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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16 | 인스티즈

House of Cards


16. 도주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16 | 인스티즈


“이름아. 세 번째 기회는 없어.”

“……”

“어디 숨겼니, 그 놈.”















종현의 목소리는 단정했다. 단 일말의 협박의 기도 없이, 미끄럽게 구르는 혓바닥이 그의 은색 총열만큼 잘 정돈되어있다. 그의 얼굴은 여느 때보다도 더 죽어있으나 눈동자만큼은 강렬하게 빛난다.



“무슨……”

“모른 척 하지 말자.”

“……”

“네가 불을래, 내가 뒤질까?”



그리고 종현이 나를 지나쳐 성큼성큼 걸음을 옮긴다. 철컥, 총이 장전되는 소리가 선명하게 울린다. 



“……이러지 마.”

“……”

“오빠…… 이러지 마.”



그는 듣지 못한 것처럼 행동한다. 뚜벅뚜벅, 구두굽이 부딪히는 음이 또렷이 들린다. 아마……우진에게도 들릴 것이다.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몰라? 정말?”

“……”

“정말 모르니?”



종현이 뒤를 돌아본다. 그의 총구와 함께. 장전된 그 검은 입구가 나를 똑바로 노려본다. 



“침입자를 숨겨주고, 돕고, 나한테 위증을 한다고?”

“……”

“지금 내가 널 쏴도 하나도 이상할 게 없어.”

“……”

“도시를 배신하는 거니?”

“난 배신할 도시가 없어.”



난 단 한 번도 여기에 소속된 적 없어. 단 한 순간도 이곳에서 보호받은 적 없어. 오히려 여길 떠나고 싶어서 안달이 나있었지. 알잖아, 오빠도. 나는 아무 것도 아니야. 스페이드는 내 이름이 아니고.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16 | 인스티즈

“그건 네 생각이지.”

“……”

아무리 내가 부정하고 네가 부정해도…… 혈통이 바뀌진 않아.”

“……”

“네가 그 출신 덕에 얼마나 많은 특권을 누리는 건지 넌 모를 거야.”

“……”

“애초에 지금 살아있는 것도 기적이지.”



네가 일반인이었다면 침입자를 숨겨주었다는 게 발각된 즉시 죽었을 테니까. 그의 손가락이 방아쇠에 걸린다. 검지손가락 첫마디가 안으로 말리는 순간, 끝일 거다.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16 | 인스티즈

“총 내려.”















어느새 소리도 없이 문을 열고 나온 우진이 종현의 오른쪽에 서 있었다. 순간 이름이는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사방에서 초나라의 노래가 들린다고 했었나. 더 이상 돌아갈 곳도, 둘러댈 거리도 없었다. 발바닥에 퍼진 수많은 혈관들을 타고 온 기운이 쓸려나간다.



“내 발로 갈 거니까 총 내려.”



우진은 사뭇 다른 말투로 종현을 반긴다. 특별히 달라질 게 없는 눈빛과 표정. 길게 자란 앞머리가 그의 눈을 반쯤 덮는다. 어떻게 보면 담담하고, 또 다르게 보면 멍한 듯한 얼굴.



“가긴 어딜 가?”



종현의 총구가 돌아간다. 정확히 우진의 이마에, 몇 센치 떨어지지 않고. 그 얼굴에 걸린 미소는 차갑다. 종현이 비웃는다.



“넌 여기서 죽을 건데.”



꿈쩍도 하지 않은 우진이 종현을 쳐다본다. 그래, 그럼.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다. 요동치지 않는 우진의 표정이 종현의 심기를 건드린다. 종현의 오른쪽 검지가 움직이면 모든 게 끝일 텐데. 그럼에도 종현은 그 건조한 얼굴에 선뜻 총알을 박아 넣을 수가 없었다.



“난 분명 기회를 줬어. 두 번이나.”

“……”

“두 번 다 무시한 건 그 쪽이지.”



