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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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혹 동 화 ; 왕좌의 게임
w. 영애
Ep. 08
< 쓰디쓴 달콤함>
#1
"다 울었어?"
종인의 따뜻한 물음에 ○○이 훌쩍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종인의 품에 안겨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종인의 셔츠가 그녀의 눈물에 젖어 있었다.
"미,미안해요. 나 때문에 셔츠가..."
"아 괜찮아. 어차피 버려야하는 옷이었어."
종인은 미안해하는 ○○을 보며 활짝 웃었다.
따뜻한 햇살과 풀향기 그윽한 숲 속에서 마주한 그의 웃음은 그간 ○○이 받아 온 상처를 한 번에 씻겨 내릴만큼 청량했다.
환하게 웃는 종인을 따라 ○○도 살짝 미소 지었다.
"웃으니까 더 예쁘네."
종인이 ○○의 볼에 맺혀있는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그의 손이 그녀의 볼에 닿은 순간, 종인의 눈에 불안함이 스쳐 지나갔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의 모습에 그가 쓰고 있던 연극의 가면을 벗었지만 그게 옳은 것인지 아직 명확한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에게 더 큰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종인이 왜 연극을 하고 있는지, 왜 저주에 걸려 70년을 잠들어 있었는지,
그의 마음에 한없이 무거운 짐이 된 그녀와는 어떻게 된 것인지,
그 스스로도 받아들이기 힘든 곡절의 이야기들이 밝혀지면 ○○에게 너무 큰 짐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두려웠다.
휼의 말처럼 또 사랑에 상처받고 버려질까봐 두려웠다.
○○에 대한 마음이 어떤 것인지, 그 마음이 얼마나 큰지 종인은 알고 있지만 ○○의 감정은 확실하지 않았다.
종인은 그게 두려웠다.
단지, 그녀가 지금 너무 힘들어서 기댈 수 있는 존재에 대한 안도감을 사랑의 시작이라고 오인하고 있는 게 아닌지 너무 두려웠다.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아직 준비되지 않았으면 말하지 않아도 되요. 조급하게 조를 생각 없어요."
"....."
"그냥..그냥 내 옆에만 잊어 줄래요? 아까처럼...내가 한없이 무너질 때, 아까처럼 그렇게 안아 줄래요?"
종인은 다시 ○○을 꽉 끌어 안았다.
종인은 그의 품에 폭 안겨 그 얇은 몸을 종인에게 온전히 기대고 있는 그녀를 보며 깨달았다.
상관 없었다. 그녀의 감정이 종인의 것과 다르더라도 괜찮았다.
강한 척, 담담한 척 상처를 썩히고 있는 그녀가 그의 품에서 조금이라도 더 행복할 수 있다면, 더 웃을 수 있다면,
그의 상처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았다.
#2
"맛있어?"
종인의 물음에 ○○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나도 화창한 날씨와, 기분좋게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이 늘 성에 갇혀 답답해했을 것을 아는 종인이기에 그녀가 이 화창한 날씨를 즐길 수 있도록,
점심식사를 밖으로 가져오라는 명을 내렸다.
그런 그의 배려에 ○○은 조금씩 웃음을 찾아가고 있었다.
종인이 처음 보았던 그 때의 그녀처럼, 눈에 두려움을 한가득 안고 있지만 그 자태가 당당하고 명랑했던 그 때의 그녀로.
"폐하는 안 드세요?"
"응? 아...난 아까 먹은 다과가 아직 소화가 덜 되서. 나 신경쓰지 말고 얼른 먹어."
거짓말이었다. 예쁘게 차려입고 나온 ○○때문에 아침도 먹는둥 마는둥하고,
그 이후에는 성의 여러곳을 둘러보며 업무를 정리한 종인이었다. 다과를 즐길 시간 따위 없었다.
그런데 ○○이 앞에 있으니 밥이 들어가지 않았다.
입을 오물오물거리며 음식을 먹는 ○○의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마지막까지 가질 수 없고, 아니 어쩌면 평생동안 마음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녀를 이렇게 품에 데리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해서.
"저...폐하..."
