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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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혹 동 화 ; 왕좌의 게임
w. 영애
Ep. 06
< 그의 세상으로 >
#1
".....장난치지마."
"아, 세훈이가 말 안 해줬나요? 아...말했을리가 없구나."
".....당신 누구야?"
"글쎄. 누구라고 해야하나. 난 이름이 없거든요."
12시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세훈이 사라져버렸다.
세훈의 목소리로, 세훈의 표정으로, 세훈의 겉모습으로 말하고 행동했지만 ○○은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세훈이 아니었다.
세훈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는 부드러움과 격식을 갖춘 사람이었다.
눈에서는 다정함이 묻어 나왔고, 잔뜩 경계하고 있는 ○○을 향해서도 계속 미소를 띈 채로 말을 했다.
"아직 세훈이가 말 안 했는데 내가 먼저 해도 되나? 뭐 공주니까 괜찮겠죠?"
"......."
"많이 혼란스러운 거 알아요. 많이 놀랐죠? 어디 앉아서 얘기했...방이 왜 이래요?"
어디 앉아서 얘기하자며 원래 테이블이 있었던 자리로 ○○을 안내하려던 그는 쑥대밭이 되버린 방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오세훈 대체 뭔 짓을 한 거야..."
"....당신 정체가 뭐에요? 대체 이게 무슨..."
"힘들어보여서 앉히려고 했는데, 급한대로 그냥 서서 들을래요? 괜찮겠어요?"
"....네."
그는 한없이 다정했다. 그 외양이 세훈이었던지라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다는 걸 제외하면.
"우리 집안 저주에요. 왕위를 이을 왕자가 받는 저주."
"저..주요?"
"그 구체적인 이야기는 설명이 너무 길어지니까 결론만 말하면, 제 5국의 왕자는 태어난 순서와 관계없이 이 저주를 받은 사람이 왕위에 올라요.
한 몸에 두 개의 자아가 공존해야 하는 저주."
"....말도 안 돼."
"맞아요 믿기 힘들죠. 그래서 왕족들만 쉬쉬하는 비밀이에요.
12시를 알리고 아침 해가 뜰 때까지는 내가 그의 몸을 지배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공주가 알고 있는 세훈이가 자아를 지배해요."
"......."
"보다시피 우리 성격이 워낙 달라서 감추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지만, 나름 살만 하답니다."
그가 예쁘게 웃어보였다. 이제서야 ○○이 품고 있던 의문의 실타래가 하나씩 풀렸다.
어울리지 않게 일찍 잠을 청하는 세훈의 모습,
완벽한 폭군인 그가 다스림에도 불구하고 무너지지 않고 강성하는 제 5국의 모습까지.
"정무는 당신께서 보셨겠군요."
"빠르시네요. 예. 정무는 제가 새벽에 봤습니다."
그는 부끄러운듯이 살짝 얼굴을 붉히며 웃었다.
순수한 사내라고 ○○은 생각했다. 가여운 사내이기도 했다.
그가 행한 일들에 그의 이름을 남길 수 없고, 그의 존재를 그 누구에게도 알려서는 안 되는 그가 가여웠다.
"....도망가십시오 공주."
"...예?"
"세훈이는 공주를 사랑합니다. 아주 많이요. 같은 몸을 쓰는 내가 장담할 수 있습니다."
"......"
"그런데 공주를 향한 그 사랑의 집착이 공주를 전부 갉아 먹을거에요. 공주가 원래 어떤 사람인지를 잊어버릴만큼."
"......"
"그의 입김이 닿지 않는 곳으로 떠나요. 그곳이 어디든, 어떤 어려움을 만나던 간에."
"......"
"새벽에 공주의 방에 찾아가 공주를 여러 번 보았습니다. 그런데 나날이 야위어가고, 처음 봤을 때의 그 예쁜 미소도 점점 사라져가더군요."
맞는 말이었다.
작은 일에도 꺄르르르 소녀처럼 웃던 ○○은 경수와 헤어져 이곳에 온 뒤로 웃음을 잃어갔다.