내가 말했잖아, 세 번째 기회는 없다고. 어제 도망 갔어야지. 그랬으면 몇 주는 더 무사할 수 있었잖아. 종현의 시선이 예리해지고, 우진의 발이 묵직하게 그를 잡아두는 그 때.



“그러지 마, 오빠……”

“……”

“잘못했어……”



그녀의 무릎이 굽혀진다. 천천히. 바닥으로 무너지는 두 다리가 후들거린다. 꿇고 빌기로 한 건지, 아니면 단순히 무너져 내리는 건지. 종현은 잘 몰랐다. 



“잘못?”

“……”

“네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알고 있긴 하니?”

“……”

“네가 숨겨준 이 놈이 누구인지 알긴 해?”

“나도 알아!”



그 대답에 되려 놀란 건 우진이었다.



“나도, 나도 알아……”

“……”

“클럽의 에이스라고. 나도 안다고……”



우진의 입술이 조금 벌어진다. 미세하게, 원랜 신음이었어야 할 숨결이 흩어진다. 폐부 깊숙한 곳을 찔리듯, 가장 짙고 검은 피를 흘리듯, 허리와 명치 그 중간 어디쯤. 그곳이 저릿하게 아팠다. 그건 그의 양심이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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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서 숨겨줬다고?”

“……”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

“……”

“전범이야, 너.”



바닥으로 떨어지는 눈물의 양이 늘어난다. 한 번만. 한 번만 봐줘. 이번만 눈감아줘. 온몸을 덜덜 떨며 그녀가 땅을 짚는다. 하, 종현이 웃는다. 



“나 숨죽이면서 잘 살았잖아.”

“……”

“아무한테도 안 들키게 잘 살았잖아……”

“……”

“제발……”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녀가 바닥을 기면서까지 이 자를 변호해야 할 이유. 이 자가 죽음을 무릅쓰면서까지 이곳에 있고자 했던 이유. 일주일 만에 그의 절친한 동생이 이렇게까지 필사적이어야 하는 이유. 간절한 두 남녀 앞에서, 마치 자신이 악당이 된 것 같았다. 종현은 이제 그 총구를 어디로 들이밀어야 될 지 몰랐다. 우진에게로, 이름이에게로, 아니면 제 관자놀이에?



“난 네 친구이기 전에 군인이야.”

“……”

“나보고 수트의 룰을 어기라고.”



그리고 종현은 우진을 돌아본다. 우진은 종현을 보지 않는다. 멍한 것처럼 보이는 눈이 고정된 건, 뻔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종현은 문득 남자의 머릿속이 궁금해졌다. 겨우 일주일 남짓한 시간 동안, 어째서 그녀는 그를 숨겨주기로 했는지. 그는 어째서 이곳에 얌전히 숨어있었는지. 종현은 궁금했지만, 또 알고 싶지는 않았다. 아는 것은 늘 종현의 몫이 아니었다. 그의 담당은 행하는 것이었다. 이런, 종현이 총을 든 팔을 떨궜다.



“여기 3구에서 중립구까지는 차로 3시간 정도 걸려.”

“……”

“정확히 3시간 줄게.”



울음을 삼키느라 끅끅대는 소리가 종현을 괴롭혔다. 그가 노린 남자는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다. 종현은 이렇게 함으로써 얼마나 큰 역풍이 들이닥치는가를 빠르게 고민해보았다. 들키면 내 목이 날라가겠지.  



“딱 3시간 동안만 입 다물어 줄게.”

“……”

“그 동안 도망치든지, 죽기를 기다리든지. 알아서 결정해.”



기억해. 정확히 3시간이야. 종현이 시계를 맨 제 왼쪽 손목을 흔들어 보였다.



“내가 나가고 난 순간부터 3시간. 0.1초라도 지나는 순간 바로 수색을 시작할거야.”

“……”

“운이 좋다면 살아남겠지.”



