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도 다행이야, 더 늦게 안 와서. ”
“ …낙훈이는? ”
택운은 다행이라며 위로했으나 학연은 낙훈을 찾았다. 전부 소란스러운 와중에 누구 한 명이 빠졌는지 모를 무렵이었다. 전부 설마, 하는 눈으로 원식과 지은을 바라봤고 원식은 말없이 고개를 떨궜다. 결국 학연이 주저앉아버렸다. 엉엉 울었으나 아무도 쉽게 다가갈 수 없었다. 물려버린 윤설과 윤철, 죽어버린 낙훈까지. 세명이 그 짧은 시간에 죽어버렸다. 재환은 낮게 욕을 뱉었고 예은은 벽에 기대 몸을 웅크리고 눈물을 흘렸다. 지은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택운이 화를 억누르는 목소리로 어쩌다? 하고 물어왔다.
“ 박지은이 발을 다쳤어요, 셋이 전부 움직일 수는 없어서 저 혼자 챙겨서 내려왔는데 굴러떨어졌던지 계단 아래에 있었고 이미 물려뜯겨있어서 일단 둘이서만 왔어요. ”
“ 지은이는 택운이한테 가봐. 택운아, 지은이 좀 치료해줘. ”
지은은 절뚝거리며 택운에게 걸어갔다. 평소 같으면 도와주겠다며 쫓아갔을 학연이 말없이 지은의 발만 바라볼 뿐이었다. 원식이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이자 학연은 고개를 저었다. 미안할 필요 없다고, 너희라도 살아 돌아와줘서 고맙다며 학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원식을 끌어안고 등을 토닥였다. 학연이 더 이상 힘들어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아서 이야기 하지 않았다. 낙훈이 떨어져 있었고 지은이 웃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한다면 학연은 금방이라도 충격받아 쓰러질 것 같은 모양이었다. 학연은 얼굴 가득을 적신 눈물을 제 소매 끝으로 닦아내고 택운이한테 가볼게, 하고 걸음을 옮겼다. 뒤늦게 죽어버린 좀비들을 옮기고 온 상혁과 홍빈이 분위기가 왜 이러냐며 무슨 일이냐 물었고 재환이 작은 목소리로 낙훈이 돌아오지 못 했다는 이야기를 하자 상혁과 홍빈은 울음을 터트렸다.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깊게 친해진 사이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같이 웃고 장난을 쳤는데 갑작스럽게 곁을 떠나니 당황스럽다기보단 꿈같았다. 많은 사람이 매일같이 죽었지만 야속하게도 적응은 되지 않았다.
***
“ 어떡해요, 내가, 내가 이야기만 안 했어도 되는 거였는데… ”
“ 홍빈아, 울지 말고 나 봐봐. ”
“ 지은이는 다치고 낙훈이형은 돌아오지 못하고, 차라리 내가 갔으면… ”
“ 홍빈아. ”
“ 난 진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와서 도움도 못되고 오히려 짐이 되는 기분이에요…. 나는, 나는… ”
홍빈은 소파에 앉아 뭐에라도 홀린 듯 엉엉 울며 말했다. 옆에 앉은 재환이 홍빈의 손을 꼭 잡았다. 덜덜 떨리는 손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울지 말라며 말하자 자기가 갔어야 했다며 눈물을 주룩주룩 흘렸다. 그런 모습이 너무도 안타까워 품에 안아 등을 토닥이자 홍빈은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편의점에 있을 때는 몰랐던 감정이었다. 단지 재환을 따라가면 내가 죽었을 때 슬퍼할 사람들이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따라왔는데 알고 보니 내가 죽을 때 슬퍼하는 사람들만이 아니었다. 그들이 죽었을 때 나를 슬퍼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되어있었다. 한순간에 세명이 떠나갔다. 전부 내가 뱉은 말 때문이었다. 홍빈은 그렇게 자책하고 있었다. 그 앞에 재환은 이젠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일도 적응해야 한다며 품에 안아 등을 토닥이고 있었다.
