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본적은 많았다. 하지만 이렇게 가득 담겨있는 물은 처음 봤다. 화장실 조명에 물이 투명하게 빛을 받아 일렁거렸다. 경은 발가락을 꼼지락대며 천천히 욕조에 진입했다. 고여 있는 물에 몸을 넣는 것, 신비롭고 아름다운 경험이었다. 사실 욕실에 들어왔을 때부터 신기한 것 천지였다. 동그란 머리에 길쭉한 몸통을 가진, 옛날 티브이에서 보았던 뱀과 비슷한 물건이 물을 뿜어내는 것도 놀라웠다. 머리 부분에 작은 구멍이 여러 개 뚫려있는데 구멍마다 물이 다발로 쏟아졌다. 얇은 물줄기 세례를 맞으며 경은 비를 맞는 게 이런 느낌일까 궁금해 했다.
동그랗게 발목을 어루만지는 물결의 감촉은 어디에도 비견할 수 없다. 지호는 욕조 끝에 편안하게 등을 기대고 경의 손을 잡아줬다. 경은 숨을 들이 쉬고 왼발을 끝까지 담았다. 무릎 위까지 물이 찰랑거렸다. 옷을 입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제 다리가 이상해요.”
경은 물속에 들어간 종아리를 보며 침을 삼켰다. 굴절 현상으로 다리가 휘어지고 흔들리는 물결에 다리 형태가 미세하게 변했다. 저의 다리가 어떻게 된 걸까 싶어 잔뜩 긴장해하는 경이 지호는 마냥 귀엽고 예뻤다. 이리와. 손목을 당겨 지호는 경의 무게중심을 흩뜨렸다. 앗- 경의 눈이 커지고 몸이 앞으로 기울어졌다. 지호는 당연한 듯 팔을 벌려 경을 껴안았다. 새가슴의 경은 놀랐는지 몸을 딱딱하게 굳히고 지호의 목을 끌어안았다.
“어때. 괜찮지?”
웃음기 섞인 지호의 말에 경은 재빨리 지호의 품에 벗어나 제 몸을 살폈다. 가슴팍 아래까지 물이 첨벙거렸다. 배와 허리, 그리고 두 다리는 물속에 얌전히 들어있었다. 경은 숨을 들이쉬고 두 손으로 물을 떴다. 부드러운 물의 입자가 경의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따듯해요.”
경이 허리를 숙여 목까지 물에 넣었다. 그리 크지 않은 욕조였기에 지호의 다리와 경의 다리가 물속에서 얽혔다.
“반신욕이야.”
“…반신욕이요?”
“따듯한 물에 하체를 담그는 거지. 혈액 순환에도 좋고 피로감도 풀리고, 여하튼 건강에 좋은 거야.”
아……. 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피로감이 풀리는 건지 기분이 노곤노곤 해졌다. 들어 온지는 얼마 되지 않았는데 물이 따듯해서 이마에 살짝 땀이 베인다. 경은 물이 묻은 손으로 이마를 만지다가 별안간 얼굴을 물속에 집어넣었다.
“콜록!”
지호의 예상대로 얼마 있지 않아 경이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 들었다. 코와 입으로 물이 들어갔는지 경은 기침을 반복했다. 콜록, 콜록! 지호는 경의 등을 토닥였다. 그저 귀까지 빨개진 경이 귀엽기만 했다. 어느 정도 경이 진정되자 지호가 입을 열었다.
“좀 나아졌어?”
“물속에서는 숨이 쉬어지지가 않아요.”
아주 당연한 사실을, 경은 당연하지 않다는 듯 말했다. 경은 조금 질린 눈빛으로 물을 내려다보다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물속에서 바깥을 보면 어떨까 궁금했는데, 눈도 뜨기가 어렵네요.”
“물안경 쓰면 돼. 나중에 아빠랑 수영장 가자.”
“수영장…?”
“어. 커다란 풀장에 물이 잔뜩 담겨있는 곳이야. 욕조랑은 비교도 안 되지. 경이 네 키보다도 물이 더 깊은 곳도 있고. 거기서 물안경을 쓰고 보면 돼.”
