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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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혹 동 화 ; 왕좌의 게임
w. 영애
Ep. 05
< 집착 >
#1
"뭐라고? 하하하하 불쌍해서 어쩌나 우리 백현이형."
"몰라. 아오 박찬열 미친새끼.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미친놈아. 어제 갑자기 왜 나간거야?"
○○을 제 5국의 성으로 다시 데리고 온 다음 날, 백현이 씩씩거리며 세훈을 찾아왔다.
어제 세훈이 직접 전장에 나간 일을 듣고 찬열도 직접 군을 이끌고 백현의 마을을 쳐서 생각보다 피해가 크다고 투덜거리면서.
"그냥. 심심해서요."
"나도 나지만 너도 너다. 심심하다고 그렇게 철갑옷을 휘두르고 나가서 첫날부터 마을 하나를 없애고 오냐? 작은 마을도 아니고 꽤 사람이 많던 마을이더만."
세훈은 마시고 있는 와인잔을 가볍게 돌리며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어차피 피를 봐야하는 게임이면...화끈한게 더 좋잖아요?"
".....미친."
세훈의 말에 백현은 미친 놈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백현이 아주 어렸을 적부터 봐온 세훈이었지만 근 2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적응이 안 될 정도로 그의 잔혹성은 남달랐다.
준면은 권력이, 찬열과 백현은 재미가, 종인은 아름다움이 궁극적인 추구점이고,
피는 그에 따라 오는 부가적인 것인 반면 세훈은 피를 추구했다.
그는 그의 눈 앞에서 생명이 사라지는 것을 보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근데요 형."
"왜."
"...요즘은 피를 보는 게 예전만큼 재미 없어요."
"그런 놈이 어제 그 난리를 쳐놨어?"
"...내가 사람을 죽이는 게 싫은 가봐요."
"...뭐라는 거야 이 새끼는."
"내가 손에 피를 묻히면 나를 정말 경멸스럽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는데...그 얼굴이 뇌리에서 사라질 생각을 안 해요."
백현이 세훈을 알게 되고 나서 처음보는 모습이었다.
시선을 와인에 고정시킨 채, 혼잣말을 하듯이 읊조리는 세훈의 모습은.
그제서야 백현은 세훈이 말하는 사람이 누군지 깨달았다. ○○이었다.
백현이 원하는 목소리를 가진 그녀.
백현은 혼이 나간듯이 멍하게 앉아있는 세훈을 보며 피식 웃었다.
세훈은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휘말려서. 백현은 세훈이 느끼고 있을 그 감정이 짐작이 갔다.
사랑이었다. 세훈은 ○○을 사랑하고 있었다.
"그래서 당분간은 안 죽이려고요. 그러니까 마지막 일주일 전까지는 내 나라 쳐들어오지 마요."
백현은 낯선 세훈의 모습이 마냥 재밌었다.
앞으로 꽤나 힘들어할 세훈의 모습이 눈에 선해, 아끼는 동생한테 내어주는 선물이라 생각하고
사랑에 대해 알려줄까 싶었으나 그에게는 늘 재미가 우선이었다.
#2
○○이 준면의 성에서 벗어나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보인 건 세훈의 얼굴이었다.
정말 걱정했다는 눈빛, ○○이 일어나서 다행이라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세훈의 모습에 ○○은 소름이 돋았다.
가증스러웠다. 그녀가 이렇게 망가져가고 있는게 누구 탓인데, 그런 표정을 보인단 말인가.
○○은 그런 세훈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계속해서 눈을 감았다.
어떻게 해서든 그에게서 도망치고 싶었다. 벗어나고 싶었다.
그런데 그는 왕좌의 게임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잊었는지 계속 ○○의 침대 옆에만 붙어 있었다.
그녀가 아무리 그를 보지 않기 위해 꿈 속으로 도망을 쳐도 눈을 뜨면 그가 보였다.
"그만 자고 죽 좀 먹어. 너 이러다 죽어."
"......."
세훈이 계속 자기만 하려는 ○○의 몸을 억지로 일으켜 죽을 갖다댔다.
○○은 입을 벌리지 않았다. 먹지 않으면 죽는다는 세훈의 말에, 정말 굶어 죽어볼까 하는 생각도 스쳤다.
"한 숟가락만. 한 숟가락만 먹어."
○○이 세훈을 바라봤다. 그의 얼굴에는 걱정이 한 가득 담겨있었다.
그의 눈빛은 다정했고, 죽을 뜬 숟가락을 들고 있는 그의 손은 절박했다.
