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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백도] peach sunshine

w. 아양 (스파클링)

 

 

    : Light Like Street
http://blog.naver.com/flfmtltm

블로그와 동시에 연재됩니당. 놀러오세요! (찡긋) 

 
 

***

 

 


해가 쨍쨍하다 못해 강렬하고 치명적인 - 매력적으로 치명적인게 아니다 - 6월 여름날, 미친 체육 선생님은 강당이 아닌 운동장에서 강압적으로 피구를 시키고 있다. 안 그래도 더움사하기 직전인데, 운동장 한 가운데에서 피구라니요. 피구라니! 체육선생님은 얄밉게도 혼자 나무그늘 밑에 앉아 한가한 웃음이나 띄우며 핸드폰으로 부인과 알콩달콩 전화로 데이트질이다. 꼭 만나야 데이트는 아니지. 수업시간에 핸드폰을 사용하는 선생님이 어딨어? 학생들은 점심시간, 쉬는 시간에도 사용 못하게 걷어두면서, 불공평하다며 툴툴거리는 백현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마지막 까지 A팀의 생존자가 되어 B팀의 마지막 남은 2명의 생존자에게 공을 겨누려고 한다.

 

한 명은 옆반 도경수. 한 명은 처음 보는 애다. 그래도 안면이 있는 애한테 무지막지하게 던져버리면 사이가 어색해지겠지? 라고 생각한 백현은 공을 꽉 쥐어잡고 모르는 아이에게 공을 던졌다. 하지만 맞은 것은 움직이다 공을 피하지 못한 경수였다. 맞았을 때 엄청 아팠을 듯한 뉘앙스다. - 퍽 소리 나게 맞았다 - 하필 좋지 못한곳…. 을 맞춰버린 백현은 자신도 같은 남자이기에 경수의 고통을 눈으로 느꼈다! 아아, 도경수씨에게 애도를 표하는 바이다.

 

" 꺄악 - 경수야, 괜찮아? "

 

아니, 때려맞춘 것은 저인데. 자신들이 더 놀라 허겁지겁 달려간다. 왠지 모를 유치한 질투가 나서 그냥 그 자리에 서서 멍하니 경수를 주시했다. ' 괜찮아 보이네 ' 하는 눈빛을 막 쏴주는 것도 잊지 않고. 경수는 아이들 머리 틈 사이로 보이는 백현의 눈빛을 분명히 받아냈다. 쓸데없이 자존심이 센 지라 이렇게 맞고 나서 직접 사과를 안 듣은데다 힘 없이 앉아있기만 하면 ' 아 쟤는 약하구나 ' 하는 인식을 심어줄까봐 - 쓸데 없는 걱정을 하는 - 경수이다.

 

" 너, 왜 사과 안해? "

 

경수는 자리에서 아이들을 전부 밀어내고 거칠게 바지를 털어낸 다음 바로 내 얼굴 앞까지 와서는 화난 얼굴로 묻는다. 야, 그렇게 들이대지 말라고.

 

" 애들이 괜찮냐고 했잖아. 왜, 그정도 우쭈쭈 가지고는 안되겠어? "

 

아, 변백현. 방금 발언은 좀 심기를 건드릴 만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인데요! 도경수 군의 표정이 아주 안좋습니다! 백현의 말에 경수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누가 쭈그려뜨리기라도 한것 처럼. 쭈글쭈글.

 

" 말 다했어? "

 

경수는 백현을 거칠게 밀어내고선 백현에 손에 꽉 잡혀 있던 공을 빼앗아 백현의 면상, 아니 얼굴에 처박듯이 던졌다. 내가 맞아봐서 아는데, 저거 엄청 아프다. 멀리서도 아니고, 바로 앞에서 공을 풀파워로 맞는 기분을 당신들이 알아? 엄청 아프다고. 백현이는 어떻냐고? 물론 아파서 얼굴을 부여잡고 나뒹굴고 있다. 경수는 이제야 시원하다는 듯이 씩씩거리며 교실로 향했다. 체육 시간 아직 안끝났는데…. 경수의 뒤에서 체육선생님의 소심한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나서 그나마 마주쳤을때 백현이 먼저 - 아주 가끔이다. 아주 가아끔. - 인사했던 것도 어제의 그 사건때문에 냉전중이었으므로, 둘은 마주치면 당장 달려들어 패싸움이라도 일어날것 같이 서로를 눈빛으로 때렸다. 아야. 가끔가다 백현이 ' 어이구, 무서워라. 무서워 죽겠네, 도경수. ' 이런 식으로 장난치며 성질을 돋우면, 정말 화난 경수가 기분 잡쳤다는 듯이 달려들어 백현은 가끔 쫄곤 했다. 하지만 정말로 때리고 치고 박고 싸운 적은 없다.다 그게 박찬열 덕택이다. 어렸을 때부터 친화력 킹인지라 백현과 경수와 줄 곧 잘 놀았던 찬열이었기 때문에 - 아, 물론 셋이서 논적은 없다. - 둘의 성격을 제일 잘 알고 있어서 싸움 불끄는덴 제격이었다.


 

***

 


" 미친놈 , 넌 희대의 썅놈이야. "

 

 

욕을 들으면 어떠하리 ,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 어떠하리. 저 도경수의 심기만 불편하게 한다면 무슨 짓을 해서도 만사 오케이다. 백현은 곧 살해라도 저지를 것 같은 경수의 눈빛을 뒤로 하고 경수의 수학 책을 집어들고 냅다 뛰기 시작했다. - 참고로 다음다음 수업 시간은 수학이다 - 경수는 다른 아이에게 그냥 책을 빌릴까 하다가 자존심이 참질 못해 백현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넌 이제 뒤졌어 라는 생각을 하며. 한참을 런닝맨 못지 않던 추격전을 하다 경수는 제 자신을 돌아보며 지금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한심한지 깨달았다. 체육 시간도 아닌데 땀을 뻘뻘 흘리며 젖은 교복이 찝찝함을 두배로 불려주었고 머리는 땀에 젖어 이마에 철썩 - 절대 떨어지지 않겠다! 하는 듯이 - 붙어서는 마치 물에 빠진 생쥐 꼴이다.
매우매우매우 분하지만 일단 여기서 후퇴. 자신도 이 정도니 변백현은 더 찝찝함을 느끼라는 듯이 저주를 퍼부으며.

 

 

경수의 예상과 달리 백현은 뽀송뽀송했다. 백현이 멈춰 서 뒤를 돌아보니 언제 다시 돌아갔는지 쫓아오는 경수가 보이지 않았다. 저 자식이. 도망 가는 사람만 힘들게 됐잖아. 경수의 수학책을 꼭 붙들고선 - 잃어버리면 자신이 처할 상황을 알기에 그런것이지 수학책을 잃어버릴까 무서워서가 아니다 ! 절대 아니다 ! 라고 주장하는 백현이다. - 쉬는 시간 종이 치자 백현은 뒤에 경수가 쫓아 오는 듯이 교실을 향해 달렸다.