명심해. 이건 내 최후의 배려야.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16 | 인스티즈

“이번에 살아남아도, 어차피 얼마 뒤에 다시 보게 될 테니.”

“……”

“다음에 보자.”



이름이에게 하는 말인지, 우진에게 하는 말인지는 종현 자신도 몰랐다. 문득 종현에 머릿속엔 아직 잔뜩 해치워야 할 업무와 서류들이 둥둥 떠다녔다. 어서 돌아가봐야 할 것 같은 압박, 이곳을 빨리 벗어나야 할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종현은 걸음을 떼었다. 무릎 꿇고 울고 있는 그의 친구를 지나쳐, 급하게 가게를 나온 종현의 발자국마다 참을 수 없는 이물감이 자리한다. 목을 조르는 느낌, 운전석에 올라타자마자 종현은 우악스럽게 넥타이를 잡아 끌렀다. 급하게 시동 걸린 차가 심하게 덜컹거리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종현은 어쩌면 제 실수인, 그가 내린 허무한 결정에서 한 순간이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16 | 인스티즈

“이름 씨, 울지 말아요.”



어떻게 안 울 수가 있죠? 의문을 품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죽음을 목전에 두고. 그렇게 담담할 수가 있죠? 어떻게 이 상황에서도 날 달랠 수가 있어요? 어떻게 그래요? 당신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원래 다 그런가요?



“……미안해요.”

“왜 사과를 해요?”

“가지 말라고 해서, 미안해요……”



당신을 붙잡는 게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당신을 도와주는 게 아니었다. 처음 당신이 느닷없이 이곳에 떨어진 그 날, 당신의 가슴팍에 그 이파리를 보는 게 아니었다. 그저께, 당신을 보낼걸. 원래 당신이 있던 자리로. 그랬다면 나는 울 일이 없고, 당신은 죽을 일이 없었을 텐데. 나는 평소와 같이 악몽을 꾸고, 당신은 평소와 같이 사람을 죽였을 텐데.



“내가 미안해요.”

“……”

“당신이 가지 말라고 하지 않았어도…… 나는 안 갔을 거에요.”



염치도 없이. 아니, 당신이 가라고 했어도, 나는 온갖 핑계를 대며 여기 있었을 거에요. 미안해요. 그 날, 여기에 온 게 잘못이었어요. 미안해요. 애초에 나는 이곳에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이네. 미안해요. 내가 오지 안았다면, 날 돕지 않았다면 당신이 이렇게 울 일도 없었겠죠. 미안해요.



“언제부터 알았어요?”

“……”

“내가 에이스란 걸.”



우진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실컷 울고 벌개졌을 내 얼굴과 상반되는, 단정한 표정이었다.



“처음부터……알았어요.”



그랬군요. 그게 다였다. 3시간, 그보다도 적게 남은 시간. 그 안에 스페이드 도시에서 탈출하기란 불가능했다. 차로 3시간인 거리를, 어떻게 간단 말이야. 여기서 얌전히 죽든지, 아니면 발버둥치다 죽든지. 이건 자비가 아니었다. 죽음의 유예였을 뿐. 



“빨리 가요, 우진 씨.”

“……”

“빨리 가라고요.”

“……”

“여기 있으면 죽는다고요! 빨리, 빨리 가라고……”



가라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북받쳐오는 감정을 이겨낼 수가 없었다. 그를 달래야 하는데, 오히려 그가 날 달랜다. 그는 평소와 똑같이 묵묵하고 야들한 표정을 하고, 나는 눈물범벅에 흐릿해 그의 얼굴을 잘 볼 수가 없다.



“울지 말아요, 이름 씨.”

“……”

“우리……다시 만나면 돼요.”

“……”

“전쟁이 끝나면……다시 만날 수 있어요.”



