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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백도] 봄을 닮은 겨울

 

 

조용하던 밤, 고요속에 문의 노크소리가 울려퍼진다. 잠귀가 밝은 백현은 ' 밤중에 찾아올 사람이 없을텐데. ' 하며 서둘러 문을 열어준다. 그러자 갑자기 검은 옷의 사내들이 백현을 밀고선 집 안으로 쳐들어왔다. 백현은 놀란 마음에 '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 하며 소리질렀다. 검은 옷의 사내들중 보스로 보이는 한 남자가 소파에 차분히 앉더니, 백현에게 ' 여기 앉으시죠. ' 라고 말한다.

 

" 누구시죠? "

" 지금 당신과 당신의 애인이 위험합니다. "

 

백현의 물음에도 아랑곳않고 남자는 자신의 용건부터 말한다. 남자의 말에 백현은 그게 무슨 일이냐며 바로 반응을 보인다. 자신이 위험에 처해있다면 어떻게든 해볼터이지만, 경수까지 위험하다면 말이 달라진다. 남자는 ' 킬러가 두 사람을 노리고 있습니다. ' 라며 소리를 약간 더 높여 말한다. 백현은 이미 놀랄것도 없이 놀랐지만, 일단은 자는 경수를 깨워야하지 않을까. 하다가 경수가 알면 제가 날 지키겠다며 한동안 설칠 게 분명하다. 백현은 잠시 숨을 고르고 차분히 남자의 말을 듣는다.

 

" 국가기밀이라 함부로 누설할 수 없는 사항입니다. 대신, 저희가 경호원을 붙여 두분의 신원을 최대한 보호하도록 하겠습니다. "

" 일단 어떻게 된 상황인지 설명해주세요. "

 

백현의 말에 남자는 옆의 다른 남자와 상의하는 듯 싶다가, 백현에게 다시 말을 건넨다.

 

" 앞서 말했듯이 국가기밀사항이기 때문에 발설할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일단 말씀해드리죠. 이외에 다른 질문은 삼가해주십시오. 국가에서 지정한 경계인물 1호가 누구인지 아십니까. 바로 당신들을 노리는 킬러 ' 〈EM>Leviathan '  〈/EM>사람들이 명칭하길 ' 리바이 ' 라고 불리우는 1급 살인청부업자입니다. 여태껏 발표된 적 없으나 최초 살인발생일은 5년전 2009년 4월 3일입니다. 그 후 수많은 사람들이 살해당했으며 속칭 ' 리바이 ' 는 범행 후 현장에 살인예고를 남기고 갑니다. 증거를 해석하여 다음 범행장소가 당신의 집이라는 것을 알아내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

 

살인? 킬러? 백현의 머릿속엔 그저 ' 경수를 지키고 싶다. ' ' 경수와 오래 더 살고싶다. ' 라는 생각밖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백현은 갑자기 많은 정보를 알게 되어 머리가 아팠는지 머리를 한손으로 붙잡곤 남자에게 물었다.

 

" 그러니까, 우리를 타겟으로 정한 이유는 국가기밀사항이라 알려줄 수 없다는겁니까. "

 

남자는 고개를 한번 끄덕했다. 백현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 일단 경호원을 붙여주신다니 당분간은 집 외의 노출은 삼가하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회사원인지라 밖에 아예 나가지 않을 수는 …. "

" 경제면에선 정부에서 충분하게 지원해드리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신원보호에 신경을 써주시기 바랍니다. "

 

아, 이제 밖을 다시 보지 못한다는 건가. 백현은 창문으로 비치는 밤하늘을 잠깐 쳐다보았다. 남자는 백현에게 휴대폰을 건넸다. 위급한 상황일때 당장 전화를 부탁드린다며. 백현은 체념한 듯이 남자의 휴대폰에 천천히 자신의 번호를 눌렀다.

 

"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현재 시간이후로 백현 씨의 집 옆, 앞과 전방 500M 내에 7명의 경호원을 대기시켜 놓겠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당분간의 외출은 삼가해주세요. "

 

남자는 백현에게 살짝 고개숙여 인사하고선 2명의 남자와 함께 갔다. 백현은 소파에 멍하니 앉아 생각했다. 나는 어쩌면 죽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수는 안돼.