"왜?"
"그렇게 빤히 쳐다보시면...저...못 먹는데...."
얼굴을 붉히며 쑥쓰러운듯 말하는 ○○의 모습이 예뻐서 종인은 큰 소리로 웃었다. 그는 그런 그녀에게 다정하게 눈을 맞추며 말했다.
"그럼 먹지 말고 나랑 놀까?"
종인은 ○○을 일으켜 좋은 곳이 있다며 그녀의 손을 잡고 숲으로 달렸다.
그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뒤를 따르려 하던 휼에게 따라오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 뒤.
"폐,폐하. 저 숨이...숨이..."
"아, 미안!"
너무 갑작스럽게 달린 탓인지, 발걸음을 멈췄을 때 ○○이 숨을 헐떡거렸다. 종인은 조용히 서서 그녀가 숨을 고르기를 기다렸다.
"이제 괜찮아? 미안.."
"괜찮아요~근데 지금 어디..."
○○이 괜찮다며 웃어보이고, 어디로 가는 것이냐 물으려할 때가 되서야 둘은 서로가 손을 잡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종인은 이런 갑작스런 스킨쉽에 ○○이 부담을 느끼는 줄 알고 성급히 손을 빼며 사과했다.
"미안..내가 너무.."
횡설수설하며 어찌해야할 줄 모르는 종인을 보며 ○○이 피식하고 웃었다.
그녀는 당황해하는 종인의 손을 다시 꽉 잡았다.
놀란 눈으로 그녀를 응시하는 종인에게 ○○은 괜찮다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종인도 활짝 웃었다.
그녀가 가슴 설레하는 그의 그 아이같은 모습으로.
#3
"꺄악! 차가워요!!!"
종인이 장난기 어린 웃음을 지으며 ○○에게 시냇물을 튀겼다.
○○도 어린 소녀로 돌아간 것처럼 그에게 물을 튀기며 밝게 웃었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다.
"감기 걸리겠다. 이제 가자."
"..조금만 더 있으면 안돼요? 나 별 보고 싶은데..."
○○은 그녀도 모르게 새어나온 찡얼거림에 놀라 입을 막았다.
이곳에 온 이래로 단 한 번도 속을 드러낸 적이 없던 그녀다.
그녀가 느끼는 감정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그녀는 절대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야 경수에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단단하게 쌓아온 철벽을 종인이 단 몇 시간만에 무너뜨려 놓았다.
종인과 숲에서 보낸 그 몇 시간 동안 ○○은 그녀가 기억하고 있던 예전의 모습으로 완전히 돌아가있었다.
짖꿎은 종인의 장난에 소녀처럼 꺄르르 웃고, 맞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가슴이 뛰었다.
종인과 나누는 한 마디 한 마디에 계속 웃음이 새어나왔다.
종인의 앞에서 ○○은 왕국의 미래도, 왕좌의 게임도 온전히 잊은 평범한 젊은 여인이었다.
"그럴까? 그럼 여기서 조금만 기다려. 땔감 좀 구해올게."
종인은 말한 뒤 스스로 놀라는 ○○의 모습이 마냥 안쓰러웠다.
대체 얼마나 감정을 누르고 살아왔으면, 저 나이 또래의 여인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을 내뱉고는 저리 놀랄까 싶었다.
그는 ○○에게 절대 이곳에서 움직이지 말라는 당부를 한 뒤,
땔감과 먹을 열매들을 구해왔다. 땔감과 열매를 바닥에 내려놓자 ○○이 그에게 다가와 안겼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려요....난...난 또...혹시...."
○○은 울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녀에게는 홀로 종인을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나도 길게 느껴진 것 같았다.
종인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놀라 그녀를 꼭 안아 주었다.
종인과 숲을 거니는 동안, 예전처럼 밝게 웃고 편안해 보이기에 많이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의 가슴에 새겨진 상처가 종인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깊었다.
"난 절대 너 두고 어디 안 가. 마음대로 다른 곳으로 보내지도, 다른 누군가에게 보여주지도 않을거야. 내가 옆에서 손 꼭 잡고 안 놓을거야. 그러니까 울지마. 응?"
