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학창시절 연애에 '이동혁'을 심어드립니다.
1.
내가 정말 얼굴만 복도 오며가며 본 남학우=이동혁친구에게 고백을 받은 적이 있었음.
친하지도 않은데 받은 고백이라 당연히 거절하고 서로 번호만 교환했지만 그거 알리기 전에 내가 고백 받았다는 사실을 이동혁한테 알리고 싶은 거임.
이동혁 내가 교실 들어가자마자 어디갔다 오냐고 시비 터는데 거기에 대고 개 당당하게 야 누나 고백 받았다. 함.
안 믿을 줄 알았는데 갑자기 표정 존나 어두워지더니 누구한테? 이러는 거. 그래서 또 당당하게 네 친구 걔 있잖아 하고 설명해줌. 등신...
근데 이동혁이 갑자기 나 데리고 복도 끝으로 감; 자습 시간이라 사람도 없었는데 이동혁 표정 때문에 ㄹㅇ 개쫄았음.
"대답 했어?"
"했게 안 했게."
"무조건 싫다고 해."
"내가 왜 그래야 되는데?"
솔직히 좀 욱한 것도 있었음. 아니 거절은 했지만 자기가 뭐라고 그런 것까지 정하냐 이겁니다. 그래서 쫄아있는 와중에도 굳건히 물어봄. 괜히 속이 막 간질거렸음... 떨리고 후...
내가 그렇게 물어봐서 답답했는지 한숨 쉬면서 머리 쓸더니 하는 말이 진짜 오바 쳤음.
"너 빼고 내가 너 좋아하는 거 다 알아 등신아."
나는 그만 당황해서 가마니가 돼버렸고... 개당황해서 뭐? 이러는데 이동혁 존나 불도저임 미친...
"솔직히 나만큼 너 챙길 사람도 없지 않냐? 네가 나 지금 안 좋아해도 좋아하는 감정 생기게 해줄테니까 나랑 만나."
거기서 선택지가 뭐 있어요? 닥 오케이 쳐야지. 남들이 보기엔 엑 저게 뭐야 싶을 수도 있지만 나한테는 저 멘트가 최고였단 말임...
아무도 날 막을 순 없으셈...
2.
이동혁이랑 연애 시작하고 뭐 달라진 거 있냐고요? 글쎄여ㅋ 모르는 사람이 보면 티도 안 날 듯.
하지만 난 아는 사람이니까 다 알아. 우리 도녁이 마음 다 알아.
일단 학교를 매일 같이 감. 원래 내가 늦으면 먼저 갔었는데 이젠 무조건 기다려줌. 물론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음...
이동혁이 매일 문 앞에 있어서 이제는 넥타이도 까먹지 않음.
이동혁 학교 가는 길에 은근슬쩍 손 잡는데 진짜 개귀여워서 뽑은 전봇대만 66개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백할 때만 존나 불도저고 연애 시작하고 나니까 은근히 눈치 보는 거 진짜 재밌는데 나만 봤고 앞으로도 나만 볼 거임. 내 남자임.
그리고 또... 야, 너, 하는 것보다 이름 잘 불러 줌.
"성이름. 일어나 선생님 오셨어."
"야, 성이름 체육복 챙겼어?"
"성이름, 이거 오늘까지 적어서 내야 돼."
이름만 불러줬던 적은 아직 한 번도 없는 것 같음. 아까도 말했지만 은근히 눈치 봐서 ㅋㅋㅋㅋㅋㅋ 아 귀엽다 이도녁...
3.
이거는 내가 진짜 무덤까지 안고 갈 기억인데 나한테 고백했던 이동혁 친구랑은 연애 시작하고 나서도 연락하고 있음. 그냥 친구로.
걔가 이동혁 옛날에 이랬다, 얘기해주는 거 진짜 대유잼...
내가 자기 얘기 듣느라 맨날 핸드폰 보고 있는 줄은 모르고 이동혁은 내가 걔랑 연락하는 거 되게 싫어했음. 나같아도 그랬을 듯. 하지만 멈출 수 없어...
기말고사 다 끝나고 수업도 안 해서 반 분위기 엄청 풀어졌을 때 진짜 당당하게 핸드폰 책상위에 올려놓고 잔 적이 있음.
근데 카톡이 막 오니까 핸드폰에서 진동이 드륵드륵 울리는 거임. 존나 놀라서 깨가지고 답장하려고 핸드폰으로 손 뻗는데 이동혁이 내 손을 붙잡음.
잠 덜 깨서 멍하니 이동혁만 쳐다보는데 진짜 내 얼굴을 쳐다도 안 보고 얘기함. 그럴거면 손은 왜 잡았디야...
"답장 하지 마."
"왜?"
"뭘 왜야, 걔랑 연락하는 거 싫으니까."
"질투야 이거?"
"어, 그러니까 하지 말라고."
그 날 동혁이 귀에 소방차 불러야 되는 거 아니냐고 나대다가 이동혁 환멸나는 것까지 봤음. ㅋㅋㅋㅋㅋ
4.
개인적으로 이동혁한테 엄청 감동 아닌 감동을 받았던 날이 있음.
이동혁 가끔 입시 모의고사 같은 경기가 잡히는데 그 전 날이랑 당일은 학교도 안 오고 일정이 밤 12시 넘어야 끝이남.
구경가고 싶은데 못 가는게 한이었음. 제새끼가 경기를 하는데 제가 못 가는게 말이 됩니까...
근데 하필 경기가 내 생일날 잡힌 거임;; 눈치없는 경기 새끼...
이동혁 미안하면 하는 표정 있는데 그게 존나 귀여워서 그걸로 위안 삼음... 누나는 혼자여도 괜찮다 동혁아 세상 만물이 날 축하해주잖니 이 지랄...
그냥 잘 하고 오라고 응원하고 보냈는데 그래도 우울한 건 어쩔 수가 없었음.
친구 이동혁이 아니라 남친 이동혁한테 첫 축하 받을 수 있는 날인데! 왜 경기가! 게다가 오늘은 절대 볼 수도 없잖아! 엉엉. 야자 시간 내내 종이에 울부짖었던 걸로 기억함.
야자 끝나고 집으로 가는데도 신이 하나도 안 나서 그냥 터덜터덜 가고 있는데 집 앞에 이동혁이 서있는 거임. 처음에 ㄹㅇ 너무 보고 싶어해서 환영 보이는 줄.
케이크 박스 들고 왜 버스 안 타고 걸어오냐고 잔소리 하는데 솔직히 좀 울 뻔했다. 이건 그럴만 하잖아요...
"뭐야, 너 12시 넘어야 끝나잖아."
"대충 부탁하고 나왔어."
"뭐를?"
"여자친구 생일 지나기 전에 축하만 해주고 오겠다고."
그 때가 11시 좀 넘은 시간이었는데 내 생일 끝날 때까지 둘이 동네 산책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