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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의 연애
W. 참새의겨털
EP02: 슬픈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우진이의 카톡을 보자마자 불안감이 나를 엄습했음. 안 좋은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던데, 혹여나 내가 생각했던 불상사가 진짜로 일어나버릴까봐. 우진이가 나한테 무슨 말을 할지 자꾸 상상이 가서, 어쩌지 어쩌지 하며 입술만 연신 물어뜯을 뿐 우진이의 카톡에 답장 할 용기가 나질 않았음. 그러길 몇 분, 별안간 전화벨 소리가 울려댔음. 휴대폰 액정을 확인하자 [우진이] 라는 세글자와 전화번호가 띄워져있었음. 고민할 겨를도 없이 너무 놀라서 덜컥 받아버린 내가, 무어라 말을 하기도 전에 수화기 너머로 과묵하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음.
- 여주야.
나지막히 내 이름을 불러오는 우진이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간절해서, 왠지 모르게 울컥하고 눈물이 차올랐음. 애써 진정하고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침착하게 응, 우진아. 하고 대답했음.
- 카톡 확인 했어?
"응. 방금 보고 답장 하려던 참이었어."
- 언제 만날 수 있어?
"오늘은 일찍 끝나니까 저녁 먹기 전엔 만날 수 있을 거 같아."
내 대답에 우진이는 잠시 말이 없었음. 그러다 한 참뒤에 그럼 끝나고 연락 해. 데리러 갈게. 하는 우진이었음. 나는 알았다며 자연스럽게 밥은 먹었냐고 대화를 이어가고 싶었지만, 바보같이 알았다는 대답밖에 하지 못했음. 우진이는 항상 내가 먼저 전화를 끊을 때까지 기다려준다는 걸 알았기에 바로 통화종료 버튼을 빠르게 세 번정도 눌렀음. 전화가 끊겼음을 알려주는 00:00:20 이라는 숫자가 휴대폰 왼쪽 끝에서 깜빡 거렸음. 너랑 내가 전화로 말하는 시간이 30초가 채 되질 않는다니. 하며 또 슬픔에 잠기기도 잠시, 다음 수업 10분전을 알리는 알람이 울렸음. 한 숨을 쉬며 알람 종료 버튼을 누른 뒤, 라면 끓이던 물을 끄고 찬장을 열어 식빵 하나를 입에 물고 집을 나섰음.
집을 나오니 예고없던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음. 아침마다 우진이가 전화와서 오늘 날씨를 알려주곤 했는데. 그래서 비 오는 날엔 한 번도 우산을 빼 먹은 적이 없었는데.오늘 아침엔 그럴 시간도 여유도 없었네. 생각해보니 내가 먼저 연락할 틈도 없이 벌써 오후구나. 멍하게 내리는 비를 바라보다, 문득 차 뒷자석에 내팽겨져있던 접이식 우산을 떠올리고 차있는 곳까지 냅다 뛰었음. 짧은 거리 였음에도 옷과 머리카락이 흥건하게 젖어버렸음. 괜히 인상을 찌뿌리며 차에 타서 대충 빗물을 털어내곤 시동을 걸었음. 먹던 식빵도 신경질적으로 조수석에 던졌음.
수업할 학생의 집으로 향하다가 신호를 받는다고 기다리는데, 앞 유리에 다닥 다닥 하고 떨어지는 비를 닦는 와이어가 위잉 하고 움직이는 소리만 차 안을 울려댔음. 귓가에 빗소리가 더 진하게 울리면서 갑자기 코 끝이 찡해지더니 두 눈에 눈물이 후두둑 하고 떨어졌음. 너무 어이없이 눈물이 나서 뭐야, 나 왜 울어. 하며 눈물을 닦았음. 닦으면 닦을수록 하염없이 눈물이 났음. 결국 두 살먹은 어린아이처럼 소리내서 울어버렸음. 양 손바닥으로 눈을 꾹하고 누르며 진정하려고 해도 좀처럼 괜찮아지질 않았음. 빗소리가 더해져서 복잡하고 잔뜩 꼬인 내 마음을 더 아프게 했음.
