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원/황민현/강다니엘]
[미제사건 전담팀, 끝까지 간다]
*위 소설에서 쓰인 사건과 인물들은
모두 가상으로 꾸며낸 허구적 사건과 인물들이며
실제 상황은 아님을 밝힙니다.*
#1-1.천국시 행복동,
그곳은 이미 지옥이었다.
[누군가는 말한다.]
[그 곳은 모두가 미소짓는 천국같은 곳이라고.]
[하지만, 또 누군가는 말한다.]
[그곳은 천국이기 이전에 이미 지옥이였다고.]
***
"반갑습니다, 전담 주치의 황민현입니다.
들어오세요."
뻘쭘하게 서있는 우리 셋을 가르고 앞으로 나선 민현이 형은
예의상 나온다는 그 영업용 미소로 반겼다만,
우리는 맘에 안 든다는 듯 잔뜩 구긴 얼굴살을 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이방인,
이 집에 발을 들인 이방인.
그들의 세상에서 우리는 늘 이방인였으니,
역으로 이 집에 발을 들인 그는
우리에게서는 이방인으로만 비춰질 뿐이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배척하는 눈빛을 보내니
현관문에 오른 발만 살포시 얹었던 경찰은
조금 당황한 눈빛으로 응대하며 나머지 한쪽 발을
현관에 들일까 말까 내적갈등을 겪고있어 보였다.
...니네...이럴때만 똘똘 뭉친다니깐.
손님을 현관에서 거실로 모실때 형은
우리 보고 들으라는 듯이 말을 흘렸고
그 말을 놓칠리가 없는 박지훈은 인정한다는 듯이
입만 한번 빼쭉이고는 형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방금 전 당당하게 자기소개를 하던 모습은 어디가고,
잔뜩 주눅이 들어서는 형의 안내를 받으며 거실로 들어서는
경찰을 보며 한숨을 내쉬다가도 내 옆에서
자그마한 소리가 쫑알대는 게 들려
시선을 아래로 향하면.
"? 야, 꼬맹이- 너 그거 어디서 났어."
또 어디서 훔친건지 모를 손때가 묻어 누렇게 바랜
오래된 독일어 사전의 하드커버위에 손을 얹고
두 눈은 영원히 뜨지 않을 것처럼 꼭 감아 버린 채
무언가를 읽어나가는 꼬맹이가 보였다.
한 눈만 팔면 꼭 어디선가 사고치고 오는 게
꼬맹이의 주특기라지만.
다른 건 몰라도 남의 물건과 관련된건 나 조차도,
주치의 겸 보호자 급인 민현이 형 조차도
용서가 안되는 부분이였기에
눈을 부릅, 힘주어 뜨고 경고하려치면.
"우와?! 형사님, 가방끈 진짜 길다-
독일에서 국립법학대학 수석으로 졸업하고!
국과수에서두 일했었구!!
근데 그렇게 상처받고, 위협까지 받았는데
왜 다시 돌아온 곳이 경찰이래?"
이미 그와 관련된 모든 걸 읽어낸 꼬맹이는
다시 전속력으로 거실로 달려나갔다.
**
남의 물건에 함부로 손을 대었다는 죗값으로
ㅇㅇ의 손에는 두터운 오븐용 장갑이 끼워졌지만,
ㅇㅇ는 잠시동안 장갑을 벗고 재환이의 물건에
다시 손을 대려하다가 환장하겠다는 박지훈의 비꼼에
풀이 죽어 오븐 장갑의 벙어리 부분만 만지작댔다.
재환이의 독일어 사전에 손을 댄건 정말 잘못된 행동이였다만,
그로 인해 그녀는 제 자신이 갖고있던 능력치를
초면인 재환이에게 가감없이 보였고
분명 기분이 나빠야지 정상인 상황에서
재환이는 놀랬다는 표정과 더불어
자신이 알맞게 찾아왔다는 뿌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할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따뜻한 차 한 잔이라도
내오겠다는 민현이의 말에
ㅇㅇ는 민현이가 거실에서 멀어지는 모습을 눈치껏 보며
슬그머니 오븐용 장갑을 조심조심 빼내었고,
재환이는 본격적으로 제가 찾아온 이야기를 꺼내려
노트북 가방 속 서류뭉치들을 꺼내들었다.
