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최대한으로 낮춘채 켜주세요 다행히 육지에 도착했을때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힘없는 몸뚱아리가 거세지는 빗줄기에 맞춰 이리저리 휘청였다. 무작정 불이 켜진 곳을 향해 뜀박질했다. 발목 근처로 물을 잔뜩 먹은 흙이 찰박였다. 발목에 묻은게 새카만 잉크인지 진흙인지 구분 안될만큼 어두운 날씨였다. 겨우 유리문을 열고 들어와 데스크 앞으로 섰다. 방 하나요. 주인은 내가 영 마음에 안드는 눈치였다. 남는 방은 없고 딱 하나 있는건 다른 사람과 같아 써야하는데. 그래도 쓰겠수? 내가 남긴 흙투성이의 잔해를 흘쩍 돌아봤다. 네 괜찮아요. 203호요. 감사합니다. 내게는 그 무엇보다 포근한 이불과 샤워가 간절했다. 아 참. 환불은 안돼요. 주인 아주머니의 말이 등 뒤로 흩어졌다. ** “어.” 잔뜩 물먹은 짐가방을 들고 겨우 계단을 올라왔다. 낡은 나무계단이 습기와 무게에 삐걱이며 아우성쳤다. 203호. 다 떨어진 문패를 톡톡 두들기곤 문을 열었다. 피곤과 추위에 반쯤 감겼던 눈이 떠지는건 순간이었다. “누구세요?” 당황한 낯의 젊은 남자가 몸을 돌려 나를 봤다. 실로 얕게 비치는 한줄기 햇빛과 미남자의 조화란 믿기 힘든 광경을 연출했다. 마치 옛 극장의 흑백 영화를 틀어놓은것마냥 무채색으로 점철된 예술작품을 보는듯 했다. 그는 주어 목적어 잘라먹은 내 말에도 상냥함과 웃음을 잃지 않았다. 자초지종을 들은 후에는 격분하지도 물으러내려가지도 않은채 침착히 낡은 나무의자에 앉아있을 뿐이었다. 그의 호의로 일인용 소파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는 나 자신이 작아지는 순간이었다. “아주머니가 제게 방을 줄때부터 한명이 쓰기에는 넓은 방이라곤 했어요.” 운을 떼는 그에 몸을 세워 경청했다. 이 방이 넓기도 넓고. 사실 관광지로는 찾아오는 사람이 드문 섬이잖아요. 그의 말처럼 꽤 넉넉한 방에 더블 베드가 두개나 놓여있었다. 낡은 외관 치고는 꽤 아늑한 모양새의 룸이었던 모양이다. 그는 제게 방을 내주며 아주머니께 들었던 말을 내게 조곤조곤 풀어놓았다. 다른 손님이 오면 불가피하게 방을 같이 써야하는 일이 벌어질수도 있다고 했어요. 그런일은 없을거라곤 했지만.. 아무튼. “..그래서 저는 상관 없거든요. 괜찮으세요?” “...” “아무래도 좀 그러시면,” “아니에요.” 어쩔수가 없었다. 저 좋자고 이 남자를 내쫓을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쨌든 제가 객식구쯤으로 침범한 꼴이니. 그럼 잘 부탁 드립니다. 핏줄이 적당히 돋은 손과 잘빠진 손가락이 인사를 건냈다. 마주잡으며 생각했다. 미남은 손마저 이쁜가보다. 마주본 얼굴은 그림자 져 더욱 운치있었다. 싱긋 미소지은 그가 앞으로 잘 지내보자 했다. 영광이라 답했더니 내 말을 장난쯤으로 치부한건지 살풋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농담아닌데. 진심을 목구멍 안으로 넘기며 마주 웃었다. ** 급하게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그는 오래 잡아둬 미안하다며 감기가 걸리기전에 씻고 나오라고 했다. 그는 또 내 짐가방에 흥미를 보였다. 몇 없는 짐의 짐가방을 풀기 민망해 보지말라고 으름장을 놓으니 금세 풀이 죽은게 귀여웠다. 