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연습실에서 거울을 보며 안무 연습을 하던 학연은 순간 두피까지 찌릿해지는 느낌에 털썩 주저앉았다.
"망했다......"
망할 놈의 히트싸이클......
왜 나는 주기가 일정하지 않은데?
w. 행정우편
학연은 일단 억제제를 왕창 샀다. 약국에 있는 억제제를 몽땅 다 털어서 가져온 백팩에 마구잡이로 쑤셔넣었다. 대충 벗어서 대기 의자에 던져놓았던 모자와 선글라스를 끼고 마스크도 하나 사서 얼굴을 다 가려버렸다. 아직 더위가 채 가시지 않았지만 학연은 두꺼운 후드를 뒤집어썼다. 머리는 띵하고, 할 일은 많고, 열이 올라서 초점은 안 맞고. 미칠 지경이었다. 약국을 나오기 전 거울을 보니 아주 가관이었다.
"......범죄자가 따로 없네."
남자 오메가는 밝혀져서 좋을 게 하나도 없다. 여자 오메가는 남자 알파들이 좋다고 달려들겠지만 너는 아니다. 남자 오메가는 게이가 아닌 이상 평생 억제제에 시달리며 살아야 한다. 게이 알파들이 많아 걸리기라도 하면 그날로 네 인생은 없다. 너처럼 주기가 일정치 않다면 더더욱. 부모님께 항상 들어왔던 말이다.
그래서 가수가 되려고 했다. 뭔가 지위가 있으면 꼬이는 알파들이 적을 것 같아서.
학연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더 빨리 놀렸다. 이제 한나절이 채 지나기 전에 제대로 히트싸이클이 올 것이다. 일주일동안 멤버들과 떨어져 지낼 숙소를 빨리 알아봐야 한다. 알파인 택운과 상혁이 있는 숙소는 히트싸이클이 올 때 제일 먼저 피해야 할 장소이다. 학연은 초조하게 신호등을 기다리며 베타인 원식에게 문자를 했다.
[식아 나 히트싸이클. 매니저 형한테도 말씀드려줘]
학연은 모자를 더 푹 눌러썼다. 일주일동안 혼자서 히트싸이클을 억제할 독방이 필요하다. 빨리.
신호가 바뀌었다. 학연은 뛰듯이 걸었다.
***
"방이 없어요?"
"미안해, 총각. 자네는 주기가 일정치가 않아서 방을 제때제때 비워 둘 수가 없어."
오메가들이 혼자서 히트싸이클을 보내는 센터에는 한 달에 일주일씩 자기가 쓸 방을 예약할 수가 있다. 오메가 보호 차원에서 만들어진 이 센터는 도시마다 한두 개씩 자리하고 있어 학연도 자주 사용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일정하게 자신의 주기에 맞춰 방을 쓸 수 있는 다른 오메가와 달리 학연은 운 좋게 방이 남을 때만 센터를 이용할 수 있었다. 학연은 절망스럽게 센터를 나왔다.
이제 세 시간 정도 남은 것 같다. 빨리 어디라도 들어가지 않으면 길 한복판에서 발정할지도 모른다. 학연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점점 주변을 스쳐가는 알파들의 향이 더 강하게 다가왔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이제 어디로 가지. 여관이나 모텔에라도 가야겠는데 이 주변에서 5년 가까이 살면서 모텔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식아어떡해센터에방이없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문자를 겨우 보냈다. 초조하고 급한 마음에 턱까지 덜덜 떨려오는 듯했다. 저는 베타라고 연예계에 알려져 있기 때문에 멤버들 말고는 아무한테도 도움을 구할 수가 없다. 학연은 인적이 드문 골목 담벼락에 기대 핸드폰만 꼭 쥐고 있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알파를 피해야 한다. 하지만 센터에는 자리가 없다. 혼자서 지낼 여관도 없다.
..........이제 숙소로 가는 수밖에 없다.제 방에 틀어박혀서 일주일동안 억제제만 배가 터지도록 삼키면 택운이나 상혁이도 덮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학연은 큰길가로 나가 택시를 잡았다. 아직도 머릿속은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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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들은 피곤해지면 자제력 더 잃는 거 알죠. 택운이형이랑 재환이형 내일 하루종일 스케줄 있는데........제가 방 알아볼게요 일단 숙소는 오지 마세요 진짜 위험하니까] [엔형 저 녹음실이라서 지금 숙소에 누구 있는지 몰라요 일단 오지 마요] [엔형 답장해요] [형 설마 숙소 오고 있어요?] [형 지금 상혁이 있대요 숙소 들어가지 마요] [일단 상혁이 녹음실로 불러낼게요 저랑 상혁이 쓰는 방 들어가서 문 잠그고 나오지 마세요] [형] [미치겠네 진짜] |
안녕하세요 행정우편입니다@.@
글잡에 되게 오랜만에 왔네요 저 기억하시는 분 손!!(하아ㅏㅏ아아ㅏ아아잇!!)
쓰차 풀린 기념으로 하나 들고왔져염
하편은 아마 불맠이 있을 거여요 혁엔인지 택엔인지는 안알랴줌
(쓰고나니까 되게 짧고 똥글이라서 도망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