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
written by. Thames
일주일간의 해외출장은 나에게 엄청나게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했다. 백현이와, 일주일동안 떨어져 있는다는걸 아직 걸음마도 못땐 아기를 혼자 개울가에서 놀게하는것과 같은 마음이었다. 몸이 얼마나 크던 나한테 있어서는 아기인 백현이는 일주일동안 전화를 딱 3번받았다. 목소리가 많이 좋지않았다. 통화를 24번 시도했지만 그중 21번은 다 아주머니가 대신 받으시거나 아예 받지 않았다. 그때마다 혹시라도 무슨일이 일어난건 아닌지 몹시 걱정이되서 당장이라도 한국으로 입국하고 싶었지만 벌써 미뤄진 미팅인지라 미룰수도, 깨트릴수도 없어서 더욱 나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고 낮 12시 비행기를 앞당겨 몇 없는 새벽행 비행기를 타고 입국했다. 백현이는 오늘 내가 오는줄 모르고 있을것이다. 내일로 알겠지만 지금쯤 들어가면 학교에서 돌아와있으려나, 새벽이려나.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지금은 들어가서 빨리 얼굴을 보고 안아프고 잘 기다리고 있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도어락에 카드를 긁어내리고 집안에 들어갔을때는 차가운 기운이 안에서부터 뿜어져 나왔다. 애있는데 이렇게 차갑게 하면 안된다고 아주머니께 항상 말씀드렸는데. 소파에 수트케이스와 다른 트렁크들을 내려놓고 아이의 방으로 들어갔다. 불을 키지 않았지만 워낙 하얀 아이의 얼굴때문인지 컴컴한 방에서 혼자 하얀게 보여서 쉽게찾을수 있었다. 하얀 얼굴에 손을 가져다대자마자 손을 떼냈다. 뭐야, 왜 이렇게 뜨거워. 약간 미지근한 체온이 나를 반길거라고 예상한 나를 기만하듯 아이의 이마에서는 내렸던 열이 다시 펄펄 끓어오고 있었다. 이래서 전화를 안받은건가, 아주머니는 애 아플동안 도대체 뭘 하신거지. 벌써부터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내 옆에 있을때 아픈것도 속상한데 지금 나 없는데서 아픈게 엄청나게 나를 화나게 만들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깨우고 싶었지만 곤히, 그렇지만 결코 편한 얼굴로 자지못하는 아이를 깨울순 없었다.
아침 8시 40분에 백현의 학교로 전화를 했다. 아이의 출결상황을 묻고싶었다. 3일 전부터 다시 학교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젊은 여선생은 말했다. 나한테 말도 안하고 혼자 아플생각을 하다니. 아주머니도 한편이신가. 백현이에 물으면 바로 아주머니는 잘못없다고 아주머니 역성을 들게 뻔해서 추측만 하고있을 뿐이었다. 어딜 말도 안하고 혼자 아파. 아이를 깨우지도 않았다. 더 자게 내버려뒀다. 7시쯤 도어락을 푸는 소리가 들리더니 아주머니가 들어오셨다. 손에는 죽이 들려있었다. 주방에서 바로 죽을 데우시던 아주머니는 내 얼굴을 보시더니 귀신을 본것처럼 놀라셨다. 나는 검지손가락을 입술위에 올려 조용히하시라는 제스쳐를 취하고 백현이의 상황을 물었다.
"아주머니, 백현이 걱정되서 새벽에 입국했습니다."
"...이사님..."
"백현이 많이 아프던데, 왜 저한테 말씀안하셨죠?"
"그게...백현학생이,"
".........."
"이사님께 말씀드리지 말아달라고..."
역시 내 예상대로였다. 차마 더 말을 잇지 못하는 아주머니께 오늘은그만 집에 가보시라고 했다. 일주일동안 해외출장이니 사흘을 몸회복기로 임시휴가를 낸 참이었다. 그리고 11시에 아이의 방에서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조그마한 소리로 누군가를 찾는 백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주머니. 아직도 백현이는 내가 돌아온지 몰랐지, 참. 하마터면 나를 먼저 찾지않는 아이때문에 상처를 받을뻔 했다. 나는 망설임없이 백현이의 방문을 열고 들어가서 놀라서 토끼눈이 된 백현이의 몸을 안아올렸다. 저항하지 않고 바로 안겨오는 몸, 오늘은 그 몸만이 마음에 들었다. 너 오늘 나한테 혼나 백현아.
"백현아, 형 백현이 걱정되서 일찍 왔어."
".........."
"아픈데는 없었고?"
아무것도 모르는척 다정히 물어오자 불안해 하며 떨리던 눈동자가 내 눈치를 보더니 고개를 소심하게 끄덕였다. 모를줄알지. 너는 내가 널 모를줄알지.
"이상하다, 형 왔을때는 백현이 열 아주 많이 끓었는데."
"..형.."
"3일전부터 학교도 못나갔다고 들었는데."
"그게 아니라,"
"아팠는데 왜 전화를 안해, 아니 왜 안받아?"