“지, 진짜요?”
“수영하는 법도 알려줄게. 수영장에 가면 수영복이라고 물에 젖지 않는 옷도 필요한데, 언제 아빠랑 같이 마트 가서 수영복 사자.”
우와. 경이 감탄했다. 벌어진 입을 손으로 막으며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지호를 쳐다본다. 마치 신이라도 보는듯한 눈길이었다. 지호는 조금 우쭐해졌다.
“기, 기대 된다아…….”
“수영장 말고 바다라는 곳도 있어.”
“바, 바다 알아요! 티브이에서 많이 봤어요. 푸른 물이 넓게 깔려 있었는데 거기 아래에는 물고기가 살잖아요. 해, 해초도 있고 조개도 있고 문어도 있고 무시무시한 상어도!”
“잘 아네?”
“다, 다메트리에서 많이 봤어요. 어머니도 바다란 곳에 대해 말해준 적도 있어요.”
다멘트리? 지호가 눈썹을 휘었다. 다큐멘터리를 말하는 건가. 몸을 들썩이는 경을 보는 지호의 마음이 답답해졌다. 경의 입에서 처음으로 나온 ‘어머니’란 단어 때문이었다. 경은 19년 동안 한시도 떨어져본 적 없던 어머니를 사별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았다. 지호는 세상에서 동 떨어진 경의 심경이 어떠할지 쉽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안 보고 싶어?”
저도 모르게 이런 물음이 툭 튀어나왔다. 아뿔싸 싶었지만 의외로 경의 얼굴은 담담하기만 하다.
“어떤 아저씨가 그랬어요. 어머니는 다른 세상으로 갔다구요. 여기 보다는 백배, 천배 좋은 곳이요.”
“…….”
“저는 어머니가 있는 곳에 갈 수 없대요. 당장은요. 괜찮아요, 착하게 살다보면 언젠가는 저도 갈 수 있다고 그랬는걸요. 바깥세상 사람들은 다 이렇게 산대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언젠가는 그 사람을 뒤따라가고……. 아버지, 그러니까 옛날 아버지요, 저는 아버지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어요.”
“…….”
“아버지는 어머니를 다른 세상에 보내기 싫었던 거예요. 그래서 어디가지 못하게 꽁꽁 가둬둔 거죠. 문이 열려서 어머니는 그토록 원하던 세상으로 떠나신 것뿐이에요. 이번에는 그 문이 어디 있는지 몰라요. 작은 세상에서도 그렇게 열기 어려웠던 문인데, 더 큰 세상에서는 얼마나 열기 어려울까요.”
경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습기 때문인지, 김 때문인지 경의 얼굴이 평소보다 흐려 보였다. 아스라한 경의 얼굴에 지호는 목이 꽉 막혔다. 이렇게 경이 길게 자신의 이야기를 말한 적은 처음이었다. 마음의 문이 옅어지고 있었다. 경이 물속으로 지호의 다리를 잡았다.
“아빠는 안 돼요.”
무엇이 안 되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목적어의 부재(不在).
“너도 안 돼.”
지호가 미소를 그리자 경도 따라 미소를 지었다.
삼십분 가량 반신욕을 끝내자 몸이 퉁퉁 불어 올랐다. 지호는 제 몸과 경의 몸에 비누칠을 하고 거품을 씻었다. 경은 상당히 눈을 크게 뜨며 이렇게 꼼꼼히 씻어 본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보통은 수건에 물을 적셔 몸을 닦아내는 것이 전부라고. 지호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이건 시작도 아니었다.