빵- 빵- 하며 차 크락션 소리가 뒤에서 들리자, 다급하게 눈물 훔치던 손을 핸들로 가져다대고 악셀을 밟았음. 청승맞게 스물 셋이나 먹은 다 큰 어른이 눈물을 주륵 주륵 흘리면서 운전하는 꼴이 정말 우습기 짝이 없었음. 동네 고등학교를 지나는데, 남녀 고딩커플 한 쌍이 같은 우산을 나란히 쓰고 지나가는 것이 눈에 밟혔음. 보려고 한 건 절대 아니었고 그냥 눈에 스치듯 밟혔음. 그것도 몇 쌍이나 더 보였음. 그들을 보니 괜히 또 우진이가 생각났음. 비 오던 날 좁아 터진 우산 하나를 두고 실랑이하던 우리의 모습이.
"아, 진짜 존나 너무하네. 박우진,"
"우리 가는 방향도 다른데 내가 굳이 너를 데려다 줘야 할 이유는 없잖아?"
고등학교 2학년 때, 본격적으로 우진이랑 가까워지게 된 계기는 학생회였음. 둘 다 우연찮게 학생회를 지원해서 면접을 거쳐 운 좋게 붙었었고, 체육대회 뿐만 아니라 축제, 학교의 모든 행사가 잡혀있는 전 날에는 학교에 남아서 항상 회의를 했어야했음. 그래서 내일 있을 행사 때문에 학교를 늦게 마친 우리는, 갑자기 쏟아져 내리는 비에 당황하면서 우산을 찾아댔었고, 박우진은 태연하게 가방에서 접이식 우산을 꺼내들었음. 나는 아, 다행이네. 하면서 당연히 같이 쓸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박우진은 생판 모르는 사람 얼굴 보는 표정을 하고 나를 내려다봤었음.
"그 표정 뭐냐? 마치 뭘 넘보냐는 듯한 그 표정."
"뭘 넘 봐."
"허, 참나. 좀 씌워주면 안 돼? 그럼 나 이거 다 맞고 가?"
"다 맞기 싫음 조금만 맞고 가시던지."
씨익 한 쪽 입꼬리를 말아 올려 웃으면서 살짝 드러내 보이는 덧니는 오늘따라 얄미워 보였음. 나는 괜히 밉지 않게 눈을 흘기면서 박우진을 노려봤음. 우진이는 그런 내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더니 우산을 팡- 소리나게 펼쳤음.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진짜 먼저 가려는 줄 알고 멍청하게 가만히 서서 박우진의 뒷통수를 뚫어버릴 기세로 노려보고 있었음. 그러기도 잠시, 우진이는 뒤 돌아서 나를 보더니 말했음.
"뭐해, 안 와?"
"어,어? 뭐! 안 씌워준다며!"
"그러려고 했는데 혼자 쓰기엔 우산이 좀 크네."
항상 당돌하게 말하면서도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얼굴에 드러나는게 우진이의 매력이었음. 그렇게 나를 향해 활짝 웃으며 우산을 들고 있던 손을 한 번 까딱하는데, 어딘가 모르게 간지러운 기분이 들었음. 약간 얼굴이 화끈거리는게 더워지는 것 같기도 했음. 그냥 비가 와서 체온 조절이 안 되겠거니 했음.
엉거주춤 우진이한테 슬쩍 다가가자, 우진이는 내 어깨를 커다란 손으로 확 감싸서 자기쪽으로 바짝 끌어당겼음. 순간적으로 왼쪽 팔 부근에 우진이의 체온이 확 느껴지면서 얼굴이 다시 화끈거렸음. 내가 왜이러지 미쳤나 싶으면서도 우진이랑 이렇게까지 가까이 붙어있던 적도 없었던 터라 어쩔 줄 몰라했음. 그에 비해 우진이는 아무렇지 않게 여전히 내 어깨를 감싸 안은 채로 한 발자국 씩 발을 떼며 빗속을 헤쳐나갔음.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우진이도 그 때 예고도 없이 내 어깨를 잡아서 기분 상했을까봐 손을 뗼까 말까 고민은 수 천번도 더 했다고 했음. 그리고 내 발걸음에 맞춘다고 고생 좀 했었다고.
