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Jerry
시간이 조금 지났다. 그 순간순간마다 성규를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항상 제 여자친구에 관한 얘기였다. 무언가를 사러 잡화가게에 들어가면 일지나 적어놓을까, 하며 공책들을 뒤적거리고 있으면, 그 옆에서 머리핀을 구경하며 여자애들은 이거 안 좋아하나? 하고 물어보는 것 이외에는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조금 피하는 느낌도 없지않아 있었다. 고백을 하고 나서 더 어색해 진건 아닐까, 하고 백번 만번 생각해봤지만, 마음 먹으면 저 하나쯤이야 자를 수 있을텐데, 안 자르는 것을 보니 딱히 거부감이 많지는 않은것 같기도 하고. 이건 도대체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대로 지냈다. 아무것도 건들지 않고, 더 좋아해달라고 떼를 쓰지도 않고, 조용히 여자친구에 관한 상담이나 얘기를 해오면 다 받아주고. 그게 지금 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의라고 생각했다. 전 여자친구에게도 문자를 10통은 보냈다. 정말 미안하다는 말 밖에 담겨있지 않았지만 그것을 길게 풀어서 썼다. 너무 편해서 상처받을 줄 몰랐다는 안일한 변명도 담겨있었다. 미안해, 미안해 정말 그럴줄 몰랐어, 내가 잘못 말한거 같아, 무작정 일방적으로 헤어지자고 한 것도 미안해, 내 감정에 급급해서 너를 이해 못했어. 몇 가지의 일을 겪으면서, 우현은 조금씩 감정에 성숙해지고 있었다.
밤 늦게, 내일 아침 일찍 가야할 스케줄 덕에 성규와 거남을 먼저 보내고 우현은 의상실에 도달했다. 코디들이 골라놓은 의상을 가지고 집 까지만 가면 되는 일이었지만 성규가 굉장히 피곤해 보이는 관계로 몇 분 안걸리는 상황에도 미리 성규를 보냈다. 계단을 차분히 올라가, 문을 슬쩍 열었다. 보편적으로 문이 열릴때 나는 소음이 마찰음으로 나고, 여직원들이 고개를 돌렸다. 반가운 인사들이 무수히 쏟아졌다.
" 우현씨, 왔어? " " 아, 예, 내일 무대 하는 의상 코디가 준비해놨다길래 "
아, 여기있어. 제일 나이가 많아보이는 여성이 근처 행거가 널린 곳으로 들어갔다. 그 동안 잠시 기다리자, 하며 핸드폰을 꺼냈다. 문자 2통이 도착해있었다. 우현은 버튼을 익숙히 눌러 문자의 내용을 확인했다. 둘 다 성규에게 온 문자였다. 예전에도, 최근에도 항상 문자는 귀찮다고 잘 안보내고 전화를 자주 하는 사람이었는데 무슨일인지 긴 문자가 두통이었다. 내용을 확인해보는 순간 표정은 점점 굳어만 갔다. ' 오늘 집에 사장님 오신데요, 거남이형은 내일부터 휴가라 놀러간다고 벌써 나갔고, 이사님은 오늘부터 새로나오는 걸그룹 준비팀과 같이 합숙하셔서 이제 둘 밖에 없는데, 사장님이 그걸 아신거 같아요. 이상한 소리 들려도 예전마냥 평범하게 대해줘요. 소음이라면 미안해요. 그럴거 같아서 귀마개 방에 놓아놨어요, 미안해요 '
우현은 신경질 적으로 핸드폰을 주머니에 구겨넣었다.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밖에서 괴롭히는 것으로도 모자라 이젠 집에서 까지 그 난리를 친다니 지옥과 마찬가지였다. 한숨을 푹 내쉬며 속으로 한탄을 내뱉을 즈음, 옷을 찾았는지 여자가 큼지막한 옷을 들고 제 앞에 드러났다. 구두도 약간 굽이 높은 구두였다. 이거 잘 하면 넘어지겠는데.
" 이거야, 생각보다 멋있겠는데? 이번 컨셉은 제대로 락커인가봐? " " ……굽이 너무 높은데…. "
잘 하다가 넘어지겠어요, 더 낮은 굽은 없어요? 우현의 말에 여자가 이상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답했다.