남자는 신기하게 공기를 편안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 심하게 낯을 가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인사는 커녕 눈짓조차 주기 힘들어하는 내가 몇분만에 그의 이름을 부르게 만들었다. 그는 본인을 “재이”라고 불러주기를 원했다. 제이. 그게 본명인가요? 물었더니 본명보다는 본명이 아닌 이름으로 불러주는게 더 신비롭지 않겠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름이 뭐냐고 묻길래 장난끼가 돋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운이에요.” 운이라고 부르라했다. 내가 본명이냐고 묻는 그에 가명이라고 답했다. 나중에 친해지면 답하겠다고 물렀다. 그는 못내 섭섭해했다. 이제는 새카맣게 임흑으로 덮힌 바다를 바라봤다. 그는 원한다면 불을 키지 않겠다 말했다. 나는 고맙다고 했다. 그는 옆자리 침대에 누워 내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냈다. 보통 이 섬에대한 말과 오늘의 날씨에 관한 이야기였다. 낮은 목소리가 좋아 말을 더 듣고싶었지만 피곤한 몸은 쉽게도 무의식으로 빠졌다. 운. 잘자요. 재이도요. .... 겨우 그의 굿나잇 인사에 대답하곤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 우리는 첫째날의 밤을 이렇게 보냈다. ** 비가 내렸다. 태풍의 시작이었다. 넓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바다는 나마저도 집어 삼킬것마냥 남실거렸다. 하얗고 보드랍던 파도는 어디갔는지 새카맣게 어두운 폭풍만이 남았다. “일어났어요?” 아침이라 더욱 낮아진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언제부터였는지 그가 상체를 침대헤드에 기대앉은채 나를 보고 있었다. 실내등이 전부 꺼진 방 안과 먹구름이 잔뜩 껴 채광조차 없는 분위기와 묘하게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언제부터 그러고 있었어요?” “운씨 일어날때부터. 몸은 좀 괜찮아요?” “네. 멀쩡해요.” “다행히다. 밤새 끙끙대길래 감기라도 걸린줄 알았어요.” “저 잘때 습관같은거에요. 설마 저때문에 못 주무신건 아니죠?” “귀여운 습관이네요. 잠은 백색소음 삼아서 잘 잤어요. 걱정말아요.” 그의 미소에 어두운 방 안이 순간적으로 환해지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빛이 내 귀에까지 닿았나 화끈거리는 귓바퀴를 매만지며 시선을 틀었다. 창 밖은 여전히 새카맣게 어두웠다. “혹시 여행 계획 같은거 있어요?” “계획이요? 음...” 조금 고민하다 사실 나는 계획이 없고, 세상과 잠시라도 멀어지고싶어서 온거라고 실토했다. 내 말에 그는 배를 잡도 웃더니 그럼 제가 여기 있을동안 가이드를 자처해도 되냐고 물었다. 전혀 안 될 이유가 없었다. “저야 감사하죠.” “그럼 나갈 준비를 할까요?” “저 밖으로요? 비가 오는데요?” “제가 방법을 알아요.” 비밀스럽게 속삭인 그는 자기는 이미 씻었고 옷만 갈아입으면 된다며 내 등을 떠밀었다. 빠르게 씻고 나오니 그는 초록색 실크 셔츠의 소매를 걷고 있었다. “빨리 나왔네요. 저는 주인 아주머니와 잠깐 할 이야기가 있어서 먼저 나가있을게요. 천천히 준비하고 나와요.” 손이 텅 빈 짐가방을 빠르게 훑었다. 계획없는 여행답게 걸려나오는 옷가지가 하나같이 볼품없었다. 개중 가장 나아보이는 옷으로 갈아입었다. 나머지는 축축하게 젖고 늘어져 입을수가 없었다. 