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과 집까지 걷는 이 길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걷다 슬쩍 옆을 봐 가끔 눈이 마주칠때면 그렇게 설레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젠 나를 보고 싱긋- 잘 웃는다.
꼭 데이트 하는 것 같았다.
"종인이랑 찬열이 재밌지."
"응.첨엔 너네 셋이 키도 크고 차갑게 생겨서 무서웠었는데...알고 보니까 진짜 좋은애들인것 같아."
"진짜? 우리가 무서웠어?"
"당연하잖아. 나보다 머리 하나씩은 큰데... 나한테 화냈을 때, 진짜 울뻔했어. 무서워서..."
"미안...나는 진짜 서운했다? 너랑 나랑 좀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친구도 없다고 해서.."
"근데 친구 없는건 사실인데 뭐...너빼고!"
언제 이런이야기까지 할 수 있는 사이가 됬을까. 알고지낸 시간을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오늘 처음 얘기해 본 김종인도 박찬열도 금새 친해졌고 오세훈과는 정말 가까운 사이라는 느낌까지 들었다. 좋아하는 사람과 있으면 시간이 빨리간다더니 이 때가 딱 그랬다. 어느새 집 앞이였다. 들어가기 싫었지만 내가 오세훈에게 무엇도 아닌데 이러자 저러자 할 수 없으니 그냥 인사할 수 밖에 없었다.
"벌써 다 왔다."
"그러게. 데려다줘서 고마워."
"잠깐만."
"우리 엄마 왔을 때...박찬열이 했던말 기억나..?"
"..아..그 장난친거...?"
민망했던 순간이 다시 떠 올랐다. 내가 무슨 오세훈 여자친구야...
그 얘기를 다시 꺼내는거 보면, 설마 진짜 여자친구라도 있는걸까? 아니면 좋아하는 사람이라도...난 그냥 바라보기만 하고 끝나는걸까?
"나는...부정 안했다? 박찬열말에."
오세훈은 그 말을 하고 한참을 가만히 서서 머리만 긁적이다가 모기만한 소리로 '갈게.' 하고 뛰어 갔다.
집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워 한참을 생각했다. 처음보는 오세훈의 그 표정과 계속 아래로 향했던 그 시선이 그리고 그 말이,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건 아니겠지?하곤 그냥 뱉은 말일거라 생각했다. 오세훈이 나같은 애를 왜...
아는척해주고 친구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었다.
"또 지각이면 안되는데.."
지각체크 3분전이었다. 도저히 내 달리기로는 절대 3분안에 못 갈 거리였다. 2학년이 되고 불안한 마음에 늦게까지 공부를 해서 잠이 부족해 지각을 너무 많이 했었다. 이제 몇 번만 더 걸리면 벌점이 어마어마해져 교내봉사 따위로 시간을 보내야하기때문에 절대 지각은 하지 말아야하는 것이었다.
"아 힘들어..."
"너 안뛰어?"
유유히 내 앞을 지나가는 김종인이었다. 긴 다리로 휘적휘적 잘도 뛰어갔다.
"야 김종인!!!"
뒤에선 박찬열이 열심히 뛰어왔다. 눈이 마주치자 박찬열은 내 등을 밀었다. 그덕에 가까스로 지각을 피할 수 있었다.
"다행이다. 너 아니였음 또 운동장 돌았을텐데."
"그럼 2교시 끝나고 빵사줘. 그 때가 제일 배고플 때거든."
"그래."
양옆에 김종인, 박찬열을 끼고 교실로 올라가니 일찍 온 오세훈이 우릴 반겼다.
"어?너네 셋 뭐야. 왜 나빼고 같이 들어오는데-"
"지각직전 살아남은 세명이다 왜?"
또 시작됬다. 복도를 걸을 때 마다 여자애들이 수근수근. 이젠 아예 대놓고 욕을 하는 애들도 있었다.
"쟤네 뭐야 대체."
"쟤 8반 왕따아냐?"
"오세훈이 왜 쟤랑 다녀. 설마..."
"야. 넌 친구도 없냐? 얘가 우리랑 놀든 말든 네가 무슨 상관인데."
결국, 수근대는 여자애에게 한 소리를 한 건 박찬열이었다. 김종인은 얼굴을 뚫을 듯이 여자애를 내려보는 박찬열을 끌어내느라 정신이 없었고 오세훈은 나를 교실 안 책상까지 데려다줬다.
