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거리는 승합차안에 제법 큰 덩치의 남자들이 꾸역꾸역 모여 앉아서 한숨만 푹푹 쉬어대고 있었다.
그속에 유독 튀는 작은체구의 여주가 창가자리에 앉아서는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고개를 가누지 못하고 이리저리 헤드뱅잉을 연신하고 있는 여주를 귀엽다는듯 바라보면서도 불안함에 눈을 떼지 못하는 민현이었다.
그리고 그 불안함은 틀리지않게 여주의 머리가 그대로 기울어져서는 창가를 향해 쿵 기울어졌다. 그러나 이를 놓칠리없는 민현이 여주의 머리가 창가에 아프게 부딫히기전에 부드럽게 여주의 머리를 손으로 감싸안듯 낚아챈 민현이었다.
본인 스스로가 뿌듯한듯 홀로 웃어보이던 민현이 여주가 잠에서 깨지않게 천천히 자신의 어깨에 여주를 기대게했다.
그런 민현의 어깨에 포근한듯 여주가 살짝쿵 얼굴을 어깨에 비비며 더 깊은 잠으로 빠져들었다.
***
아무일도 없을것만 같은, 소 울음소리만 들려오는 한적한 시골마을.
노랫소리처럼 졸졸 흘러내려오는 시냇물이 점점 피로 물들었다.
양손에 잔뜩 물든 시뻘건 피를 아무도 모르게 물에 흘려보내는 남자가 있었다.
앙증맞게 붙어있는 마을골목과는 조금 떨어진 집에서 누군가의 거친호흡이 들려왔다.
흐르는 땀에 축축히 젖은 머리칼, 심장박동이 맞춰 점범 새어나오는 새빨간 피
아무것도 없는 캄캄한 지하실에 갇힌 지훈이 가쁘기 숨을 몰아쉬었다. 점점 감겨가는 눈커풀이 파르르 흔들렸다.
***
- 누나 내, 꿈꿨어요.
“나도.”
차에서 내리자마자 걸려온 다니엘의 전화내용은 나와 동일했다. 하지만 그 주변풍경과 대략적인 건물만 알뿐, 그곳이 어디인지는 알수가없었다. 마찬가지로 혼자 지훈이를 찾을수없었던 다니엘이 나에게 전화를 한것이었다.
결국 아무도 없는, 모두가 잠은 깊은 밤 조용하게 컴퓨터에서 나오는 불빛이 사무실을 밝혔다.
혼자 위성지도라도 살펴보며 비슷한 풍경이라도 찾아보려했지만 도심도 아니고, 푸르른 나무가 가득했던 시골마을을 찾아내는게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그저 생각나는거라곤 작은 시냇가, 소를 키우던 외양간, 작은 마을교회 정도였다. 그래, 일단 가장 가까운곳부터 뒤져보자.
시선을 컴퓨터에 고정한채 뻑뻑해져오는 눈을 비비고 있으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와 양손에든 컵라면을 내앞에 내려놓는 황형사님이셨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옆에 앉더니 나무젓가락 똑- 부러서는 내손에 쥐어주었다.
“차에서 무슨꿈을 꿨길래 또 혼자 끙끙대고 있어.”
“어떻게 아셨어요?”
“표정에 딱 쓰여있어. 무슨 꿈인지 들어봐도 돼?”
지훈이 꿈이요. 범인은 어떤 시골마을에 있는 시냇가에서 손을 씻고있었고 지훈이는 지하실에서 배에 피를 흘리고 있었어요. 저번 사건들은 간판이름을 봐서 금방 찾았는데, 이번엔 본게 없어서 어디서부터 접근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이야기를 들은 황형사님이 음- 하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라면부터 먹어.”
“네?”
바퀴에 달린 의자라 나를 손쉽게 옆으로 밀어낸 황형사님은 나 대신 컴퓨터 앞에 앉아 마우스를 잡았다. 어느새 내손에는 강제적으로 들린 컵라면이 쥐어져있었다.
“저녁도 못먹었잖아. 얼른 먹어.”
“황형사님도 못드셨잖아요.”
“나는 네가 먹여주면 되지.”
어느덧 12시를 넘어버린 시간, 책상에는 컵라면 두개가 덩그러니 놓여있었고 사무실에는 공허한 시계소리와 달칵거리는 마우스 소리만 들렸다.
소를 큰 외양간에서 키우는 곳은 많이 없으니 파주지역부터 먼저 살펴보자던 황형사님은 시간이 지나자 점점 감겨오는 눈을 버티지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편히 재우고 싶지만, 분명 깨우면 절대 자지않으려 할것을 알기에 가만히 두는게 최선이었다.
그렇게 홀로 어깨를 두두리며 여기저기를 살피다가 보면, 어느새 커진 두눈안에는 어디선가 보았던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화,황형사님.”