 

 

 

 

어쩔 수 없이 시간은 7시 정각을 가르키고 있었다. 아침이 밝았다. 백현은 밤새 잠을 자지 못해 그새 피부가 푸석해진 것 같다. 백현의 모습에 경수는 ' 어디 아파? ' 하며 걱정한다. 백현은 옅게 미소지으며 ' 아니, 괜찮아. ' 라고 말한다. 하지만 밥을 먹는 속도도 그렇고 오늘의 백현은 어딘가 많이 피곤해보인다. 경수는 설거지를 하고나서 소파에 앉은 백현의 허벅지에 머리를 대고 눕는다.

 

" 출근 준비 안해? "

" 응, 오늘부터 특별휴가야. 한달 동안은 그럴 것 같아. "

 

백현의 말에 경수가 눈에 띄게 밝아진 표정으로 아이처럼 ' 야호! ' 하며 기뻐한다. 경수의 모습에 백현은 ' 그렇게 좋아? ' 하며 머리를 쓰다듬는다.

 

" 그럼 우리, 여행갈까? "

 

경수의 말에 백현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버린다. 싸늘한 백현의 반응에 경수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뻘쭘한 마음에 ' 싫어? 싫으면 안가도 되고 …. ' 라며 모기소리를 낸다. 백현은 언제 자신이 정색하기라도 했냐는 듯이 다시 미소지으며 경수를 내려다본다.

 

" 가고 말고. 가자. 대신에 이번 휴가에는 안돼. 그리고 집 밖에도 나가지마. "

" 응? 집 밖에는 왜. "

" 그냥 …. 요새 세상 위험하기도 하고. 그냥 같이 꼭 붙어있자. "

 

백현의 말에 경수는 헤헤 웃으며 ' 그래, 꼭 붙어있자. ' 하며 백현의 손을 꼭 잡는다. 경수야, 우리 꼭 살자.

 

" 아, 어떡해. 오늘 저녁재료 안사왔네! "

 

백현이 화장실에 가느라 잠깐 자리를 비운사이 경수가 냉장고를 뒤지다가 말한다. 경수는 서둘러 장바구니를 챙기고선 화장실에 들어가있는 백현에게 소리친다. 

 

" 나 마트 다녀올게! "

 

백현은 거실쪽에서 들려오는 경수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물기를 채 닦지도 않고 화장실에서 나온다.

 

" 잠깐만, 가지마. "

 

평소와 다른 행동에 경수가 놀라 뒤를 돌아본다. 왜 그러는거지. 저렇게 급하게 뛰어나와선.

 

" 다른 데 가는거 아니고, 마트가는거야. 잘못 들었어? "

 

경수의 말에 백현이 경수를 꼭 껴안는다. ' 가지마. ' 백현의 말이 그저 어리광으로 느껴지는 경수는 방긋 웃으며 알겠다며 백현을 달랜다. 경수는 ' 그나저나, 오늘 저녁재료 없는데? ' 하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백현을 쳐다본다. 백현은 ' 재료를 사오더라도 내가 사올게. 그러니까 너는 절대로 밖에 나가면 안된다? ' 라며 경수를 다시 껴안는다. 으, 옷이 다 젖었네. 얼른 몸부터 닦고 와!

 

 

 

 

경수가 밖에 나가지 않은 지 5일이 지났다. 눈에 띄게 심심해하는 모습이지만, 백현과 눈이 마주칠 때 마다 방긋 웃으며 달라붙는다. 백현도 원래 밖에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집에만 붙어있는 지금이 따분하고 지루하지만, 한편으로는 경수와 함께 계속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무엇인가 안심이 된다. 경수와 백현이 티비를 보며 한가롭게 있을 쯔음, 초인종이 울린다. 경수가 ' 네, 잠시만요! ' 하며 대답하고 나간다. 백현은 경수의 팔목을 잡고서는, 같이 인터폰을 확인하러 간다. 아, 저번에 그 남자 ….