그렇게 종인이 한참을 달래고 나서야 ○○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눈물을 거두었다.
○○은 숲에서 홀로 종인을 기다리는 동안 너무 무서웠다.
아닐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종인이 그녀를 두고 떠나버릴까봐.
이제야 겨우 기댈 곳을 찾았는데, 이제야 겨우 마음 줄 곳을 찾았는데,
그런 그가 떠나버릴까봐, 그래서 그녀 스스로가 무너져버릴까봐.
#4
"안 추워?"
"괜찮아요~모닥불 덕에 따뜻해요."
"괜찮다는 사람이 그렇게 입술이 파래?"
모닥불을 피우고, 종인이 따 온 열매도 먹으며 ○○과 종인은 아이처럼 행복해했다.
그런데 별이 너무 예쁘다며 입을 다물지 못하던 ○○의 몸이 떨려오고, 입술이 파래졌다.
아주 쌀쌀한 날씨는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바깥공기를 마신 ○○에게는 그 쌀쌀함이 더 깊은 차가움으로 다가갔다.
그런 ○○에게 종인은 입고 있던 셔츠를 내밀었다.
"나 정말 괜찮아요! 반팔만 입으셨으면서 이걸 벗으시면 어떡해요! 빨리 다시 입으세요, 얼른!"
"괜찮다니까. 나 한겨울에도 이러고 잘 돌아다녀. 내 걱정 하지말고 얼른 몸이나 녹여."
종인이 그녀를 안심시켜도 ○○은 절대 안 된다며 종인을 나무랐다.
"그러면 이렇게 하면 되겠네."
종인은 모닥불을 사이에 놓고 마주보고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의 옆으로 갔다.
그녀에게 셔츠를 덮어주고는 팔을 벌려 그녀를 끌어안아 몸을 밀착시켰다.
○○의 몸이 그에게 기댈 수 있게.
"이렇게 붙어있으면 나도 따뜻하니까. 이제 됐지?"
갑작스런 종인의 행동에 ○○의 얼굴이 홍당무가 됐다.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으면서도 어깨를 감싼 그의 손과 그에게서 나는 좋은 향기가 그녀를 행복하게 했다.
"...좋다."
"응? 뭐가?"
"...이러고 있으니까...오랜만에...참 좋네요."
○○은 그에게 그녀의 몸을 기댄 채 눈을 감으며 말했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포근함이었다.
종인은 그런 그녀의 어깨를 더 세게 감싸 안았다. 그도 행복했다. 사실 종인도 ○○만큼이나 지쳐있었다.
그의 실제 모습을 감추고, 언제나 그가 만든 가면을 써야했다.
그가 꿈꾸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그가 바라는 온전한 평화를 갖기 위해서.
그런데 날이 갈수록 그 일이 버거웠다.
점점 가면의 무게에 짓눌리는 느낌이었다.
"....나도 참 좋다. 오랜만에..."
종인의 '오랜만에' 라는 말에 ○○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종인은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무엇을 듣고 싶어하는지.
"....난 왕좌의 게임을 없애고 싶어."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는지 ○○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런데 참 웃기게도, 그러려면 내가 왕좌의 게임에서 이겨야하더라고."
"......"
"그리고 그 게임에서 이기려면, 난 철저히 미친놈이 되야하고."
"......"
"그래서 미친 척을 했어. 광기 어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놈들이 벌이는 일들을 예상하고 대비하려면 나 역시 광기 어린 눈을 가졌어야 하니까."
"......"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지. 들키면 어떡하나, 어색하면 어떡하나."
"......"
"근데, 내가 굳이 '미친 놈'으로 보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세상 사람들 눈에는 미친 놈이더라고."
"......"
"70년을 나만 바라본 여인을, 저주에서 깨어나자마자 죽여버린 그런 미친 놈."
○○의 눈에 혼란이 가득했다. 아직은 종인이 어떤 의도로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온전히 파악하지 못한 것 같았다.
종인은 타오르는 모닥불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그녀는 그대처럼 대륙 밖에서 온 공주였어. 정말 많이 사랑했어. 내 모든 걸 줘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할만큼.