세훈이 끔찍한 상처를 새겨놓은 그날 밤 이후에는 아예 웃는 법을 잊은 사람처럼,
혼이 나간 인형처럼 말없이 앉아만 있기도 일수였다.
"난 그대가 망가지는 걸 보고 싶지 않습니다."
"......."
"도망가요. 제발."
#2
○○은 숨을 헐떡거리며 어마어마한 속도로 말을 몰아 제 2국으로 향했다.
가엾은 사내의 말을 듣고 방으로 돌아왔을 때, ○○은 깜짝 놀랐다.
거울 속의 그녀는 그녀가 아니었다. 예전의 밝고 당당하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는 병약해 보였고, 삶의 의지도 없어 보였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그녀 스스로를 잃어버릴 것 같았다. 어디로든 도망가야했다.
그의 말처럼 세훈의 입김이 최대한 닿지 않는 곳으로.
한참을 고민했다. 어디로 가야할지.
현실적으로 그녀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었고, 다른 4개의 왕국 중 어딘가로 몸을 숨겨야했다.
그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았지만 지난 날, 병사들에게 쫓기는 ○○을 구해준 종인이 생각났다.
지금 ○○에게는 그가 최선이었다.
"....누가 어딜 왔다고?"
"그 사람을 살린다는 공주께서 국경지대에 홀로 말을 끌고 오셔서는 폐하를 뵙게 해달라고 하신답니다."
평소처럼 평화롭게 아침식사를 하던 종인은 전령이 들고온 꽤나 흥미로운 소식에 보고 있던 스쿠프의 화면을 껐다.
게임이 돌아가는 상황을 주시하며 작전을 세우고 있던 그였는데, 그에게 보물이 제 발로 걸어들어왔다.
"당장 이리로 데려와. 예쁜 것이 상하지 않게."
#3
"숲에서 본 이후 처음이지 우리?"
"예, 폐하."
"여전히 예쁘네, 공주는."
우여곡절 끝에 ○○은 제 2국의 성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아름다움에 미쳐있는 종인의 취향을 반영하듯 그의 성은 ○○이 보아왔던 그 어떠한 건축물보다 아름다웠다.
"제가 이곳에 온 건..."
"쉿. 말 안해도 알아. 오세훈 성격이 워낙 거지같아야지. 내가 여자여도 못 버텼을걸?"
"......"
"그로부터 숨겨주면 되나? 그게 목적일 것 같은데."
"....예."
종인은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듯이 부드럽게 웃으며 ○○의 잔에 차를 따라주었다.
종인이 뿜어내는 나른한 분위기와 새벽을 달려온 피곤함 때문에 긴장이 풀린 ○○은 순순히 그가 따라주는 차를 받아 마셨다.
"근데 있잖아, 공주."
"예?"
"..오세훈 못지않게 나도 성격이 거지 같아서 말이야."
"......"
"예쁜 걸 보면 가둬놓고 혼자 보고 싶어."
종인의 말에 ○○이 놀라 들고 있던 컵이 떨려올 때, 차에 들어있던 수면제가 그녀를 깊은 잠의 구렁으로 끌고 갔다.
"..이곳에서는 아무도 믿으면 안 돼. 절대. 그 누구도."
#4
○○은 어지러움을 느끼며 눈을 떴다. 갑자기 찾아오는 두통에 머리를 잡으려 손을 움직이려 하는데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손이 수갑으로 채워져 쇠사슬에 묶여 있었다.
"이게 무슨..."
정신을 차리고 기억을 되짚어보니 그녀가 기억하는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가둬놓고 혼자 보고 싶어' 라고 말하던 종인의 그 나른한 눈이.
주위를 둘러보니 그녀는 어두운 골방에 갇힌 듯 했다.
빛이라고는 아주 높이 달려 있는 작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한 줄기가 전부였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아 절망하고 있을 때, 종인이 들어왔다.
"안녕 공주님?"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공주를 계속 예쁘게 지켜줄 수 있는 짓이랄까?"
"그게 무슨!!!"