“ 운아… 운아, 어떡하지? ”
“ 뭘 어떡해…. ”
“ 낙훈이, 낙훈이 어떡하지? 내가 가지 말라고 말렸어야 됐는데. ”
“ … ”
" 처음에 지은이가 간다고 했을 때 안된다고 했어야 됐는데. 아니, 내가 갈걸. 차라리 홍빈이가 말했을 때 단호하게 안된다고 해야 되는 거였는데… 그냥 여기서 먹을 거 먹으면서 구조나 기다릴걸… ”
매번 이런 식이었다. 한 명이 죽었을 때 제 탓이라며 자책하는 학연이었고 오늘은 제일 아끼던 친구인 낙훈과 아끼던 동생인 윤설, 윤철이 죽었으니 그의 자책은 배가 되었다. 그런 학연의 얼굴을 바라보다 머리를 한 대 콩 쥐어박았다. 그리고선 침대에 살짝 걸터앉아 퉁퉁 부을 듯 한 눈을 한 손으로 가리고 입을 열었다.
“ 그렇게 자책하다간 끝도 없어, 넌 그냥 이대로 지금만 생각하면 되는 거고.”
“ …… ”
“ 지금 한숨 푹 자고 일어나서 다시 나한테 웃으면서 장난치면 되는 거야. ”
“ …… ”
“ 잘 자. ”
학연은 다시 기운을 찾았다. 며칠 동안앓을 줄 알았는데 무슨 일이 있던 건 진 모르겠으나 방글방글 웃으며 어제 원식이 챙겨온 총들을 살폈다. 물론 눈은 좀 부어있었다. 상혁도 어제 밤새 옆 침대의 옆 침대의 낙훈의 빈자리와 자리에서 일어나면 바로 앞자리에서 보이는 윤설의 침대를 바라보며 훌쩍거리며 숨죽여 울었다. 어린 나이에 가족들을 잃고 친구들을 잃고 하루 동안 정이 들고 죽지 않으리라 믿은 형마저 잃으니 영 충격이 큰 듯했다. 여느 때와 같이 지은은 뻔뻔한 낯짝으로 원식의 옆자리에 앉았다. 자신의 옆자리에 지은이 앉자마자 물 좀 마시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피했다. 그리고선 홍빈과 학연의 사이에 앉아 지은이 자신의 옆자리에 앉을 수 없도록 막아세웠다. 평소처럼 가벼운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어제처럼 무거운 분위기도 아니었다. 사람을 잃는 일이야 너무도 자주 일어나는 일이여서였다. 그러나 속상한 건 사라지지 않았다. 전부다른 사람들도 나만큼 힘들겠지, 내가 힘들어하는 티를 내면 안돼, 하며 자기최면을 걸어 속으로만 앓고 있었다.
“ 일단은 여기서 살 수 없을 때나, 여기로 좀비가 들어왔을 때 사용하는 걸로하자. ”
“ 다들, 총 쏘는 법은 알지? ”
택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말 않고 원식만 바라보는 지은에게 시선이 전부 몰렸고 옆에 앉아있던 홍빈이 툭툭 치자 그제야 네? 하고 되물었다. 답답하다는 듯 고개를 돌리는 택운을뒤로하고 학연은 한번 더 웃으며 총 쏠 줄 아냐고, 하고 물었다. 조금요, 하고 웃는 지은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원식이었다. 아직도 소름 끼치게 말하던 그때가 생각나서.
진정한 다른 사람들에게 아직 제대로 말 못 한 이유는 아직 자신도 믿을 수가 없어서였다. 분명 착하고 예쁘게 웃기만 하던 지은이 그럴 리 없다고 아직까지 미련이 남아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
“ 빈아, 뭐 해? ”
“ 네? 아, 그냥. 뭐라도 나오나 해서요. ”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고 있었다. 그냥 잡음과 경보 사이렌이 울리며 대피하라고 했던 그 철 지난 경보음만 들릴 뿐이었다. 한 번쯤 생존자 센터라던지그런 안전시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아직은 무리였는지 잠잠했다. 손가락을 꼬물거리며 주파수를 맞추는 홍빈을 다정하게 바라보던 재환이 아, 하고 홍빈을 툭툭 쳤다. 빈아, 택운이형이라면 끓였대. 얼른 와. 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매번 재환을 홍빈을 ‘빈이’라고 불렀다. 남자들끼리 닭살스럽게 애칭인가 싶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도 뒷글자만부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하는 행동인데 홍빈은 어딘가 괜히 간질거렸다. 다른 사람들은 ‘홍빈아’라고만 부르지만 재환은 남들과 다르게 부르고 있으니.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전부 기운을 되찾았고 상혁은 어김없이 이것저것 물어왔다. 유리문이 깨진 탓에 셔터만 닫아야 했다. 