 

" 백현아, 누구야? 아는 사람이야? 무서워. "

 

백현의 팔에 팔짱을 낀 경수가 물어온다. 백현은 끄덕이며 ' 직장 상사분이셔. ' 라며 대충 얼버무리고 문을 열어준다. 남자는 지난번과 다르게 약간 차분하게 소파에 앉는다. 경수가 웃으며 ' 차를 내올까요? 무슨 차 좋아하세요? ' 하며 묻는다. 남자는 ' 저는 아이스티 좋아합니다. 없으면 레몬티도 괜찮아요. ' 라며 대답한다. 백현은 원래 저렇게 밝은 사람인가. 하며 새삼 임무수행과 평소의 성격에 벽을 쌓는 공무원이 대단해보였다. 백현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 무슨 용건으로 찾아오셨습니까. "

 

남자는 주위를 살피더니 손으로 입을 가리곤 백현의 귀에 가까이한다.

 

" 사실 요 몇일간 ' 리바이 ' 가 이 주위에 있는 것 같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

 

남자의 말에 백현의 얼굴이 금새 사색이 된다. 남자는 하하 웃으며 ' 그렇게 놀라실 필요없어요. 저희 경호원은 그렇게 만만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 라고 말한다. 백현을 진정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 그나저나, 저분이 백현 씨의 애인? "

 

남자가 소근거리며 작게 경수를 가르킨다. 백현은 당황스러워 하는것 같았지만 그렇다며 옅은 미소를 띈다. 남자는 ' 귀여운 애인을 두셔서 좋겠네요. ' 하며 농담을 던진다. 백현은 ' 네, 뭐 그렇죠. ' 하며 대답한다. 경수는 차를 내오고서는 다짜고짜 남자의 이름을 묻는다. 남자는 당황하는 기색 없이 ' 미국에서 주로 활동해서요, 헤이스라고 불러주세요. ' 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다. 그러자 경수는 ' 백현이 특별 휴가도 헤이스 씨가 보내주신건가요? ' 하며 묻는다. 남자는 끄덕거리며 웃는다. 경수는 ' 정말 좋은 상사시네요. ' 하며 백현을 쳐다본다. 하지만 백현의 표정은 그렇게 유쾌해보이지 않았다.

 

남자가 가고난 후, 경수는 ' 좋은 분이신거 같아. ' 라며 남자의 칭찬을 했다.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기려고 한 순간, 남자에게 갑작스레 전화가 걸려왔다. 경수에겐 잠깐 업무용 전화를 받는 다며 방에 들어가 전화를 받았다.

 

" 네, 전화받았습니다. "

" 백현 씨, 괜찮으십니까? 주변 경호원분들이 피습을 당한 것 같습니다. "

 

수화기 너머 남자의 말에 백현은 얼굴이 창백해진다.

 

" 아니요, 괜찮습니다. 아까 저희 집에 다녀오시지 않았나요? 그럼 그 틈새를 노렸다는 건가 …. "

" 예? 전 백현 씨의 집에 방문하지 않았습니다만. "

" 방금 전에 저희 집으로 오셔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가셨 …. "

 

백현은 말을 잇지 못했다. 무언가를 알아냈기 때문이다. 아까의 그 ' 헤이스 ' 라고 자칭하는 남자는, 내가 알던 그 남자가 아니다. 그는 ' 리바이 ' 다. 백현은 사색이 된 표정으로 남자에게 말한다.

 

" 경호원을 …. 더 늘려주시겠습니까. "

 

 

 

그로부터 13일이 지났다. 18일 째 집안에 ' 고립 ' 되어 있는 경수와 백현은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식사와 여가생활을 즐기고 있지만, 일 하지 않으면 그 곳이 지옥이라는 말이 있듯이 너무나도 따분하고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경수는 틈만 나면 밖에 나가고 싶어했다.

 

" 백현아, 오늘은 정말 밖에 나가면 안돼? 현관 밖이라도. 바깥 공기 마신지 너무 오래된 것 같아. "

 

여태 아무 불만하지 않았던 경수가 말한다. 그럴만도 하지, 2주넘게 집안에만 있으려니 좀이 쑤시겠지. 하지만 백현은 단호하게 ' 안돼 …. 좀만 더 있다가 나가자. 응? ' 하며 경수를 설득한다. 경수는 알겠다고 하지만,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이다. 경수야, 나가면 못 돌아올지 모른단 말이야.