그런데 그녀와의 혼인을 앞둔 어느 날, 그녀가 갑자기 쓰러졌어. 이 대륙의 내로라하는 의원들이 모두 달려와 그녀를 진찰했는데
그 누구도 병을 알아내지 못했어.
그런데 의원을 따라온 한 노파가 그러더라고. 마녀의 저주라고.
그녀의 아름다움을 시기한 마녀가 저주를 건 것이라고.
그 저주를 없애는 방법은 생명의 나무에 매달려있는 황금사과밖에 없다고.
그 때 내 머릿속에는 그녀를 살려야한다는 생각밖에 없어서 무작정 생명의 나무가 있는 곳으로 갔어."
"....."
"물론 알고 있었어. 그 사과를 탐하면 어떻게 되는지, 어떤 저주를 받게 되는지.
내가 그런 저주를 받는 건 상관이 없는데, 한 가지가 너무 두려웠어.
70년이라는 긴 세월이 흐르고 난 뒤, 내가 눈을 떴을 때 그녀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닐까봐, 그게 너무 무서웠어.
그리고 그녀가 예쁜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도, 나를 닮은 아이를 낳는 것도,
그 아무것도 볼 수도, 일어날 수도 없는 꿈이 되버린 다는 것 또한."
"......"
"그래도 그녀를 살리는 게 우선이었어. 어떻게든 살려야했으니까. 그래서 황금사과를 땄어.
황금사과로 만든 즙을 마신 그녀는 언제 아팠냐는듯이 빠르게 되살아났고,
그녀가 마침내 눈을 뜬 순간, 나는 긴 잠에 빠졌지. 내가 사과를 따는 곳에 함께 있었던 내 호위무사 휼까지."
종인은 그 때의 아픈 기억에 가슴이 쓰려와 잠시 말을 멈췄다. ○○이 그녀의 어깨에 내려앉아있는 그의 손을 꽉 잡았다.
"그리고 의식이 돌아올 때, 마법처럼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어.
세월의 무게를 그대로 짊어진 목소리였지만 알 수 있었지.
완전히 눈을 떠 보니, 이제는 주름살이 가득한 할머니가 되어버린 그녀가 내 옆에 있었어.
다른 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어. 그냥, 내가 그녀의 늙은 모습이라도 볼 수 있다는 게,
잠에서 깨어나 가장 먼저 만난 게 그녀라는 사실이 너무 감사했어.
그리고, 70년이 지난 그 순간에도 내 옆에 있어 준 그녀가 너무 고마웠고.
그 고마움과 미안함에 내가 차마 그녀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을 때, 그녀의 입에서는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단어들이 흘러 나왔어."
"....."
"그녀는 깨어난 내게 마구 욕을 하면서 나를 원망했어.
내가 결혼을 앞둔 그 때, 이렇게 깊은 잠에 빠져버려서 그녀는 이 왕국을 갖지 못했다고.
황금사과까지 따내며 그녀를 살린 나의 이야기 때문에 다른 어느 왕국과도 혼인할 수 없었다고.
그녀가 원한 건 내 사랑이 아니라 내가 갖고 있는 왕좌와 힘이었는데 그걸 사랑이라고 오해한 내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망쳐 놓았는지 아냐고."
종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몇 년이 지났음에도 지나치게 생생한 그 기억은 떠올릴 때마다, 말할 때마다 그의 심장을 후벼팠다.
"그리고는 어디서 구해온 건지 내 손에 장검을 쥐어줬어.
너무 어리둥절하고 정신이 없어서 아무 생각없이 그 검을 받았는데 그녀가 내 손을 잡아다녀 그 칼로 그녀를 찔렀어. 내 손을 통해서, 그녀 스스로 죽은거지."
"......"
"너무 순식간이었어. 그녀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고, 나는 너무 놀라 그 검을 쥔 채 바들바들 떨었어.
그런 나를 보며 그녀는 웃었어. 그녀를 죽인 건 나라고 말하면서. 앞으로 평생 괴로워하라고.