 

와우 세상에나, 눈부신 운동신경으로 세이프. 는 무슨 아슬아슬하게 늦어버린 백현은 선생님이 이미 들어와 있는 것을 보고 조용히 뒷문으로 거의 엎드린 채 들어오기 시작했다. 문을 아주 조심조심 닫고 몸을 돌린 그 순간!


" 너 누구야? "

 

문 바로 옆에 앉아있던 남자 애가 숨어있는 백현에게 질문한다. 쟤 처음 보는데, 전학생인가? 누구니, 넌.

 

" 넌 누군데? "

 

백현은 소근소근 말했다. 아니, 아무리 늦게 들어왔더라도 나는 이 반의 학생이 아닌가! 전학생의 얼굴이며 이름까지 모르는 상태에 왜 내가 숨어 있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든 백현은 용감히 - 무식하면 더 용감하다고 했다 -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 네 자리가 아닌 남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면 어쩌자는 건지 - ' 선생님! 전학생이 온 것을 미처 몰랐던 저에게 용서를 하세요! ' 라고 말하려던 백현의 말이 끊겼다. 응? 분명히 이번 교시는 영어가 아니던가.
왜 우리의 도덕 선생이 수업을 하고 있는가!

 

백현은 2초 후에 깨달았다. 아, 여기가 우리 반이 아니구나. 도덕 선생에게 잡히기 전에 문을 박차고 황급히 도망가기 시작했다. 도덕 선생한테 잡히면 뒤져. 평소엔 곰 같다가도
화가 나기 시작하면 눈 앞에 보이는게 없는 싸이코다. 진짜 싸이코야. 백현은 두려움에 소름이 돋아 방금 나온 반을 멀리서 확인하니, 1학년 3반이렸다. 좋아, 선배한테 반말을 했단 말이지. - 그게 문제가 아닌것 같지만 - 백현의 눈에는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사실, 아까 그 애는 오세훈이라고. 세상 혼자 다 사는 것 같은 외모의 소유자다. 백현의 불같은 성격에 불을 붙인것은 오세훈의 반말도 아닌, 도덕 선생의 분필이 아닌, 오세훈의 외모다! 아니, 미모라고 해야하나. 그러하다. 백현은 세훈에게 외모폭행을 당한 것이다. 백현은 처음 맛보는 외모폭행 - 그러니까, 나보다 잘생긴 사람을 봄으로써 받는 충격! - 에 정신을 못차리고 백구 본능을 불어일으켰으니. 오세훈의 앞날에 경의를 표합니다.

 

하지만, 지금 오세훈의 앞날은 내 알바가 아니다. 다시 한번 말해두는데 변백현은 수업 시간 7분이 지났음에도 들어오지 않고 있다! 영어 선생은 교탁에서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었다.
 

 

***

 

 
전설의 레전드였던 수업시간이 끝나고 백현은 반 쯤 죽은 상태로 ' 도경수.. 도경수에게 책을 전해줘야 해! ' 하며 온갖 아픈 척다하며 죽을 것 같은 움직임으로 복도를 기어 옆반인 4반에 가고 있었다. 하필 4반 5반 사이에 계단이 있어서 왕래가 많은터라 두배 더러워진 바닥을 교복으로 걸레질 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새하얗던 와이셔츠가 회색이 될때까지, 백현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다시 한번, 백현의 와이셔츠에 애도를 표한다!

 

다른 반에 들어가면 무단 침입으로 벌점을 받지만, 변백현이 누군가. 천연덕 스러움의 1인자로써 빠지면 섭하다. 마치 ' 나는 4반이에요, 꼽냐? ' 라는 듯이 자연스레 워킹을 하며 수학책을 들고 도경수의 자리로 걸어가다 때 마침 들어온 4반 담임에게 딱 걸려 목을 물린채로 질질 교무실로 끌려가 벌점 1점을 받았다. 에이, 시발. 되는게 없어! 불행히도 아직 백현의 수중에는 전해주지 못한 수학책이 있었다! 백현은 4반 담임의 말은 귓등으로 들으며 작전을 세우고 있었다. 지금 여기 교무실에서 뛰어 경수의 교실에 가는데에 2분, 전해주고 우리 교실로 튀어 오는데는 1분도 걸리지 않을거야! 최소 확보해야하는 시간은 3분. 현재 시간은 10시 46분! 4분 남았다. 1분 안에 선생님의 잔소리만 끝난다면 도경수의 수학책은 무사귀환 할수 있겠지! 하하하. 가 아니라, 내가 왜 굳이 작전을 펼쳐가며 도경수의 수학시간을 보호해주어야 하지? 나 걔 분명 놀려먹기로 작정하고 튄건데, 왜 이렇게 내가 힘들어야 해!

 

여러 생각을 하는 백현을 보며 4반 담임은 ' 얘도 참, 안됐구나. ' 라는 동정심을 갑자기 보이며 " 됐다, 가라. " 하며 백현을 손쉽게 보내준다. 백현은 잽싸게 감사합니다! 하며 90도 폴더 인사를 선보인 후 달렸다. 앞도 보지 않고 달린 탓에 지나가던 사람과 퍽 소리 나게 세게 부딪혀 버렸다. 으으, 아프지만 간단히 사과를 하고 일어나려는데 그 부딪힌 상대가 아까 그 전학생이라고 착각했던 반말 후배가 아니신가. 그냥 넘어갈 변백현이 아니지.

 

" 야, 너 이리와봐. "

 

금새 표정을 굳히고 껄렁껄렁하게 세훈을 부르는 백현이다. 그런 백현에 세훈은 속으로 ' 저 병신은 뭘까. ' 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아까 헤벌쭉 웃으며 007 찍던 사람은 누구더라.
세훈은 못 이기는 척 백현의 앞에가서 ' 네? 선배, 왜요? ' 하며 마치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라는 웃음을 헤실헤실 보인다. 백현은 그 모습이 더더더더더더더 마음에 안든다!

 

" 뭐가 좋아서 그렇게 웃냐? 선배가 우스워? 아까 너, 되게 나 무시하더라? 그렇지, 후배님 눈에 보이는게 없지. "

 

살짝쿵 험악한 말에도 세훈은 방긋방긋 웃어가며 할 말 다한다. 안 그래도 세훈이 백현보다 한 뼘은 큰 터라 위로 쳐다봐야 하는게 마음에 안 드는데, 계속 웃어대고 말이야. 요즘 후배들 다 빠졌어!

 

" 지금 후배 불러서 기합 주시는거에요? "

 

세훈이 ' 어머, 무서워 ' 하는 표정을 지으며 울상이 된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남들 눈에는 키 큰 후배가 키 작은 선배 잡아다가 괴롭히는 걸로 밖엔 보이지 않는데? 키가 벼슬이다, 키가 벼슬이야!

 

" 이 새끼가, 진짜. "

 

백현이 손이 올라가려다 만다. 계단으로 내려오는 경수가 보여서. 뭔가 민망한터라 웃고 있는 세훈을 뒤로 하며 경수에게 수학책을 건네준다. 아, 물론 ' 야 내가 이거 가져오느라 혼났어. ' 하는 생색도 잊지 않고. 경수는 백현을 이제 혐오가 아닌 신기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병신기.