그의 분위기에 ○○이 그의 모습이 진짜일까 하고 의구심을 가질때면 어김없이 그날밤의 세훈이 옆에 앉아있는 세훈의 모습에 덧대어졌다.
그 때의 그 광기어린 표정, 그 거친 숨결과 손짓이 다시 생생하게 떠올랐다.
○○은 다시 차오르는 눈물과 분노에 세훈의 손을 거칠게 내쳤다.
"싫어! 싫다고!!"
존대도, 격식도 없었다. ○○에게는 세훈의 앞에서 그런 형식을 차릴 기운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리고 이대로가다가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
세훈이라는 존재 때문에 공포의 나날을 살아야하는 그녀의 모습을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었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한 번은 쏟아내고 싶었다.
그녀가 얼마나 큰 고통을 겪고 있는지.
그의 잘못된 집착이 그녀를 얼마나 망가뜨려 놓았는지.
"그날 밤에 날 그렇게 만들어 놓고..그런 짓을 해놓고 이제 와서 이렇게 다정한 척 하면 뭐해? 뭐하냐고!"
"........."
세훈은 울며 소리치는 ○○의 모습에 그대로 얼어버렸다.
평소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누군가 세훈에게 손을 뿌리치고 그에게 소리를 지른다는 것은.
○○의 격앙된 목소리가 성을 채우자 성의 온기가 사라졌다.
하인들은 세훈이 뒤틀려 또 일을 벌이지는 않을까 떨고 있었고, 대신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누구보다 가장 놀란 건 세훈이었다.
그에게 여자라는 존재는 늘 갖고놀다 버리면 그만인 일회용품이었다.
굳이 깊은 사랑을 ,진심어린 사랑을 주지 않아도 그의 권력과 매서운 성격에 빌빌대며 한껏 자세를 낮추는, 그런 존재들이었다.
그런데 ○○은 세훈에게 화를 냈다. 오늘 보고 내일은 보지 않을 사람처럼.
"달콤했다고? 그 밤이 달콤했다고? 나한테는 지옥이었어. 네가 탐하는 모든 곳이 아프고, 네가 나한테 남겨놓은 모든 흔적이 수치스러웠어. 그런데 그런 밤이..달콤해?"
"......○○○."
"내 이름 부르지마. 더러우니까."
처음에 세훈은 ○○이 이성을 놓아버린 줄 알았다.
너무 아파서, 잠시 정신을 놓아버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눈물에 싸여진 그녀의 눈동자는 그 어느 때보다 선명했다.
세훈이 기억하고 있는, 가장 밝은 그녀의 모습이었던 첫 만남 때보다도.
"○○아. 너 왜 그래."
"만지지마. 너 때문에 매일같이 피비린내를 맡아. 그래서 매일같이 속을 게워내. 그렇게 매일같이 피를 묻히는 손으로 어딜 만져. 더러워. 더러우니까 치우라고!"
피. 피라는 단어에 세훈의 속이 뒤집혔다.
○○을 위해 백현에게 쳐들어오지 말라는 이야기까지 한 그다.
그토록 좋아하는 살육도 ○○때문에 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 ○○은 더럽다며 소리를 질렀다.
".....더럽다고 했냐 너 지금."
"더러워. 가까이 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더러워 너."
'찰싹-'하는 마찰음이 방에 울려퍼지고, ○○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녀가 붉어진 뺨을 쥔 채로 세훈을 노려봤다. 세훈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더러워? 더럽다고? 이게 다 누구를 위한 일인데? 누구를 위해 묻히고 있는 피인데 네가 감히 나한테 더럽다는 말을 내뱉어?"
"나를 위한 일이라고 애써 포장하지마. 너 즐기고 있잖아. 사람 괴롭히는 거. 사람 죽이는 거."
세훈이 그대로 방을 박차고 나갔다. 성 안의 사람들이 모두 긴장한 순간이었다.
그들은 세훈이 당장이라도 성의 물건들을 부수며 칼부림을 벌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상대로 세훈은 방에서 나오자마자 복도에 장식되어 있는 모든 도자기들을 깨부쉈다.
그런데 그게 다였다.
모두가 세훈이 칼을 뽑을 때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런 그들의 예측을 비웃듯이 그는 그대로 그의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뺨 한 대로 끝나다니...오세훈 너 공주님 많이 좋아하는구나?"
재미있을 것 같다며 몰래 따라와서는 세훈과 ○○의 대화를 모두 지켜 본 백현이 웃으며 말했다.
다른 여자였으면 진작에 목이 베였으리라.
아니 그 이전에, 세훈이 저렇게 간호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겠지.