역시나 굉장한 시선을 받았지만 오세훈의 고개를 들어 우리반애들을 쳐다보자 다들 본인의 일에 다시 집중했다.
의자에 앉은 내 눈높이에 맞춰 쪼그려 앉아서는 내게 말했다.
"삼일이면 다 괜찮아 질거야. 그러니까 그냥 무시해버려. 공부 열심히하고-"
오세훈은 엽기표정을 지었다. 그 덕에 긴장했던 몸이 풀려 좀 편안해졌다. 나를 쳐다보는 시선들은 역시나 많았지만 저번처럼 내가 엎드리고 있는데 책상을 친다던지 하는 유치한 행동들은 없었다. 2교시가 끝나고 박찬열이 뒷문에서 나를 불렀다.
"매점가자~OOO."
애들이 쳐다보는 시선에도 굴하지 않고 박찬열과 함께 매점으로 갔다. 이동수업을 끝내고 온 오세훈과 김종인을 만나 같이 매점으로 향했다.
박찬열을 자기가 사장님인냥 테이블에 앉아 '나는 모카빵~' 하고 내게 주문을 했다. 김종인은 항상먹는 콜라를 자판기에서 뽑았고 오세훈에게도 뭐 먹을래? 하고 물어보았다. 오세훈은 괜찮다고 해서 키도 작은 내가, 그 수만은 인파들속으로 들어갔다. 모카빵하나를 사기위해서.
"잠깐~실례~"
뒤에서 누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누군가했더니 오세훈이었다. 오세훈의 큰 키 덕분에 카운터 바로 앞에 도착했다.
"너 뭐먹을래?"
"나? 괜찮은데..."
"기다리는 애들 많잖아.빨리."
대충 눈에 보이는 코코팜을 말했다. 그랬더니 모카빵과 코코팜을 산 오세훈이 귀에 대고 '내가 사줄게.' 하곤 아까처럼 그렇게 군중을 빠져나왔다.
"아주 흑기사 나셨어요."
"넌 거지냐? 왜 사달라그래. 돈도 많은게."
"원래 사주기로 한거거든?"
박찬열과 오세훈이 투닥투닥거렸다. 김종인은 다 먹은 콜라캔을 쓰레기통에 던지고 우리에게 나가자고 말했다.
앞에선 김종인이 박찬열에게 한입만 먹자고 박찬열을 귀찮게 했다.
나는 옆에 있는 오세훈에게 음료수를 사줘서 고맙다고 했다. 그랬더니 하는 말이,
"오빠 돈 많아."
오세훈은 알면알수록 의외였다. 능글거리기까지 하다니. 자아가 도대체 몇개인거야.
오늘도 간신히 하루를 보냈다. 이상한게 오늘은 나와 친하게 지내려고 하는 애가 있었다.
내 앞자리에 앉은 여자애가 내게 어떻게 오세훈이랑 친해지게 된거냐며 나에게 친하게 지내자고 이제 밥도 같이 먹자고 그랬다.
오늘 집에 같이 가자는 걸 대충 얼버무려 피할 수 있었다. 그 애를 믿어도 될지 잘 모르겠다. 여튼, 오세훈의 말이 맞았다. 시간이 점점 지나자
다들 처음처럼 내가 오세훈,김종인,박찬열과 있을 때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본다거나 수근거리는 것들이 많이 없어졌다.
"똑똑"
"어? 아직 안갔어? 애들은?"
"먼저 가라고 했어. 내가 일이 좀 있거든."
"아 진짜? 어디가?"
"한 일주일 지났지..?"
"응?"
"나 박찬열 말에 부정안했다고 했었잖아."
한동안 생각하지도 않았었다. 그 말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하는 걸 보면...
오세훈이 나를 정말...
"진짜야..?"
"진짜. 그래서 너는..? 박찬열말에 부정해?"
"아니. 부정못해."
오세훈이 활짝 웃었다. 나도 두근두근 떨렸다. 오세훈이 손을 내밀었고 그 손을 잡고 일어났다.
손이 참 따뜻했다. 오세훈은 정말, 알면 알 수록 의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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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끝났어요!!!!!!!!!!!! 슬프지만 행쇼ㅎㅅㅎ 댓글달아주신 독자분들!!! 한 편이라도 잃어주신 독자님들!! 신알신해주신 독자님들!!ㅠㅠㅠ 감사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