 

 

아, 우리의 후배 오세훈군은 둘의 모습을 보고 알아서 빠져줬다고 한다. 불똥이 자신한테 튀면 좋을게 없다는 걸 너무 잘 아는 낭랑 17세 오세훈 같으니라고. 핫핫.

 


***

 


" 야 , 너 머리 잘랐냐. "

백현은 또 그새 경수의 반에 와서 경수의 옆 자리 - 박찬열 군의 섭외로 이루어진 거룩한 성과이다. 감사를 표하며 - 에 앉아 경수가 하는 모든 행동과 심지어 머리모양 까지도 ! 트집을 마구마구 잡아대고 있다. 하지만 경수는 백현의 시비에 말 한마디 대답해준적 없을 뿐더러 누가봐도 백현의 일방적인 장난이기 때문에 경수는 가끔 기분이 나쁠 때 백현을 죽일듯이 째려보는 걸로 끝냈다. 그럴 때마다 백현은 토끼눈을 하며 그런 큰 눈으로 째려봤자 무섭지 않다느니 어쩌니 하며 개소리를 짓껄인다. 정말 싫어 !

이번 쉬는 시간도 변백현에게 마구 공격당하느라 기운을 전부 흡수 당한 것 같다. 변백현 언젠가 죽일거다. 죽일거야. 경수가 이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살짝 끄덕일동안
백현은 경수에게 또 잡을 흠이 없는지 이곳저곳 찾는 중이었다. 역시 근성으로는 뒤지지 않는 이 시대의 끈덕진 남아 변백현 ! 박수를 보냅니다.

백현은 경수를 탐구하며 장난칠 동안 - 경수에겐 매우 크나크고 크나큰 스트레스였다. 물론 변백현은 도경수가 스트레스를 받건 뭐를 받건 무를 받건 상관하지 않을테고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면 더 좋아할 작자이긴 하다 - 제법 노하우가 생겼다. 4반 담임은 아주 계획적인 사람이라서 항상 똑같이 정확한 시간에 반에 들어왔다. 그러니까 그 시간보다 10초 정도 반을 빨리 빠져나가면 벌점은 물론 잔소리도 면제할 수 있다 이말이다 ! 게다가 지금까지 경수를 봐온 바로는 연애 문제에 대해 매우 취약해보였다. 여자친구도 없는게 , 모솔인게 등등 약점을 잡아 공격을 하면 손에 빠직 힘이 들어가는 듯 했다. 백현은 작게 웃었다.
도경수 , 너는 이제 내 손바닥 안이다!

 


***

 


요즘 변백현의 새로운 활력은 도경수를 뭘로 트집 잡을까이다. 일단 오늘 1교시 쉬는시간에는 이번 이그조 크런키 광고 새로 나오더라 ! 거기 나오는 부서져라 쓰러져라 하면서 크런키 베어먹는 남자랑 너랑 완전 닮았던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연예인 데뷔한거야? 로 시작하는 자질구레한 트집을 잡고. 2교시에는 …. 한참 백현이 경수를 뭐라고 골려줄까 생각하며 등교하던 중인데 , 백현의 뒷통수에 무언가 날아와 명중시켰다. 땡 - 소리를 내며 떨어진 그 물체의 정체는 발로 얼마나 밟아댄건지 백프로 압축된 음료수 캔이었다. 누가 고의적으로 던진게 분명하다! 백현은 또 괜시리 승부욕 + 007본능이 발달하여 범인을 기필코 잡아내리라 다짐하며
나름대로 과학적 수사를 시작했다.

캔이 날아온 방향과 세기를 분석해보면 분명히 내 뒤 몇미터 떨어지지 않은 서쪽으로 1미터 정도에서 던진걸거야! 라며 골목을 돌아서며 마치 007처럼 손가락 총을 빵야 쏴대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한심스러운지 안본 사람이라면정말 모를거다. 백현은 손가락으로 총을 마구 쏴대다가 , 멈칫했다. 앞에 도경수가 있었으니까. 백현은 감으로 알아냈다. 범인은 도경수다! 백현은 한걸음에 경수의 뒤를 바짝 쫓아 ` 아까 네가 던진거지? ` 하며 추궁하기 시작한다. 경수는 이쪽은 본체만체하더니 갑자기 제자리에 우뚝 서서는 이쪽을 날 살해하겠다는 듯이 째려본다. 한마디만 더 했다가는 정말로 죽일 기세라서 백현은 잠자코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경수는 한쪽 이어폰을 빼고선 소리쳤다.

" 너 , 진짜 나한테 왜 그래? 악감정이 있다고 해도 그 정도 했으면 된거잖아. 이렇게까지 날 괴롭혀야겠어? 너 생각보다 정말 저질이다. "

경수의 말은 백현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이 들려왔다. - 물론 경수가 큰 소리로 소리친 덕분도 있지만 - 평소에 아무말도 하지 않던 경수라 장난으로 받아넘기는 줄로만 알았는데, 정말로 화가 난것 같아 갑자기 두려움이 왈칵 밀려왔다. 당장 오늘부터라도 도경수를 놀리지 않으면 금단 증세가 일어날것만 같았다. 다리를 떤다던지 수업에 집중을 못한다던지. 아, 집중은 원래부터 못하긴 했지. 백현이 여러가지 생각을 하며 서서히 충격받는 동안 경수는 이미 저만큼 걸어가 점이 되어버렸다.

 


***

 


근데 , 생각해보니 이상하다. 그만큼 했으면 됐다니? 평소에 내가 장난을 좀 심하게 하긴 했지만 이외에 다른 나쁜 짓을 한적은 없다. 내가 비록 불량학생일지라도 그럴만한 동기가 없고 자신감도 없, 아니 없는게 아니고. 도경수가 ㅁ,무서워할까봐. 도경수가 소리치며 뱉은 말을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아무래도 도경수에게 누가 ` 나쁜 짓 ` 을 했고 , 도경수는 분명히 내가 한일이나, 시킨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어쩌면 확신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저렇게 길거리에서 큰 소리로 소리치지. 안 그래요?

 


***

 


시간이 늦어 뜀박질로 학교에 도착해 숨을 고르고 있을 찰나, 도경수가 우리 반으로 찾아왔다. 도경수는 겨우 나 때문에 벌점을 받는 다는건 아예 생각도 안해봤을 아이기 때문에,
누구와는 달리 뒷문에서 다른 아이를 통해 나를 불러달라고 한 것 같다. 약았어 , 도경수.

" 용건이 뭔데 ? 왠 일로 네가 직접 찾아오냐. "

장난스러운 말투로 도경수에게 말을 걸었더니 경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 그 일은 ,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줘. "

그 일이라니 ? 백현에게 그 일이란 도경수가 피구공을 좋지 못한 곳에 맞고 사과를 받지 못해 길길이 날뛰던 일과 수학책을 뺏어가 혼자 벌였던 난투극과 혹은 내가 매일 찾아가 괴롭, 아니 장난친 것 정도? 남에게 비밀로 할 정도의 큰 일은 없었던 것 같는데.

" 무슨 일 말이야? "

정말 몰라서 물은건데, 경수는 숙였던 고개를 확 올려버리며 말한다.