"근데 우리 공주님은 화내는 목소리도 예쁘네? 더 갖고 싶게."
#3
○○이 다시 눈을 떴을 때, 하늘은 지는 태양의 붉은 흔적에 물들어 있었다.
세훈에게 맞은 뺨이 아직 얼얼했다.
하고 싶은 말은 모두 쏟아내었지만 훗일이 걱정되었다.
그녀가 어떤 해코지를 당하거나 고통 받는 것은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어린 경수가, 오매불망 ○○을 그리워하고 있을 경수가 눈에 밟혔다.
미치치 않는 이상 왕좌의 게임이 시작된 지금 경수에게 나쁜 일을 저지르지는 않겠지만, 세훈은 미쳐 있었다.
그가 하고자 마음 먹으면 못할 것이 하나 없었다.
○○은 답답한 마음에 침대에서 일어나 테라스로 향했다.
아무것도 먹지 않아 어지러움에 휘청거렸지만, 이내 중심을 잡았다.
테라스에서 보이는 성 밖의 풍경은 암담했다.
어디서 또 교전이 있었는지 부상을 입은 병사들이 한가득 성 안으로 들어왔고,
거리의 여인들은 울고 있었으며,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멍한 표정으로 거리를 서성거렸다.
게임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스쿠프를 잡아 화면을 보니 다섯 나라의 국경 인접 마을은 모두 쑥대밭이 됐다.
세훈이 직접 나섰던 첫 날, 제 1국의 국경마을은 몰살당했고, 제 3국의 국경마을 역시 찬열이 쓸어버렸다.
제 2국, 4국, 5국의 국경마을들 역시 두 나라만큼은 아니지만 망가질 때로 망가졌다.
"웃기지?"
낯선 목소리에 ○○이 놀라 뒤를 돌았다. 백현이었다.
"워워. 난 몰래 들어오거나 그런거 아니야. 오늘 세훈이 손님으로 온 거라고."
"....제 방에는 무슨 일로.."
"그냥 공주님 얼굴 좀 보고 가려고."
백현이 아이처럼 생글생글 웃으며 ○○에게 다가왔다.
○○은 그의 말이 거짓임을 느꼈다.
이곳에 와서 ○○이 뼈저리게 깨달은 한 가지는,
다섯 왕을 비롯한 이 대륙의 모든 사람들은 그녀에게 일련의 '목적' 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뭘 그렇게 보고 있어?"
"...사람들을 보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누군가를 경계할 힘이 남아있지 않은 ○○은 백현이 넌지시 걸어오는 물음에 조용히 답을 달았다.
그녀는 세훈과 준면 둘만으로도 버거웠다.
"사람들?"
"....웃기지 않습니까?"
"...뭐가?"
"분명 왕좌의 게임인데, 왕좌에 앉기 위한 왕들의 싸움인데 죽어나는 건 백성들이니 말입니다."
"......"
"국경의 마을들이 무너지고, 여인과 아이들이 남편과 아비를 잃을 때 정작 왕들께서는 한가로이 숲에서 사냥을 하고, 성에 모여 아무렇지 않게 식사를 하고...."
"......"
"분명 서로 물고 뜯어야하는 것은 왕들인데, 살면서 왕좌 근처에도 가볼 수 없는 이들이 죽어나고 있으니 참 웃긴 일입니다."
"왕좌의 게임. 처음인가 그대는?"
"예. 제가 살았던 왕국은 본 대륙과 떨어진 작은 섬의 독립국이었으니까요."
"아...그래."
꽤나 진지하게 그녀의 상념을 털어놓는 ○○의 말이 백현의 귀에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의 귀에 들리고 있는 건 오로지 목소리. 그녀의 달콤한 목소리였다.
그래서 그녀가 말을 할 수 있게 질문을 던지고, 그녀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 그녀의 그 노랫소리가 너무 듣고 싶었다.
귀가 녹아버릴 것 같은 그 목소리,
백현이 살면서 단 한 번만 더 듣게 해달라고 신께 빌었던 그 목소리를 미친듯이 듣고 싶었다.
"그럼 내가 그 웃긴 모순에 대한 비밀을 알려 줄테니까 내 부탁 하나만 들어주면 안 돼?"
"...어떤 부탁 말씀이십니까?"
"나 그 노래 한 번만 불러주라. 네가 사람들을 치료할 때 부르는 그 노래."
백현이 그녀의 노래를 들은 적이 있을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한 그녀였기에 ○○의 눈이 커다래졌다.
"비밀은 안 듣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러니 부탁하지 마십시..."
"안 들어줄거야? 왜? 좀 들려주지 그냥?"