우리 둘은 말 없이 우산위로 두둑 두두둑- 하고 규칙적인 듯 하면서 불규칙 적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함께 걸었음. 그러다가 멀리서 차 오는 소리가 들리면, 우진이는 우산을 한 번 위로 슬쩍 들어서 확인하고는 나를 제 뒤로 세운 뒤 차가 지나가면서 튀기는 빗물을 곧이 곧대로 다 맞았음. 나는 처음에 깜짝 놀라서 뭐하는 짓이냐고 타박 했었는데, 우진이는 웃으면서 원래 비 맞는 거 좋아해. 라는 쓰잘데기 없는 말을 늘어놓곤 뭐가 좋은지 실실 거리며 다시금 내 어깨를 감싸서 우산을 씌워주었음.
"잘 가라."
"응. 너도."
"내일 보자!"
우리집 앞까지 나를 데려다 준 우진이는 끝까지 내가 비를 맞지 않게 우산을 기울여서 아파트라인 안까지 들이밀었음. 나는 조금 맞으면 어떻냐고 우진이를 밀어내면서 그만 가라고 했음. 그리고 내일보자면서 웃으며 나한테 손을 흔들던 우진이를 정면에서 보자, 그제서야 우진이의 왼쪽어깨가 흥건하게 젖어있는 것이 보였음. 내가 들어가지 않고 가만히 서 있자, 우진이는 왜 그래? 뭐 잊은 거 있어? 하고 물어왔음. 그 순간 만큼은 빗소리가 내 심장박동소리에 묻힐 정도로 크게 뛰고 있었다고 장담할 수 있음. 나는 고개를 연신 저으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빨리 가라고 했음. 그랬더니 우진이는 또 웃으면서 말했음.
"너 들어가는 거 보고."
나는 그 때 뭐라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그냥 뒤 돌아버리는 행동밖에 할 수가 없었음. 엘리베이터 앞까지 그렇게 멍하게 걸어갔음. 그러다 뒤를 돌아보았을 땐, 아직도 가지 않고 우산을 쓴 채 나를 쳐다보며 손을 흔들고 있는 우진이가 보였음. 나는 나중에 후회할까봐서 우진이한테 들리게끔 소리쳤음. 고마워! 하고. 그랬더니 우진이는 또 입이 귀에 걸려서는 대답했음. 고마우면 밥 사!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음. 내가 우진이를 좋아하기 시작했던게, 그리고 싫어했던 비를 좋아하게 된 게.
빗물처럼 미친듯이 눈물이 흘렀음. 내가 주체할 수 없을만큼 흘렀음. 갑자기 왜 이러는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음. 그냥, 그냥 갑자기 좋았던 우리가 이렇게 변해버린 것이 실감이 확 나서 그런 것 같다고 생각했음. 지금 이 상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나는 결국 모든 수업을 주말로 미루고 유턴을 해서 집으로 돌아갔음.
차에서 내려 내리는 비를 모조리 맞으며 집으로 향했음. 눈에서 흐르는 물이 비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비가 많이 내렸음. 그 만큼 눈물도 많이 흘렀음. 누가보면 미치사람 취급할 것 같은 꼴이었음. 빗물이 거칠게 내려 내 눈을 뜨지도 못하게 만들었음. 시야는 흐릿해져갔고, 앞이 잘 보이지 않아서 손으로 눈을 비비적 거렸음. 그런데 계단 앞에 익숙한 인영이 보였음. 저 키에 저 머리, 저 사람은 분명히...
"박우진..."
"김여주!"
박우진이다. 나는 꿈인가 싶어서 자꾸만 두 눈을 비비면서 나한테 달려오고 있는 사람이 박우진인지 아닌지 확인하려했음. 비를 쫄딱 맞으며 나에게 뛰어온 우진이는 정말 심각한 표정으로 내 손목을 거칠게 잡고는 물었음.
