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원은 사관부로 다시 들어갔고 성열과 성규는 생관부로 돌아왔다. 가볍게 날아올라 책장위쪽에 책들을 꽂아넣는 성규의 밑에서 성열이 끊임없이 조잘거렸다.
"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냐. 생명초는 어떻게 구할꺼며 구한다하더라도 할매한테는 뭐라 말하게 ? "
" 설득해봐야지..."
" 설득도 되는 사람이 있고 아니되는 사람이 있는거야. 할매는 아니되는 사람이고."
" 진심을 담아서 말하면 삼신님도 분명 크게 뭐라하시진 않을꺼야... "
그걸 형이 어떻게 알아.투덜거리는 식으로 말한 성열이 한숨을 쉬며 책장에 몸을 기댔다.
" 일단 삼신님 먼저 만나야겠다."
" 난 몰라. "
" 왜 ? "
" 형이 귀퉁뱅이 맞아도 난 모른다구."
"...설마."
" 우리...추방당하면 어떡해 ? 폴엔 앰씨처럼..."
" ......"
성규가 마저 책을 꽂고 다시 바닥에 착지했다.
" 그런 일 없도록 해야지."
한숨을 지으며 손을 탁탁 턴 성규가 손톱을 연신 물어뜯고 있는 성열의 어깨에 두 손을 얹고 떨지말라는 듯이 꽈악 잡았다.
" 다 잘 될거야.형이 장담할께."
" 장담은 무슨."
" 진짜라니깐."
온화한 미소를 지은 성규가 다시 차분하게 책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
" 형,나 무서워."
" 뭐,뭐가 무섭다고 그래."
" 형도 떨고 있으면서."
삼신할매가 있는 방문앞에 서서는 들어가질못하고 서로의 두 손을 꼭 잡은 채 안절부절하고 있다.막상 이렇게 들어가지도 못할꺼면서 장담은 왜 했는지... 한참의 호들갑끝에 성규가 먼저 문의 손잡이를 덥석 잡았다. 성열이 히익-하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저만치 떨어져서는 벽 귀퉁이에 몸을 숨겼다. 후우. 한번 심호흡을 한 뒤 노크를 두어번하고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
"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꺼야 ~ 함께 했던..."
이 노래를 중학교 졸업때 듣고 3년만에 또 듣네...
졸업장과 1,2학년 후배들에게 받은 꽃다발을 잔뜩 들고 있는 우현이 코를 한번 들이키며 몸을 떨었다. 히터를 내빈쪽에만 가득 틀어주고 정작 학생들에게는 딸랑 두 개가 전부다.1,2학년들이 부르는 노래소리가 강당안을 가득 채웠다. 남자들의 목소리라 그런지 강당밖에서도 들릴정도로 쩌렁쩌렁하다. 노래가 끝나고 엄청난 환호성과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담임선생님들과 사진을 찍는 학생들도 보였고 부모님과 사진을 찍거나 하는 학생도 있었지만 대다수가 친구들과 찍느라 강당안이 잠시 혼잡해졌다.
" 남우현 ! "
마찬가지로 꽃다발을 잔뜩 안고 있는 명수와 동우가 용케 우현을 찾아내고 다가왔다.
" 졸업축하해."
" 미친놈. 너는 졸업안했냐 ? "
" 훈훈함을 바랬던 내가 병신새끼지. 꺼지고 얼른 사진찍자."
명수가 지나가던 2학년 후배를 덥석 잡더니 사진 좀 찍으라며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건냈다. 안 찍으면 죽여버릴테야하는 표정을 짓고 말한터라 어디론가 급하게 가던 2학년 학생이 우물쭈물하며 카메라의 작동법을 물었다.
" 하나...둘...셋 ! "
플래시가 번쩍 터지고 사진이 올라왔다.
억지웃음을 짓고있던 우현이 미소를 풀고 입가를 매만지며 엄마와 아빠를 찾기 시작했다.
" 아들 ! "
엄마와 이모가 다가와 꽃다발을 건넸다. 아빠는?. 우현이 두리번거리자 '일때문에 못 왔어'하며 엄마가 아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동우도 강당 한 편에 서서 손을 흔들고 있던 부모님을 찾았는지 싱글벙글 웃으며 달려갔다. 각자 가져온 카메라로 열심히 사진을 찍는데 명수 혼자 멀뚱히 서서 누군가를 계속 찾고 있었다.
" 명수야 ! "
꽃다발을 흔들고 있는 엄마를 발견한 명수가 환하게 웃으며 그 쪽으로 달려갔다.
" 학교 앞이 너무 복잡해서 한참 걸렸어. 많이 늦었니 ? "
" 아냐.계속 식만 하고 있었어."
" 암튼 졸업축하해,아들.또...미안하구."
명수의 엄마가 씁쓸하게 웃으며 꽃다발을 건네자 명수가 괜찮다는듯이 웃으며 꽃다발을 받아들고 서둘러 사진을 찍자며 카메라를 들었다.