"경찰청 미제서류보관소에서만 최소 8년 이상 머물렀던,
어떻게 보면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사건들이에요."
"골든타임을 놓쳐버렸다는 건,
다시 소생시킬 수 없다는 말씀. 아닌가요?"
"우리가 무슨 구세주냐,
죽은 것도 부활시키게."
재환이 넷에게 건넨 서류뭉치들은 전부 하나같이
캐캐묵은 눅눅한 곰팡이 냄새를 풍겼다.
군 부대 미제사건부터 시작해서
별의 별 사건들이 빼곡히 적혀있었다만.
수사의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이 사건들을
수사권 하나 없는, 민간인과 다를 바 없는 자신들에게
가져다준 이유부터나 듣자는 식으로 나왔다.
"일반인 형사들은 아예 접근조차도 쉽지 않았던
미제 사건들이지만,
이 사건들이 발생한 지역에서
이유 모를 동일한 연쇄사건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어요."
"몇 가구 없는 소규모의 마을부터 시작해서
국가의 임명을 부여받은 곳에서도
과거에 해결하지 못했던,
동일한 사건들만 일어나고있습니다."
"우리가 일반 사람이었기에,
아마 사건의 실마리 조차도 잡지 못했던 것이고.
그래서.....
여러분들의 도움을 청하러 왔습니다."
호소력 짙은 재환이의 음성과 말 주변에
모두들 홀린 듯이 관련 계약서에 지장을 문지를 뻔했지만,
정적이 찾아온 거실의 틈새를 파고들어
아직 어린 말투의 한 마디가
모두를 정신차리게 만들었다.
"아하- 그래서,
우리 형사 선생님께서는
우리나라의 정의를 위해!
무급노예를 구하러!
여기까지 오셨다- 이 말씀이시네."
빈정대는 말투와 비꼼의 스킬이
예사롭지 않은 걸 보아하니,
재환이 건네준 서류를 그림책 보듯이 넘겨보고선
딴 짓만 하던 지훈이의 목소리였다.
'나라의 부름을 받았으면, 응당 달려가야지!' 하고
애국심이 급 불타올랐던 나머지
셋도 지훈이의 '무급노예' 라는 워딩에
뒷통수를 시원하게 맞은 듯 지장을 찍으려
내밀었던 검지 손가락을 얌전하게 접어 감췄고,
분위기가 점점 지훈이의 쪽으로 쏠리는 듯 하자
재환이는 제가 생각했던 시나리오로 흘러가지 않는 모양인지
불안한 동공을 감출 생각이 없어보였다.
"지훈ㄴ,님이 원하시는 연금은.
경찰청 특별수사 하
미제사건 전담팀 형사 권한대행으로 지ㄱ."
"콜."
"? 뭘 망설여요? 연금 준다고 하는데,
안 할거에요?"
언제 자신이 비협조적이였나며 흥얼흥얼 콧노래까지 부르며
빨간색 인주를 제 엄지손가락에 골고루 묻혀
지장 뿐만 아니라 간장(間章)까지 야무지게 찍고는
재환이에게 넙죽 거수까지 건네보이는 지훈이였다.
태세전환이 거의 카멜레온 급인 지훈이에
다들 환장하겠다는 듯, 표정을 짓다가도
자신 앞에 놓인 서류에 갈팡질팡했다.
말만 들으면 하루 이틀 사이에 해결 해낼 수 있는
굉장히 쉬운 과제 같다가도,
연쇄살인범...이라는 말을 들으면 본인의 목숨이
위협 받을 수 있을 과제였다.
"저도 하겠습니다."