"안 돼. 그렇게 움직이지 마. 그럼 그 수갑 때문에 손에 상처나잖아. 난 예쁜 거에 상처나는 게 제일 싫어. 세상에서 제일."
"분명 숨겨주시겠다 하셨잖습니까!"
"응. 근데 내 방식대로, 내 마음에 들게 숨길거야."
"......"
"근데 있지. 내가 살짝 탐미주의적인 성향이 있어서 말이야. 상처난 물건은 아무리 가치가 있어도 취급을 안 해.
그러니까 지금 이 상태 그대로 유지해줘. 뭐 더 예뻐지면 바랄 게 없고."
차오르는 배신감과 종인의 미에 대한 패티쉬에 질린 ○○은 보란듯이 수갑을 거칠게 흔들어 손목에 상처를 냈다.
종인의 표정이 한없이 일그러졌다. 그가 ○○에게 가까이 다가와 그녀의 턱을 거칠게 잡으며 말했다.
"내가 말이야. 저주에 걸려서 70년동안 잠을 잤거든? 눈 떠 보니까 세상이 바뀌어있더라고.
근데 안타깝게도 내가 미칠듯이 사랑하던 여자도 변해버린거야.
쭈글거리는 주름이 가득한 할머니로. 그래서 죽였어. 아름답지 않았거든. 내가 늘 그려오던 그 아름다운 모습이 완전히 일그러져 있었거든."
"......."
"70년을 기다린 여인도 죽인 나야. 도발하지 말고 얌전히 있어."
종인은 잡고 있던 그녀의 턱을 거칠게 내치고 뒤를 돌아 문으로 걸어갔다.
○○의 부아가 치밀었다.
가엾은 그 사내의 말만 믿고 도망치겠다며 무모하게 성을 나온 그녀 스스로가 한심했고,
사냥터에서 한 번 구해줬다는 이유로 종인을 믿고 제 발로 함정에 빠진 스스로가 원망스러웠다.
또 그녀를 부드럽게 대하며 속인 종인이 가증스러웠고, 그를 위해 70년을 기다렸다는 그 여인이 가여워 화가 났다.
"그건 사랑이 아니야."
"....뭐?"
섞여버린 그 분노를 종인에게 쏟아내듯 ○○은 거칠게 울부 짖었다.
"여기 왕들의 특징인지 모르겠는데 그딴 식으로 너희 스스로를 합리화하지마.
진짜 사랑이었으면 그렇게 못해. 진짜 사랑이었으면 70년을 기다려준 그 여인이 가엾고 고마워서 얼굴도 제대로 못 쳐다봤을거라고.
근데 넌 죽였잖아. 그건 사랑 아니라고. 그냥 너 미쳤다고, 몹쓸 놈이라고 인증한거야 너 스스로."
#5
"괜찮으십니까?"
"....응."
"....그 분께까지 속여야 합니까?"
"....그 여자니까 속여야지. 알아서 좋을 게 없잖아 피차."
"허나 아까처럼 그런 말도 안 되는 언사..!"
"쉿. 괜찮아. 그러니까 주변 경계나 강화해. 그리고 티내지 말랬잖아. 이왕 시작한 연극이면 피날레까지 멋지게 마무리해야지 않겠어?"
"....예, 폐하."
종인은 탁자 위에 놓여 있는 작은 액자를 어루만졌다. 그가 죽인 그녀의 자화상이었다. 참 예쁘게 웃던 여인이었다.
"....대체 왜....대체 왜 그렇게 떠났어 대체 왜......"
종인은 액자를 품에 넣고 오열했다.
#6
○○은 울다 지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가엾은 사내는 세훈 때문에 그녀가 망가지는 거라고 했다.
○○도 그렇게 믿었다.
그런데 그녀를 망치고 있는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 세계 자체가 그녀에게는 독이었다.
절망과 무기력감에 손가락 마디 하나 움직일 수 없어 바닥에 쓰러져 있는데 발소리가 났다.
누가 들어오던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기에 ○○은 눈을 감았다.