" 내 입에서 그런 이야기까지 나오게 해야해? 너 진짜 최악이다. "

경수는 이 말을 하고선 자신의 반으로 뛰어 들어가 버렸다. 아니 , 그렇게 화가 나는 일이었나? 내가 그렇게 잘못한건가?

 


***

 


" 아 , 왜 그러는건데 ! "

도경수가 저번에 우리 반에 찾아와 했던 말들과 내가 했던 만행들 등등이 조각조각나 머릿속에 떠 다닌다. 정말 이러다간 정신분열증 혹은 우울증에 걸릴것 같아서 매일 도경수의 반에 찾아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 중이다. 알려줄 때까지 절대로 절대로 안갈거다. 하며 버틴지가 - 수업시간을 제외하고 - 일주일이 다 되어갈쯔음에 매일과 같이 종례를 마치고 도경수의 반에 찾아가려 가방을 매고 서둘러 준비해서 기껏 갔더니,박찬열만 혼자 남아 빗자루질 중이다.

" 도경수는 어디가고 너만 여기 있냐? "

백현의 말을 들은 찬열은 서운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곤 맨날 도경수 도경수. 너는 소꿉친구는 보이지도 않냐! 섭섭하다. 라며 신세한탄을 시작했다.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는 도중에 찬열이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 점심시간부터 계속 혼자 불안해하길래 무슨 일이 있냐고 해도 대답도 없고, 아 맞아. 왠 남자애가 메모지를 주는것 같던데. ` 백현이 남자애가 누군지 아냐고 묻자 찬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 학교에서 걔 모르는 애가 있으려나? 라는 둥 이상한 소리를 하더니 ` 1학년 3반 오세훈 ` 이라고 했다.

이제야 조각들이 서서히 맞춰지는것 같았다. 그러니까, 오세훈이 도경수한테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평생 비밀로 남기고 싶을 짓을 했다는 거지. 사실이 아니더라도 지금 상황에선 이 가설을 믿는 수밖에 없다. 백현은 찬열에게 간단히 고맙다며 인사를 한 뒤 텅 빈 교실을 달려 나왔다. 아, 장소를 모르잖아. 백현은 힘들게 달린 보람도 없이 다시 교실로 돌아가 장소를 혹시 아냐고 했다. 찬열은 아까 메모지를 경수가 버린 것 같은데 …. 하며 쓰레기통을 빗자루 끝으로 뒤지더니 이내 더러워진 파란색 메모지를 꺼내 보여주었다.

` 끝나자 마자 옥상으로 와. `

백현은 메모지를 거칠게 잡아채 꾸깃꾸깃 해질 정도로 꽉 쥐어 던져버렸다. 찬열은 무슨 일인지 도통 감을 못 잡았고, 백현은 한 시라도 서둘리 가야겠다며 고맙다라는 말을 남긴뒤 저 멀리 사라졌다. 나 참,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거야.

 


***

 


" 형 , 형은 막 몸도 대주고 그래요 ? "

바람 소리에 섞여 세훈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마주 보는 상대는 경수였고 , 경수는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주먹을 꽉 쥔채 부들부들 떨고 있다. 세훈의 일방적인 말에도 경수는 아무말 하지 않고 가만히 듣기만 한다.

" 형 , 말좀 해봐요. 무슨 말을 해야 협상을 하던 뭘 하던 할거 아니야. "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경수의 얼굴을 세훈이 한 손으로 잡아챘다. 경수는 반항의 의미로 눈이 튀어나올 듯 째려보지만 세훈은 마치 가소롭다는 듯이 픽 웃더니 뺨을 때리는 것 마냥 경수의 얼굴을 놓아주었다.

"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변백현이 시킨 거랬잖아. 너는 변백현이 시킨 것만 하면 되는 거잖아. "

경수의 목소리는 살짝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겉모습으론 겁을 먹었기 보다는 분노에 가득 찬 모습으로 보였다.

" 설마, 백현이 형을 믿는 거에요? 이거이거, 꽤 신뢰가 두텁네. 게이 주제에 플라토닉 러브라도 미는건가? 뭐 사랑은 신뢰가 기본이다. 이런 말 하려는 거에요? "

세훈의 모욕적인 말에도 경수는 아랑곳않고 제 할말을 다한다.

" 거짓말 하지마, 더러우니까. 변백현, 수업 시간 외에는 나만 따라 다녔어. 그건 내가 확신해. 끝나고 너와 만났을 수도 있겠지. 근데 , 변백현 그렇게 약은 놈 아니거든. "

한창 대화중에 옥상문이 벌컥 열려버렸다. 백현의 예상대로 세훈과 경수가 있었고 경수는 약간 놀란 표정이지만 티내지 않으려 하고 있다. 세훈은 약간 미소 짓고 있었고 조금도 양심의 가책이란 없는 듯 했다.

" 시발, 오세훈. 너 대체 뭐하는 짓거리냐."

백현이 당장이라도 옥상 밖으로 밀어버릴것 같이 와이셔츠 팔을 걷고선 달려들었다. 경수는 별 일 아닌데 왜 싸우는 거냐며 뜯어 말렸지만 세훈은 맞기만 할 뿐 가만히 웃음을 짓고 있기만 했다.

"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잖아. "

경수가 지긋지긋 하다는 듯이 제 자리에서 소리를 빽 질러 버렸다. 백현은 세훈을 무작정 때리던 것을 멈추고, 경수에게 물었다. 정말로, 정말로 괜찮은 게 맞냐고. 경수는 괜찮다고 정말 괜찮다고 대답했다. 괜찮을거라고. 괜찮을거야.

 


***

 


불미스러운 사건이 일어난 지 일주일도 채 안돼 교내에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 도경수가 게이다 ` 라는 둥 ` 변백현이 오세훈을 조종해 도경수와 강제로 관계시켰다 ` 라는 둥
누가 보아도 절대로 좋지 않은 소문이 떠돌았다. 어느 누구로부터 시작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백현은 주위의 웅성댐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고, 또 가장 힘들 도경수를 보호해 줄 수가 없었다.백현은 제 방에서 곰곰히 생각하였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일단 , 오세훈이 도경수에게 내 이름을 빌려 이상한 짓을 한건 분명하다. 오세훈은 내 공격에도 반격은 커녕 맞기만 했잖아. 양심의 가책을 느낀걸까. 그 다음은 ? 오세훈은 왜 도경수를 부른 걸까. 둘은 무슨 이야기를 나눈걸까. 왜 저런 소문이 도는걸까. 에 대해 아무리 생각해보았지만 결론은 오세훈 개새끼였다. 대체 나와 도경수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는건지.


도통, 모르겠다.