" 예전에는 이것보다 더 높은 굽도 막 가져가더니, 왜 갑자기? " " …아, 왠지……성규씨 허리가 안 좋은거 같아서요 "
삐끗하기라도 하면 금방 넘어지니까, 우현이 변명식으로 답했다. 여자가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다시 행거가 가득한 옷더미쪽으로 걸음을 향했다. 아마 그 끝쪽에 신발 진열대가 있는 모양이었다. 뒤적거리는 소리가 나고, 여자는 빈 손으로 다시 우현의 앞에 나타났다.
" 어쩌지, 더 낮은 굽이 없다 " " …그럼 어쩔 수 없죠 "
갈게요, 짧은 말로 인사를 마치고, 우현은 무거운 옷을 어깨에 이고 가게를 벗어났다. 어두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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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들어오니 벌써부터 신발장 앞에 옷이 널려져 있는 것을 보니 한탕 하시고 계시는 듯 싶었다. 늙은이 주제에 정력만 넘쳐서, 가수를 아주 가지고 놀아요. 속으로 잔뜩 욕을 짓껄이다가 옷을 바닥에 내팽겨 쳤다. 내일 코디가 와서 보면 잔소리가 파다하겠지만 지금은 그런것 따위 신경쓰고 싶지가 않았다. 간간히 집에 참지 못해 내뱉는 숨소리가 퍼지고, 귀를 아예 틀어막고 싶었다. 우현은 불만스런 표정으로 거실 바닥에 널린 옷가지들을 주워들었다. 그리고 베란다로 향해 대충 세탁기에 던졌다. 사장님의 옷이든 성규의 옷이든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내일에도 거남이형과 이사님은 이 집에 없고 모든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있는 우현이 있을테니까. 세탁기에 소리를 내며 옷이 들어가고, 우현은 손을 탈탈 털었다. 아직도 간간히 들리는 숨소리가 짜증이 났다. 예전같았으면 두 남녀가 제 앞에서 섹스를 하던 키스를 하던 제 하고 싶은 일만 하면 상관이 없었지만 사람이 사람이다보니 달라지는건 있었나보다. 예전 여자친구도 헤어진지 몇일 만에 다른 남자와 입을 진하게 부비고 있는 모습을 봐도 별로 신경을 안 쓸거 같지만, 지금은 눈 앞에 보이는 상황이 아님에도 신경이 쓰였다.
그리고서는 방으로 들어왔다. 더 거실에 있으면 소리는 더 크게 들릴 뿐 저에게 이익이 될 것은 없었으니, 무식한 사람 처럼 방 문을 열고 들어가서 너네 뭐해! 하면서 막장으로 그 사장을 떼어놓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그것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나중에 추후에 벌어질 일들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어떻게든 해결되지만, 현실에서는 아니다. 분명 지금 들어가서 사장과 성규에게 민망을 주면 지금 당장은 둘이서 몸을 부비는 짓을 안 할지 모르지만 나중에 그 일은 언제든지 다시 할 수 있고, 오히려 민망을 준 죄로 성규와의 사이는 더욱 멀어질 것이고, 최악의 상황으로 본다면 사장이 화가 나서 덜컥 성규의 스폰을 끊고, 성규가 망하고, 그 화가 우현에게 닿아 우현을 다시는 안 볼 수도 있는 입장이었다. 완전히 반대네, 우현은 김빠지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침에 개지 않은 이불이 헝크려졌다. 던져놓았는지 제 눈 앞에는 바로 귀마개가 보였다. 강아지 인형이 대롱대롱 달린 귀마개가 웃겼다. 은근히 유치한 취향이 있단 말이야, 웃음을 지으며 귀마개를 만지작 거렸다. 그리고 그 근처에, 또 다른 무언가가 놓여져 있었다. 시선을 옮겨보니 끈으로 여러개를 묶어놓은 공책이 보였다. 잡아들어보자, 하고 공책을 잡아들었다. 초등학생들만이 쓸만한 유치한 공책이 많이 이어져 있었다. 조금 너덜너덜 한 것을 보니 많이 쓴 모양이었다. 궁금함에 우현은 공책을 펼쳤다.
