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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찬열] 보이지 않는 낙원

 

 

 

 

w. 린우

 

 

 

 

 

01:거리에서 (찬열 side)

 

 


 



추운 겨울이 지나 꽃이 개화하던 어느 늦은 봄의 어느 날, 나는 처음으로 사랑을 했다. 내 나이 열 넷. 아직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었던 그 시절, 나는 너를 향한 내 감정의 이름도 몰랐다. 그저 너를 바라만 보아도 좋았고, 살짝 입술만 부딪히는 것으로도 설레였던 날들. 너는 알까. 네가 내 첫 사랑이라는 사실을.


 


 



"엄마...?" 바스락대는 소리에 눈을 떴지만 뿌옇게 그 형체만 보이는 누군가의 뒷모습에 찬열은 눈을 비볐다. 그리고 보다 또렷해진 시야를 통해 보이는 것은 삶의 무게에 지친 듯 조금은 굽어 있고 왜소한 그 누군가의 뒷모습. 어느샌가 익숙해져 버린 그 뒷모습에 주춤대며 다가가 살포시 몸을 기대자 어유, 우리 아가 깼구나. 하며 몸을 돌려 마주 안아주는 그 이의 온기가 찬열은 그저 포근하니 좋기만 했다. 그 이에게는 별 것 아닐지 모르는 그 사소한 행위가 찬열에게는 삶을 지속시키는 하나의 증명과도 같았기 때문에. 엄마 잠깐 장 보러 다녀올게, 아가. 혼자 집 잘 볼 수 있지? 불안한 듯 몇 번이고 반복해 묻는 그 이에게 찬열은 안심하라는 듯 방긋 웃어보였다. 다녀오세요, 엄마. 찬열의 대답에도 못 미더운 것처럼 발걸음을 쉬이 떼지 못하던 그녀가 문을 닫고 간 지 얼마나 되었을까. 찬열은 스멀스멀 발 끝부터 기어 올라오는 감정에 질식할 것만 같아서 결국 그녀가 닫아놓은 문을 조심스레 열고 밖으로 나갔다. 잠깐이랬잖아. 어딜 가. 마루 위로 내팽개치듯 던져놓은 동화책이 찬열을 붙잡는 것 같았지만 찬열은 짐짓 모른 체 하고 차가운 흙바닥에 주저 앉아 그녀를 기다리며 두꺼비집 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두껍아, 두껍아. 그 때 뒤로 다가온 누군가의 억센 손에 떠밀려 찬열은 그대로 앞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아직 겨울의 기운이 채 가시지 않아 단단하게 얼어있던 흙바닥에 부딪히고 긁혀 깨진 찬열의 무릎에서 피가 방울방울 흘러나왔고 흙투성이가 되어버린 그 무릎을 한 소년이 급히 찢어낸 듯한 천조각으로 동여매 준다. "아파? 미안. 일부러 그런건 아니야. "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입고 있는 옷을 한 번 더 찢어내는 소년이 아마도 방금 전 찬열을 밀었던 그 손의 주인인 모양이었다. 찬열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제 무릎에 천조각을 동여매고 있던 소년의 손을 잡았다. 어쩌면, 쳐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날카로운 눈매의 그 소년은 잠시 멈칫하는가 싶더니만 물끄러미 보는가 싶더니만, 그대로 붙잡고 일으켜 주었다. "... 괜찮아." 늦어도 너무 늦어버린 대답이었지만 그 말을 들은 소년이 어떤 표정을 지었던가.

백현아, 너는, 그 만남을 기억하고 있을까?




.
.



언젠가부터 찬의 세계는 그 빛을 잃어버렸다. 붉은 태양도, 새파란 하늘도 찬열의 눈에는 그저 먹먹한 잿빛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오래 전부터 예고되었던 비극. 찬열이 태어나던 그 순간부터 정해져 있던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찬열은 세계가 그 빛깔은 잃었어도 아직 온전히 그 형태마저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작은 위안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서글펐다. 오래된 ─ 빛바랜 추억 속 그 파란 하늘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지도 모른다. 파란 하늘, 이웃집에서 풍기던 고소한 냄새, 그리고 … 너. 사창가, 낮과 밤이 뒤바뀌어 버린 곳. 낮에는 그토록 조용하던 곳이 달이 제 고개를 내밀기 무섭게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했다. 회색빛 거리에는 불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고 술을 찾아, 혹은 색을 찾아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기 시작했다. 어느새 해는 저물었고, 하늘은 어둑해졌다. 하지만 찬의 시야는 여전히 잿빛, 그대로였다. 그래서였을까. 평소 같으면 사람들이 거리의 불을 밝히던 순간 제 집으로 들어가 버렸을 찬이 거리를 쉬이 떠나지 못했던 것은.