"너 왜 이래? 수업은? 무슨 일 있었어?"
대답대신 우진이한테 천천히 다가가 어깨에 얼굴을 기댄 채 안겼음. 비 때문에 젖은 우진이의 품속은 차갑기만 했음. 하지만 나를 감싸안는 우진이의 손은 따듯하다 못해 포근했음.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어떡해."
"...보고싶었어."
고개를 들어 우진이를 쳐다봤음. 비가 미친 듯이 내려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우진이의 표정은 그리 썩 좋아 보이지 않았음. 우진이는 한참 말이없더니, 들어가자. 하고 내 어깨를 감싸고는 집으로 향했음. 우진이의 집에 들어서자마자 우진이 향기가 내 후각을 자극했음. 얼마만에 맡아보는 향인지. 우진이는 현관에 날 세워두고 잠시만 기다리라면서 화장실로 들어가더니 수건을 들고 나왔음. 그리고 머리부터 젖은 옷 까지, 물기를 닦아주기 시작했음. 나는 그런 우진이를 말 없이 쳐다봤음.
며칠 전엔 죽일 듯이 화내더니 갑자기 왜 이런데? 누구 때문에 내가 이러고 있는데.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는데, 그냥 아무 말 하지 않았음. 우진이와 함께 있는 이 알 수 없는 묵직한 분위기가 말을 꺼내기 두렵게 만들었음. 우진이도 말 없이 빗물을 털어주다가, 수건을 신발장 위에 올려놓더니 한 숨을 쉬었음. 그러다가 입을 열어서 말했음.
"여주야, 우리..."
"... ..."
"생각 할 시간을 좀 갖자."
뭘? 뭘 생각 해? 예상했던 말이 아니어서 당황했음. 우진이를 빤히 쳐다보면서 눈으로 물었음. 뭘 생각하자는 말이냐고. 우진이는 내 눈빛을 읽기라도 한 듯 제 머리를 한 번 쓸어넘기더니 다시금 입을 열었음.
"사실 우리 예전같지 않은 건 사실이잖아. 그치."
"... ..."
"헤어지는 건 정말 못 하겠고 조금만 생각할 시간을 가지자."
"그럼 뭐가 달라져?"
"지금 같진 않을거야."
우진이는 단호한 얼굴로 말했음. 나는 또 가만히 우진이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음. 니가 이런 적이 처음이라서, 너무 당황스럽기도 하고. 사실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우진아. 뭔가 많이 힘들어보이고 지쳐보이는 우진이의 눈을 보고 그냥 기다리기로 마음 먹고는 고개를 떨구었음.
"미안해."
이게 우진이가 한 마지막 말이었음.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았음. 알았다고 대답하려 했는데, 대답하자니 또 울컥해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올까봐, 그냥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뒤 돌아서 현관문을 열었음. 손이 덜덜 떨리고 금방이라도 주저 않을 것만 같았음. 하지만 티 내지 않으려고 문을 빠르게 열고 닫았음. 그리고 문을 닫음과 동시에 주저 앉아서 소리 없이 울었음. 혹시나 우진이가 내 울음소리를 듣고 뛰쳐나올까봐, 끅끅 거리며 울어댔음. 가슴이 미어지는 듯 했음.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슬픙이었음. 그냥 계속해서, 끊임없이 내리는 비와 함께 같이 울었음.
그렇게 나는 5년을 사귄 내 첫 남자친구와 이별의 문턱 앞까지 와 버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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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 ㅎㅎ 오늘 되게 찌통이죠? 한 명쯤 울리는게 제 목표인데 될랑가 모르겠네요 ㅎ헤헤 (긁적) 이제 내일이면 주말이에요! 어떻게 지내셨어요? 요즘 막 아침엔 쌀쌀하다가도 나중엔 덥고 그렇던데... 이런 날씨일 수록 감기 조심하셔야 해요!! 건강이 체고 헤헤 보고싶은 분들이 많은데 보이지 않아서 슬퍼요 ㅠㅠ 이번 화에는 꼭 보이면 좋겠어요 히히 항상 고맙고 사랑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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