“다니엘은 퇴원하자마자 또 사건이네.”
“지훈이 일이잖아요.”
뒷자리에 앉아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로 빼꼼히 얼굴을 내민 다니엘이 긴장된다는듯 자꾸만 손에 고인 땀을 닦아냈다.
이 새벽에 몰래 황형사님과 둘만 차를 타고 빠져나와 파주로 향했다. 우리가 왜 파주에 가서 조사를 하는지 어떠한 증거도 맥락도 없는 상황인지라 비공식적으로 수사를 진행해야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무래도 지훈이를 가장 잘아는 다니엘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세사람이 또 한번 사고 아닌 사고를 치고 있었다.
“아, 니엘아. 나 사실 ...황형사님한테 꿈 이야기 했어.”
“다니엘도 네가 꿈꾸는걸 알아?”
다니엘은 대답 대신 흔들리는 눈동자로 우리 두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았고 그런 다니엘을 백미러로 바라보던 황형사님은 또 다른 질문을 던져왔다.
“........... 그동안 신기가 아니라, 내도 누나처럼 꿈꿔서 미래를 본거에요.”
“아...... 그럼, 그것도 유전인가..?”
잠시 망설이다 덤덤하게 고백해오는 다니엘의 말에 제법 놀란 황형사님이 놀란 토끼눈을 하고는 물어왔다. 그래, 형사님들은 우리가 사촌인줄 아셨지. 그 귀여운 질문에 다니엘도 마찬가지로 웃음이 터져 손으로 입을 가렸다.
우리 사촌관계 아니에요. 뭐라 설명하기가 애매해서 변명한거지.”
오늘 여러번 놀랄일이 많은 황형사님은 아- 하고 바보같은 소리를 냈다. 그리고 이내 무언갈 골똘히 생각하다가 기어를 잡고 있던 한손으로 슬그머니 내 손을 잡아 깍지를 꼈다.
누군가를 의식하는듯 귀여운 그 행동에 다니엘이 의자에 기대어 고개까지 젖혀가며 웃기시작했다.
“아따, 수비가 너무 빡세서 들가지도 못하겠네요.”
그렇게 다니엘과 나의 옛날 이야기부터 쭉 늘어놓다보니 어느새 가로등도 찾아보기 힘든 좁은 비포장 도로가 우리를 반겼고 저 멀리 익숙하게 보이는 작은 마을 교회와 소 울음소리가 들렸다.
우리의 기억을 바탕으로 부드럽게 차를 몰아 주변에 주차까지 마친 황형사님이 안전벨트를 풀며 특유의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두사람 다 잘들어. 우린 지금 몰래 이곳에 왔어. 우리가 왜 여기로 지훈이를 찾으러 왔는지, 어떻게 알았는지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오늘은 범인에게 들키지않고 몰래 지훈이를 구하는게 우리의 목적이야.
다시 말해서 범인을 잡을수도 없고, 들켜서도 안돼. 그리고 지훈이를 구하고 나서도 지훈이가 혼자 탈출한척 스스로 신고를 해야해.
차에서 내리면 여주는 지훈이를 구출하고, 나는 지훈이가 도망칠때 몰래 챙겨온척 할수있게 범인을 나타낼수있는 증거를 찾을게. 다니엘은 밖에 상황파악이나 차를 맡아줘.”
모두가 진지한 눈빛으로 바뀌고, 바닥에 깔린 자갈들만 밟히는 소리만 들렸다. 한걸음 한걸음 조심조심 걸음을 옮기다보면 익숙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빛하나 제대로 새어나오지 않는 칙칙한 건물의 계단을 조심스럽게 오르는 황형사님을 지나쳐 뒷편 지하실의 입구로 향했다.
단 하나뿐인 지하실의 창문에는 쇠로된 방범창이 삭막하게 쳐져있었고 당연스럽게 창문 또한 열리지 않았다.
바스락-
마른 잎이 잘게 부서지는 소리, 자갈이 밟히는 소리. 그 작은 소리에도 잔뜩 솟은 경계심은 빠르게 뒤를 돌아봤다.
당장이라도 무언가 튀어나올것만같은 어둠이지만, 눈앞엔 아무것도 보이지않았다.
괜히 크게 한번 숨을 쉬어보인 뒤 녹이 잔뜩 쓸어있는 철문 앞에 섰다. 굵고 큰 쇠고리가 문이 열리는 방향을 막고있어 밖에서는 쉽게 열수있지만 안에서는 절대 열리지않는 형태였다.
그 굵은 쇠고리를 옆으로 밀어내려 힘을 주자 끼이익- 하며 칠판을 긁는것만 같은 쇠마찰음이 들려왔다. 그 큰 소리에 잠시 멈칫했지만, 만약 꿈에선 본 지훈이의 상태가 지금 상태라면 잠시라도 망설일 틈이 없었다.