말투와 행동이 마치 학령기 아이였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담담하게 제 의사표현까지 마친 ㅇㅇ가도
제 스스로 검지 손가락에 인주를 묻혀서
제 앞에 놓인 권한대행 동의서와 계약서에 인장을 남겼고
그 모습을 본 셋 말고 재환이만 '
이건 또 뭐지?' 라는 표정을 지었다.
"김ㅇㅇ, 쟤 원래 저래요-"
보다보면, 이제 익숙해지실거에요.
원래 제 자리가 재환이 옆이였다는 것처럼,
어느새 재환의 곁에서 독일어로 유창하게 말을 건네는 지훈이에
재환이는 자신도 모르게 제게는 제2 모국어와
다를 바가 없는 독어로 대답을 하려다
이제는 좀 무섭다는 듯,
경악스런 표정으로 지훈이를 바라봤다.
"제노글로시."
"죽다 살아나보니깐,
외국어 한 20개 정도? 할 줄 알더라구요-"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마냥,
눈썹 한 쪽만 치켜올리며
능글능글 허세를 부리는
지훈이에 재환은 고개를 돌려 애써 외면하려했고,
그들이 장난을 치는 사이에 갈등하던 마지막 사람.
다니엘 마저 묵묵히 제 인장을 서류에 새겨넣었다.
"이제, 뭐부터 하면 됩니까."
***
"남 부러울 게 없는 곳 아닌가,
이 정도 지원에 관심까지 받으니."
"##시는 근 10년간 정부차원의 지원 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후원과 관심도 꾸준히 받아온
다문화 특구 지역이에요."
"근데, 그런 곳에서 도대체 왜....."
첫번째로 맞게된 사건은
대한민국에서도 다문화 특구 지역으로 잘 알려진 ##시.
사건과 관련된 배경지식들을 하나씩 살펴보며
모두들 드는 생각은 아마 단 한가지 뿐 일것이다.
'천국같은 이 곳에서
도대체 왜 이런 사건이 일어난건지.'
잘 닦여진 고속도로를 달리는 중에도
시간을 허투루 낭비하기 싫었던 다니엘은 재환이
그동안 스크랩 해온 신문 기사들,
또는 이번 살인사건과 관련된 심리적 분석 결과를
하나씩 짚어보고있었고.
나란히 앉아있던 민현 또한 관자놀이를 눌려대며
뭔가를 생각하는 듯 했다.
"우리는 형사권 권한대행이기때문에,
사건현장을 직접 감식하고 국과수의 결과지를
직접 받아볼 권리는 아직은, 없어요."
"?!?! 아니? 왜!?
형사권 넘어왔으ㅁ,"
"완전히 형사권이 넘어온 것이 아니라,
권한대행만 하는 거래잖아."
형사 권한대행과 형사.
그 둘 사이를 단호하게 선을 그어버리는 재환이의 말에
두꺼운 헤드셋을 끼고 눈을 감은채 잠들 줄만 알았던 지훈이
발작적으로 일어나 억울 하다는 듯이 따져 물었고,
옆에서 잠잠히 듣고만 있던 다니엘은
'다시 잠들었으면'하는 표정으로
지훈에게 별 영양가 없는 대답을 해주었다.
"막막, 그 뭐냐 폴리스 라인?
그거 뙇!하고 쳐들고 들어가서
인상 뙇! 찌푸리고
[국과수에 연락해, 감식보고 요청한다고]
이 멘트 칠 준비 하고있었다고- "
"너 밤마다 범죄영화 이상한 거 보고
자꾸 헛소리하면,
.....tv선 끊어버린다."
".........."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쓸데없는 겉 멋만 잔뜩 든
박지훈 어린이에 재환은 딱히
해주고 싶은 말이 없었다.
현실을 알려줘봤자, 들을려고 하지도 않을테니
제 입만 아플 뿐이었고
재환은 그저 지훈의 말을 감흥없이 듣고
제가 하려던 얘기나 계속했다.
"사건현장을 직접적으로는 감식하지는 못해도,
간접적으로는 가능한데.
국과수에 제 동료들이 남아있어서,
한번 부탁을 해서 감사지 복사본을 구해올 생각이에요.
