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최대한 오세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평소엔 잘 듣지도 않는 음악을 여러곡 다운받아 볼륨을 크게 틀어놓고 이어폰을 꽂고 다녔다. 오세훈이 인사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말이다. 급식실에서도 밥을 먹다가 오세훈이 보이면 금방 일어나기 일수였고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어째 너무 피곤해졌다.
"차렷,경례 수고하셨습니다."
종례가 끝나고 반 아이들이 쏜살같이 교실을 빠져나갔다. 복도는 이미 집에 가려는 애들로 가득했다.
느지막히 운동장쪽을 쳐다보니 전교생이 다 나와있는 듯 운동장이 가득 찼다. 느지막하게 몇권의 책을 챙겨 가방에 넣었다.
"야."
이어폰을 꽂기 전이라 무시하기도 애매했다. 할 수 없이 옆을 쳐다보니 역시나 오세훈이었다.
인상을쓰니 차가운 얼굴이 더 무서워 보였다. 긴다리로 금새 내 옆에 온 오세훈은 앉아있는 나를 위압감이 들게 내려보고있었다.
아무말도 못하고 시선을 내리깔았다. 따뜻한 날씨였지만 등이 서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왜 자꾸 나 피하는데. 내가 그렇게 싫어?"
"아니..그게 아니고.."
"나 너한테 잘 못한것도 없다며.근데 왜? 사람을 개무시를 해. 기분나쁘게-"
한숨을 크게 내쉬는 오세훈은 억지로 화를 삭히려는 듯 보였다. 당연히 니가 싫을리 없잖아.안그래?
"..."
"나랑 진짜 말 안할거야?"
"..."
"후- 그럼. 이유나 듣자. 내가 그렇게 싫은 이유가 뭔데?"
그러니까,
"나 너 안싫어..."
"뭐라고?"
"너랑있으면 애들이 자꾸 쳐다보잖아. 나는 너랑 달라서 친구도 하나 없고 애들이 나 쳐다보는 시선이 너무 불편하다고!"
뭐라고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나도모르게 오세훈한테 큰 소리를 쳤다. 오세훈같은 애들은 모른다.
그림자 같이 살아온 나같은 애들에게 그런 시선이 얼마나 불편하고 무섭게까지 느껴지는지.
"진짜 서운하다."
"...어?"
"나는 네 친구 아니였어?"
오세훈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교실을 나갔다. 상황이 이상해졌다. 내가 오세훈의 기분을 망가뜨렸다. 뭐 어떻게 하라는건지 나보고.
학교를 나왔다. 벌써 저녁이 다 된 것 같았다. 날씨도 낮만큼 따뜻하지 않았다. 내 발은 자연스레 오세훈의 집으로 가고있었다. 땅만 보고 걷다 보니 어느샌가 오세훈의 집 앞에 도착해있었다.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지금 내가 왜 여기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오세훈 집 담벼락 주위를 돌아다닐 뿐이었다. 그냥 집에 갈까 하고 생각을 했었는데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ooo?"
고개를 들어보니 김종인이었다. 오세훈덕분에 몇번 마주친적은 있어도 딱 안면만있다..그 뿐이었다.
"안녕.."
"뭐하냐. 안들어가?"
"아니 나 집갈건데.."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김종인은 갑자기 박수를치더니 '아, 너네 싸웠지?' 라고 말했다. 생긴거와 다르게 눈치가 참 빨랐다.
어쩔 수 없이 김종인 덕에 오세훈을 만날 수 있었다.
김종인이 벨을 누르더니 '나 깜종.' 하고 말했다. 금방 문이 열렸고 김종인의 뒤를 졸졸 따라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김종인이 주는 슬리퍼를 신었다. 오세훈은 들어오는 김종인을 보지도 않고 티비를 보며 대충 '왔냐.'하고 인사를 했다.
"오미자."
"왜 깜종."
"내가 한명 더 데리고 왔다?"
"누구..."
김종인이 '짜잔~'하고 내 앞에서 있다가 오른쪽으로 한걸음 옮겼다. 소파에 앉아있던 오세훈과 눈이 마주쳤다.
"아...안녕 오세훈.."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었다.나 오세훈 김종인 이렇게 셋이 소파에 앉아 한참을 아무말 없이 티비만 바라보고 있었다.
옆에서 김종인이 뭐라고 떠들었지만 나도 오세훈도 반응은 하지 않았다. 오직 듣기만했다. 답답했는지 김종인이 아주 돌직구로 말했다.
"내가 억지로 악수시켜줘야 화해할래?"
그래 원래 사과하려고 온건데..김종인의 말에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미안..."
"나도...미안."
"김종인 이쪽이라고 이쪽!!"
"야 이게 잘 안된단말이야."
"이렇게!여기 이렇게!"
"어짜피 우리가 이겼어 바보들아."
한시간쯤 지나니 박찬열도 오세훈의 집으로 왔다. 박찬열이 오자마자 새로나온 비디오게임기를 티비에연결해 팀을 나눠 게임을 했다.
나도 게임을 그렇게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김종인이 어마어마하게 게임초보라 깎인 점수를 내가 회복하느라 고생을 좀 했다.
게임을 하다보니 배가 고파져 피자도 시켜먹고 드라마에서나 보던 친구들을 갖게 된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역시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되는 거였다. 다들 키도 크고 차갑게 생겨서는 버블티를 마시지를 않나 별로 친하지도 않는 나한테 말도 잘걸어주고 박찬열은 그야말로 분위기메이커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그래서 결국 내가 둘이 화해시켰다니까. 초딩도 아니고."
"아 그얘기좀 그만해!"
"하여튼 오세훈 삐돌이 저거저거. 안되겠어~"
김종인은 피자를 먹는동안 계속 자기가 나와 오세훈을 화해를 시켰다면서 평와의 상징 김종인이니 어쩌니 하며 박찬열에게 자기를 어필했다.
은근 유머러스한게 정말 의외가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한창 피자를 먹고 있는데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났다. 누구지?하고 현관쪽만 쳐다봤다. 김종인과 박찬열이 '안녕하세요 이모 저희 놀러왔어요!'하고 반갑게 맞이했다.
"아들 친구들이랑 맛있는거 먹고 있네~?"
"엄마 왔어?"
오세훈이 엄마를 닮아 하얗고 말랐구나...
"안녕하세요!"
나는 뒤늦게 일어나 오세훈의 어머니께 인사를 했다. 어머니께서는 그냥 지나치시려다 멈춰서 나를 쳐다보셨다.
"어머! 이 예쁜 아가씨는 누구야? 너희들 중에 누구 여자친구야?"
"오세훈이요!"
박찬열이 오세훈의 이름을 말하고 김종인과 서로를 때리며 웃고 난리가 아니였다. 오세훈은 어머니께 '빨리 들어가!'하곤 김종인과 박찬열을 때리기 바빴다. 괜히 민망해서 얼굴이 달아오를것 같았다. 간신히 콜라를 벌컥벌컥 마셔 볼을 두어번 쳤다.
"좋냐?좋아?"
"집 안가? 아주 우리집에서 살려고 그냥. 빨리 가 너네."
피자를 먹고 있는 김종인과 박찬열을 오세훈이 억지로 일으켜 밖으로 내 보냈다.
"하여튼 저것들... 다 먹었어?"
"응.."
"가자.데려다줄게."
정리를 하겠다는 나를 극구 말린 오세훈과 함께 집에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