 


***

 


" 어이 , 거기 게이 ! 여기로 와봐 좀. "

4반의 나대기로 유명한 , 강자에게는 약자가 되고 약자에게는 강자가 된다는 비겁한 성격을 가진 김종인이 누가 봐도 경수를 부르는 듯이 조롱했다. 주위 아이들은 말리기는 커녕 비웃으며 상황을 흥미롭게 지켜보기만 했다. 어디서부터 꼬인건지, 대체 오세훈은 어떻게 알아낸 걸까.그러니까, 내가 나의 진실된 성 정체성을 깨달았던 건 중학교 2학년 때. 그 때까지 나는 여자친구 한번 사귄 적 없었고 - 남중이었던 탓이 크겠지만 - 여자에는 아예 흥미를 두지 않았었다. 그 시기에 김종대가 나타났고 , 나는 우습게도 믿지 않았던 첫눈에 반했다는 것을 직접 경험했다. 몇 개월 넘게 알짱거리며 눈에 띄려다가 번번히 눈치 없이 나타나는 박찬열 덕분에 보기좋게 실패하고, 박찬열에게 도움을 요청할까 싶었지만 왠지 도와주겠다며 설치다가 큰 일이 날 것만 같아서 그만뒀다.

 

정말, 정말로 용기를 내서 종례 시간이 끝나고 음악실로 김종대를 불러내는 것까진 성공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고백하려고 했지만, 김종대가 먼저 꺼낸 말은 경수를 나락으로 몰아냈다.
` 너 게이야? ` 경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고개를 떨군 채 있을 뿐이다. 그 모습을 본 김종대는 확실하다고 확신했고, ` 난 게이 싫어. 혐오해. 난 여자 좋아해, 그동안 고마웠다. 안녕. ` 이라는 말을 일방적으로 남긴 채 음악실을 박차고 나왔다. 좋은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 정말 나를 받아줄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걸까. 경수는 그 자리에 주저 앉아 한참을 눈물로 보냈다.정신을 차리고 나와 가방을 챙기니 이미 전부 하교한 후였고, 선생님들 마저도 보이지 않았다. 저녁이 되었는지 창밖은 이미 어두컴컴해졌고 경수도 아직 어린지라 혼자 이런 밤 거리를 다니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 집안의 통금은 엄격한 편이었다 - 살짝 겁도 났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계단을 내려갔다. 그 때 갑자기 불빛이 비춰졌고 눈에 비춰졌기 때문에 경수는 깜짝 놀라 털썩 앉아버렸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지만, 그 때는 정말 내 인생의 마지막인 것처럼 무서웠다.

 

알고 보니 마지막으로 순찰을 돌던 3학년 선배였다. 학생부의 실질적인 권력자라나 뭐라나. 나도 여러번 소문으로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실제로 그 모습은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 남자에게 보통 쓰지 않는 표현이지만 - 그 선배의 이름은 김준면이라고 했다. 준면 선배는 엎어진 나를 일으켜주며 말했다.

" 갑자기 나타나서 놀랐지? 미안. 아직까지 남아서 뭘 했던 거야? "

경수는 준면의 말에 차마 ` 남자한테 고백했다가 차여서 울고만 있었는데 정신 차려보니 저녁이네요 ` 라고 말할 수가 없어서

" 그냥, 이것저것 공부하다 보니까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된 줄도 몰랐네요. "

라며 얼버무렸다. 준면은 경수의 말에 살짝 웃어보이며 ` 공부도 적당히 해야지, 이러다간 누가 잡아가도 모르겠는데? ` 라고 말했다. 선배라면 잡아가도 좋아요 ….
준면은 굳이 나를 데려다 준다고 했고, 나는 끝까지 극구사양했다. 준면은 할 수 없다며 버스 정류장까지만 같이 가자고 제안했고, 경수는 알겠다며 순순히 받아들였다. 아 , 좋다.그 날 이후로 차임의 슬픔은 잊어버리고 새로운 행복에 사로잡힌 경수는 매일매일이 행복했다. 경수는 지난번의 고백으로 ` 사랑은 꼭 사귀어야만 할 수 있는것이 아니다 ` 라는 교훈을 얻었고,
그 교훈을 충실히 이행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좋은 일이 있으먼 나쁜 일도 생기는 법. 경수는 이제 곧 3학년이 되고 준면은 곧 졸업이었다. 아무래도 선배가 졸업하고 나면 몸이 멀어지듯이 마음도 멀어지겠지. 하며 걱정하던 경수였다. 준면은 경수의 사정은 전혀 모른 채 하하 웃기만 했다.

 


***

 


졸업식 날, 경수는 준면의 교실에서 졸업을 정말 축하한다며 자신의 용돈을 털어서 구매한 꽃다발을 한아름 안겨주었다. 준면은 정말 기뻐했고, 그 동안 고마웠다는 따뜻한 말을 해주었다. 경수는 울컥하는 마음에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 내가, 내가 선배 좋아하면 안되는 거겠죠? 근데 어떡해요. 저 선배가 너무, 너무 좋아서 …. "

눈물이 계속 흘러내려 목이 막혔다. 경수는 말을 잇지 못했고 고개를 여전히 숙인 채였다. 그 때 준면의 표정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짐작이 갔다. 준면은 아무말 없이 자신의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경수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준면을 경수를 한번 꼬옥 안아주고는 ` 괜찮아, 괜찮아. ` 라며 계속 경수를 토닥여주었다.

그렇게 준면은 가버렸다. 그 이후로 소식조차 들을 수 없었고, 어느 고등학교로 갔는지도 알 방법이 없었다. 하루하루가 괴로웠지만 좋은 직업을 얻어서 준면을 꼭 찾아서 만나고 싶었다. 한번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단 한번이라도 …. 그렇다면, 다른 건 전부 필요 없는데. 정말 행복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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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말을 무시해?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본데, 너 지금 전따야. 그것도 변백현 플러스로 ! 넌 사은품인 셈이라고. "

종인의 말에 경수는 정말이지 참을 수가 없었다. 하필 과거를 회상하던 중, 우울한 기분에 지금 겪고있는 현실이 너무나도 지긋지긋해진 경수는 외쳤다.

" 그래, 씨발. 나 게이야. 근데 내가 너네한테 뭘했어 ? 피해를 준게 있냐고. 따지고 보면 피해자는 나야, 나라고 ! "

경수는 바로 도착지점을 알수 없는 뜀박질을 시작했고, 반은 고요함으로 물들었다. 그 때서야 다른 반에서 돌아온 박찬열은 무슨 일이냐며 아이들에게 묻는다. 침묵을 지키던 아이들은 계속 재촉하며 날뛰는 찬열에게 겨우 이야기했다. 사정을 들은 찬열은 사색이 되서는 아까의 경수와 같이 소리질렀다.