장군을 되살려낸 후 ○○은 그녀의 능력이 무서웠다.
죽은 이를 살려낼 수 있는 능력이라면, 그 어디에 어떻게 악용될 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 능력을 최대한 아끼기로 마음먹었다. 쉽게 보여주지 않겠다고.
그런데 그런 그녀의 능력을 백현이 무섭게 요구했다.
생글생글 웃고 있는 얼굴은 변화가 없었지만 그 얼굴에 담긴 분위기는 180도 돌변해있었다.
아까의 그 다정함은 사라지고 ○○에게 노래를 요구하는 강압과 살벌함이 웃음에 담겨 있었다.
"싫습니다."
"...그래?"
○○은 계속 노래를 거부했다. 그러자 백현이 그녀의 협탁 위에 놓여 있던 거울을 던져 깨트린 후, 깨진 거울 조각을 손에 쥐었다.
"지금 뭐하시려는 겁니까!"
불길한 예감에 ○○이 그의 손을 잡아 막으려 했지만 한 발 늦었다.
백현은 소름돋는 살 찢는 소리와 함께 거울조각으로 그의 손목을 깊게 벴다.
피가 철철 쏟아졌다.
"이래도...이래도 안 불러줄거야? 나 이러고 있으면 죽는데."
○○은 어찌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얼마나 깊게 벤 것인지 백현의 손목에서는 어마어마한 양의 피가 쏟아지고 있었고,
점점 고통이 심해지는지 백현의 얼굴에 핏기가 사라지고 있었다.
"나 여기서 죽으면 일 엄청 복잡해져. 왕좌의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왕이 다른 나라에서 죽는게 아무 문제가 안 되는건 마지막 일주일 밖에 안 되거든."
그 말은 백현이 이곳에서 죽으면 제 2국과 제 5국 사이에 어마어마한 피바람이 불게 될 것이라는 말이었다.
○○에게 다른 선택권은 없었다. 그녀는 백현을 무조건 살려야만 했다.
그녀는 그에게 다가가 그의 손목에 그녀의 머리카락을 감고, 백현이 그토록 듣고 싶어했던 노래를 불렀다.
"꽃아, 밝게 빛나렴.
네 힘이 빛을 발해
시간을 되돌려
한 때 내 것이었던 것을 돌려주렴.
상처를 치료하고
예정된 운명을 바꿔
잃어버렸던 것을 찾고
한 때 내 것이었던 것을 돌려주렴.
한 때 내 것이었던 것을"
○○의 목소리를 듣자 백현은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이 목소리였다. 그가 너무나도 듣고 싶었던 목소리.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르면서 애타게 울부 짖었던, 들려달라고, 가지 말라고 울부 짖었던 그 목소리.
다시는 들을 수 없을 것 같았던 그 목소리.
#4
"공주님 제발..제발 소녀들 살리는 셈치고 한 번만, 한 번만 다녀와주십시오."
"...싫어."
"공주님, 공주님 저희 죽습니다. 정말 죽어요..."
백현이 성을 떠나고 난 뒤, 시녀들이 몰려와 ○○에게 애걸복걸하며 세훈의 방에 가달라고 부탁했다.
문을 잠궈놓은 채로 방의 물건들을 다 부수고 있는 것 같다고.
그 광기의 불똥이 언제 하인들과 성의 다른 사람들에게 튈 지 모른다고.
"...그대들은 살아아야하고, 상처받지 않아야 하는데 나는 괜찮다는거야?"
"아,아닙니다. 그것이 아니오라..."
한껏 예민해져있던 ○○은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짜증났다.
시녀들은 돌려 말했지만 '우리가 살아야하니 당신이 들어가 수습을 해달라' 는 말을 하고 있었다.
'당신이 이 성에서 죽을 확률이 가장 낮은 사람이잖아요' 라는 눈빛으로.
"비켜."
"가,가시게요 공주님?"
○○은 비틀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나 어지러움을 참고 세훈의 방으로 향했다. 시녀들이 그 뒤를 따랐다.
세훈의 방에는 하인과 대신들이 서성거리며 불안해하고 있었고, 세훈이 물건들을 부수는 소리가 문 밖까지 크게 들렸다.
○○이 등장하자 문 앞에 있던 사람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우리는 살았다. 이런 표정들이었다.
"....폐하."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일으킨 아침의 행동이, ○○과 세훈을 다시 엮고 있었다.
그녀는 그 사실이 너무 괴로웠다.
대체 얼마나 발버둥을 치고 발악해야 그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
물건을 부수느라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세훈은 멈추지 않았다.