그리고, 또...."
"김재환 형사님."
"ㄴ,네?"
"......얘기를 들어보니,
형사님 또한 정부 고위층에 이용당해
그렇게 좋지만은 않은 경험을
당하셨다고 들었는데."
"굳이 복사본까지 옛 동료들에게 부탁해서
경찰들, 형사들도 해결하지 못했던
미제사건들을 직접 나서서 해결하려는
이유가 뭔지, 물어봐도 될까요."
자신의 무릎을 베고 잠이 든 ㅇㅇ가 행여나 깰까봐
조심스럽게 양쪽 귀에 잔잔한 오르골 소리가 흘러나오는 이어폰을
끼워준 민현은 재환의 두 눈을 직시한 채
조금은 차가운 말투로 대화를 꺼냈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고생길을
왜 걸으려고 드냐.] 를
나름 예의를 갖춰 돌려말한 민현의 직구에
재환은 곰곰히 제 자신에게
되묻는 듯 했다.
그러게,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텐데.
난 왜 그렇게
국장님, 팀장님께 매달리면서까지
이 일을 전담하려했지.
입술을 물어뜯으며 민현이 던진 물음에 대한
대답을 찾으려했지만,
민현의 입술이 떨어질때까지
대답을 하지 못한 재환은 조금씩 울렁이는 속에
시선을 차창으로 던졌다.
"아직, 제 물음에 대한 생각까지는
해보신 적이 없나보네요."
"........꼭 그 답을 찾길 바라겠습니다."
말을 아낀 재환에 민현이 또한
그닥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망상소녀 ㅇㅇ가와
환각소년 지훈이를 대하면서 현실을 직시하기 위한
치료적 의사소통과 화법이 일상생활 속에도 스며들어
이렇게 단호하고 냉철해진 것 뿐인데.
듣는 상대방은 민현이의 화법이
그닥 유쾌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갑자기 입안에 감겨도는 쓰라린 맛에
민현이 또한 멀리 차창 밖에 시선을 둔 채,
곤히 잠든 ㅇㅇ가 머리카락만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
"피해자 **씨,
나이는 만 35세로 남편 김 모씨와
5년 전 ##시와 정부가 지원하는
베트남 국제결혼으로 혼인을 했고,
##시 소유의 토지를 정부 지원금으로 매입을 해서
농사를 하고있는 걸로 파악되어있어요."
"결혼도 국가가, 취업도 국가가..
..이건 뭐...
거의 왼손은 거들 뿐, 뭐 이 정도인데?"
"부검 자료에서는 피해자 **씨는 현장에서 즉사했고
사인은 흉골골절로 인한
횡격막 파열, 심근손상으로 되어있는 걸 보면
충분히 납득 가능한데, 이게 왜...."
"아냐, 형이 놓친 하나가 또 있어."
##시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동안 마련한
임시거처로 들어온 이들은 집 구경을 할 틈새도 없이
바로 사건에 대한 짤막한 브리핑부터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그 동안 지내왔던 민현이의 집의 거실에 해당하는
평수의 큰 서재의 공간을 매우고 있는
둥근 협탁에 둘러 앉은 이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피해자 **씨,
수면제도 다량 복용하고 있었나봐.
그래프 자세히는 볼 줄 모르지만,
일단 옆에 쓰여진 수치가 꽤 높더라구."
"맞아요, 다니엘씨 말씀하신 것처럼
피해자 **씨는 그동안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 중이였어요.
위장을 부검할때, 아직 소화가 덜 된
수면제 몇알이 확인되었어요."
"사인은 교통사고로 인한 내장관, 심장파열인데
알고보니 수면제를 복용 중이라,"
"....혹시...수면제를 너무 많이 먹어서
정신이 확, 돌아버린 건 아닌가...?"
평소와 답지 않게 얌전히 제 앞에 놓여진
여러장의 부검 당시 상황을 찍어둔 사진만 노려보던 지훈은
나름 저와 나이 차가 나는 어른들의 눈치를 살짝씩 보며
어렵사리 입을 떼었고,
필터링이 조금 덜 되었다만.
