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직진사랑에 철벽 '이동혁'을 심어드립니다.
1.
그거 아세요? 저 알바하다가 새친구를 사귀었답니다. 6ㅅ6 내가 원래 새친구를 잘 안 만드는데 (사회성 결여) 살면서 그렇게 잘 맞는 사람 처음 봐서 너무 당황스럽고 눈 감았다 뜨니까 친해져 있던데? 10년지기 저리가라임.
"동-하!"
"뭔데요 그게."
"동혁 하이!"
그래서 매번 주말을 할애하던 동혁이네 집에 정말 오랜만에 왔다 이겁니다. 지난 3주는 걔랑 영화보고 카페 투어 하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몰랐어. 걔 완전 구글 지도임. 예쁘고 재미있는 곳은 다 알아. 열심히 외워뒀다가 나의 쟈근 아기 사슴과 가려고 제가 메모장에 다 적어뒀다 이 말이야. 동혁아 누나의 사랑... 알아주겠니...?
"오랜만이긴 하네요."
"나의 리틀 디어... 누나 안 보고 싶었어?"
내가 평소의 반 정도밖에 카톡을 안 했다지만 어쩜 연락을 그르케까지 안 할 수가 있어 정말이지 그래도 꼬박꼬박 오는 답장마저도 너무 새침해서 나는 동혁이가 곁에 없는데도 같이 있는 기분이었어 이게 뭔지 알아? 사랑이라는 건데 동혁아... 너 정말 정도 없고 넘 귀엽다.
근데 그... 원래 내가 혼자 동혁이 반응 기다리면서 앓고 있으면 얘가 코웃음을 치거나 '내가 왜요' 같은 말을 해줘야 되는 거거든요. 씁. 지난 몇 년간 이동혁의 반응 데이터를 아무리 뒤져봐도 그게 정말 동혁이 같은 부분인 건데.
"누나가 내가 안 보고 싶었던 거 아니고?"
지난 3주간 나의 사슴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나요?
2.
그리고 저는 긴 시간이 걸리지도 않아서 그 마음을 이해해 버린 거 있지. 내가 누구야 우주 최고 이동혁 사랑꾼 아니야 내가.
그러니까 우리 동혁이 지금 누나가 3주라는 긴 시간동안 너를 보러 오지 않았음에... 누나가 보고 싶어서 귀엽게 심술이 난 거야 지금? 정말 그런 거야 동혁아? 반박은 돈으로 받을게. 네가 나한테 다 줘도 돈은 안 준다는 걸 알아서 이러는 게 아니라 진짜 그런 느낌이 들어서 그래.
"동혁아."
"왜요."
"누나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
내가 이렇게까지 뻘소리 하는데도 가만히 입만 닫고 있는 거 이제는 정말 사랑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ㅠ 왜 안 되지ㅠ 모르는 사람들이야 왜 의미부여 하냐고 하겠지만 나는 알잖아ㅠ 우리 동혁이가 이런 말 듣고 가만히 있는 게 곧 사랑이라는 거ㅠ 뭔지 안다니까 나는.
"또 무슨 말이 하고 싶길래."
"말하지~ 않아도~"
"끝까지 다 부르기만 해 진짜."
휴,,, 제가 절대 쫄아서 그런 게 아니라 우리 동혁이가 내가 보고 싶어서 심술이 났었다는데 이 정도는 숙이고 들어가 줘야 될 것 같아서 참는 겁니다. 정말이지 니 생각만 하는구나. 나는. 이런 내 마음 누가 알까...
일상 탈출이던 동혁이가 일상이 되어서 그래... 나 이러다 혼자 늙게 되면 정말로 사슴을 한 마리 키우겠다고 저번에 술 마시다가 친구들한테 그런 것 같은데 꿈에서 그런 거였으면 좋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좀 쪽팔리지 응.
"왜, 그런 거 아니야?"
물론 아니라고 해도 괜찮아. 그 정도의 거절이야 내 사랑으로 덮으면 보이지도 않는 걸~☆ 나에게 동혁이는 그런 사랑사람~☆ 아니요 저 우는 거 아니고 그냥 조금 눈에서 땀이 나는 것 뿐인데요, 습해가지고. 아 여름이 너무하다. 이동혁을 여름이라고 하자. 쨍한 태양이랑 너무 찰떡이니까.
"맞아요."
? 정정할게요. 이동혁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야 내 사계절을 다 채우고도 남는 애니까 그렇다고 하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3.
그 날 이후로 저는 다시 사회성 결여를 겪게 됐습니다. 새 친구 뭐 어차피 알바할 때 만나는데 굳이 주말까지 만날 필요 없잖아 알지? 앞으로 내 주말=동혁이를 위한 것. 이거 어기면 나 좀 줘 패주세요.