바스락-
녹이슬어 잘 열리지 않는 문을 힘주어 열고있으면 뒤쪽에서 아까보다 더 크고 가까운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어깨는 잡아채는 손길이 느껴졌다.
손아귀에서도 느껴지는 낯설고 어색한 힘은 다니엘이나 황형사님이 아님을 단번에 느꼈고 빠르게 뒤를 돌아 그 손길을 쳐냈다.
하지만 그 손길을 쳐내자마자 기다렸다는듯 내 손목을 잡아오는 남자였고 나머지 다른손으로 그손을 쳐내길 반복했다.
단순하게 나를 제압할 수는 없다고 느낀건지 남자는 주먹을 날렸고 그 주먹을 피하려 빠르게 몸을 숙이면 어느새 눈앞에 남자의 무릎이 다가왔다.
퍽-
단번에 예상하지못한 명치에 발길질을 당했고, 그 충격으로 뒤로 밀려나 쇠철문에 부딫히며 주저앉았다. 명치를 공격당한탓에 배를 감싸쥐고 쉬어지지 않는 숨을 억지로 겨우 내쉬면, 빠르게 철문을 연 남자는 그안으로 나를 밀어넣어버렸다.
밑으로 네,다섯 계단 정도 내려가야하는 지하실을 계단 하나 밟지못하고 그대로 떨어졌고 그 충격으로 벽에 그대로 머리가 부딪혔다.
머리가 핑 도는것같은 충격에 바닥에 주저앉아 정신을 쥐어잡았다.
“으.....누...나....?”
꿈에서 본 장면처럼, 벽에 겨우 몸을 기댄 지훈이가 배에서 뿜어져나오는 피를 손으로 막은채 거친 호흡을 내뱉고 있었다.
땀에 젖은 머리칼은 축축해져 있었고, 배에서 나오는 피는 심장박동에 맞춰 차올랐다.
애써 눈을 맞추려하지만 고개를 들 힘 조차 없는지, 자꾸만 고개는 내려가고 눈동자만 힘없이 움직였다.
배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를 보자마자 일단 입고 있는 티셔츠를 벗어 지훈이의 배를 지혈했다. 티셔츠를 벗자 나시차림이 그대로 드러났지만 상관할 틈이 없었다.
“지훈아, 박지훈!!”
점점 정신이 흐릿해져 가는것 같은 지훈이는 이제 제대로 초점조차 가누지 못했고 하얀 티셔츠가 금세 빨갛게 물들었다.
이대로는 안될것 같아 애써 문을 열어보려 힘도 써보고, 밖에 소리가 닿기를 바라면서 소리쳐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황형사님, 다니엘!! 여기요!!!!!”
“누...나....”
시끄럽게 문을 두드리는 나의 소리가 아무것도 없는 지하실의 공기를 타고 울려퍼졌다. 그리고 그 소리 틈으로 작은 지훈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훈아, 조금만 참아. 조금만...”
땀에 젖은 지훈이의 머리칼을 쓸어 넘기자, 내 손에 묻어있던 지훈이의 피가 얼굴에 번졌다. 아아, 이게 아닌데. 타들어가는 속과는 다르게 이미 피로 물든 손은 닦아내려 할수록 번져갔다.
“나...나 아니에요..”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내손을 잡아오는 지훈이는 자신이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그래, 알아. 너 아니야. 그러니까...”
털썩-
그러니까 조금만 더 버텨줘. 그 말을 끝내 듣지못한 지훈이는 힘없이 나의 품으로 쓰러졌다. 점점 온기를 잃어가는 지훈이를 힘껏 껴안았다.
여기까지 다 와서 이렇게, 눈앞에서 지훈이를 잃을 수 없었다.
애타는 마음과는 다르게 지훈이의 피는 점점 바닥으로 번져갔다. 그 모습을 더이상 볼 수 없어 두눈을 꼭 감아버렸다.
황형사님, 다니엘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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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쨔님들, 저번 특별편에 댓글 못달아드려서 죄송해요 ㅠㅠ
많은 독쨔님들이 좋아해주셔서 저도 기분이가 좋았답니다 ㅎㅎ
그리고, 저도 반장님 이미지가 제 머릿속에 여러개라 마블리 하나로 보여주기엔 조금 안맞을수도 있었는데요!
그래서 이렇게 두명의 반장님을 그냥 편하신대로 상상해주시면 좋을것같아요..!!ㅎㅎㅎ
우리 지훈이가 드디어 나왔긴 한데, 매번 가만히 두지 않는 작가입니다 ㅎㅎ
오늘은 너무 급히 올려야해서 여기서 사라지고, 다음화에 암호닉까지 함께 정리해서 올릴게요!! 독쨔님들 매번 사랑합니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