' 오늘도 노래방에서 100점을 두번이나 받았다. 어젠 세번이었는데, 더 노력해야지. 옆집 거남이형이 또 칭찬해줬다. 거남이형은 최고다. '
삐뚤삐뚤한 글씨를 보아하니 조금은 어릴때 인 것 같았다. 어릴때 부터 가수가 꿈이었나? 이렇게 어릴때도 거남과는 친분이 있었던 모양으로 보아하니, 지금 거남에게만 잘해주고 애교가 많은 모습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우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일기를 한 장 넘겼다.
' 아이들이 내가 가수한다고 하면 엄청 놀라겠지? 그래도 난 열심히 해야지 ' ' 거남이형이 벌써 기획사 매니저로 취직했다. 난 반드시 그 기획사의 가수가 되서 거남이형이랑 일을 할거다 '
한 장, 한 장 씩 넘길때마다, 성규가 이 꿈을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담겨있었다. 한 공책이 끝나자 다른 공책이 바로 이어졌다. 우현은 익숙하게 공책을 넘겼다. 운림에 벌써 4번이나 낙방했다. 그래도 더 도전할거다, 거남이형이랑 꼭 같은 기획사에서 꼭 성공할거다', '헐, 오디션 합격! 대박! 진짜 좋다 어떻게 해 아 어떻게 해!', '드디어 내일이 데뷔일이다. 미치겠다. 나 잠 어떻게 자지, 잠이 안와', '오늘은 데뷔일! 음악방송에 가서 마구 인사를 했다. 신인티가 난다며 거남이형이 놀렸지만 괜찮았다. 예쁜 걸그룹 누나들도 보고 최고였다' 글 만으로도 장면 하나하나가 떠올랐다. 우현이 재미를 느끼며 벌써 네번째 공책을 펼치고 있었다.
'왜 이렇게 성공을 못할까, 오늘도 음악 차트안에 못 진입했다. 뭇 방송에 나와서 신나게 노는 아이돌을 보면 부럽다. 나도 저렇게 할 수 있는데' '어떤 사장님이 성공 비결을 가르쳐 준다면서 자기네 집으로 초대했다. 내일이다. 기대된다'
우현이 손을 바들바들 떨었다. 다음장은, 마치 무언가 열어보면 안되는 상자를 열어보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연예계가 이런곳이구나'
다음장은 절망적인 딱 한 문장만이 써있었다. 그 아래 보이는 눈물자욱, 절망이 깊이 드러나는 이 한장이. 우현은 너무나도 가슴이 아팠다.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 눈물자욱이 굳어있던 종이 위로 겹쳐 흘렀다. 종이를 젖히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동정? 일말의 일시적인 감정이 아닌 가슴에서 드러나는 미안함이었다. 이런 현실을 알면서도 모른척 했던 자신이 굉장히 나빠보였다. 어쩌면, 저번에 들켰을때. 성규는 잡아주길 바랬는지도 모른다. 그냥 그대로 물 흐르듯 보내는 것이 아니라, 안 가면 안되냐고 잡길 바랬을지 모른다. 저 건너편 방에서 들려오는 숨소리는 이제 들리지 않았다. 그저 끅끅대는 눈물소리만이 계속 방에 울렸다. 고개를 다리에 묻었다. 공책이 요로 떨어졌다. 어릴때를 생각했다. 생각 없이 공부만 잘 하면 된다는 것에, 남보다 뒤떨어지는 사람이 되기 싫어서 밤낮 공부를 했던 시절이 떠올랐다. 서울대를 나온 남우현은, 지금 이 순간 대학교 하나 조차 나오지 못한 김성규 보다 더욱 떨어지는 인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엄마 아빠 모두 거짓말 쟁이, 공부만 잘하면 위대한 사람이라며. 난 지금 너무 한심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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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위로 떨어지는 햇살이 아득해 고개를 들었다. 그렇게 울다, 엎어져서 잠든 모양이었다. 몸을 일으켜 아침이라도 챙겨주려고 문 밖으로 나서는데, 방 안에서 조용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 끔찍하던 사장자식이 아직도 집에 안 돌아간 모양이었다. 거남이형이 중간에 오면 어쩌려고 저렇게 붙들고 있는지, 잔소리를 해주고 싶었지만, 마른 발소리를 내며 그저 주방으로 향했다. 그 순간, 사장의 약간은 큰 목소리가 울렸다. 고요한 집안이었으니 우현의 귀에 안 들어올리가 만무했다.
