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결심이라기 보다는,아이 그러니까 찬열이를 돌보는 보호자 역할을 하게된것같다. 갈곳도 없고 또 아직은 아무대나 갈수도 없는 상황이고,혹시나해서 미아로 신고가 되어있지는 않나 주변에서 찾아도 보았지만 그런것은 없었다.정보가 전혀 없으니 뭐 어떻게 할수있는상황도 아니였고.혹시 몰라서 발견됫을당시의 인상착의를 찾는사람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면 마을의장님께 연락처를 주고 왔다.경찰쪽에도 말은 해두었지만 일단 기다려보라는 말만 했다. 찬열이는 말을 할수가 없었다.정확히 말하면 문맹정도라고 해야되나 알아듣기는 해도 말을 할줄몰랐다.그래도 두어번말해주면 어설프지만 곧잘 따라하곤 했다.
"백현"
"응?왜 찬열아?"
"물..씨서.."
샤워하자는 소리같다.
아직도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몸짓손짓다해가며 의사소통을 해간다.
처음보는사람이 같이 지내자고 하고 일일이 챙겨주는것이 신경쓰일법도 한데 찬열이는 내 손길을 거부하지않았다.뭐든 처음보고 해보는것같았다.이렇게 누군가 챙겨주는 것도 오랜만이거나 처음인게 분명하다.
찬열이는 뭐든 나와 함께하지않으면 하지않으려고 했다.심지어 씻는것도 같이 씻었다.지금처럼.
"백현."
거품이 잔뜩 있는 스펀지를 들곤 이름을 부른다.등을 밀어주겟다는 소리다.
처음에 혼자서 샤워하라고 욕실에 들여보냈을때,스펀지거품을 먹을려고 했던 찬열이다.이제는 이게 씻을때 사용하는거라는것도 알고,한번 내가 등을 밀어주고 나니,이제는 나한테도 해주겟다고 샤워할때마다 스펀지를 들고있다.
아직은 어린 찬열의 작은 손으로 뭐라도 하려고 낑낑거리는게 귀엽기만하다.
"고마워 찬열아"
물을 뿌리고 찬열이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뭐든 할때마다 고맙다고 잘했다고 하면서 쓰다듬어주니 똥도 대신 싸줄 기세로 뭐든지 하려고 했다.
그래도 괜찮은점은 이제는 밥도 잘먹고 잠도 잘자고 많이 건강해졌다.
얼마전에는 머리를 잘라줬다.나도 내가 이렇게 머리를 잘 자르는지 처음알았는데,생각보다 동글동글 잘나왔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편인 찬열이가 깔끔하게 입고 정돈된 모습을 보니,인물이 되는것같았다.
샤워를 다 한후에,손톱깍기를 들고선 찬열이 손톱을 깍아줬다.같이지낸지 3주정도 지나 맨처음 깍아줬을때보다 많이 자라있다.
찬열이의 손톱은 길어서 깍았다기보단 갈아진것같았다.예쁘게 다듬어진 흔적보다는 여기저기 찢기고 부러진 흔적만 많이 남았다.
손을 잡고 손톱을 깍자,굉장히 놀라며 손을 뒤로 빼버렸었다.자신의 몸일부가 잘려져나가는것에 충격을 받은듯했다.'손톱잘라야되.잘라야 아야 안한단말이야.찬열이 아야하고 싶어?'아야한다는 소리가 아프다는 소리인걸 안건지 그냥 나쁜소리같아서 그런건지 또 잔뜩 울상이되더니 손을 내민 찬열이였다.
지금도 뭔가 손톱자를때마다 충격받는 얼굴을 하는데,그모습이 귀여워서 손톱을 다 자르고 나선 뽀뽀를 해준다.
"찬열이 뽀뽀!"
쪽.거리면서 볼에다가 뽀뽀를 해주자,이내 내 입술에다가 뽀뽀를 하는 찬열이다.
"백현이.뽀뽀!"
뭐든 따라하려는게 너무나 사랑스럽다.
오늘은 김치찌개와 생선을 먹었다.아직까지 젓가락질을 완벽하게 하지 못하는 찬열이를 위해 일부러 갈치로 준비했다.덤으로 콩자반도.
반찬을 먹을때는 꼭 젓가락을 쓰라면서 처음에 가르쳐서 그런가 숟가락으로 팍팍 떠먹어도 될 음식들도 찬열이는 젓가락을 사용했다.
젓가락이 계속 엇나가서 콩이며 갈치며 다 튕겨지고 뭉개졌지만 그런것에 굴하지않고 밥알 하나하나까지 싹싹 먹는 찬열이다.찬열이는 고작 3주만에 꽤나 살이 오른것같다.그렇다고 막 살집이 생겼다기엔 그전에 너무 눈이 찌푸려질정도로 말랐기 때문에 지금은 몸에 혈색이 돈다고 해야되나?아주 건강해보인다.홀쭉 들어갔던 볼도 통통해졌고 갈비뼈와 척주뼈가 보였던 몸통에도 라인이 생겻다.
찬열이는 내가 일하고 있는 출판사의 유아용 한글쓰기 1편을 가져다가 잠자기 전마다 꾹꾹 글씨를 눌러썻다.아직은 연필도 잘 쥐지를 못해서 회사에서 돌아오는 길에 연필교정기를 사서 줬더니,이젠 꽤나 잘쓰는것도 같다.회사에서 남는 재고 있으면 좀 달라고 했더니,결혼도 안한 총각이 이게 왜 필요하냐며,애라도 생긴거냐며 아주 난리였다.
뭐,애가 생겼다고 하는게 맞는건가?그렇다면 나는 요즘 애보기에 한참 즐겁다고 말할수있을것이다.
확실히 찬열이와 생활은 즐겁다.조용한것이 좋아서 시골로 내려왔지만,오히려 도시에서 살때보다 더 시끌벅적하다.하루에 적어도 하나씩 가르치고 배우며 일을 내는 찬열이는 한시도 나를 가만히 두지를 않는다. 하지만 나는 이런 생활이 원래부터 그랬던것처럼 익숙하고 즐겁다.찬열이를 처음 봤을때 느꼇던 알수없는 감정은 이를 예측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오지랍이 넓지도 그렇다고 봉사정신이 투철하다던가 아이를 좋아하는 편도아니였다.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가 유아교육과로 진학한 나의 첫 후회였으니.
하지만 찬열이는 뭔가 다르다.좋아할수밖에 없는 묘한 매력이 있다고 해야되나?아이같은 순수함에서 그런 매력이 나오는 걸지도 모른다.아직은 집밖으로 나가본적도 없고 다른 사람을 만난 적도 없지만,훗날 그런날이 온다면,모두 찬열이 매력이 빠질것이라고 나는 장담할수 있다.
"찬열아,이젠 그만하고 자자"
"응!"
글씨를 쓰다말고 자자는 말에 달려오는 찬열이다.
"오늘 많이 썻어?오늘은 뭐 썻어?"
"기역.그리고 니은.디귿"
"우와,잘했네 찬열이!나중에 꼭 보여줘 알았지?"
"응"
"잘자 찬열아"
"잘자 백현이"
오늘도 시끌벅적한 오늘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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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분량이 적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