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볼에 잔뜩 흐르는 눈물을 손바닥으로 닦아냈다. 나 아파. 나 너무 아파 종인아. 뒤돌아보지도 않고 걸어가는 네 모습에 계속해서 눈물이 차올랐다. 네 옆에 다른 사람과, 내 옆에 빈 자리. 아니, 빈 네 자리. 영원하지 않을걸 알고있었다. 영원한건 없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 뒤에 남는 아쉬움이 계속해서 마음을 달래고 달래어 나를 다른사람으로 바꾸어놓았다. 이전에 내가아닌 다른 나로.
네가 없는 생활이 숨막히지만은 않았다. 가끔씩 예능프로를 보며 웃기도 했고, 슬픈 영화 혹은 드라마를 보며 울기도했다. 밥도 꼬박꼬박 잘 챙겨 먹었으며, 잠도 푹 잘 잤다. 내 생활에 니가 없던, 예전의 그 때로 돌아가는 듯 했다. 가끔식 네가 꿈에 나온다거나 추억이 되살아 나지 않는이상은 나에게 너란 없었다. 그러나 그 마저도 점점 줄었다. 하루에 한번, 3일에 한번, 일주일에 한번, 이주에 한번… 그렇게 너는 잊혀졌다. 나를 차갑게 내려다보던 네 시선이, 못본 척 하며 돌아서던 네 모습이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 그는 나를 사랑하지않아. 나도 그를 사랑하지않아. 이렇게 우리는 끝이났다.
아니, 끝이 난줄로만 알고있었다. 그가 나를 찾아오기 전까지는.
얼핏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김종인이 요즘 개가되도록 술을 퍼마신단다, 하루가 멀다하고 원나잇을 한단다… 동료들의 입을 타고 전해지는 말들은 이젠 나와 아무상관 없는 일이다. 괜히 저를 의식하며 말하는 친구들이 얄미웠다만 그게 나를 배려해주는것이란걸 알기에 신경쓰지 않았다.
한동안 잘 나가지않던 술자리에 참석했다. 붕 띄워진 분위기가 어색했다. 친구들도 그런 저를 맞춰주려 노력했으며, 선배들도 괜히 저에게 관심을 쏟아부었다. 우리 세훈이 오랜만에 보네, 세훈아 받아, 세훈아, 세훈아… 여기저기서 저를 불러대기에 머리가 울렸다. 선배들이 주는 술을 곧이곧대로 마셔버리는 바람에 금새 볼이 붉어지고 눈앞이 어지러웠다. 친구하나가 저를 붇들고 일어섰다. 세훈이 많이 취한것 같아서요, 먼저 가보겠습니다!
동료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친구의 부축을 받아 술집을 나온 세훈이 비틀거렸다. 아아… 죽을것 같아. 오세훈, 진상부리지 말고 집가자. 친구가 세게 저를 끌었다. 어지간히 빨리 집에 가고싶은가보다… 웃으며 친구에게 좀 더 기댔다. 왜이렇게 추어… 배켜나! 나 추어! 옷벗어줘… 조용히 좀 해, 제발. 집 앞 가로등 밑으로 누군가 보였다. 변백현은 저를 던져놓고는 먼저 가버렸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척을 하며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나 따라오면 112에 신고할거야. 핸드폰을 손에 꽉 쥐고 그사람을 지나쳤다. …오세훈. 저를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았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그렇게 듣고싶어 했던, 그렇게 그리워 했던. 지금은 다 없애버린. 김종인의 목소리가 확실했다. 다시 집쪽으로 걸었다. 나는 못들었다. 못들은거다.
그가 빠르게 다가와 내 손목을 잡았다. 그덕에 손에 들고있던 휴대전화가 떨어졌다. 떨어진 휴대전화를 한번, 김종인의 얼굴을 한번 쳐다보았다. 김종인의 손을 뿌리치고 핸드폰을 주웠다. 이상했다. 나는 그를 잊었는데, 분명히 다 없애버렸는데. 그런 줄 알았는데. 나는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