' 성규야, 우리 아들 특례 또 퍼진다. 너네 결혼설이라도 퍼트려 ' ' 저희 결혼 안 해요 '
저번에 열애설도 그냥 인정 했잖아, 어? 실제로 너 정은이 좋아해? 아니잖아, 그러니까 그냥 결혼 하고, 안 좋아하는대로 살아. 어? 우리 아들 또 욕 먹는거 보고 싶지 않다고. 사장의 간절한 애원에도 성규의 단호한 거절의 말투가 들렸다. 그래도 안 돼요. 우현은 놀란 마음으로 아까의 마른 발소리는 없애고 슬며시 다가가 문 근처로 향했다. 조금 더 자세히 말이 들렸다. 아, 이거 또 무슨 기사로 막나. 너 주위에 사귀는 애들 없어? 뭐라도 퍼트려야 할거 아냐, 찾아오면 다른 예능 하나 또 넣어줄게. 악마의 유혹 마냥 속삭여지는 말에, 한 편으로는 기뻤고, 한 편으로는 괘씸했다. 한숨을 내쉬고 연애한다던 성규의 표정을 다시 떠올렸다. 딱히 행복해 보이지 만은 않는 표정이 떠올랐다. 뭣하러 나한테까지 그런 거짓말을 해야 했을까, 우현은 한편으로 더 원망스러웠다. 그 정도로 내가 싫은가? 여러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방 문이 약간은 다급하게 열렸다. 우현은 놀라 나오는 사람을 쳐다보았다. 약간은 덩치가 있지만, 안경을 쓰고 정말 평범하게도 생긴 사람이었다. 우락부락, 마치 건달 같았을 상상 속 외관과는 너무 틀렸다. 그저 평범한 한 가정의 가장 같은 사람이었다. 우현은 놀라 그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 어, 아, 안녕하세요 " " 아, 자네가 성규 매니저? 반가워요 "
예, 반갑습니다.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모습에 우현이 익숙하게 손을 맞잡았다. 남자는 열심히 하게, 라는 말을 뱉고서는 익숙하게 집안을 빠져나갔다. 성규 역시 무슨 고위급 사람을 대하는 것 마냥 배웅을 했고, 우현은 그것을 그저 쳐다보며 쇼파에 앉았다. 편안히 앉아 둘을 쳐다보니 자신을 막 다루는 사람에게 악감정 하나 없이 배웅하는것이 미련하기도 했다. 도저히 우현은 이해할 수 없었다. 억지로 시켰다고, 왜 도대체 그런 말을 자신에게 해주지 않았는지. 억울했고 화가 났다. 전 날 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위로해 줘야지, 하던 기특한 생각은 저 멀리 하늘 위로 날아갔다. 곧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성규는 익숙하게 화장실로 향했다. 항상 피부 관리를 제일 먼저 신경쓰는 사람이니 얼굴을 헹구려고 들어가는 듯 싶었다. 우현은 가만히 앉아서 생각을 조금 하더니, 곧 벌떡 일어나 화장실 문을 벌컥 열었다.
" 아, 깜짝아… 쓸데없이 왜 문을 열어요 " " …나랑 같이 씻어요 "
미쳤어요? 내가 왜 우현씨랑 같이 씻어요, 시간 넉넉하니까 기다려요. 명령적인 어조에도 우현은 성규의 말을 무시하고서는 약간은 좁은 화장실 안을 비집고 들어섰다. 아, 나가라니까요! 우현은 성규의 짜증에도 태연히 변기에 앉아서 핸드폰을 어루만졌다.