문을 열고 나가니 현관 앞에서 시계를 보고있는 재이가 보였다. “어, 일층에 내려가 있을줄 알았어요.” “아주머니가 자리를 비우셔서. 그냥 올라와 있었어요.” 그러더니 그는 인상을 찌푸리고 내 옷을 바라보았다. 역시 너무 후줄근한가 고개가 숙여질때쯤 재이는 내게 되물었다. “아, 미안해요. 그렇게 젖은 옷을 입고 나가면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요? 아무리 밖에 무시무시한 폭풍이 치고있다 한대도요.” 그가 코 끝을 찡긋거리며 나를 다시 방 안으로 이끌었다. 그는 방 한구석에 놓인 본인의 가방을 뒤적이다가 내게 옷을 하나 건냈다. 재이가 입은 옷과 같은 재질, 같은 색의 셔츠였다. 너무 클거같다는 내 걱정에도 그는 본인만 믿으라며 내게 갈아입고 오기를 독촉했다. 그리고 그 걱정은 쓸데없는거란걸 입증하듯, 그가 준 셔츠는 소매가 조금 긴것 빼고는 종아리까지 오는 길이의 셔츠 원피스를 입은것처럼 알맞았다. “의심스러운데요. 이거 여성용 아니에요?” “여성용은 무슨. 사이즈 미스였던 옷이에요. 이 섬에서 샀던건데 이렇게 쓰일줄은 전혀 몰랐네요.” 그의 얼굴에 어두운 기색이 스쳐지나간것 같았지만 되물을 용기가 없어 입술만 깨물었다. 그는 그 찰나에도 입술을 괴롭히지 말라며, 입술이 아파한다고 했다. 다정함 과다였다. 일층으로 내려오자 아주머니가 우리를 흘끗보더니 뭐라 이야기하셨다. 빗소리에 제대로 듣지 못해 뭐라 하셨냐고 물었지만 그는 웃으며 고개만 저었다. 그런데 아주머니 안계셨다고 하지 않았나. 뒷문을 열며 문득 드는 생각에 데스크를 바라보자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벌..써.....눈...? 입모양을 읽다가 급히 고개를 돌렸다. 귓바퀴가 화끈거렸다. 재이는 감기가 든게 아니냐고 걱정했지만 아무런 말도 들리지가 않았다. 벌써 눈이 맞았나보네. 귓가에 독특한 주인 아주머니의 웃음소리가 들리는것만 같았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금방 왔죠? 사실은 제가 내일부터 늦은 여름 휴가를 갑니다. 그래서 업로드가 평소보다 조금더- 더딜지도 몰라요(머쓱) 그래서 사죄의 마음을 담아 조각 글을 하나 두고 갈게요. 재이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아무 멤버에 대입하셔서 읽으시면 됩니다. “제이”가 아닌 “재이”에요! 혹여나 이름에 j가 들어간 제노나 재현이인가..? 하셔도 전 대답 안해드립니다 캬캬 그저 대입되는 멤버로! 상상되는 아무 멤버로 대입하셔서 읽으시면 됩니다!-! 폭풍전야라고 하죠 곧 태풍이 온다고 하네요. 제가 목숨을 건 휴가를 다녀올동안(..) 여러분들은 집에서 편안히 계세요!! 태풍을 닮은 글을 하나 두고 저는 이만 짐을싸러 가보렵니다 오늘도 사랑해요! +여러분들이 해주시는 최애 투표.. 정말 흥미롭게 보고있습니다ㅋㅋㅋㅋㅋㅋ 저는 제노가 1등일줄 전혀 몰랐어요!!!! 투표는 아마 오늘 끝날텐데 끝까지 어떻게 흘러갈지 두근거리며 보겠습니다ㅋㅋㅋㅋ!! ♥ 암호닉 ♥ [기억조작남] [나정] [난아] [달다리] [도라엠엉아] [돌하르방] [딸랑이] [또잉] [또라에몽] [러블] [리디] [마꿀잉] [뮨모] [베리] [비회원] [뾰로롱] [살구] [아디오스] [야다] [영] [유달] [윱] [ㅇㅇㅈ] [죽살이] [쟂니눈누] [참새쨍] [토끼또잉이] [하라하라] [호앙] [햇쨘하루] [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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