내가 미쳤지. 노정신맨 같으니라구... 주말에 동혁이 보러 안 오고 카페나 돌아다니ㄱ, 아니 근데 동혁아 누나 너랑 거기 가려고 미리 사전답사 다녔던 건데 이건 이유로 안 쳐주는 건가? 그럼 어쩔 수 없긔...
"왜."
"나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부르려고 눈 굴리는 거 다 봤거든요."
아니 동혁아 너 그렇게 누나 잘알이야? 어머 세상에 내 이상형이 나를 잘 알아주는 사람이었는데 그건 또 어떻게 알고,,, 정말 나를 위해 태어난 사람 아니니 너. 누나는 기뻐 이번 생에 천생연분을 만날 거라는 생각을 못 했는데 동혁이 네가 나타나서ㅠㅠㅠㅠㅠㅠ
"다음주부터 주말에 누나랑 데이트 하는 거 어때?"
"데이트같은 이상한 말로 포장 안 하면 생각해 볼게요."
데이트를 데이트라고 하지 뭐라고 해! 주말만남 이런 건 아무래도 이상하잖아. 예쁘면 다냐? 내가 밖에 나가도 어? 미인계가 안 통해 나한테... 나는 이동혁한테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미인계가 안 통한다니까 엉엉 점점 모든 기준이 이동혁으로 좁혀지고 있어 행복해...
"그럼 음... 습관적 만남...?"
"허."
"너 계속 코웃음치면 날숨 전부 누나가 가져간다."
"뭐래."
왜 항상 모든 말에 바로 대답을 안 해주는 거냐고... 누가 쟤를 저렇게 가르쳤는지 몰라도 정말 철벽 하나는 대단하다니까 (양심X) 누나가 너랑 가고 싶은 곳이 있다잖아! 이상한 짓 안 할게! 손만 잡을게!
"어때, 주말마다 습관적 만남을 가지는 거."
"참 좋은 습관이네요 그거."
ㅠㅠㅠㅠ그렇게 말하면서 웃지 마ㅠㅠㅠㅠㅠㅠ 정말이지 매일같이 반해야 하는 사람의 마음도 생각을 좀 해주쎄엿... 죽어버려...
4.
요즘엔 좀 감성적인 방법으로 동혁이한테 어필 중임. 예쁜 카페나 맛집 서치법을 인간 구글님께 배워서 우리 뽀쨕동혁이 데리고 좋은 곳 다녀주면서 멘트 딱 하는 아재아재 바라아재 같은 멋진 일을 이뤄내고 있...다기 보단 이뤄내고 싶었어요?
"영화 재밌었지."
"응."
"그럼 지금 즐겁겠네?"
"... 또 왜요."
"가장 즐거운 순간에 곁을 봤을 때 평생을 함께 할 좋은 사람이 웃고 있을지도 모른대."
"누나 지금 안 웃고 있는데요."
아 sibal... 동혁이 얼굴만 보면 진지해지는 병에 걸려서 뒤늦게 웃어봤지만 두 박자 늦어서 빠꾸 먹었고요? 마음이 좀 아픈 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 하지만 괜찮아 누나는 아주 많은 경우의 수를 가지고 사는 사람이야. 내가 한 선택을 믿지를 못 해서... 최선책과 차선책... 차선책의 처신책... 오백 개 정도 있을걸...
"진짜 진지하게 말하는 건데,"
"그럼 진지를 좀 빼면 들어줄게요."
"야이씨, 그래."
이동혁이랑 걸림 없이 대화하는 거 성공하면 대화의 기술 같은 거 책으로 내도 되지 않을까. 그게 나였으면 내가 됐으면 좋겠다. 솔직히 지금도 이동혁 형(=10년지기 친구) 보다 내가 이동혁을 더 잘 안다고요. 아니 그게 이동혁 생일도 까먹고 지내더라니까. 마빡에 레터링으로 새겨주려다 참았다.
"네가 나랑 연애를 꼭 해야 되는 이유가 생겼어. 무시하지 말고 일단 들어봐."
"무시 안 할테니까 말해 봐요."
"왜 그래 설레게... 존중해주는 거야?"
"빨리 안 하면 그냥 간다."
"아니 누나가 너랑 결혼 못 하면 너희 형한테 집 사주기로 했거든. 못 지키면 손가락."
문제.1) 하루에 이동혁의 코웃음을 몇 번이나 듣는지 세어보시오. 정답은 못해도 34번...
"집 사줘요."
"아이오아이가 부릅니다... 너무너무너무..."
"그래서 거지 되면 그때 내가 누나 데리고 살게요."
야, 집 구해봤어? 안 구하고 뭐하는 거야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