마치 버려진 아이마냥 회색빛 거리에 오도카니 서 있던 찬의 어깨에 누군가가 툭, 하고 팔을 걸치었다. 찬의 두 배는 될 법한 덩치의 조폭같은 남자는 술 냄새를 풀풀 풍기며, 통나무보다 더 두터울 듯한 팔을 찬의 어깨에 얹은 채로 가자고 소리를 질렀다. 가? 어디로? 찬열이 멀거니 저를 보고 있는 것에 답답해진 사내가 소리 질렀다. 아따, 안 가고 뭣한다냐? 화대가 부족해서 그러냐? 그제서야 찬은 사내가 제 옷깃에 꽂아 넣은 지폐뭉치를 발견하고 눈을 깜박거렸다. 머뭇대던 찬이 사내의 재촉에 천천히 걸음을 옮기자 그제야 사내가 껄껄 웃어대며 찬의 몸 여기 저기를 지분대며 말을 걸었다. 어이구, 가뜩이나 기집애 같이 생긴 것이 뼈 밖에 없네 그려. 네 포주는 밥도 제대로 안 멕였당가. 용케 키는 컸어 그려. 찬은 입을 굳게 다문 채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자신의 몸을 더듬는 까끌한 손길이 끔찍하게 싫었지만, 싫다곤 말할 수 없다. 허나, 좋아할 수도 없기에 입을 다무는 것만이 이미 익숙해져 버린 ‘일상’에 대해 찬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이었다.





─ … 박찬열. 니가 왜 여기 있는데.





그때였다. 오래 전에 잊어버린 그 이름이 들린 것은. 찬이 걸음을 멈췄다. 세상에서 단 한 사람 밖에 부를 수 없는 그 이름을 들어버린 시점에서 이미 찬은 제 몸을 집적대고 있는 사내의 존재를 잊어버렸다. 이미 기억하고 있는 때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서일까. 크게, 는 아니겠지만 아주 조금은 달라져 버린 얼굴, 변해버린 옷차림. 그리고 어쩌면, 아니 아마 확실히 ─ 평행선처럼 다시는 같아질 수 없을 그와 찬의 관계를 깨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잊고, 마음 속 깊은 곳에 묻어두어야만 했던 제 이름을 불러주었다는 그 사실에 찬열은 왈칵 눈물이 치미는 것 같았다. … 기억하고 있었다. 잊혀진 게 아니었다. 찬은 그에게 ─ 잊혀지지 않았다. 그 순간 처음 만났던 오래 전 그 때처럼 그 하나만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 것도 보이지가 않고,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오직 그 한 사람만이 찬란하고 온전히 빛이 났던 그 시절로 돌아온 것처럼. … 다시는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변백현. 백현아. 너는 여전히 잘생겼다. 여전히 … 나를 똑바로 봐주고. 그럼 … 이렇게 변해버린 나라도 너는 여전히 예쁘다고 말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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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ㅠㅠㅜㅠㅠㅠㅠ백열이라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분위기너무좋아여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린우
제가 댓글 기능을 이제 알아서 대댓글이 늦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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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11년 전
린우
와우 팝콘님 >_< 저 열심히 적응하고 있습니다.................. 정주행 환영이에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1년 전
독자3
우와 제목보고 홀린듯이 들어왔다가 1편부터 보려고 왔어요ㅠㅠ 분위기가 대박이에요
11년 전
린우
제목에 낚이셨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계속 봐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1년 전
독자4
우와 백열짜응!! 저 백열분자에요ㅠㅠㅠ 신알신합니다~♡
11년 전
린우
백열 분자 환영합니다 신알신 감사드려요 ~ ♥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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