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레오랑 켄이랑 싸우는썰
w.행정우편
"......이재환, 나와."
"......하......"
"나와, 얼른."
택운이 얼굴을 쓸어내리며 낮게 재환을 불렀다. 재환은 고개를 푹 숙이고 헤드셋을 벗었다. 좁은 녹음실 안에 재환의 한숨이 차올랐다. 젠장.
나머지 멤버들은 이미 제 파트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갔고, 옆방에서 랩메이킹을 하는 원식과 순서를 기다리다 지쳐 잠든 상혁만이 스튜디오에 남았다.
재환의 녹음을 위해 깔리던 MR까지 끊기자 스튜디오엔 째깍이는 시계 소리만이 일정하게 정적을 깨고 있었다.
끼익, 하고 녹음실 문을 열었다. 택운은 의자에 등을 한껏 기댄 채 신경질적으로 앞머리를 쓸어올렸다.
나가. 바람 좀 쐬고 오던가 해. 5분 안으로.
***
"장난해 지금? 몇 번째야! 녹음이 장난이야? 이렇게 대충 하려고 너 데뷔했어?"
상혁이 큰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다. 제대로 잡히지도 않는 흐릿한 시야에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방금 택운이 형 목소리....?
"무대 몇 번 서 보니까 녹음이 우습지? 노래가 우습지 지금!"
".......아니요."
"그럼 지금 뭐 하는 거냐고!"
맙소사. 택운이형이 이렇게 소리지르는 거 처음 본다.......상혁은 소파에 누운 상태 그대로 굳어버렸다. 역시 말 없는 형이 제일 무서운 거였어.
재환은 고개를 푹 숙이고 택운의 폭언을 견디고 있었다. 화내는 택운보다 더 화나는 건 재환 자신이었다.
목소리를 풀어야 할 때, 모아서 올려야 할 때를 다 알고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오락가락 제 마음대로였다.
컨디션 꽝인 오늘같은 날 녹음 스케줄을 잡은 택운이 미워지려고 했다.
"이따위로 할 거면 너, 가수 그만둬. 너보다 노래 더 잘하는 애들 널리고 널렸어."
"......."
" 그딴 실력으로 네가 어떻게 데뷔했는지 모르겠다. 나가. 네 파트 혁이한테 다 돌릴 거야."
"......형, 말이 심한 거 같은데요."
재환이 결국 참지 못하고 한 마디를 뱉었다.
아 형, 그러지 마요.......! 지켜보는 상혁은 죽을 맛이었다. 이대로 잠 자는 척을 해야 할 지, 일어나서 둘을 말려야 할 지 감이 오지 않았다.
"내 말이 심한지, 네 노래가 더 심한지 생각해. 오늘 아주 바닥이야."
"......."
택운은 의자에 걸쳤던 겉옷을 들고 일어섰다. 막 문을 열고 스튜디오를 나가려 할 때, 재환의 목소리가 들렸다.
"작곡만 한다고 형이 뭐라도 되는 줄 아는 것 같은데, 형도 똑같아요."
"......이재환."
"형이 해야하는 건 프로듀싱이지 명령이 아니에요. 그렇게 윽박지른다고 될 노래였으면 애초에 녹음 끝났어요."
형 제발......! 상혁은 재환의 입을 막고 싶었다. 택운은 손잡이에서 손을 떼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
"다시 말해봐."
***
"혁아, 왜 나와있어!"
"형......"
학연은 뺨에 눈물 자국이 선명한 채로 건물 밖에 서 있던 상혁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숙소에서 막 씻고 나오던 차에 스튜디오에서 걸려온 전화는 빨리 와달라는 상혁의 말만 남기고 꺼져버렸다. 아무 옷이나 대충 입고 밤거리를 달려온 탓에 학연의 귀는 빨갛게 얼어 있었다. 왜, 무슨 일인데!
"택운이 형이랑 켄형이랑 싸워요......"
상혁이 울먹거리며 말했다. 학연은 상혁을 끌어당기며 건물 안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렇다고 밖에 나와있으면 어떡해. 들어가자.
***
"세상에."
학연은 짓씹듯이 한 마디를 뱉었다.
엉망이 된 테이블과 서로를 노려보는 둘, 그리고 재환을 막아서며 둘의 싸움을 중재시키는 원식은
말하지 않아도 둘이 싸우는 중임을 여실히 알려주고 있었다.
참아요, 참아요 형, 하며 이리저리 휘두르는 재환의 팔을 잡는 원식은 학연이 오자 그야말로 구세주를 만난 듯
혀엉!! 하며 살려달라는 눈빛을 했다. 택운은 입술이 터진 채 배를 잡고 씩씩대고 있었고, 재환은 앞을 가로막는 원식을,
한쪽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하는 채로 떼내려 애를 쓰고 있었다. 학연은 팔짱을 끼고 잠시 심호흡을 했다.
"말로만 싸우는 줄 알았더니."
아니었네. 뭐하니, 너네?
학연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제서야 둘은 학연을 발견한 듯 했다.
택운은 잠시 학연을 쳐다보고는 다시 재환으로 사나운 눈길을 돌렸지만, 재환은 학연을 보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형형하던 눈빛도 푹 수그러들었다. 학연은 눈으로 스튜디오를 슥 훑어보고는 푹 한숨을 쉬었다.
"상혁아, 원식이 데리고 숙소 가서 약 좀 발라줘. 구급상자 어디 있는지 알지?"
네, 형. 상혁이 잠긴 목소리로 대답하는 사이 원식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 다친 건 또 언제 보고.
둘의 싸움을 말리다가 재환의 주먹에 스치듯 맞아서 뺨이 얼얼했는데 티가 났나 보다.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는데 그새 그걸 캐치한 걸 보면 역시 리더구나 싶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속으로만 감탄하는 원식의 팔을 상혁이 끌어당겼다. 가요, 형.
두 명분의 발걸음이 스튜디오 밖으로 향했다. 탁, 하고 문이 닫혔다.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자, 이제 말해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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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독방에서 싸움대란 났을 때 썼던 썰인데....독방에 한 두번정도 올렸던 조각이에염
분명 싸우는 썰인데 싸우는 장면이 많이 안 나온 건 함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