지호는 뜨거운 물로 경의 모공이 적당히 열리자 때수건을 집어 들었다. 때수건이 뭐냐고 묻는 경의 물음에 지호는 싱그럽게 웃었다. 좀 아플 거야. 그 말과 함께 인정사정없이 등짝을 밀었다. 까칠한 때수건에 경이 아프다며 몸을 베베 꼬았다. 국수처럼 때가 술술 나왔다. 때를 미는 건 대한민국만의 관습이고, 또 굳이 밀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지호는 경을 깨끗하게 벗겨내고 싶었다. 19년 동안 쌓인 때를 밀어내는데 제 속이 다 시원해졌다. 경은 아파 죽으려고 했지만.
목부터 어깨, 팔, 등, 가슴, 배,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복숭아 뼈까지 샅샅이 때를 밀었다. 경의 체구는 작은 편이었지만 준성인이었고, 따라서 꽤 힘든 작업이었다. 지호는 경의 흰 피부 위로 새빨갛게 번지는 자국에 약간은 미안해졌지만 손을 멈추지는 않았다. 아, 아파. 아파요…. 작게 웅얼대던 소리는 어느덧 꺼져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경은 포기하고 지호의 손길을 담담히 받아들였지만 눈은 죽 울상이었다. 지호가 피부를 잘라내기라도 하는듯한 얼굴이었다.
“다 됐어.”
콧잔등에 땀이 맺힌 채로 지호가 내뱉었다. 경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지호는 샤워기로 경의 피부에 붙은 때를 제거했다. 잔뜩 예민해진 피부에 물이 와 닿자 경이 몸을 떨었다. 몹시도 따가웠나 보다.
어쩌다 순서가 뒤로 밀리긴 했지만 지호는 경의 머리까지 깨끗하게 감겨주었다. 그러면서도 지호는 설명을 잊지 않았다. 이건 샴푸고 머리를 감을 때 쓰는 물건이야. 눈에 들어가면 안되니까 눈 감고있어. 경은 목욕이라면 치가 떨리는 지 대충 고개를 끄덕여댔다. 지호의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파마와 염색을 한 번도 한 적 없는 머릿결은 비단 같다. 부드러운 모발이 손가락에 감겨드는 촉감이 썩 괜찮았다. 지하실에 처음 나올 때 경은 한 번도 머리를 자르지 않아 머리카락이 종아리까지 내려왔었던 것이 떠올랐다. 지호는 만약 지금도 경이 그 머리 길이였다면 씻길 때 상당히 애를 먹었겠다고 생각했다.
“자, 수건.”
긴 목욕시간이 끝나자 지호는 수건을 꺼내 경에게 던져 주었다. 지호가 수건으로 몸 구석구석에 묻은 물기를 닦기 시작하자 경도 어설프게 따라했다. 서투른 손동작에 지호는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이리와. 나지막한 지호의 명령문에 경이 비척비척 다가왔다. 또 무슨 흉악한 벌이려고 그러나요. 잔뜩 겁먹은 표정이다.
“처음이라 그래. 익숙해질 거야.”
지호가 수건으로 경의 머리를 털어주기 시작했다. 미용사처럼 가볍고 전문적인 손놀림이었다. 경은 지호에게 몸을 맡긴 채 눈을 감았다. 머리를 감겨줄 때처럼 두피를 헤집는 지호의 손길은 어딘가 따듯하고 친절해서, 졸음이 밀려 왔다. 물론 때를 밀 때만큼은 무자비했지만.
몸을 다 닦은 지호, 경 부자는 욕실에서 나와 옷을 갈아 입었다. 지호는 새 옷을 입은 경을 보며 저의 광대가 춤을 춘다고 느꼈다.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경은 눈이 부시도록 깨끗했다. 하얀 살결이 촉촉했다. 예쁘다, 예뻐. 지호는 입속으로 예쁘단 말을 되새김질 했다.
“…피곤해요.”
가만히 있었던 경이 도리어 지호보다 더 힘들어 했다. 경은 고개를 푹 숙였다. 지호는 경의 손을 잡고 거실로 와 소파에 앉혔다. 기분 탓인지 전보다 더 가벼워진 느낌이다. 다시 한 번 때를 잘 밀었다고 생각했다. 경이 알면 기함할 생각이었다.
“배는 안고파?”
“조금 고파요.”