 

갑자기 남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소식은 정말 기쁜 소식이었다. 몇일 간은 외출해도 무방할 것 같다는 전화. 백현은 요새 보이지 않던 밝은 미소를 지으며 경수의 손을 잡았다.

 

" 나가자, 우리. "

 

 

 

경수는 뭐가 그리도 좋은지 팔짝팔짝 뛰어댔다. 백현의 허리에 매달려 기대기도 하고, 어깨에 턱을 대고 매달리기도 하며 동네 주위를 돌아다녔다. 외출할 수 있다는게 이렇게 큰 기쁨일줄은 몰랐다. 백현은 공원 벤치에 앉아 놀이터의 아이와 장난을 치는 경수를 쳐다보며 미소지었다. 갑자기 누군가가 백현의 옆자리에 앉았다.

 

" 안녕하세요? "

 

백현이 옆을 돌아보자마자, 그 남자는 미소짓는다. 백현은 처음보는 인상이지만 낯설지 않은 느낌에 그저 남자를 쳐다보기만 했다. 남자는 서운하다 듯이 말했다.

 

" 아, 이거 참 서운하네. 내 얘기도 몰래 하시더만. "

 

남자의 말에 백현의 등이 서늘해졌다. 어째서 …. 외출 허락까지 할 정도면, 이 근방에는 오지 못한다는 뜻인 줄 알았는데. 왜, 어째서.

 

" 너무 무서워할 것 없어요. 나 오늘 무기 안들고 왔어. "

 

남자는 태연한 미소를 지으며 두손을 쫙펴 백현의 앞에 흔들어보인다. 백현의 얼굴은 이미 새파래져서 초점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 아이 참, 대화를 좀 나눠보려고 했는데. 안되겠네. "

 

남자는 시시하다는 듯이 백현을 한번 흘겨보고선, 자리를 떴다. 백현은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모래장난을 치고있던 경수의 팔을 황급히 잡아 집을 향해 무조건 뛰었다. 경수는 자꾸 ' 왜, 무슨일이야? ' 하며 물어왔지만, 백현은 사색이 된 채 대답이 없었다. 집에 도착하고 나서도 백현은 숨을 고르며 앉아있을 뿐이다. 경수는 화보다는 걱정이 되어 자꾸만 물었다.

 

" 자, 잘 들어. 경수야. 사실 너한텐 말 …. 안하려고 했는데. 해야겠다, 아무래도. "

 

백현의 진지한 표정에 경수는 웃음을 띄던 입술을 꾹 다물고선 백현에게 집중했다.

 

" 우리, 죽을 지도 몰라. "

 

백현의 갑작스러운 말에 경수는 눈이 커져 백현에게 ' 그게 무슨 말이야. ' 하며 말을 재촉한다. 뜸을 들이던 백현은 침을 한번 삼키고선 다시 말을 이어나간다.

 

" 사실 네가 자고 있을때, 20일 전 쯔음인가. 왠 남자가 하나 찾아왔어. 그 때 난 이 사실을 듣게 되었고. 어떤 킬러가 우릴 노린다네. "

 

백현은 미세하게 손을 떨고 있는 경수를 보았다. 아마도,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는거겠지. 백현은 경수의 떨리는 손을 붙잡고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 그 남자가 우릴 지켜준댔어. 그리고 나도 널 최선을 다해 지킬거야 …. "

 

경수는 백현의 품에 안겼다. 적막한 고요만이 집안에 흘렀다.

 

 

 

 

그리고 다시 남자의 전화가 걸려왔다. 백현은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 예, 전화받았습니다. "

" 백현 씨, 집 앞 카페로 8시까지 나와주세요. 부탁합니다. "

 

남자는 다짜고짜 그 말을 건네고선 전화를 끊었다. 무언가 급하게 전할 말이 있는 것 같았다. 전화를 말할 수 없는건가? 하며 경수를 집안에 두고선 혼자 외출준비를 했다. 경수는 어디를 가는거냐며 자꾸만 백현을 붙잡았지만, 백현은 안심해도 된다며 경수를 달랬다. 집 안에는 경수 혼자만이 남았다.