" 너네가 그러고도 같은 반 친구야? "

이 말을 꺼내는 찬열의 얼굴이 괴로움으로 얼룩져 일그러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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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발, 내가 너한테 이 정도밖에 안됐어 ? 이런 일이 있으면 나한테 제일 먼저 알려줬어야 할거 아니야. "

찬열은 혼자 중얼거리며 학교 밖 거리를 서성거린다. 얘 혼자 못 싸돌아 다닐텐데. 아, 진짜 도경수 사람 화나게 하는데 뭐 있어. 찬열은 일단 아무 계획도 없었고 무조건 경수를 찾아야 한다는 신념만으로 용감하게 학교를 땡땡이치고 나와버렸다. 이 것이 12년 친구의 우정인가. 하지만 그러기엔 찬열은 무의식적으로 경수에게 너무 심한 상처를 줬다. 경수는 처음 소문이 돌 때만 해도 괜찮겠지 생각하며 찬열이 자신을 위로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왠 일, 찬열은 요 새 2반의 여자 아이와 사귀느라고 모든 정신을 그 곳에 쏟고 있었다. 흘러 다니는 소문을 듣지도 못할 정도로.그걸 알기 때문에 찬열은 더더욱 경수에게 미안했다. 혼자 끙끙 앓을 경수 생각에 화가 났고 미웠고 속상했다. 또 이런 일의 전말은 전혀 모르겠지만 변백현 오세훈과도 엮인일 같으니, 젠장. 찬열은 생각을 접고 무작정 경수가 있을만 한곳을 찾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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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백현은 경수가 사라졌다는 소식도 듣지 못한 채 혼자 자신의 자리에서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을 버티고 있었다. 그 때 여기저기서 도경수 , 게이 , 사라졌대. 이런 단어들이 어렴풋이 들렸다. 백현은 직감적으로 아, 경수가 사라졌구나 …. 하고 느꼈다. 백현은 지체하지 않고 바로 1학년 3반으로 내려갔다. 창가에서 세훈은 백현을 보더니 방긋 웃으며 ` 어 , 형 왔네. ` 라며 태연스럽게 백현의 앞으로 걸어왔다. 분위기 파악에 젬병인건가 … ? 누가 봐도 불 같은 상황인데 , 오세훈은 그저 시종일관 웃음으로 상대했다.

" 도경수, 어디갔는 지 말해. "

백현이 강압적인 말투로 묻자 세훈이 표정을 굳히며 대답했다.

" 제가 도경수 애인도 아니고, 어떻게 알아요. 형이 더 잘 알겠죠. "

백현은 세훈의 말에 주먹을 쥐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훈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피식 웃었다.

" 형 , 그러니까 애인 관리를 잘했어야죠. "

세훈은 그 마지막 한마디로 세상을 잃었다. 백현은 차갑게 헛소리 지껄이지 말라며 세훈을 지나쳐 가버렸다. 쥐 죽은 듯이 고요했고, 뒤엔 세훈의 쓴 웃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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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은 찬열에게 연락했다. 찬열은 받자마자 ` 너 뭐하는 새끼야? ` 라며 경수를 두둔했고, 그 부분에선 할 말이 없었다. 따지고 보면 백현의 잘못도 아니었지만. 다 , 오세훈 그 자식 때문이야. 일단은 찬열과 만나 경수를 찾을 생각이다. 지금은 한시가 급했고 혹시라도 삶에 회의를 느낀 경수가 나쁜 짓이라도 생각한다면. 정말 큰일이다 …. 찬열은 알았다며 수만슈퍼 앞으로 빨리 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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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머리 아파 죽겠다. 경수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찬찬히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 때, 변백현이 수학책을 돌려줬을 때 오세훈이 그 자리에 있었지. 그 날 방과후에 뜬금없이 오세훈이 날 불렀었는데, 아무 것도 모르고 찾아갔더니 오세훈은 멍한 나에게 여러 돌직구들을 던졌다. ` 형 게이에요? ` ` 백현이 형 좋아해요? ` 등등. 물론 난 둘다 아니라고 대답했다. 오세훈 귀에 진실이 들어갔다가는 아마도 내 발로 자퇴하는 일이 일어날지도. 이미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막상 일이 닥치고 보니 난 다리가 후들거려서 아무 것도 할수없는 겁쟁이었다. 내가 원망스러웠고 차라리 내가 여자였다면 이런 곤혹을 겪지도 않았을텐데. 라며 줄곧 후회가 반복되었다. 하지만 자살한다거나 자해를 한다던가 그런 건 정말 하지 않을거다. 나만 손해잖아.오세훈은 뛰어난 촉이 있는 듯 했다. 그래서 내가 그렇다는 걸 가장 먼저 알아차렸겠지. 나에게 무슨 악감정이 있길래 이러는 걸까ㅡ 그 아이가 게이일지도 몰라. 라는 생각을 했다가 이내 그럴리가 없지. 하며 가설을 없애버린다. 그리고선 놀이터 그네에서 일어나려다 그대로 그네에 풀썩 앉아 그네를 타기 시작한다. 이게 얼마만이지? 예전 초등학생 때 와서 박찬열이랑 탔던 것 같은데, 그 때 박찬열이 날 확 미는 바람에 넘어져 계속 울었었지.

경수는 추억에 젖어 하염없이 모래사장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앞에 드리워 진 그림자에 고개를 들어보니 변백현이 땀에 젖은 얼굴로 숨을 고르며 말한다.

" 찾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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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의 땡땡이에 - 경수는 모범생 쪽이라 땡땡이라고는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 - 셋이서 아이스크림도 먹고, 즐겁게 놀았다. 노는 도중 둘이 내 눈치를 자주 보는 듯 했지만 상관없었다. 해가 넘어갈 쯔음, 백현은 대뜸 다가와 나에게 사과했다. ` 미안 ` 이라고.

" 네가 잘못한게 뭐가 있어. 다 내탓이야. 이런 민폐만 끼치는 애랑 친구해줘서 고맙다. "

경수의 말에 찬열이 혼자 울컥해서는 경수를 꽈악 껴안고 울어댄다.. 눈물 한방울 뚝 떨구는게 아닌 아이처럼 ` 으어어아앙 ` 하며 대성통곡한다. 경수는 숨 막힌다며 찬열의 등을 막 쳐댔지만 찬열은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듯 했다. 백현은 찬열이 많은 도움을 줄거라고 했다. 그리고선 자신은 볼일이 있다며 경수와 찬열을 두고 갔다. 경수는 찬열이 옆에 있어 불안하지 않았지만 계속해 불어오는 불길함에 자꾸만 소름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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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 , 내가 들었어. 도경수랑 같은 중학교 나온 애였는데, 걔가 오세훈한테 말했어. 도경수 게이라고. "

수화기 저편에서 어느 소년의 목소리가 들린다. 소년은 ` 이거 말해도 되는거야? 나한테 피해는 없는거지? ` 라며 계속 질문해댄다. 찬열은 당연하다며 비밀로 지켜주겠다고 했다.
찬열은 곧 바로 백현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렸다. 백현은 분노한 듯 한 목소리로 ` 그래, 알았어. ` 하며 끊어버렸다.

찬열은 긴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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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은 곧 바로 세훈에게 찾아갔다. 다 알고 있으니까 왜 그런 소문을 퍼뜨린 건지 말하라고. 아니, 말해달라고. 세훈은 여전히 헤실헤실 웃는다. 하지만 오늘따라 그 웃음에 그늘이 드리워있다. 세훈은 조용히 말했다.

" 형은 참 이기적이에요. "

그 눈엔 외로움과 슬픔이 동시에 묻어나오는 터라 백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음만 같아선 한대 치고 싶지만.

" 남 생각은 전혀 안하고 , 몰아가고 , 미워하고 . 마음대로 사람 마음을 조종하고 …. "

세훈의 말에 백현이 발끈해 말한다.

" 그래, 내 잘못도 있다고 치자. 근데 넌 그런 짓 안해도 됐었잖아. 그리고, 내가 사람 마음을 마음대로 조종한다고 ? 그건 너겠지. "

세훈은 백현을 바라보며 표정을 굳혔다.