경이 반쯤 감긴 눈으로 답했다. 지호는 경의 머리를 한번 쓸어주고 부엌으로 갔다. 선반에 두었던 과자를 꺼내 쟁반에 담았다. 지친 아이를 위해서는 간식거리가 딱 이지. 아침에 먹다 남았던 우유도 컵에 따라 돌아가니 어느새 경은 곤히 떨어져있는 채였다.
“자?”
“…….”
돌아오는 경의 목소리가 없다. 피부 위로 그림자처럼 드리워진 긴 속눈썹을 보며 지호는 조심스럽게 경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새우처럼 등을 굽히고 소파에서 불편하게 잠이 들었다. 침대에서 재우는 것이 좋겠지. 지호는 공주님 안기로 경을 안았다. 여전히 경은 눈을 뜨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안아들고 방에 들어와 침대에 눕혔다. 이불까지 덮어주니 한결 경의 표정이 밝아진다. 잘 자. 지호는 경에게 속삭이고 일어섰다. 그대로 뒤돌아 나가는데 이상한 미련이 남아 지호는 다시 잠든 경에게 다가갔다. 뽀송뽀송한 피부에서는 향기가 났다. 저와 같은 비누와 샴푸를 썼는데도 다른 냄새가 났다. 더 달짝지근하고 향기로운. 지호는 앉은 채로 고개를 숙여 가느다란 경의 손가락에 뽀뽀를 했다. 손톱까지 말랑말랑한 것 같다. 입을 벌려 손가락을 빨고, 이로 잘근잘근 씹어 보고 싶은 괴상한 충동을 억누르며 지호는 방문을 닫았다.
평화로운 오전이었다.
지호의 시력은 나쁜 편은 아니지만 약간의 원시가 있었다. 때문에 작업할 때마다 지호는 안경을 썼다. 2층에 있는 작업실로 올라와 안경을 쓴 채 노트북을 두드리던 지호가 하품을 했다. 몰두하다보니 시간이 물 흐르듯 쑥쑥 지나간다. 벌써 다섯 시야? 지호는 남은 워드를 저장하고 노트북을 껐다. 열린 창문으로 싱그러운 바람이 느껴졌다. 여름 특유의 습하고 뜨거운 바람이었지만 나쁘진 않았다. 고개를 빼 보니 하늘에 구름이 다소 껴있었다. 경은, 깨어 있을까. 문득 경이 떠올랐다. 지호가 계단을 타고 내려오는데 경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아직도 방안에 있는 듯싶었다.
그냥 쳐들어가려 했던 지호는 마음을 바꿔 똑똑 노크를 했다. 아무런 반응도 없다. 아직도 자는 건가. 문을 여니 침대가 쓸쓸하니 비어있었다. 지호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이불이 바닥에 떨어져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알만하군.
“또 아래에 들어 간 거야?”
이불을 거두니 경이 눈을 깜빡인 채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여전히 좁고 캄캄한 곳이라며 지호는 입안으로 혀를 찼다.
“어두워서요.”
“어두운 게 좋아?”
지호는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경은 좋다, 싫다 대신 아리송한 답변을 들려줬다.
“어두운 게 편안해요.”
하지만 경은 그 말끝으로 침대 아래에서 나왔다. 약간의 틈새로 들어오던 빛도 이불로 꽁꽁 막아두던 경이 자진해서 나온 것이다. 어두운 곳이 편안하다고 하지 않았나. 지호는 의아해졌다.
“왜?”
“네?”
“밝은 곳, 불편하잖아. 아직 저녁 밥 먹기까지는 시간 있으니까 원한다면 거기 더 있어도 돼.”
“아…….”
드물게 경이 얼굴을 붉혔다. 어떤 생리적 작용이 아닌 자진해서 붉어지는 뺨에 지호는 얼떨떨했다. 경은 지호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한 채 입을 오물거렸다.
“밝은 곳에 아빠가 있으니까요.”