" 여기서 핸드폰 하려고요? 고장내려고?, 쓸데없이 고집 부리지 말고 빨리 나가요 " " …왜요, 저랑 같이 있는거 싫어요? "
누가 같이 있는게 싫다고 했나? 지금 그런걸 따질 상황이 아니잖아요. 그 시간에도 칫솔 위에 치약을 짜는 모습에 우현이 베시시 웃으며 그럼 그냥 있어요, 하고 대답했다. 성규가 싫다고 난리를 쳐봤자 나갈 사람도 아니고, 포기해야겠다. 싶어 성규는 칫솔을 입 안으로 집어넣었다. 치카치카, 어린아이들이 칫솔질을 할때마냥 쓰이는 소리가 들리고, 우현은 그런 성규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조금 긴 정적이 이어지고, 칫솔질이 끝났는지 성규는 컵을 들어 입안을 헹구었다. 퉤, 하고 뱉어내는 물과 함께 성규는 다시 물을 들이켰다. 그리고 다시 뱉어내기를 반복했다. 우현은 그것 마저 멍하니 쳐다보다가, 끝내 정적이 이어지던 틈을 타 입을 열었다.
" 성규씨 정은씨가 정말로 예뻐요? " " …예? 무슨 뜬금 없는… "
하나도 안 이쁘죠, 성형한 것 같아. 성규씨가 보기에도 그럴 것 같은데, 왜 인조적으로 사는 사람이랑 결혼까지 하라고 그러지 그 사람이? 그 사람이 이상한건가? 아니면 그 가짜를 받아주는 성규씨가 이상한건가? 딱 봐도 뼈가 잔뜩 담긴 말에 성규가 고개를 돌려 우현을 쳐다보다가 모르겠네요, 하고서는 우현의 물음을 대충 넘겼다. 왜 몰라요, 말 좀 해봐요. 딱 알잖아, 보채는 말에 성규가 아 몰라요, 하고서는 쭈그려 앉아 세수를 시작했다. 철벅거리는 물 소리가 들리고, 우현은 여전히 말을 이었다. 왜 모를까, 나 빼고 다 알았던 사실인것 같았는데. 왜 나를 바보 멍청이로 만들었어요. 성규씨. 세수를 끝마친 성규가 벌떡 일어나 뒤에 걸린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내며 답했다.
" 그걸 왜 구지 알아야 해요? 어차피 알아봤자 달라지는거 없잖아요 " " 왜 없어요 "
어차피 나는 우현씨를 안 좋아할 거니까. 여전히 수건으로 구석구석 얼굴을 닦아내며 성규가 답했다. 우현은 변기에 앉아있던 몸을 일으켜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내는 성규의 앞으로 향했다. 꼼꼼히 닦아내던 수건을 제 손에 들고, 다가와서 저를 쳐다보는 우현과 눈을 마주쳤다. 시선이 딱 맞는 거리에, 무언가를 담고 있는 눈으로 저를 쳐다보는 것이 이상해서 성규 역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리고 우현이 두 손으로 성규의 얼굴을 부여 잡았다. 그리고 제 눈을 감은 채 천천히 입술을 가까이 했다. 뜬금없는 키스 시도에, 성규가 어깨를 밀었지만 우현은 꿈쩍 없이 제일 가까이로 입술을 옮겼다. 붙을랑 말랑,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은 입술 사이가 보였다. 그리고, 우현이 감았던 눈을 떴다.
" 내가 여기서 키스하면, " " …………. " " 성규씨는 또 나를 피하겠죠?, 그러면 거남이형이 무슨일이 있냐며 성규씨한테 물어볼테고, 이때다 싶어 불편한 사이를 청산하기 위해 남우현을 자르자고 할테고, 그러면 힘 없는 나는 한낱 잘리는 종이 마냥 떨어져 나가겠죠? "
이렇게, 덜렁덜렁, 떨어지는 낙엽 처럼…
" 그러면 나는 성규씨를 영원히 못 보겠죠? " " …………. " " 드라마 처럼, 영화 처럼 우리가 사귀는 일은 없을 테니까… "
보편적이게도, 우리의 인생은 현실이니까. 가까웠던 입이 순식간에 멀어졌다. 미안해요, 한마디가 남겨지고. 욕실에는 수건을 한 손에 들고있는 성규만이 남았다.
사담!
일. 나 엄청 빨리 왔어요 칭찬ㄱㄱ~! 는 무슨 죄송합니다..하.. 이. 아 오줌말 삼. 저 지금 화장실이 너묵 ㅡㅁㅎ급해서 좀이따가 댓글 실시간으로 달아드릴게옂세오....ㄴ'ㅇ;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