충분히 일리있는 말로 셋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 왜 있잖아 그런거.
마약성 진통제도 너무 많이 쓰면 환각 보구 그러잖아.
그런 것처럼 수면제를 너무 많이 먹어서 환각을 본 거지.
그리구 차도로 확! 뛰어들어서!!"
"뺑소니가 났다, 이건가?"
일반 수면제의 특성 상,
인간의 두뇌를 강제적으로 잠에 들게 하는 마취성 물질과
진정제가 들어가기 때문에 소량만 투여시에도 부작용으로
섬망과 같은 병적 정신상태를 일으킨다.
그렇기에 의사의 처방없이는 소재할 수 없는 약물인데.
이를 다량복용했다는 건.
"누군가가 김모씨와 **씨에게 수면제를
다량으로 쥐어주었다는 게,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야."
".....ㅎ,형. 근데 ㅇㅇ가.
ㅇㅇ가 어딨어요...?"
협탁에 둘러앉은 셋은 한참동안 사건에만 집중해서
해결해야하는 과제의 우선순위를 붙이고 의논을 했고,
그 사이에 이 집을 빠져나간 ㅇㅇ가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
짧을줄만 알았던 사건 브리핑이 길어지면서
잠시 쉬어가기로 한 때,
기지개를 피며 2층 서재에서 1층 주방으로 발길을 옮기던 다니엘은
웬일로 적막하기만한 집 분위기에 어리둥절해하며
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ㅇㅇ야, 김ㅇㅇ!"
민현이의 옆구리. 아기 코알라처럼 들러 붙어있어야 할
꼬맹이가 보이지 않자,
다니엘은 사색이 되어 2층 서재로 거진 뛰다싶히 올라가
애타게 찾아대던 꼬맹이의
행방을 물었다.
***
["안녕."]
[10여분 째 기나긴 대치 끝에 수줍게 내민 첫마디는,]
[짤막한 두 단어인 [안녕]이었다.]
가방 끈 엄청 긴 형사님과 민현, 다녤, 지훈을 따라 올라간
서재에는 ㅇㅇ가, 자신이 읽으려고 노력해도
파악조차도 불가능한 이상한 구부정한 글씨가 빼곡한
책들이 꽂혀있었고,
ㅇㅇ는 그것들을 만져서 제 능력을
그닥 낭비하고싶지는 않았다.
따라 올라갔다만,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슬픈 얘기들을 꺼내는 저 셋에
흥미가 떨어진 ㅇㅇ는 눈치를 보다가
그들이 화젯거리를 전환해 열띤 토론을 하고 있을
사이에 몰래 이 집을 빠져나왔다만.
".....여기가 어디지."
본래 자신이 살던 동네가 아니여서인지,
집 앞 정원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집 밖으로 나가서 괜한 헛걸음을 하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바로 앞에 드리워진 느티나무 아래 놀이터로 향했다.
아무도 없는,
이질적인 정적만 감도는 놀이터.
혼자서 그네에 올라 발을 끌며 그네를 타보지만,
어딘가 이질적인 감정만 남기고 가는
놀이터의 분위기에 ㅇㅇ는 자꾸만 주위를 살폈다.
".....놀이터가....마치,
있어서는 안될 장소에 놓여있어....."
"....인공적으로 만들어지기만했지,
아무도 쓰지 않는 곳 같아...."
누군가 들어주는 이 하나 없어도,
줄곧 혼자 쫑알거리는 것이 버릇이 된 터라
##ㅇㅇ이는 거리낌없이 제 생각을 던졌고
두리번대던 그 때. 어디선가 느껴지는 절 향한 시선에
ㅇㅇ는 조용히 눈을 감고 제 감각을 곤두세웠다.
"많이 높은데 거기까지 어떻게 올라갔어?"
그리고,
느티나무의 굵은 나무가지들 사이로 다람쥐 마냥
작은 몸을 웅크리고 있는 소녀를 보았다.