나에게 안겨있던 아이를 침대에 내려다놓고 혼자 카펫위에 서서 앉지않고 아이를 내려다봤다. 꼭 거짓말을 했다가 들킨 아이처럼 떨고 있는게 안쓰러웠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지금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거였다. 2년, 2년동안 한번도 이런적이 없었다. 아이가 아픈걸 숨기면 다음부터 그러지 말라고 당부했고 아이는 나 몰래 몇번을 더 아팠을지 몰랐지만 그때마다 그냥 안아주고 입맞춰주고 약먹여주고. 그렇게 넘어갔을뿐 아이를 혼내거나 언성을 높이거나 한적이 없었다. 어렸을때부터 귀하게 자라서 나한테 와서도 시중드는 사람 다 있는 곳에서 자란 고운 아이를 혼내고 싶지도 않았을 뿐더러 부모가 외국에 있어 사랑을 잘 못받고 자란 아이에게 충고나 당부보다는 사랑을 더 많이 주고 싶었는데. 너는 왜 나한테 자꾸 이러니 백현아.
"네 보호자는 지금 나야 백현아. 근데 왜 내가 네 아프다는 소식을 다른 사람 입을 통해서 들어야돼?"
".........."
"형이 널 걱정하면 세상이 무너지니?"
"....형 제발..."
"대답해, 백현아."
".........."
".........."
".........."
"변백현. 대답해."
".........."
"변백현!!!!!!!!!!!!!!!!"
토끼처럼 놀랐던 눈이 이제 충격과 공포를 머금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백현이를 만나고 한번도 소리를 지른적도 없었고 이름을 성까지 붙여서 풀네임을 부른적이 단한번도 없었다. 백현이는 나에게 아기였고 애인이었지 절대로 소리를 지르거나 풀네임을 부르며 거리를 둘수있는 아이가 아니었다. 근데 지금 나는 아이를 다그치고 몰아세우며 소리를 지르고 있다. 나도 내가 무서웠는데 아이는 오죽할까. 하지만 그때는 정말 미쳤었는지 울면서 선처를 바라는 아이의 표정을 보지못했다.
"너 지금 내 말 무시하는거야?"
백현이를 너, 나를 나 라고 호칭했던것도 처음이었다. 나에게 백현이는 항상 백현아, 현아, 아가 라고만 불리었지 '너' 따위의 대명사로 부른적이 없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백현이에 나는 항상, 형이, 형은, 형도, 등의 다정한 대명사를 사용했지 절대로 '나' 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건 우리 둘만의 암묵적인 약속이었고 깨진적은 처음이었다. 2년동안 눌러왔던 감정들이 모두 폭발한것 같았다. 이건 좀 아니잖아, 왜 네가 아프다는 말을 다른사람한테 들어야하는지 말좀해봐 백현아. 그 뒤에 정신을 차리고 내딴에는 다정히 말을 걸었지만 이미 늦었었다. 백현이는 말이없었다. 가끔씩 잔기침을 하긴했지만 열이 심하게 나는것 이외에 별다른건 없었다. 울어서 열이 더욱 심하게 끓는듯 했지만 다가가려하자 손을 탁쳐내는 아이의 행동에 잠시 얼어있었다. 오늘 우리 처음 겪는거 참 많다 백현아. 아이가 내 손을 쳐내는것 또한 처음이었다. 나는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굴려보았다. 아이를 너무 몰아세웠다. 백현이를 만나기 전의 쓰레기같았던 내 학창시절의 일부분을 꺼내놓은것 같았다. 소리지르고 몰아세우고, 다행히 욕은 하지 않았다. 머리채를 잡고 손찌검을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아이에게 보여주는 내 모습은 깨끗하고 다정한 모습밖에 없었다. 나의 망가진 모습을 보여주기는 싫었는데.
"백현아, 여기봐봐."
".....형..."
"응, 듣고있어."
"나 잠시 나갈래, 여기 안있을래,"
백현이가, 집을 나가겠다고 말을 했다. 내 품을 벗어나겠다고 말했다. 눈에서는 물기를 닦아내고 드레스룸으로 걸어가는 아이의 손목을 잡았지만 아이는 손목을 빼냈다.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눈길조차 주지않고 드레스룸에서 교복 위아래 두벌과 당분간 입을 옷들을 챙겨서 휙 나가버렸다. 핸드폰도 두고.
망작망작 느므 급전개를 했나여ㅠㅠㅠㅠㅠ헣
이제 겨우 중반부 돌입인데 느므 급전개를 한건가...으아니 이런...ㅠㅠㅠㅠㅠㅠㅠ
헣헣ㅎ허허허허허허허ㅓㅎㅎ
아 그리고 열병 연재 마치면
학원물 연재할 생각입니다.
좀 있다가 공지 올릴거구요, 이건 좀 장편으로 내 볼생각인데, 많이 응원해주세요ㅠㅠ
다음 편은 빠른 시일내로 올라오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셤을 포기했기 때문에..ㅠㅠ
댓글은 사랑입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