 

" 아, 여기입니다. "

 

말끔한 정장을 빼입은 남자가 자리에 앉아있었다. 백현은 서둘러 앉으며 ' 무슨 일입니까? ' 하며 물어온다. 남자는 " ' 리바이 ' 의 타겟이 바뀔때까지 저희 정부가 지정하는 장소에 계셨으면 합니다. 아무래도 그 녀석이 보통이 아닌지라 정부에서도 심히 걱정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 라며 말했다. 백현은 ' 역시 지금 상태는 안 좋게 흘러가고 있나보네요. ' 라고 말한다. 남자는 어쩐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 예, 그렇게 됐습니다. 제가 무능한 탓이죠. ' 하며 말한다. 백현은 고개를 저으며 ' 아닙니다. 당신은 우릴 위해 최선의 노력을 가하고 있어요. 항상 감사히 여기고 있습니다. ' 라고 말한다. 남자는 옅게 미소지으며 자리를 먼저 일어났다. 백현은 경수가 기다리겠지? 하며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집으로 가는 골목, 백현의 뒤에서 누군가가 백현의 어깨를 잡아왔다. 백현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저번의 그 남자다. ' 리바이 '. 백현은 그대로 멈춘 채 그를 응시했다. 남자는 여전히 웃는 상이었다. 씨익 웃으며 백현에게 ' 긴히 할 말이 있는데, 들어줄거죠? ' 하며 묻는다. 백현은 대답이 없었다.

 

" 사실 내가, 댁 애인이 마음에 들었는데. 집에 꽁꽁 싸매고 내보내질 않으니 어쩔 수 없이 내가 찾아가서 몇번 봤지. "

 

공터에서 백현이 팔과 상체가 묶인 채 발버둥치고 있다. 남자는 ' 그렇게 반항하지 마세요. ' 라며 백현의 얼굴 앞에 칼을 들이대보인다.

 

" 이 칼, 무서워요? "

 

남자는 자신의 한쪽 어깨에 매달려있던 가방에서 도끼를 꺼낸다.

 

" 이 도끼는, 무서워? "

 

다시 총구를 집어든다.

 

" 이 총은? 이 총, 무서워? "

 

그렇게 말하는 남자의 눈빛에 살기가 어린다. 남자가 백현에게 총구를 들이댔을 쯔음, 누군가가 달려와서 남자를 밀쳤다. 그는 경수였다. 경수는 백현이 나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백현의 뒤를 쫓았다. 집에 돌아오다가, 남자에게 붙잡히는 것 까지도. 경수는 일찍이 112에 신고를 넣은 상태지만 아직 경찰은 도착하지 않았다.

 

" 아, 귀여운 경수씨 왔네. "

" 우리 백현이, 풀어주세요. "

" 에이, 그럼 나만 손해인거 아냐? "

 

남자는 비웃음인지 조소인지 모를 웃음을 짓곤 총구를 만진다.

 

" 사람은 언젠가 죽게 되어있어. "

" …. "

" 나는 그저, 매혹적인 저승사자라고 할까. "

 

남자의 말에 경수는 가만히 서서 몸을 떤다. 아마도 두려움에 지배된 것이겠지. 그래서 지금도 사랑하는 이를 구해낼 수 없는거겠지.

 

" 그렇게 무서워 마. 저승사자치고 외모는 준수한 편이잖아? "

" 백현 씨, 경수 씨한테 할 말 있어? "

 

남자는 백현의 입에 붙어있던 테이프를 떼어내며 말한다.

 

" 경수야 …. 도망 가 …. "

 

끝까지 한다는 소리가 도망가라는 소리. 나만 살라는 소리. 너는 죽어도 괜찮아? 너는 괜찮을 지 몰라도 나는 안 괜찮아 ….

 

" 싫어, 안돼. 너만 두고 내가 어떻게 도망 쳐. "

" 경수, 경수야 …. "

" …. "

" 내가 제일 욕심 부렸던 건 …. 너와 내가 함께 행복하길 바란거였어. 네가 내 옆에 있길 바란거였어. 기도했던 거였어. "

 

경수는 백현의 차가운 몸을 꼭 끌어안았다.