당신은 죽을 지도 모르는데. 당신은 죽을 수도 있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하지? 당장 오늘, 다음 순간에 죽을 수도 있는데. 훤한 대낮에, 하얀 눈밭에. 전쟁은 언제 시작하고 언제 끝나는데. 나는 절대로 당신을 찾아갈 수 없고, 당신은 내게 돌아올 수 없는데. 날 달래지마. 그건 헛된 꿈이야.



“……어서 가요.”

“……”

“지금 가야 돼요.”

“……”

“꼭 살아야 해요.”



저린 무릎을 딛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당신은 꼭 살아야 해. 당신의 그 어설픈 위로가, 불가능한 거짓말이, 날 속였으니까. 이 전쟁이 끝나면 다시 만날 수 있어야 해. 푸른 군대도, 녹색 잎사귀도 없는 곳에서. 당신은 살인자가 아니고, 나도 미치광이가 아닌 곳에서. 함께 문으로 향하는 몇 걸음이 가시밭길이었다. 문 앞에서 우진이 내 양쪽 귀를 감싼다.



“당신은 날 단 한 번도 에이스라고 부른 적이 없었죠.”

“……”

“덕분에 난…… 스스로도 그걸 잊을 수 있었어요.”



양 손으로 막힌 귀 너머, 둔하게 알아들을 수 있는 목소리가 들린다. 


[워너원/박우진] House of Cards - 행운의 기사 16 | 인스티즈

“사랑해요.”

“……”

“잘 있어요, 이름 씨.”

“……”

“또…… 만나요.”



그가 내 이마의 입을 맞춘다. 귀를 감쌌던 온기가 사라진다. 마지막으로 한 번, 눈을 맞추고, 우진이 나간다. 사라진다. 붉은 머리칼이. 검은 눈동자가. 뿌옇게 김서린 창문 너머로, 흐릿하게 보였던 검은 그림자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다. 다시 살인적인 공허가 날 덮친다. 사랑해요. 멀리서, 또 가까이에서. 다정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나도 사랑해요.
그렇게 내뱉고 목이 메어 울었다.





*

당분간 우진이 출연료 1/2로 삭감하겠읍니다,,,,^ㅇ^
그래서 여름은 ㅓㄴ제 끝난다구요?
우진이보다 제가 먼저 타죽겠습니다 껄껄
제발 내일은 시원해줘.....
모두들,,,시원한 하루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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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박참새짹입니다ㅠㅠㅠㅠ아니 저 암호닉했던거 맞져?..이게 다 삭제되니까 확인도안되구..헝
아무튼 작가님진짜ㅠㅠㅠㅠ우진이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시다니ㅠ꼭 우진이가 무사히 돌아가고..전쟁이 끝나 여주와 다시 만날수 있는게맞져?..ㅜㅜ그래야해요ㅠㅜㅜㅜ당분간 출연료삭감은 안나온다는소린데ㅜㅜ헝 진짜 앞으로 어떻게 풀어질지 진짜 너무 궁금합니다.....!!기다릴게여 항상!
그리구 무더운 여름ㅠ시원한거 많이 드시구 조심하세여 자까님!!❤️

6년 전
부기옹앤옹
으악 왜 그 생각은 못했을까요 암호닉 확인이 안 된다는 걸,,,, 암호닉 신청받은 건 날라가지 않았습니다ㅠㅠ다음화에 같이 올려드릴게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2
앗아니에요!!제가 까먹어가지구 했나 안했나 기억이안난거였습니다ㅎㅎ...감사해용작가님!!
6년 전
독자3
돌하르방이에요 엉엉 여주야 같이 도망가ㅠㅠㅠㅠㅠㅠㅠ 그쪽에서 위험할수도 있겠지만 우진이랑 같이가면 괜찮을지두 몰라ㅠㅠㅠ 어서가버렷ㅜㅜㅜㅜㅜ
6년 전
독자4
아 세상에 ㅠㅠㅠㅠㅠ 여주가 우진이랑 같이 도망가야해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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