명수의 부모님은 이혼을 했다. 말은 숙려기간이지만 이미 다 정리를 하고 떨어져있는 상태라 숙려기간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애매했다. 엄마는 직장을 옮겨 예전과는 달리 명수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다른 집에서 흔히들보는 엄마가 설거지하는 모습,밥하는 모습,빨래 등 청소를 하는 모습이 명수에게는 참 낯설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니 나름 익숙해졌고 적응이 됐다.
" 명수야 ! 빨랑와 ! "
명수네반아이들이 가득 모여서 사진을 찍을 모양인지 명수를 부르며 손짓을 했다. 명수가 졸업장을 엄마에게 맡긴 뒤 후다닥 반아이들에게 뛰어갔다.
*
" 그래,할말이 무엇인고 ? "
" 저... "
문이 살며시 열리더니 성열의 눈동자가 얼핏 보인다.그 쪽을 한번 쳐다본 성규가 쿵쾅거리는 가슴을 잠시 진정시키고 입술을 깨물었다가 결심한 듯 씩씩한 목소리로 여태있었던 일들을 쭈르륵 말했다. 삼신할매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
" 니...지금 인간이 되겠다캤나 ? "
네.
성규가 흔들림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 이제껏 말썽도 잘 안피우던 놈이..."
" 아무것도 안 해주셔도 되요.허락만...부탁드려요."
" ...왜 갑자기 인간이 되겠다는긴데 ? "
삼신할매의 물음에 성규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 인간들처럼 시간을 느끼면서 살고 싶어요. 천상은 모든게 멈춰있잖아요. 시간도 사람들 표정들도. 편안하지만 즐겁진 않아요.저는 차라리 편안하지않더라도 인간세상이 더 좋아요,삼신님."
" ...... "
" 알아요...무모한 짓이라는거..."
" ...인간이 된다해도 다시는 천상으로 올라올 순 없다. 천국은 갈 수 있어도 천상엔 다시 올 수가 없지..."
그래도 좋은가 ?
성규가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 천상에 있는 사람들의 모욕과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 일이야."
" 네. 알아요."
" ...... "
삼신할매가 의자에서 일어나 뒷짐을 지고 창문으로 향했다.
" 그만 가봐라..그리고 이 일은 아무에게도 말허지않는게 좋을 것 같응께 조심혀..."
" ......"
허락 안 해주실 줄 알았다.
성규가 고개를 숙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고 할때 삼신할매가 다시 말을 이었다.
" 아무래도 생각이 좀 더 필요할 것 같구먼..."
삼신할매가 한숨을 내쉬었고 성규의 표정이 조금은 밝아졌다.
*
천상의 새벽.
삼신할매가 잠에서 깨어나 어디론가 떠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보자기를 등에 메고 밖을 나오자 태궁장에 희미하게 누군가가 앉아있는게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뜬금없게도 성규가 앉아있었다.
" 니 우째 여기있노 ? "
" 아...성열이 방에서 오랜만이 같이 자다가...잠이 잘 안 와서요..."
" 생각이 많응께 그렇지."
구름이 먹먹해지는구먼...또 인간세상에 비가 올 모양이야.할매가 뒷짐지고 태궁장에 깔려있는 구름을 보며 중얼거렸다.구름이 확실히 무겁고 느릿느릿한데다가 축축해졌다.문득 할매의 뒤에 메어진 보자기에 눈에 들어왔다.
" 이른 시간에 어디 가세요 ? "
" ...낮시간엔 생산부에서 생명초를 가져가는 시간이라 지금 언능 가야 들판할배한티 얻어올 수 있어."
성규가 깜짝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그,그럼..."
" 다른 사람이였음 혼쭐을 냈을낀데..그래도 똘똘하고 착실하던 니가 그리 말한건 다 이유가 있겄지싶드라고..."
" 삼신님... "
" 조용히 입단속 잘해야혀. 내까지 위험천만한 일이니껜...금방 다녀올텐께 기다리고 있어! "
할매가 두어번 헛기침을 하고 천천히 날아올랐다. 성규의 가슴이 또 다시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
[ 5년후 ]
" 아니,나도 약속있다니깐은 ? "
[그러니까 태현이 데려다주고 가면 되잖아.엄마가 부탁할께.응 ? 제에발~ ]
" 아...진짜...알았어 ! 끊어."
또 이런식이다.
우현이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고 동우에게 좀 늦을 것 같다는 문자를 하고 집을 나섰다. 군 제대 후 대학생활에 몰두하느라 거의 1년 반만에 (군생활을 하며 휴가때 집에 온 거 빼면 거의 4년 반만에)정말 오랜만에 집에 들렀건만 아주 심부름만 오질나게 시켜댄다. 길을 걷다 동네 슈퍼 유리창에 옷차림과 왁스를 바른 머리를 잘 정리한 우현이 핸드폰을 쭈물럭거리며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 안녕하세요."
