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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112> - 미스터몽룡 * "좋은 아침입니다!" 지구대로 들어선 의경 패거리들이 경쾌하게 인사했다. 자리에 앉아 한가롭게 손거스러미나 뜯고 있던 성열은 그들을 보더니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모두들 웃는 얼굴로 아침 인사를 주거니 받거니. 동료애가 넘치는 모습을 뚱한 얼굴로 지켜보고 있는데 그 사이에 껴있던 명수와 눈이 마주쳤다. 이크! 눈이 마주친 건 1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 마법의 시간이 풀리자 명수의 눈빛이 호기심으로 서서히 물들고, 톰에게 쫓긴 제리가 후다닥 쥐구멍에 숨는 것처럼 성열은 책상 밑으로 재빨리 몸을 숨겼다. 으악! 아침부터 김명수랑 눈 마주쳤어! 가슴이 벌렁벌렁. 스스로를 자책하며 꿀밤을 콩콩콩. 성열은 되도 않는 머리를 이래저래 굴리면서 과연 명수가 어떤 시비를 걸까, 하고 잠시 생각에 잠긴다. 아니나 다를까. 기다렸다는 듯이 책상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 …올 것이 왔구나.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성열은 입술을 꾹 깨물면서 망했다, 라고 입모양으로 중얼거렸다. 아이고~ 나는 역시 망캐인가 봐. 재빠르고 큼지막하게 아, 에, 이, 오, 우. 방정맞게 얼굴 근육을 풀더니 갑작스러운 인기척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책상 밑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야! 누구야!" 성열이 두더지 게임 속의 두더지처럼 뿅, 하고 모습을 드러내자 뿅망치 대신 아침 인사가 날아왔다. "굿모닝." 그곳에는 책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불량스러운 미소를 띤 명수가 서있었다. "근데 귀신 봤어요? 왜 숨어요?" "어…어? 내가 뭘?" "저랑 눈 마주치니까 이 밑으로 숨었잖아요." 명수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성열의 책상을 톡톡 두들긴다. 내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뜨끔. 일단 아니라고 무조건 잡아떼야겠다 싶어 바지 주머니를 급하게 뒤진 성열은 동전을 하나 쑥 꺼냈다. 운 좋게도 오백원이다. 오예! 자칫 십원이었으면 완전 제대로 창피할 뻔 했다. 그깟 오백원이 뭔지.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한껏 의기양양해진 성열이 명수의 눈앞에다가 동전을 바짝 들이밀고 끼를 부리기 시작했다. "아닌데? 아닌데? 그런 거 아닌데? 이거 떨어져서 주은 것뿐인데?" 신이 주신 깨방정으로 최대한 얄밉게 굴자 명수가 한심하게 쳐다봤다. 나이 먹고 그러는 거 쪽팔리지도 않아요? 우습고 유치해요. 그러더니 눈 깜짝 사이에 500원을 홱 낚아챈다. 어어? 성열은 휑한 자신의 손을 멍하게 바라보면서 그저 어버버 거릴 뿐. "고마워요, 이순경님. 날도 더운데 아이스크림 값에 보태서 잘 쓸게요." "뭐?" 화들짝 놀란 성열이 동전을 되찾기 위해 달려들자 몸을 잽싸게 틀어서 쓱 피하는 명수였다. "으아악!" 쿵. 책상과 정면충돌한 성열이 상체를 부르르 일으키면서 아픈 코를 부여잡았다. 코끝이 찡…. 눈물이 핑…. 원망 섞인 눈길로 쳐다보자 뻔뻔스러운 미소로 어깨를 으쓱이는 명수가 보인다. 내가 뭐 어쨌는데? 라는 것처럼. "야!!! 너 내 돈 안 내놔?!" "음? 이상하다. 저한테 주신 거 아니었어요?" "내가 주긴 뭘 줘! 일방적으로 낚아챈 거잖아!" "가져가라고 눈앞으로 내밀었잖아요." "그런 거 아니니까 곱게 말할 때 빨리 내놔." 빨랑. 두 번 말하지 않겠다는 듯이 명수의 가슴께로 손을 내민 성열이 독촉했다. 반대편 손으로는 부딪힌 코를 만지작거리면서. 뭐야. 어지간히 아픈가 보네. 명수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성열이가 귀엽기만 하다. "뺏을 수 있으면 뺏어보던가." 픽 웃은 명수가 오백원짜리 동전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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