울다 지쳐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보이도록.
"...자나?"
"......"
"자나 보네."
종인은 열쇠로 수갑을 풀고 챙겨 온 담요를 ○○에게 덮어주었다.
자는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니 얼굴이 많이 야위어 있었다.
처음 봤을 때, 안 그래도 마른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살이 얼마나 빠진건지 손목이 당장이라도 부러질 것 같았다.
담요를 목 끝까지 끌어올리는데 ○○이 눈을 감은 모습이 종인이 사랑하던 그녀와 닮아 있었다.
얼굴이 닮은 건 아니었지만 풍겨나오는 분위기가 참 닮아 있었다.
"대체 얼마나 고생을 한 거야. 왜 이렇게 야위었어."
"....."
○○은 너무 당황스러웠다. 눈을 감고 있는데도 그의 표정이 어떨지 느껴질만큼 종인의 목소리와 손길이 다정했다.
미친듯이 미를 추구하는 싸이코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도 세훈처럼 이중인격이라도 있는걸까. ○○의 머릿속이 혼란으로 뒤덮였다.
"아까 거칠게 대해서 미안해. 난...연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거든 지금."
"......"
"그러니까 너무 상처 받지도, 스스로를 옭아매지도 마."
"......"
"자고 있을 때 말해서 아무것도 안 들리겠지만."
○○의 기분이 이상했다. 심장에서부터 뭔가 울컥하는 감정이 계속 올라왔다.
"몇 주만 이곳에서 참아줘. 버텨줘. 다시 그대의 왕국으로 돌아가게 해줄게."
"......"
종인이 ○○의 얼굴로 내려온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오랫동안 위로받지 못한 그 야속함이 풀어져서 흐르는 눈물인지,
다시는 받지 못할 줄 알았던 진심어린 따뜻한 손길 때문에 흐르는 눈물인지 알 수 없었지만,
눈물과 함께 ○○의 가슴에 맺혀있던 응어리가 녹아내렸다.
"..대체 얼마나 힘들길래 자면서도 울어."
"......."
".....나도 그대를 많이 힘들게 할거야. 날 많이 원망할지도 몰라."
"......."
"그럴 땐 참지 말고 울어. 다 울고 나한테 복수하겠다는 생각으로, 악으로 깡으로 살아 남아. 꼭.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포기 하지마 제발."
종인은 쉴새없이 흐르는 ○○의 눈물을 그의 손으로 훔쳐낸 뒤, 뒤따라 들어온 시녀에게 명령했다.
"지켜보다가 깨어나면 새벽이라도 방으로 옮겨. 그때까지 이 방도 따뜻하게 유지하고."
"예."
"...손에 난 상처도 치료해주고."
종인은 그녀를 덮고 있는 담요를 다시 한 번 확인한 뒤, ○○에게 말했다.
"미안해."
그 한 마디에 ○○을 둘러싸고 있던 모든 긴장과 고통의 감정이 한 순간에 끊어졌다.
본 대륙으로 넘어와 왕좌의 게임의 중심에 놓이게 된 이후 내내 듣고 싶었던, 그러나 그 누구도 해주지 않았던 그 한 마디에.
여러분이 생각한 왕자님은 누구였나요? |
영애에요! 시간이 되서 오늘도 왔어요~잘했죠?ㅎㅎㅎㅎ 여러분은 왕자님이 누구라고 생각하셨나요~? 세훈일 것 같이 몰아놓고 반전 때리는 나라는 여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훈이의 이중인격의 이해를 돕자면 2편에서 여러분을 부들부들하게 만들었던 그 날 밤의 세훈이는 우리가 익히 아는 세훈이에요! 새로 만난 사내는 착한 놈이랍니다 하하
내일 시간 되면 또 들고 오고, 안 되면 다음주에 만나요ㅠㅠㅠㅠㅠㅠ
늘 댓글 고맙고 사랑해요♥ 댓글 안 쓸거면 추천이라도 눌러줘요ㅠㅠ 요즘 고삼징 우울합니다...힘 좀 줘요 내 사랑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