쾅쾅거리는 좀비들이 시끄러워 매일같이 뒷문으로 몰래 걸어나가 뒤쪽에서 좀비들을 쏘거나 찔러야 했다. 처음엔 매일같이 토악질을 하던 학연이 이젠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걸어나가 활을 쏘고 활을 뽑고, 다시 쏘고. 아무런 표정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여느 때와 같이 나갈 준비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유난히 크게 들리는 소리에 아무도 쉽게 나갈 수 없었다. 몇몇 나눠서 나가는 게 아니라 전부 나가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 내가, 잘못 듣는 거 아니지? ”
소란스러운 소리에 눈을 뜬 홍빈이 주변에서 총을 장전한 뒤 경계태세를 하는 걸 보고서 무슨 일이냐며 물었다. 아무도 대답 않고 쿵쿵 밀리는 셔터만 가리켰다. 이른 아침부터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전부 긴장해서 한 걸음씩 조심해서 걸어갔다. 사람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편의점에 있을 때도 그런 일이 번번이 있었다. 음식을찾다 보니 편의점이나 백화점, 마트 같은 곳에 가는 게 당연한데 이미 차지해 문을 막아두고 있으니 몸으로 부딪칠수밖에. 그러나 대부분 문을 열기도 전에 어디선가 튀어나온 좀비 때문에 죽곤 했다. 학연은 택운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택운은 말없이 학연을 바라보며 괜찮아. 하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개를 돌려 뒤에 서있는 사람들에게 가자며 손을 까딱였다. 아, 혹시 모르니까 너도 총 들고 있어, 학연아. 그렇게 말하고선 다들 걸음을 옮겼다. 정신 못 차리고 멀뚱거리던 홍빈도 그제야 베게 밑에 넣어뒀던 총을 집어서 걸어가려 하자 학연이 팔을 붙잡았다.
“ 홍빈아, 너는 여기 있으면 안될까? ”
“ 네? ”
“ 혼자 있기 좀 그래, 지은이랑 상혁이는 총 잘 못 쏘잖아. 혹시라도 좀비들 들어오면 혼자는 버거워서 ”
“ 아, 그 생각을 못했네. 알겠어요. ”
고개를 끄덕이자 학연이 나를 잡은 손을 놨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서 전부 돌아왔다. 표정이 좋지만은 않았다. 무슨 일이야, 좀비야? 묻는 학연에게 원식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요? 홍빈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묻자 뒤에서 예은이 부축해서 들어오는 여자와 택운이부축해서 들어오는 남자가 보였다. 눈을 동그랗게 뜬 학연이 사람이었어? 하고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전부 기운이없어 보였다. 원식이 부축한 남자는 셔터에 몸을 부딪친 남자인 건지 팔을 부여잡고 있었고 여자는 다리를 다친 건지 절뚝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정은 밝았다. 드디어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것 마냥.
“ 괜찮아요? 여기 앉아봐요. ”
“ 아까 좀비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뛰다가… ”
“ 좀 세게 접질렸네요. 연아, 거기 파스 좀. ”
뿌리는 걸로. 학연에게 손을 까딱이자 학연은 쪼르르 달려가 태운에게 던졌다. 가뿐히 받고서는 고개를 돌리 고서에어파스를 뿌렸다. 그리고선 많이 아프면 말해요, 심한 건 아닌 것 같은데. 하며 다시 자리에서 일어서고 앉아있는 남자에게 걸어가 팔을 걷었다. 상처가 많이 난 팔을 잡고서 인상을 찌푸리더니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통째로 구급상자를 가져왔다. 꿰맬 정도는 아닌데, 조심해요. 뭘 했길래 팔이 이렇게 다쳐. 상처를 치료하며 묻자 남자는 마냥 좋은 듯 웃었다. 그냥, 아픈 줄도 모르고 부딪치다 보니까─, 그 말에 택운은 피식 웃었다. 됐어요, 피 많이 나면 다시 나한테 와요. 제법 의사와 같은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홍빈은 옆에 앉은 학연을 툭툭 치며 말했다.