"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

백현은 세훈의 말에 작게 멈칫하더니 ` 벌을 받기 싫어서 그런 나쁜 생각으로 도망가려고 하지 마. 동정심이라도 유발하고 싶은거냐? ` 라고 말했다. 세훈은 섬뜩할 정도로 갑자기 씨익 웃더니 말했다.

" 나 말고, 형 애인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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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는 독한 감기에 걸려 버렸다. 아무리 여름이라고 해도 반바지 반팔을 겨우 한장씩 걸치고 아이스크림 4개는 무리였다. 그래도 배탈이 나지 않은게 어디야. 아, 이게 아닌가? 경수는 자신의 방 침대안에서 끙끙거리며 앓아누운 상태다. 그 때 초인종이 울렸고 경수는 ` 올 사람 없는데. ` 라며 기어가다 싶이 문을 열어주었다. 찬열이었다. 찬열은 대뜸 집에 들어오더니 여름 감기는 개도 안걸린다느니 뭐라니 떠들어댄다. 그럼 내가 개만도 못하단 거야?

" 왜 왔어. "

경수가 부엌에 서서 무얼 해야할지 갈팡질팡 거리고 있는 찬열에게 물었다. 저렇게 일 벌릴거면 아예 하질 말라고 ….

" 뭐 ? 기껏 왔더니 한다는 말이. 변백현은 연락 없어? "

찬열은 기가 차다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고는 지난 번 만남 이후로 전혀 연락이 되지 않는 백현의 안부를 물으며 걱정했다. 자식 , 아무리 그래도 연락 한번 안하냐. 경수는 고개를 저으며 소파에 편히 안착했다.

 " 오늘 내가 특별히 솜씨 발휘좀 한다. 기대하려무나 "

경수는 왜 저래. 하는 눈빛으로 찬열을 한번 쳐다봐주고는 곧 티비에 시선을 꽃고 마구 기침해댔다. 목소리도 제대로 안나오는 주제에, 성질은 안 죽었네. 경수는 기대하고 있었다. 찬열의 요리솜씨는 좋은 편이었고, 자주는 아니지만 저엉말 가끔씩 얻어먹곤 했다. 생색이 엄청나서 별로 먹고싶지는 않지만. 곧 이어 야채 손질 소리와 보글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 다 됐어. 먹어. ` 라며 완성을 알린다 ! 된장찌개와 스파게티라의 조화라니. 메뉴가 굉장히 퓨전이긴 했지만 섞어놓지 않은게 어디인가. 하며 경수는 감지덕지하며 맛있게 돌돌 말아 먹었다. 후르릅 후르릅. 아, 맛있다.찬열은 자기 몫은 먹지도 않고 , 경수의 스파게티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경수는 찬열의 시선을 느끼곤 ` 왜, 내가 먹으니까 맛있어 보이냐. 줘? ` 하며 말했다. 찬열은 아니라며 도리질했다.

" 도경수. "

찬열의 부름에 스파게티를 음미하던 경수는 눈만 위로 뜨며 찬열을 본다. 찬열은 그런 경수를 보며 그렇게 맛있냐 물었더니, 경수가 폭풍고개쉐이킹을 선보인다. 경련 온줄 알았어.

" 근데 왜. "

스파게티가 입 안에 한가득인지라 우물거려서 발음이 뭉개져 잘 안들리지만 아마도 저 말이었을거다. 박찬열에게 도경수어 통역 1급 자격증을 주는 바이다.

" 소문 , 진짜야 ? "

스파게티를 먹던 경수의 움직임이 멈췄다. 경수는 음식물을 전부 삼키고 살짝 헛기침을 하더니 휴지를 꺼내 입을 닦았다.

" 진짜구나. "

찬열의 말에 경수는 시선을 내리고 눈을 깜빡거릴 뿐이었다. 찬열은 그대로 말을 이어갔다.

" 어디부터 어디까지 ? "

경수는 찬열의 물음에 주춤하는 듯 했다가 대답했다.

" 일단은, 음. 내 성 정체성에 대한 소문은 …. "

경수가 끝까지 말하지 않아도 찬열은 알아차렸다.

" 오세훈이랑은, 그 소문 진짜야? 아니지. 변백현이 그런 건 아닐테고. "

경수는 짐짓 고민하더니 꿋꿋이 말했다.

" 사실, 나도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 …. 그냥 난 …. 오세훈이 변백현이 시킨 거라고 했어. 하지만 직접적으로 해코지는 안 했어. 그리고 무엇보다 변백현은 이런 일 시킬 애 아니잖아. "

경수의 말에 찬열은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위로해주었다. 변백현 , 백현이는 아니야. 유치원부터 봐왔던 백현은 정의로웠다. 절대절대로, 내 손모가지를 걸고 말하는데 착해 빠진 놈이다.

" 미안해. 그 동안 너 힘든 건 전혀 몰랐네 . "

찬열이 경수의 중학교 시절을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유치원 초등학교까지는 같이 다녔는 데, 중학교는 다른 곳을 가게 되었으니까. 몸이 멀어지듯이 관심도 자연스레 멀어졌다. 경수가 괜찮다며 대답하려는 찰나, 찬열이 ` 잠깐만. ` 이라며 말을 끊었다.

" 경수야, 진짜진짜로 미안한데. 나 더 충격적인 이야기 해도 돼 ? "

찬열의 이야기에 경수는 약간 무서웠지만 - 찬열에게 충격적일 정도면 경수에겐 대체 얼마나? - 찬열의 말을 경청했다.

" 내가 너 좋아하는거 같아. 아니 좋아해. "

찬열의 고백은 물 흐르듯 나왔다. 경수는 놀란 토끼눈으로 가만히 숨도 못 쉬는 채로 - 잠깐 숨 쉬는 방법을 잊었다고 하자 - 있었다. 머리를 때려맞은 기분이라고 해야하나. 찬열은 경수의 반응은 이미 간파했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 사귀자고 한거 아냐. 그냥 내 마음 알아줬으면 해서. 아, 그렇다고 나 멀리하면 안된다. "

안 그래도 복잡했던 머릿속이 감기로 더 복잡해지더니 지금은 완벽하게 더 복잡해졌다. 경수는 뭐라고 대답해야 찬열이 상처받지 않을까를 곰곰히 생각해 보는 중이다.

" 그럼, 나갈게. 빨리 나아. "

아차, 생각을 너무 오래한것 같다. 경수는 찬열의 말에 ` 오늘은 진짜 신세졌다. 고마워. ` 라며 찬열을 배웅해줬다. 문이 닫히고 경수는 세상의 모든 고민 걱정과 설거지를 떠 안았다.

 


***

 


비가 오는 것도 아니고, 해가 쨍쨍한 낮인데도 백현은 혼자 불을 끈 채 침대에 누워 죽은듯이 숨소리만 내고 있다. 자고 있는 건 아니다.여러 생각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그 때, 오세훈이 했던 말을.