" 오늘도 태현이 형이 오셨네요 ? "
" 엄마가 요즘 바빠서...태현이는요 ? "
" 잠시만요. 태현아 ~ ! "
유치찬란한 인형들이 붙어있는 앞치마를 한 선생님이 태현이를 부르자 미끄럼틀에서 쑥 튀어나온 태현이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우현에게 다가왔다.머리는 엄마가 왁스로 만져준건지 바짝 세워져있고 옷은 레이스가 달린 하얀 셔츠에 멜빵이 달린 회색체크바지까지 입으셨다. 두목같이 으슬렁거리는 걸음으로 우현의 앞에선 태현이 맘에 안든다는 표정으로 삐딱하게 투덜거렸다.
" 왜 또 엉아야."
" 죽을래 ? 내가 오고 싶어서 왔냐 ? 엄마가 시켜서왔지."
" 나 더워. 아이쯔끄림 사줘."
" 아오,이걸 그냥...아,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남태현. 너도 인사해."
" 슨생님 안녕히 계세요. "
" 태현이도 내일 봐 ~!"
5살 된 태현이와 같이 다니는 걸 우현은 제일 싫어했다.
태현이 싫다는게 아니라 태현이와 손을 잡고 걷다보면 사람들이 힐끗힐끗 곁눈질을 하더니 혀를 차며 지나갔고 나이드신 어르신들은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발랑 까져 문제라며 대놓고 우현에게 훈계를 하곤 했다. 그럴때마다 제 아들아니에요,하며 설명하는것도 이제는 지쳐 그냥 그러려니하고 속으로 참아냈다.
엄마가 직장을 얻은 탓에 태현이는 자주 이모네집에 맡겨졌다.태현이도 장난감이 훨씬 더 많은 이모네집에 가는 걸 더 좋아했으니 서로 쌤쌤이다.
태현의 손을 잡고 이모네 집으로 가는 길을 걷는데 우현의 주머니에서 시끄런 벨소리가 울려댔다.
" 어,짱동."
[ 어디야 ! 왜 안 와 ! ]
" 늦는다고 했잖아.지금 남태현이 데려다주고 있어."
[ 아...또 ? 암튼 빨리와 ! ]
" 나도 빨리 가고 싶거든 ? 기다려.곧 갈테니깐."
전화를 끊은 우현이 시간을 확인하며 태현에게 말했다.
" 형 바빠. 아이스크림은 나중에 엄마한테 사달라해."
" 시러 !! "
" 싫어도 어쩔 수 없어."
" 시러시러 !!! 아이쯔끄림 !!!!! "
" 야,야 ! 안 일어나 ? "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태현이 발을 동동 구르며 아이쯔끄림을 외쳐댔다.
" 야,야!!!얼른 안 일어나 ?!!! "
" 아!!!이!!!쯔!!!끄!!!림!!! "
" 아,알았어 !!! 사줄께,일어나라고 !!! "
" 으응."
" 에이씨,진짜."
눈물을 싹 거둔 태현이 엉덩이를 털며 일어났고 우현이 순간 태현을 번쩍 안아 옆구리에 끼고 후다닥 아이스크림 가게로 달려갔다.
봄이 시작되고 벚꽃잎이 가로수길에 눈처럼 날렸으나 그딴거 볼 시간 없다.
태현이는 좋다고 꺄르르댔지만 우현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신경질적으로 닦으며 베스킨로션스의 문을 열었다.
4년전만해도 그리 멀지않았는데 점포가 옮겨지고 난 뒤에는 집에서 더 멀어져 그냥 동네슈퍼 아이스크림만 사먹곤 했다. 가격도 동네슈퍼가 더 착하니깐...
" 빨랑 골라."
" 우음...이거랑 이거랑...딸기 ! "
태현이가 고른 건 엄마는 외계인과 아몬드 봉봉과 딸기.
지갑에서 돈을 꺼내려다가 문득 옛날일이 떠오른 우현이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피식 웃으며 계산을 했다.
아이스크림을 태현의 손에 쥐어주고 이모네 집까지 빠르게 데려다준 우현이 한숨을 돌리며 서둘러 약속장소로 발을 옮겼다.
*
시간 건너뛰었다고 뭐라하지않기...
다시 설명 들어가니깐여..하하
스토리 예측하지않기!!!!!!!!
그리고 댓글 !!! ...42편보니깐 그래도 좀 올랐더군여 ㅠㅠㅠㅠ
댓글 꼭 잊지마시구요
신작알림도 잊지마세요!ㅎㅎ
에그몽 500kb됐어요.
축하해주떼여...
![[인피니트/공커] 에그몽 [ 43 ] | 인스티즈](http://img444.imageshack.us/img444/585/1c92f67bba842285592701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