“ 택운이형 저런 거 치료 잘해요? ”
“ 응? 아, 운이 의대생이었어. ”
“ 아, 진짜요? 오오. ”
고개를 끄덕이는 학연이 흐뭇하게 웃으며 택운을 바라봤다. 운이가 있어서 되게 든든하잖아, 다쳐도 다 치료해주니까. 그렇게 말하고선 택운에게 쪼르르 달려가 심하지 않느냐며 왔다 갔다 물었고 택운은 귀찮다는 듯이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원식과 상혁이 한 품 가득 물과 음식들을 가지고 왔고 남자와 여자 앞에 내려놓았다. 힘들 텐데 먹어요. 하는 말에 감사하다며 고개를 꾸벅하더니 급하게 물부터 들이켰다.
“ 이름이 뭐예요? ”
“ 아, 얘는 김민우고 저는 김민지에요. 이란성 쌍둥이. ”
“ 되게 안 닮았다. 신기해. ”
그런 소리 많이 들어요. 서글서글한 성격인 건지 민지는 전부 받아쳤다. 배가 거의 부른 건지 민지는 마지막으로 물을 먹은 뒤 생수를 내려놓았고 민우도 마찬가지였다. 감사합니다. 꾸벅 인사를 하는 둘을 보며 전부 아니라며 손을 내저었다.
" 근데 둘이 온 거예요? 이렇게 위험한데? ”
“ 원래는 아빠도 계셨는데, 갑자기 좀비가 튀어나오는 바람에. ”
“ 아… 미안해요. ”
“ 괜찮아요, 별로 좋지도 않은 아빠였는데. ”
먼저 물었던 상혁이 미안하다며 시무룩해지자 민우는 괜찮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윤철이 근데 어디로 가려고 했었던 거예요? 하고 묻자 민지가 생존자 캠프가 있다고 들어서요. 거기로 가던 중에 기름도 떨어져서 다른 차로 옮겨가려다가 아빠가 돌아가시고 근처에 보이길래 무작정 뛰어왔어요. 하는 민지의 말에 다들 놀라 되물었다. 생존자 캠프가 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었다. 라디오에서 들리지도 않았고 다들 아무도 몰랐다는 반응에 오히려 놀란건 민지와 민우였다. 저번에 들었거든요. 산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있다고.
“ 위치 정확하게 알아? ”
“ 네, 가방에 약도 있을 거예요. ”
“ 좀 줄 수 있을까? ”
“ 아, 잠시만요. ”
가방을 뒤적이더니 예은에게 볼펜으로 대충 그려져있는 약도를 건넸다. 고마워. 원식은 싱긋 웃어 보이다 표정을 굳히고 종이를 펼쳤다. 홍빈과 재환이 다가가 위치를 알겠냐며 작은 목소리로 토론했다. 학연은 그런 그들을 흘끗 바라보다 고개를 돌리 고서 민지의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민우를 웃음을 터트리며 흔들어 깨웠다. 이층으로 올라가 자라는 말에 비몽사몽한 채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민지를 툭툭 치며 고개를 까딱였다. 저도 잘게요, 감사합니다. 몇 번을 감사하다고 하는 건지 고개를 꾸벅이고선 투닥거리며 이층으로 올라갔다.
“ 위치는 대충 알겠어? ”
“ 대충은, 근데 여기 있는 게 안전하긴 한데 오늘 상황 보니까 좀비들이 다 몰려올 수도 있을 것 같아. ”
“ 그렇다고 해서 섣불리 갔다가 없는 곳이면 어떡해. 여기보다 더 위험한 곳이면. ”
“ 적어도 위험한 곳이면 생존자 캠프로안 만들었겠지. ”
“ 그래도 확실하지 않은 데면 갔다가 헛걸음하고 위험해지는 거 아니야? 섣불리 행동할 수가 없잖아. ”
숨 막히도록 의견이 갈렸다. 생존자 캠프를 그렇게 찾아 헤맸는데 한 번이라도 가보는 게 낫지 않는가 혹은 이곳만큼 식량이 풍부하고 쉴 곳도 있는 곳이 어디 있겠냐, 확실치 못한 정보이지 않느냐는 의견이었다. 그 사이에 낀 홍빈과 상혁은 이리저리 눈치만 볼 뿐이었다.