 

" 아, 눈물 겨워라. 여기서 이제 나한테 달려들어서 무기를 뺏고싶겠지. 하지만 안 돼. 간절하게 기도하면 죽음의 순간이 미뤄지나? "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총구를 장전했다.

 

" 아, 안돼 …. 안돼. 살려주세요 ….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

 

경수는 애원하듯이 남자의 팔을 붙잡았다. 남자는 경수의 손을 세지도, 그렇다고 부드럽지도 않게 뿌리치곤 총을 백현의 이마에 들이댄다. 이내 총구를 내려 백현의 심장부근에 댄다. 경수는 눈물을 흘리며 휴대폰을 들었다. 다시 112에 재촉전화를 하는 것이다.

  

" 경찰은, 나를 막지 못해. "

 

남자는 그 말을 끝으로 총알을 발사했다. 경수의 눈 앞에서 봄이 졌다. 꽃잎이 떨어졌다. 눈 앞에서 새빨간 피를 흘리고 있는 백현을 보면서도 경수는 두렵다고, 무섭다고 생각했다. 이 상황속에서도 이런 생각을 하는 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 경수씨는 귀여우니까, 일찍 죽긴 아쉽잖아요. 저승사자는 관대해. "

 

남자는 그 말을 남기고선 천천히 공터를 걸어나갔다. 한참을 경수는 백현을 부여잡고 안았다. 계속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되돌아오지 않는다. 죽은 백현이 살아돌아오지 않는다.

 

경수는 남자의 뒷 모습에 대고 소리쳤다.

 

" 당신은 …. 인간 말종이야. 쓰레기야. 평생을 괴로워할거야 …. 당신, 부모님이 피 눈물 흘리실거야 …. "

 

경수의 말에 남자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남자는 다시 뒤 돌아 경수를 향해 걸어왔다.

 

" 다시 한번 말해봐. "

" 당신 부모님도 …. 당신이 죽일거야. 당신 손으로 죽이겠지. 살인마를 낳은 어머니. 괴로워 하실거야. "

 

중간중간 눈물때문에 말이 끊겼지만 확실한 어투였다. 남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경수의 어깨에 총을 겨눴다.

경수가 맥없이 백현의 위로 어깨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 아파? 아프지. 입은 함부로 놀리라고 있는게 아닌데. 주인 잘못 만났네. 그런 예쁜 입술로 험한 말하면 안 돼. "

 

남자는 미소지으며 경수의 머리에 다시 한번 총을 겨눴다.

 

그 후 경찰이 온 건 무려 두 사람이 살해당한지 35분 후였다. 남자의 통신방해로 잘 전달되지 않았으리라 짐작한다. 사건현장에 온 그 남자의 얼굴이 유난히도 어두워보인다. 이번에도 지켜내지 못했다.

 

 

 

경찰 속에 스며들어 있던 ' 리바이 ' , 아니 찬열은 웃음이 아닌 눈물을 흘렸다. 그리도 좋아서 …. 저리도 좋아해서 …. 좋겠네.

 

 

 

분명 봄인데, 눈이 오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다행이다. 내리는 눈을 막아줄 수 있어서 …. 

경수는 마지막으로 생각했다.

 

 

 

백현은 마지막으로 생각했다.
경수는 분명히 도망쳤겠지. 하며 안심했다. 하지만 그것은 백현의 착각이었다. 2년동안 같이 살며 경수를 잘 알지 못했다. 경수는 끝까지 백현의 곁에 남았다. 아마도 둘이 천국에서 조우한다면 서로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릴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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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ㅜㅜㅜㅠㅜ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스파클링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럭.
10년 전
독자2
어흐...아 뭔가...에잉ㅠㅠㅠㅠㅠㅠ 슬퍼융ㅠㅠㅠ 아련한데 백도로 더욱더 아련하네요ㅠㅠㅠㅠㅠ
10년 전
스파클링
'ㅅ'! 아녀유아녀유 감사해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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