그네를 타고 있는 소녀와
나무를 타고 있는 소녀.
둘은 아무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기만했고,
그렇게 10여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다.
나무에 오른 작은 소녀가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와줄때까지 한 마디도 안 할 작정인지
조용히 입가에 미소만 띄운채 바라보고만 있는
ㅇㅇ를 향해 작은 소녀는 점점
나무에서 느리게 내려왔고,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작은 소녀가 다가왔을 때.
ㅇㅇ는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먼저 뗐다.
"안녕."
10여분 째 기나긴 대치 끝에 수줍게 내민 첫마디는,
짤막한 두 단어인 [안녕]이었다.
***
아이는 ㅇㅇ에게 뭐라고 알 수 없는 말로
빽빽 소리쳤고, 뒤도 안 돌아보고
앞장서서 달려나갔다.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다만,
아마도 절 따라오라는 뜻일거라며
대충 지레짐작하고는 ㅇㅇ는 아이를 따라
똑같이 놀이터를 달려서 빠져나왔고.
둘은 큰 도로가를 달려서
점점 으슥한 좁은 뒷골목 쪽으로 향했다.
길이 비포장도로로 변하고,
밖은 밝은 대낮인 반면에 갑자기 어두워지는 분위기에
아이를 따라가던 ㅇㅇ가도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뒤늦게서야 깨달았고.
어둡게 변하는 ㅇㅇ의 표정을 지각한 아이는
뛰는 속도를 줄이고 어느새
##ㅇㅇ이의 보폭에 발맞춰 함께 걸어나가고 있었다.
"ㅇ,여기 아는 곳이지...?"
"너 지금 알고 가고있는거 맞지......?"
계속해서 아이에게 되물어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은 채로 말없이 걷기만했다.
이와중에 다행이다 싶었던 것은
어른 김ㅇㅇ와 아이 김ㅇㅇ 사이에서
어른이 나와서 정신을 지배하고있어서
정확한 사리분별 쯤은 할 수 있다는 것,
그거 하나뿐이었다.
어른 김ㅇㅇ가 정신을 차렸을때는
제 자신이 놀이터를 빠져나와 작은 소녀를 따라서 뛰고있었고,
아이 김ㅇㅇ를 불러내 혼쭐을 내고싶었다만.
이미 엎질러진 물,
그냥 하는 수 없이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이따가 뭐라 변명해야할지...."
틈만 나면 사고치는 어린아이 김ㅇㅇ 덕분에,
어른 김ㅇㅇ의 거짓말 치는 실력은 날로 늘어만 갔다.
김ㅇㅇ 정신세계에 어른과 어린아이가 공존한다는 것,
이 걸 먼저 파악한 사람은 민현이었지만
이 둘의 특성이나 성격, 또는 행동방향을 모두 파악해서
가끔은 컨트롤까지 도와주는 건
지훈이 한 몫 했다.
이런저런 생각이 뒤엉켜서
머리는 뒤엉켜 버린 생각의 실타래를 한 가닥씩
다듬고 있을 때 쯤,
몸은 이미 아이를 따라서 어딘가 음침한
작고 낡은 집에 도착해있었다.
".....ㄱ,계세요..........?"
"ㅇ,아무도 안 계시나......."
조용히 들어선 낡은 집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몇몇 방에서는 사람이 그 전까지는 살았다는 것처럼
뿌연 먼지와 함께 생활용품들이 놓여있었다.
들어가면 안 될곳을 들어간 이 기분을 떨쳐낼 수는 없었다만,
아이를 따라 어느 방에 도달했을 때 쯤.
ㅇㅇ는 원치 않았지만, 제 직감으로 이 방에 무언가
비밀이 있을 것만 같았고
하나씩 둘러 보기 시작했다.
방에는 간촐한 화장대 하나가 중심에 놓여서는
그녀에게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듯,
ㅇㅇ의 이목을 사로잡았고.
누군가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미 ㅇㅇ이는 화장대에 마음이 간 모양인지
그 앞을 서성이다가 화장대에 놓인 물건들을
하나씩 짚고는 물건들에 담긴 이야기들을 읽어내렸다.