너무 늦어서 죄송하기도 하고 분량도 너무 짧은 것 같아서 넣는 특별편!(빠밤) * 맨 처음 좀비 바이러스 퍼졌을 때로 해서 썼어요! * |
감춰둘 내용을 여기에 입력하세요. :학연, 태운
연습을 마치고 뻐근한 팔을 붙잡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피로한 몸 때문에 자리에 앉고 싶었으나 하필 퇴근시간과 겹쳐 자리는커녕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사람들 사이에 껴서 간신히 숨만 내쉬고 있을 뿐이었다. 지옥철, 이름 하나는 잘 지었네.내릴 준비를 할 무렵이었다.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문쪽으로 다가가고 있는데 뒤쪽에서 찢어질듯한 비명이 들려왔다. 큰일이라도 난 건가 싶어 고개를 돌렸으나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옆쪽에서 사람들이 파도처럼 밀리기 시작했다. 영문도 모른 채 그 무게들을 이기지 못하고 질질 밀려나가고 있었다. 좀비, 좀비가…! 그 소리에 뒤를 바라보자 사람들의 얼굴은 백지장 마냥 하얗게 질려있었다.
말 그대로 혼미 백산이었다. 그들은 무서운 속도로 밀고 들어오는 그들에게 물리지 않도록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결국은 그 무게와 그 속도를 버티지 못하고 발목이 꺾여 주저앉아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날 일으켜 주지 않았다. 오히려 밟고 지나갈 뿐. 여기서 물려죽거나 밟혀죽거나, 둘 중 하나겠거니 싶어 지나가는 사람의 옷자락을 붙잡고 몸을 일으키자 그 사람은 뒤를 돌아보더니 내 손을 급하게 붙잡고선 일으켰다. 문이 열립니다. 하는 소리와 동시에 사람들이 파도처럼 떠내려갔고 뒤이어나도 끌려내려갔다. 나를 일으켜준 그 사람의 손을 부여잡았으나 밀고 들어오는 사람들에 의해 손을 놓쳤다. 그 사람은 일단 달리라는 듯이 손을 저었고 그를 바라보다 몸을 돌려 무작정 달렸다. 역과 역을 지나는 그 3분이 세 시간같이 느껴졌으며 지옥 같았다. 바깥으로 나오니 바 같은 더욱이 난잡했다. 아무 곳도 가지 못하고 사람들 사이에 껴서 주머니에서 시끄럽게 울리는 휴대폰만 힘겹게 끄집어낼 뿐이었다. ‘택운이’ 휴대폰에 뜨는 세 글자에 울컥 눈물이 쏟아져 나와 힘겹게 구석으로 달려가 전화를 받았다. 택운은 아직 모르는 건지주변이 고요했다.
[ 어디야? 지하철역이지? ] “ 운아, 너 집이지? 제발 집이며 나오지 마. 지금, 지금 나오면 위험하니까 제발 나오지 마. 내가 곧 갈게. ” [ 아니, 너 어디냐고. 빨리 말해. ] “ 나 너 진짜 좋아하는 거 알지? 예전부터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고, 앞으로도 좋아하고… ”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뭐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가늠도 채 되지 않아 음, 음, 그리고, 그리고. 하며 눈물만 닦아내고 있었다. 이 목소리도 마지막일 텐데 하는 미련이 가득 차올랐다. 바깥에선 비명밖에 들려오지 않았다. 택운은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듯이 고요했다. 택운아, 사랑해. 그 말을 마지막으로 전화를 끊으려고 했으나 누군가 내 어깨를 턱 잡았다. 휴대폰을 떨어트리고 눈을 질끈 감으며 소리를 빽 지르자 입을 막았다. 제발 살려달라며 엉엉 울자 내 입을 막은 사람은 진정하라며 내 이름을 불렀다. 좀비가 내 이름을 알던가. 질끈 감았던 눈을 슬쩍 뜨니 내 눈앞에 있는 건 다름 아닌 택운이었다.
:원식
“ 오빠! ” “ 어, 왔어? 배고파? ” “ 응, 완전─ ” “ 먹고 싶은 거 있어? ”
학교 앞에 서서 기다리는 나를 보며 쏜살같이 뛰어와 팔짱을 끼는 지원의 어깨에 손을 감고서 뭐 먹을래, 하고 슬슬 길거리를 돌아다니는데 휴대폰 가게 앞에 있는 인사하는 인형을 보더니 손으로 가리키며 저거 사진 찍고 먹자! 하고 해맑게 웃어 보였다. 휴대폰을 건네받고 카메라를 실행시키는 내내 앞에 서서 인형 옆에 팔짱을 끼고 브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확인하려고 쪼르르 달려와 한번 보더니 한 번만 더 찍어줘! 하고 방긋 웃으며 걸어가 한 번 더 포즈를 취하고 있는 찰나에 옆쪽에서 새빨간 피에 젖은 사람이 튀어나와 지원의 목을 세게 물었다. 휴대폰을 떨어트리고 걸음은 발이 땅바닥에 붙어버린 듯 움직일 수가 없었다. 소리를 지르던 사람들이 모두 달아나고 지원은 오, 빠… 하고 한마디 뱉더니 이내 이상하게 변한 그것들에게 뒤덮였다.덜덜 떨리는 손을 뻗어 지원에게 손을 뻗자 지원의 뻗어있던 손이 힘없이 축 처졌다.
