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결말 18 完
오늘따라 퇴근 후의 발걸음이 유독 가볍다.
공모에 당선됐다는 전화를 받고 나서도 믿지 못했다.
그냥 모든 게 거짓말 같았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기회가 오겠지 했었지만 그게 오늘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동안의 노력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스쳐갔다.
그리고 한 사람이 미치도록 생각났다.
지금 그 한 사람을 보러 가는 길이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날인데 왜 자꾸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눈치도 없이 자꾸만 튀어 나오려는 눈물샘을 붙잡고 민현이가 있는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지막 손님들을 보내고 뒷정리를 하고 있는 민현이가 보인다.
“어? 유리야! ...너 울어?”
나를 발견하고 반갑게 다가오던 민현이는 울고 있는 내 모습에 당황을 했다.
정말로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민현이의 품에 안겨버렸다.
그렇게 한참을 울었던 것 같다.
“다 울었어?”
“응.”
얼마나 울었는지 코맹맹이 목소리가 나왔다.
이 상황이 웃겨서 웃음이 나왔다.
“민현아. 나 할 말 있어.”
“나 뭔지 알 것 같은데.”
“어? 어떻게 알아?”
“네 표정만 봐도 알 것 같아.”
그리고는 씨익 웃는 민현이다.
“고마워 민현아.”
“고생 많았어 그동안.”
언제나 나를 응원해준 내 편에게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말해주고 싶었다.
네가 아니었다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거라고.
“근데 유리야.”
“응?”
“나 옷이 너무 축축해.”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민현이의 티셔츠가 그제야 눈에 띄었다.
“미안.. 나 너무 많이 울었다.”
“찔찔이야 너.”
오늘 민현이는 눈물이 많은 나에게 찔찔이라며 별명을 지어줬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민현이가 안 보였다.
거실에 나가보니 소파에 앉아있는 민현이가 보였다.
“일어났어?”
늘 그렇듯 다정한 목소리였지만 뭔가 모르게 긴장한 듯 보였다.
“나 오늘 아버지 만나러 가려고.”
예상치 못한 민현이의 말에 깜짝 놀랐다.
한 번은 찾아봬야 하는 게 아니냐며 물어봤었지만 그때마다 민현이는 대답을 피하고는 했다.
“같이 가줄래?”
“응.”
“...”
“...”
“...”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어색한 분위기였다.
각자 딴 곳만 바라보고 있는 부자도, 그리고 그런 그들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나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잘 지내셨어요?”
“응... 잘 지냈지.”
“아프신 데는 없고요?”
“없어. 요즘 일도 하고 있어. 얼마 벌진 못해도...”
그리고 주문한 음식들이 나왔다.
“많이 드세요.”
“고맙다.”
“아 그리고 제 여자친구예요. 아버지께 꼭 소개해주고 싶어서요.”
“아버님 안녕하세요. 민현이 여자친구 성유리라고 합니다.”
평소에 살가운 성격이 아니어서 이런 자리가 어색했지만 민현이를 보고 용기를 얻었다.
민현이는 식탁 아래로 내 손을 꼭 잡아주었다.
“제가 힘들 때 유리가 늘 옆에 있어줬어요.”
“...”
“예전에는 아버지가 참 미웠어요. 무서웠고..”
“...”
“근데 이제 아...버지를 용서하려고요. 유리. 덕분에 힘을 많이 얻었어요”
“미안하다.. 고맙다 민현아...”
눈물이 났다.
민현이도 아버님도 그동안 참 많이 아팠겠지 싶었다.
그리고 앞으로 자주 찾아봬야겠다고 생각했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왔다.
민현이가 화장실을 간 사이에 아버님께서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혀있던 5만원을 내게 건네셨다.
“우리 민현이 잘 챙겨줘서 고마워요 아가씨. 돈이 많이 없어서...”
“아니에요 아버님. 마음만 받을게요 정말...”
“이거라도 받아줘요. 민현이랑 맛있는 거라도 사먹어요.”
꽤나 거친 아버님의 손에 눈물이 날 뻔 했지만 꾹 참았다.
그렇게 짧았지만 뜻깊었던 만남이 끝이 났다.
“고마워 같이 가줘서.”
“내가 더 고마워. 아버님께 앞으로 잘 해드리자 우리.”
오늘따라 민현이의 웃음이 더 예뻐 보였다.
“그동안 고생 많았지.”
“괜찮아 이제는.”
“응. 나처럼 예쁜 여자친구도 있잖아.”
“맞아.”
용기내준 민현이가 기특해서 집에 가는 동안 운전하는 민현이의 옆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봤다.
공모 당선 후에 여기저기서 전화를 많이 받았다.
내 글이 괜찮다며 같이 작업해보자는 연락들이었다.