` 그게 무슨 소리야, 도경수 말하는 거냐 ? 다시 말해두는 데, 도경수는 내 애인 아니 …. `

` 형이 부인하면 뭐해. 전교생이 , 세상이 모두 그렇게 알고 있잖아요. `

` 사실이 아니잖아. 내가 물은 말에 대답이나 해. `

` 그래, 그롬 내가 대답하면 백현이 형은 행복해 질 수 있어요? 나도, 행복해 질 수 있나? `

` 그게 무슨 소리야. `

` 형이 도경수를 좋아하는 한 난 절대로 행복할리 없으니까 …. `

` 똑바로 말해.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 듣겠으니까. `

` 내 딴에선 최대로 말한건데. `

` 너랑 장난하자고 여기 있는 거 아니야. `

` 형은 내가 아파도 걱정하지 않잖아. `
` 내가 사라져도 안 찾을 거잖아. `
` 내가 죽어도 슬퍼하지 않을 거잖아. `

` 뭐 ? `

` 아무리 발악해도 형의 관심 밖이란게 너무 억울해 …. `

` 너, 뭐야. `

` 형, 내가 많이 좋아해요. `

세훈은 그리고나서 바로 문을 열고 사라져 버렸다. 아니, 사라진 게 아니다. 내가 붙잡지 않았을 뿐. 나는 무능히 서있을 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오세훈이 그런 감정을 나에게 가졌을 줄은 …. 그러니까 , 결론적으로 오세훈은 나와 도경수 사이를 오해한거지. 백현은 깊게 한숨을 쉬었다. 내 탓인건가 ….도경수에게 미안하게 되었다. 결국은 나로부터 시작된 오해가 도경수에게 번진거니까. 생각해보면 오세훈에게도 많이 미안하다. 눈물을 흘리며 사죄해도 모자랄 것 같아. 나 때문에 사랑에 눈이 멀어서. 아니, 이걸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백현은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부드러운 이불속에 더 파묻힐 뿐이다.

 


***

 


도경수의 일은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오세훈에게 고백을 받고 나서 바로 월요일에 오세훈은 멀리 전학을 갔다고 했다. 약간 충격이었지만, 어찌보면 일의 원흉은 나와 걔니까 ….
학교에는 오세훈이 마지막으로 남긴 배려인지 도경수 소문의 모든 일을 꾸민 사람은 나, 오세훈이다. 라며 큰 종이로 게시판에 떡하니 붙어있었고 , 학생들에게 급속히 퍼져나갔다.
소문을 들은 선생님이 급히 게시판의 종이를 떼어냈지만 이미 소문이 널리 퍼진 후였다. 어떻게 보면 일이 좋게 끝나 경수와 찬열에게는 다행이었지만, 백현에게는 무언가의 숙제가 남아있는 듯해 기분이 좋지 않았다.

 


***

 


" 아, 경수야. 나랑 놀이공원 가자, 응? "

" 아니지, 아니지. 나랑 가야지! "

지금 무슨 상황이냐 하면은, 찬열과 백현이 경수에게 매달리는 상황이라고 정리하면 되렸다. 찬열의 고백을 이후로 경수는 아직 마음의 정리를 못할 것 같다며 거절했지만, 어찌 그 이후로 더 열렬하게 구애하는것 같다. 백현은 지난번 경수의 고민 - 찬열의 고백 - 을 도와주며 절대 노멀이라던 자신의 말을 후회하며 경수에게 폴 인 러브했다. 아직도 경수의 얼굴을 보면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좋아하는 마음이 더 크니까 그런 건 상관없다.

" 됐어, 셋이서 가면 되잖아. "

경수의 말에 찬열과 백현은 시무룩한듯 하다가, 서로를 째려본다.

" 아, 진짜. 변백현 ! 너 저번에 나 몰래 경수랑 마트 갔다왔잖아. 양보해 ! "

지난번에 백현이 경수에게 2마트에 가자고 제안했으나, 만약 가서 찬열을 만나게 되거나 찬열과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찬열은 아마 마당발이니까 금방 소식을 들을것이다. 그럼 엄청 삐져서 달래는 데 너무 힘들단 말이다. 라는 이유를 핑계로 백현에게 둘러댔으나, 백현의 초특급필살애교에 넘어가 버렸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 안되는 건데 …. 되나 ?찬열의 말에 백현은 큭큭거리며 비웃었다. ` 나니까 경수랑 마트를 단★둘★이 가지. ` 라는 재수없는 멘트는 사은품. 단 둘이에 매우 악센트를 넣은 것 같지만 기분 탓일거야. 그럼, 기분탓이겠지. 경수의 예상과 같이 찬열은 몇일이 지나지 않아 소식을 들었는 지 백현과 등교하고보니 - 방향이 같아 백현과 항상 등교를 함께 한다. 찬열은 가끔 같이 가자며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곤 한다 - ` 나 삐졌어요 ` 티를 팍팍 내며 우리가 들어오자, 흥. 하며 콧방귀를 뀌더니 자리에 엎드려버렸다. 그 날 백현의 피같은 돈 5천원이 나갔다.

아, 과거 회상은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자.

" 그럼, 이번엔 찬열이랑 같이 다녀올게. 다음엔 백현이란 또 가면 되잖아. "

찬열은 기쁨을 주체할 수 없는 듯 방방 뛰어댔다. 다음에 변백현이랑 경수가 둘이 간다는 생각에 배가 아프긴 하지만. 백현은 아쉽지만 지난번의 마트 데이트 (?) 에 매우 만족했기 때문에 딱 한번만 넘어가 주기로 했다. 상대가 찬열이니까 넘어가 주는거지, 아니면 벌써 주먹다짐이다.경수는 파이어에그프렌드의 우애를 갈라놓은 죄가 저에게 있다며 자신이 입장권을 사겠다고 했다. - 어쩌다가 얻게 된 엄청난 할인권이 있다는 건 비밀이다 - 찬열과 백현은 벌써 상상하며 행복에 젖어있다. 이러다간 상상임신이라도 하는 게 아닐까 ….

이 독보적인 청춘게이들은 말릴 수가 없다. 아니, 말리지 말아야 한다. 영원히 행복 속에 젖어있을테니까.

 

 

 

 

***

 

필력이 많이 모자라서 표현을 못한것 같아요. 또륵!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

외전으로 찾아뵐 계획이에요 (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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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쩐다..완전..이런거겁나좋아하는ㄷ니ㅣ필려좋아요완전조히ㅏㅜㅜㅜㅜㅜㅠㅠㅠㅠㅡ이런거사랑해요작가님글엄청잘쓰는데ㅡ누ㅜㅜㅠ비회원인나를댓글로이끌엇어허어이ㅏ조아요ㅜㄴ짱이야
10년 전
아양
(감격) 저 눈물흘려도 되나요ㅠㅠㅠㅠㅠ 아 싸랑해요 ! 앞으로 열심히 할게요 ;ㅅ; ♡
10년 전
독자2
좋다...청춘게이들...ㅠㅠㅠㅠㅠㅠㅠ 필력이 모자라긴요! 작가님 짱이에여ㅜㅜ 외전은 백도로 이어질까요 찬디로 이어질까욬ㅋㅋㅋㅋㅋ 궁금해여 얼른 오세요!
10년 전
아양
(찡긋) 앞으로도 독자씨 많이 방.문 방.문 해주세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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