어, 어? 지호는 눈을 크게 뜨고 경을 봤다. 여전히 경은 얼굴을 붉힌 채 지호를 똑바로 보지 못하고 있었다. 두근두근. 식상한 가슴의 울림이 느껴졌다. 마치 연애 소설에서 나오는 감정선 같았다. 벅차오르고 어쩔 줄 모르는 느낌. 덩달아 제 얼굴까지 붉어지는 것 같았다. 지호는 괜히 헛기침을 하며 몸을 일으켰다. 갑자기 눈을 어디다 둬야할지 모르겠다.
“음, 산책이라도 할 겸 밖에 나갈래? 네 커튼도 사야지.”
“창문 막는 거요?”
“그래.”
좋아요. 경이 지호의 손을 잡았다. 큼, 큼. 지호는 다시금 헛기침을 했다. 더운 여름날인데도 몸을 부딪쳐오는 경이 전혀 불쾌하지 않았다. 헬륨가스가 든 풍선처럼 붕붕 들뜨는 기분이었다.
어제처럼 차를 타고 먼 곳에 가는 게 아닌지라 지호는 달랑 지갑과 핸드폰만 챙기고 경과 밖으로 나왔다. 느지막한 오후지만 여전히 해는 쨍쨍했다. 지호가 걱정스럽게 경을 쳐다봤지만 다행히 경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열기가 이글거리는 보도블록을 밟으며 지호와 경은 집 근처에 있는 슈퍼를 지나쳤다.
“이왕 나왔으니까 주변 지리를 잘 외워 둬. 나중에는 너 혼자서도 나와 봐야지.”
“호, 혼자서요?”
“요즘은 네 키 반 토막인 애들도 혼자 잘만 다녀.”
“아, 아빠는요? 아빤 왜 없어요?”
“뭐?”
경이 걸음을 멈췄다. 대답을 요하는 눈빛으로 경이 뚫어져라 지호를 쳐다봤다. 지호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경이가 걱정하는 게 그쪽이었나. 친부모님 모두를 잃은 경에게 남은 건 새아빠가 된 저밖에 없었다는 걸 지금에야 기억했다. 친구도, 애인도, 선배도, 후배도, 선생님도 없는. 지구에는 70억 명 인구가 살고 있었지만 경에게는 어떤 인맥에도 끼어있지 않았다. 마음 붙일 구석이라곤 이제 만난 지 삼일 밖에 되지 않은 자신뿐이다. 지호는 경을 끌어안았다. 여자보다, 어린아이보다 가녀린 어깨였다.
“항상 곁에 있을 게.”
“…….”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네가 마음껏 자유를 누려도 된다는 뜻이었어.”
자유가 뭔지, 경은 알 수 없을 것이다. 상관없었다. 지호는 경을 더 세게 안았다. 조금씩 배워나가면 되니까. 좋은 것, 예쁜 것, 아름다운 것 그런 것들만 가르쳐줄게. 망설이던 경의 팔이 지호의 허리를 둘렀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남자 둘이 꼭 껴안고 있자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개의치 않았다. 조금씩 땅거미가 지기시작해서 머지않아 거리의 가로등에 불이 들어올 기미가 보인다. 지호는 감았던 눈을 떴다. 더운 날씨에 포옹을 하고 있자니 땀이 나서 지호는 조심스럽게 팔을 풀었다. 경이 바로 밑에서 저를 올려다봤다.
“갈까.”
대답대신 경이 지호의 손을 잡았다. 건물 사이로 붉은 해가 정면으로 떠있었다.
더보기 |
오티 가고 이것저것 하느라 이번화는 좀 늦게 나왔네요 ㅜㅜ! 지하실 초반만 하더라도 글 올릴 때 최소한 퇴고 3번은 해서 냈는데.. 이젠 다 귀찮아 지네요... 점점 퀄리티가 떨어지고 있는 건 독자님들의 착각이 아닙니다(멍)
♡암호닉♡ 새우깡
제 독자님들 모두 감사하지만~~ 특히 고정 독자님들!! 진짜 감사해요 ㅠ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