마침 보조 작가로 일하고 있던 작품도 끝난 터라 계약할 곳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생각보다 일이 더 빨리 진행됐고 빠르면 다음 달부터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하루하루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꿈만 같았다.
그리고 또 한 번 행복한 일들이 일어났다.
며칠 뒤 우리는 제주도로 여행을 가게 됐다.
내가 바빠지기 전에 얼른 가야 한다고 하도 떼를 쓰는 탓에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물론 나도 엄청 좋아했던 건 안 비밀이다.
고등학교 때 이후로 제주도는 처음이라 너무 설렜다.
비행기 창밖으로 비춰진 맑은 하늘에 우리 둘은 어린 아이처럼 신나했다.
“그때도 너랑 같이 왔었는데... 기억나?”
“당연히 기억나지.”
“너랑 다시 올 줄은 몰랐는데.”
숙소에 대충 짐을 풀고는 부지런히 움직였다.
제주도에는 맛있는 것도 볼 것도 참 많았다.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괜히 고등학교 때가 생각이 나기도 했다.
그러다가 아까부터 카메라로 나만 찍어대는 황민현이 보였다.
“너 아까부터 뭐해!”
“사진 찍어.”
참 나.. 누가 그걸 몰라서 묻나.
“예쁘다.”
사진 찍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던 민현이는 나와 다니면서 많이 바뀐 것 같다.
뻥 뚫린 도로를 달리는 것도, 배가 터질 것만 같다면서도 제주도에서 맛있는 건 모조리 다 먹는 것도.
그냥 다 좋았다.
너와 함께한 두 번째 제주도는 모든 게 완벽했다.
어느덧 날이 저물고 밤이 되었다.
밤바다는 또 다르다며 숙소 근처에 있는 해변으로 갔다.
밤이라 거센 제주의 바람이 우리를 맞이했다.
감기 걸리면 안 된다며 숙소에서 챙겨온 담요로 나를 꽁꽁 싸매는 민현이다.
“진짜 좋다.”
“나도.”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던 민현이가 내 손을 슬며시 잡아왔다.
그리고 손에서 무언가가 만져졌다.
반지였다.
“... 뭐야?”
“어때? 예뻐?”
“응... 너무 예뻐.”
“언제 줄까 고민 많이 했는데 지금인 것 같아서.”
“결혼하자 유리야.”
“열여덟에도 너였고 지금도 너야.”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너 덕분에 사랑이라는 감정을 처음 느꼈어.”
“앞으로도 너 아니면 안 될 것 같아.”
마음을 꾹꾹 담아 말하는 민현이의 마음이 느껴졌다.
“늦어서 미안해.”
고맙고 벅찬 마음에 눈물이 났다.
“고마워 정말로...”
“진짜 나랑 결혼해주는 거야?”
“그럼 내가 누구랑 하냐!”
서로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웠다.
네 번째 손가락에 빛나고 있는 반지가 너무 예뻐서 괜히 만지작거렸다.
“... 떨려서 죽을 뻔 했어 나.”
아직도 심장이 쿵쾅댄다며 심호흡을 하는 황민현이다.
그리고 그런 그가 좋아서 자꾸만 웃는 성유리다.
“너 이제 아무데도 못 가.”
“푸흡.. 당연하지. 나 아무데도 안 갈 거야.”
이 순간까지도 너는 귀엽고 사랑스럽다.
오늘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평생을 약속했다.
열여덟의 성유리가. 제주의 하늘 아래에서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그때처럼 황민현 너는 내 세상이다.
내 청춘의 끝에는 네가 있었다.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모르겠지만, 또 다른 시작과 끝에도 네가 있을 것이다.
“사랑해 성유리.”
“나도 사랑해.”
내 청춘의 결말에는 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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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늦어서 죄송합니다ㅠㅠ 늦어도 밤까지는 올리려고 했는데 자꾸 할 일이 생기네요.. 너무 늦은 시간이라 많은 분들이 못 보실 것 같네요ㅜㅜ 종강은 언제 하는 걸까요 도대체? 얼른 종강해서 글 마구마구 올리고 싶습니다.... 어쨌든 청춘의 결말이 완결이 드디어 났네요 뚜둥.. 제가 글잡에 처음 쓴 글이기도 하고 꽤 오래 연재하기도 해서 보내기 섭섭한 마음이 조금은 드네요ㅜ.ㅜ 그래서 언제 번외편을 들고 나타날지 모릅니다!ㅋㅋㅋㅋ 기대해주세용 히히 저 정말 해피엔딩으로 쓰려고 노력 많이 했어요.. 그동안 청춘의 결말을, 청춘의 결말의 주인공인 민현이와 여주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해요♡ 나중에 더 재밌는 글로 꼭꼭 다시 찾아올게요:-) 그동안 댓글로 저에게 큰 힘이 되어 주셨던 많은 분들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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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