"남자가 처음 사다준 립스틱인가봐,
기뻐서 웃는 모습도 담겨져있고.
첫만남때.
그 행복했던 기억이 남겨져있어."
"아이가 처음 자신에게 가져다 준 선물,
여자는 작은 꽃잎 하나에도
감동받는 사람인가봐.
혼자 몰래 울기까지했어."
평범한 물건들 하나에도 여자의 섬세한 감정과
그 날의 기억들이 수놓여있는 걸 보면,
여자는 다정다감하고 추억들을 소중히 여기는 것 같았고
읽어내린 기억들 속에서 보여졌던
아이가 지금 절 여기까지 데려온 작은 소녀로 보였으니.
아마 여자는
소녀의 어머니이고
남자는 소녀의 아버지인듯 싶었다.
"? 약통은 왜 있는거지?"
어디 지병이 있었나....?
제 손에 꼭 들어오는 크기가 그다지 크지않은 약통을
손에 쥐었을때까지는 ㅇㅇ는 몰랐었다.
이 약통이 왜 이 곳에 있고,
이 약통이 제게 뭘 얘기해 줄지는.
약통을 손에 쥐고 숨을 훅, 들이 쉬고 내쉬며
기억을 읽어내렸을 때.
ㅇㅇ는 뚜렷하지는 않은,
뿌연 안개 속에 뒤덮힌 것만 같은
두 개의 나란한 음성을 들었다.
"ㅅ,싫어요....미안해요,
이건 ㅅ,싫어요."
"왜?
이 여편네가 왜 이제와서 싫다고 해?
빨리 안 쳐먹어!!!!!"
귓속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여자의 울음소리,
윽박지르는 남자의 목소리가
한데로 뒤엉켜 ㅇㅇ의 고막을 뚫고 지나갔고.
너무 많은,
너무 고통스러운 감정과 기억들이 머릿속을 파고들자
ㅇㅇ는 헛구역질까지 나며 헛것이 보였다.
이대로 여기에 더 있다가는 기절할 것만 같았던 찰나에,
작은 소녀와 ㅇㅇ를 제외한
또 누군가가 이 집에 가까워졌다는 게 느껴졌고.
정신을 차리려고 눈을 부릅뜬 채로,
이 방의 여닫이 문을 노려보면.
"어....?"
["왜? 이 여편네가 왜 이제와서 싫다고 해?"]
"아이구, 여긴 어쩐 일이세요."
["빨리 안 쳐먹어!!!!!"]
"반갑습니다.
저번에 인사드렸던 이웃 김씨입니다."
윽박지르는 남자의 목소리가 지금 ㅇㅇ가 본인 앞에서
인사를 하고있는 남자의 목소리와
오버랩되어 그 날의 상황이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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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춘북입니다----
여러분들, 잘 지내고 계셨는지요.
거의 한 달에 한번. 찾아뵙는 춘북이기에
계속 기다려주시는 여러분들께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만 가득해요ㅠㅠ
한동안은 이렇게 대뜸! 예고도 없이!
찾아올 수 있어요.....
글은 아마도 제가 무계획, 무근본 주의자여서
어떤 글로 여러분들을 찾아뵐건지는
잘 모르게쒀요,,,,,,(ㅠㅠ)
그래서! 제가 지금 연재하고있는
3개의 글 [투하트]/
[내 사람친구의 연애]/
[미제사건 전담반]의 암호닉을 이 곳에다
한꺼번에 받겠습니다-
이곳에다 암호닉을 신청하고 가시는 독자님들은
나중에 메일링 할때 저 3개의 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네....그렇습니다......
아, 제일 중요한거.
음....이번 편에서는 우리 지훈이가 디게
속물에다 뺀질이에다....
온갖 밉상처럼 보이지만.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아픈 상처를 갖고있는
아이에요....
(여러분들이 너무 미워하실까 무서버요,,,)
그럼 이번 글도 재밌게 읽어주세요-
앙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