어 앞을 가리켰다. 하얀 원피스에 검붉은 피를 잔뜩 묻히며 뛰어오던 여자가 재환과 나를 발견하고선 털썩 쓰러졌고 재환은 한치의 고민도 없이 뛰어 그녀를 업었다. 뒤쪽에서 좀비가 보이는 게 보여 주머니에 작은 총을 꺼내 쏘기 시작했다. 그 사건이 터지기 전, 한 달 전부터 갑자기 총기 허용을 하더니 의무적으로총기 사용 훈련을 받았었다. 아마, 이 사건을 예상이라도 한 듯이.나름 훌륭한 인재였기에 열에 아홉은 맞췄고 그 사이에 재환과 그 여자는 차에 올라타 내 앞으로 다가왔다.
“ 일단 문 열어봐. 뒷좌석에 상혁이랑 태우고. 물 좀 먹이고 있어, 상혁아. ”
“ 네, 네. ”
갑자기 나가더니 총소리가 들려오고, 여자를 업고 돌아오는 우리를 보며 놀란 상혁은 입에 물고 있던 빵을 정리하더니 여자를 받아들고선 무릎에 눕히고선 생수병 하나를 따 조금씩 입에 흘려 넣었다. 상혁은 자꾸만 그의 누나가생각나는 건지 고개를 들기도 하고 눈을 벅벅 문지르기도 하고 여자의 머리칼을 쓰다듬기도 했다. 재환은 흘끗흘끗 바라보며 아무 말없이 운전을 했다. 오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그가 차를 세우고 내리자며 주변 눈치를 살폈다. 다행히 아무도 없어 보였다. 먼저 내려서 여자를 업고 빵 좀 부탁한다며 먼저 갔다. 꽤나 큰 백화점이었다. 정문은 이미 꽁꽁 잠가서 보이지 않았고 뒷부분 비상구로 통하는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안에는 예전의 모습이 조금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생활하기 편하게 바꾼 건지 들어가자마자 소파 여러 개가 놓여있었고 불필요한 것들은 구석에 전부 몰아놓았다. 조용한 백화점은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예전에는 여기가 바글바글했을 텐데. 텅 비어있는 낯선 모습에 나와 상혁은 빵을 끌어안고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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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었죠..ㅠㅠㅠ 오늘 친구들이랑 급하게 약속이 잡혀서 나갔다오느라 너무너무 늦어버렸어요..
거기다 내용수정도 못한채로 올리네요 /^ㅇ 아무래도 초반부분이라서 주변인물들 설명이라 내용이 별로 재밌지않아요
다음편까지 인물들 소개가 있을 것 같네영..
재밌게 쓰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오열) 저번편에 생각보다 댓글이 많이 달려서 놀라고 감동..☞☜♥
댓글 달아주신 분들과 암호닉 망고님 갑대님 포근님 모카콩님 정말 감사드려용!
맞춤법이나 오타지적, 피드백할 문제들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보는 즉시 수정하겠습니다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