그녀가 평생 괴로워한 것처럼. 그리고 그 순간, 시녀가 들어왔어.
그 시녀는 깨어난 나를 보고 놀라고, 내가 그녀를 찔렀다는 사실에 더 놀라서 비명을 질렀지. 누가 봐도 내가 죽인 것 같이 보였을테니까."
"......"
"머릿속이 뒤엉켜서 모든 것이 혼란스러울 때, 방으로 휼이 들어왔어.
그는 나보다 며칠 전에 의식을 찾았고, 남모르게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우리가 살았던 시대보다 먼 미래인 이곳의 상황을 파악했더라고.
과거에 비해 엉망이 되어버린 이 세계의 이야기를 듣고 난 나를 향한 그 분노를 이 세계에 대한 분노로 돌렸어.
그래서 다짐했어. 모순 덩어리인 이 세계를 내가 뒤바꾸겠다고.
그리고 그 모순의 한가운데에 있는 말도 안 되는 왕좌의 게임을 없애겠다고.
그러기 위해 백성은 안중에도 없는 그 광기어린 왕들과 싸우겠다고."
"......"
"그래서 연극의 무대 위에 섰어. 미(美)에 집착하는, 아름답지 않으면 70년을 기다린 여인도 순식간에 베어 버리는 광인의 가면을 쓰고."
종인이 말을 마치고도 둘은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종인도 울었고, ○○도 울었다.
그녀의 어깨에 둘렀던 손을 풀어 얼굴을 가리면서까지 서럽게 우는 종인을 보며 ○○의 가슴이 찢어졌다.
○○만 아픈 것이 아니었다.
그저 맑기만 한 줄 알았던 이 남자도 그 속이 문드러져가고 있었다.
○○은 종인의 손을 풀고 그녀의 손으로 그의 눈물을 훔쳤다.
"울지마요..나보고는 울지 말라면서 왜 이렇게 서럽게 울어요.."
"......"
"나 솔직히 말해서 엄청 혼란스러웠어요. 내가 폐하를 볼 때 느끼는 이 감정이,
단순히 결핍되어있던 애정을 충족시킨 만족을 사랑으로 착각하고 있는 건지, 진짜 사랑인건지."
"......"
"그런데 이제 알겠어요."
"......"
"....사랑해요."
"......"
"그리고 미안해요. 나만 아프다고 생각해서. 내가 제일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마냥 기대기만해서.."
"......"
"알아요 나 많이 부족한 거. 그래도...그래도...내가 그 상처 어루만져 줄테니까,
내가 같이 그 무거운 가면에 짓눌리지 않게 옆에 있을 테니까, 그렇게 혼자 아파하지 마요.."
종인의 뺨을 어루만지며 말하던 ○○의 눈에서도 다시 눈물이 흘렀다.
둘은 서로를 말없이 바라봤다.
한 마디도 오가지 않았지만 서로의 눈빛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
이제는 홀로 짊어지지 않겠다는 다짐, 무엇이든 함께하겠다는 약속, 이제는 행복해질 수 있다는 희망.
그 모든 것들이 그들의 눈에는 담겨 있었다.
"...사랑해."
종인의 입술이 ○○의 입술로 다가갔다. 부드러운 그의 입술이 ○○의 입술을 감쌌다.
그들의 키스는 너무나도 달콤했다.
눈물로 얼룩진 그간의 쓰디쓴 상처를 모조리 지워버리려는듯이.
오랜만이죠? |
진짜 오랜만이죠 우리? 주말연재가 참 힘드네요ㅠㅠ그래도 이렇게 왔으니까 예뻐해줘요♥ 지난 번 댓글에서 정말정말정말 많은 힘을 받았어요! 이런 걱정과 사랑을 나 같은 사람이 받아도 되나 싶을만큼이요!ㅎㅎ 특히 시 추천해주신 김종내꺼들님 정말 감사합니다♥ 다이어리에 옮겨놨어요 그 시..ㅎㅎㅎㅎ
댓글 남기셔서 저에게 힘을 주신 모든 분들 정말 너무너무너무 감사하고 사랑해요! 다들 워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