이, 이, 씨발. 욕을 뱉으며 달려드려 하자 뒤에서 누군가 나를 끌어당겨 차에 집어넣었다. 닫혀버린 창문을 쾅쾅 두드리며 울부짖자 옆에 앉은 남자는 어깨를 토닥였다. 지원의 교복 치마가 붉은 피로 젖을 때, 아무것도 하지 못한 날 탓한다. 방긋 웃는 그 미소가 그때 마지막일 줄 알았더라면 한 번 더 웃어주고 머리라도 쓰다듬어줄걸, 따뜻하게 손이라도 한번 더 잡아줄걸.
:상혁
[ 야, 사람들 왜 이렇게 없냐? ] “ 지금 사람 제일 많을 시간 아니야? ” [ 그니까. 어, 씨발. 잠깐만. ] “ 왜, 왜. 왜 그러는데. ” [ 야, 끊어. ]
갑작스럽게 전화가 끊겼다. 심심하다며 전화를 건 친구였는데 뭔가 이상한 걸 본 건가 싶어 다시 전화를 걸자 수화음이 몇 번 들리다가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인데! 급하게 묻자 반대쪽에선 이상한 비명과 까드득 거리는 듣기 싫은 소리만 울려 퍼지고 있었다. 가끔 이런 장난을 치기도 하는 친구였으나 이번엔 뭔가 달랐다. 너무도 생생한 소리에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쓸데없이 머릿속에 이상한 그림들이 그려졌다. 계속해서 듣지 못하고 전화를 먼저 끊어버렸다. 무슨 소리였을까, 그건. 불안한 마음에 티비를 켜자 긴급 속보라며 뉴스가 나오고 있었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곧 누나가 올 시간인데. 덜덜 떨리는 손으로 누나의 번호를 꾹꾹 눌러 제발, 제발… 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 응, 상혁아.] “ 누나, 어디야! ” [ 응? 나 집 앞이야, 이제 들어가려… ] “ 빨리, 빨리 와, 누나… ”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하나밖에 없는 가족. 서로 죽고 못 사는 누나가 그 이상한 바이러스에 감염이라도 됐을까 봐 걱정이 됐다. 매일같이 들었던 여보세요, 하는 그 일상과 같은 목소리에 울컥해버렸다. 아마 아무것도 모르는 듯 한 누나는 겁에 질린 내 목소리에번호 키를 누르는 손길이 다급해졌다.여섯 자리의 비밀번호를 전부 누르고 들어온 누나의 얼굴을 보자마자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나보다 한참 작은 누나에게 안겨 엉엉 울어보는 건 꽤나 오랜만이었다. 그런 누나는 당황스러웠는지 어깨를 토닥이다 상혁아, 왜 그래? 하고 눈을 마주했다. 누나와 이렇게 눈을 마주할 수 있는 것도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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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차받아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2주만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얼마나 글 올리고 싶었는줄 알아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겁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랜만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실 ㅁㅐ일 글을 일찍 써도 이런 글은 저녁에 읽어야짓..! 하고 매일 늦게 올리는거지마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은 그냥 일찍 올려버렷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커플 관계는 이런식으로 쓸꾸에여ㅠㅠㅠㅠㅠ 택엔이들은 이미 행쇼한거고
켄홍이들은 썸에서 부터 연인까지의 관계고 랍혁이들은 썸ㅁㅁㅁㅁㅁㅁㅁㅁ!!!!!!!!!!!!!!!!
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사랑 내 쟉희들 갑대님망고님포근님정모카님모카콩님바람니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신알신 해주신 모든분들도 내 사랑머겅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ㅠ0ㅠ//♥
맞춤법이랑 오타, 피드백 할 문제들이 있다면 댓글 달아주쉐여 바로 수정하께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