"폐하!"
○○이 문을 두드리며 큰 소리로 세훈을 불렀다. 소리를 지르고 나니 머리가 더 어지러웠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지만 주위의 시선이 있기에 그녀는 이를 꽉 물고 버텼다.
이번에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는지 더 이상 물건을 부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입니다. 문 좀 여시지요."
잠깐의 정적. 그 후 세훈이 잠금장치를 푸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라는 표시였다.
○○은 한동안 망설이다 결심한듯 문을 벌컥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5
일주일 넘게 이 성에 머물면서 ○○이 단 한 번도 들어가보지 못한 세훈의 공간은 그의 광기로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성한 가구가 하나도 없고 천은 거의 다 찢어져 있었다. 바닥도 유리조각과 여러 파편으로 뒤덮여 난장판이었다.
"...지금 뭐하시는겁니까."
".....뭐하는 것 같아 보여?"
"그만하십시오. 주위에서 걱정합니다. 어찌됐든 한 나라의 왕이십니다.
폐하께서 잘못되시면 나라 또한 흔들리는 법입니다. 시녀들을 들여 방을 치우게 할테니 그만 하십시오."
"....너는? 너는 나 걱정 안 해?"
세훈이 분노어린 눈빛으로 ○○을 바라보며 말했다.
"난 지금 미치겠는데. 막 미쳐서 돌아버릴 것 같은데 넌 왜 내 걱정 안 해? 난 너 때문에 돌아버리겠는데 지금!!"
"그럼 그냥 돌아버리던가! 너 이미 미친놈이야. 미칠대로 미쳤다고!"
○○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녀를 향한 세훈의 그 집착에 맞서 싸우고 싶었다.
더 이상 홀로 당하고 있기 싫었다.
그녀의 목이 잘리는 한이 있어도, 끝까지 대항하고 싶었다.
"자꾸 네가 생각나. 미친듯이 생각 나. 너 때문에 화가 나서 이렇게 물건을 부수고, 피를 보지 않겠다고 다짐도 하고, 생난리를 치는데 계속 네가 생각난다고!"
"......."
"나도 미치겠는데..미치겠는데 이 감정이 뭔지 혼란스러운데...네가 뭔데 나한테...나한테!!!!!!!"
○○은 세훈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헷갈렸다.
그가 내뱉고 있는 저 말들이 진심인지.
그런데 감정을 토해내던 그가 갑자기 심장을 부여잡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가,갑자기 왜..."
"지금....며....몇....몇..시....윽..."
○○이 시간을 보기 위해 시계를 찾아 헤맬 때, 12시를 알리는 시계탑의 종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순간,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새로운 세훈이 등장했다.
"안녕하세요 공주? 우린 초면이죠?"
오늘도 안 보면 후회할걸~? 어마어마한 소식이 있거든요 |
안녕하세요, 영애에요! 아이고 정신이 없네요ㅠㅠㅠㅠㅠㅠ 세훈이의 모티브가 신데렐라였던 이유는 저거랍니다~ 이 이야기는 차차 풀어가도록 하고....
저번 편 댓글 보니까 다들 여주 불쌍하다고 어쩌냐고 걱정 많이 해주셨는데~ 경) 6회에 왕자님 등장 7,8화 러브러브 (축 하하하하하하하 올리고 싶어서 미치겠어요.. 과연 여주의 왕자님은 누구일까요~?
아 인물별 분량 배분에 대해 말씀드리면, 겨..경수는 아마 분량이 조..조금..음...아무래도 여주랑 떨어져있어서..ㅠㅠㅠㅠㅠ 오해하지마요 나 됴덕이에요ㅁ7ㅁ8...
저번 편에 댓글로 힘내라고 많이 해주셔서 열심히 힘내는 중입니다! 고쓰리 열심히 불태울게요~ 불태우다 터진 눈의 실핏줄이 회복될 생각을 안해서 혼자 공포영화 찍고 있긴 합니다만... 친구들이 나를 거부해요....나쁜뇬들 흥흥!!!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린 그럼 일요일에 왕자님이랑 만나요!♥ 시간대 투표가 10~11시랑 11~12시가 차이가 너무 안 나서 10~12시에 올릴게요..ㅋㅋㅋㅋㅋㅋ알라뷰
늘 댓글 달아주시고, 따뜻한 말 한마디 남겨주셔서 정말정말 너무너무너무 고맙고 사랑해요♥♥♥ 댓글 안 남길거면 추천이라도 꾹 눌러주기ㅠㅠㅠㅠㅠ
+) 또 초록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고마워요 정말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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