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BGM : Halsey - Good Mourning 이름이는 어느순간부터 ‘그것들’이 보였다. -안녕? -너 진짜 이쁘다. 나는 천사야. 나는 악마야. 그것들은 비슷한 상황에 다른 모습으로 저를 드러냈다. 힘들고 아프고 온 세상의 불행을 전부 머금고 있을때마다 온전히 이름이의 앞에 나타났다. 처음은 본인을 천사라고 소개했다. 노란 금발의 큐피트같은 사랑스러움을 양 볼 가득 머금고있었다. 마지막을 보고싶어 올라섰던 옥상 난간이었다. “안녕.” “..누구세요.” “나는 천사야.” 여기 관계자 외 출입금지 구역이에요,라고 말하려던 입은 단 두마디에 싹 다물렸다. 공기를 타고 가볍게 날아온 말이 아득히 번져들었다. 하마터면 너무 가벼워 그대로 난간 너머 날려보낼 뻔했다. “안 믿을거 알아. 매일이 힘들지? 내가 도와주러 왔어.” “천사들은 일정기간 배움의 기간을 지내면 수호천사가 돼. 자기 담당의 인간이 생기는거지.” “나의 인간은 너야.” “잘부탁해, 인간.” 그렇게 말하며 무해한 웃음을 지었던 그 천사는 본인이 마크랬다. 믿어도 그만 안믿어도 그만인 낡아빠진 인생이었지만 그날은 달랐다. 하얀 낯짝 앞에서 부덕한 불신이 꿈틀대며 기어올랐다. “내가 당신을 어떻게믿어.” “오.” 예상치못한 말을 들은듯 판판한 얼굴에 선이갔다. 금방 촉촉한 눈망울로 이름을 보더니, 곧 “당신이라는 말 좋네. 다음에 또 올게. 그때에는 믿어줘.” 나는 너가 좋거든. 그렇게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두번째는 치열한 하루의 끝이었다. 혼자 아르바이트 마감을 하며 사색에 잠겨있었다. 주방 보조 일이었고 월급날이 일주일이나 밀렸던 날이었다. 그리고 한발자국만 떼면 닿는 싱크대 위엔 방금 간 식칼이 놓여있었다. “인생이 엿같지?” “...” “막 죽고싶지?” 덤덤하게 고개를 돌려 소리의 원인을 바라보았다. 새카만 동공을 가진 남자였다. “이해해. 나도 가끔은 그렇게 생각하거든.” “그런데도 인간의 축복받은 점은 그걸 이겨내고 살아내는 근성을 가졌다는거지.” “우리같은 놈들에겐 그게 없거든.” “너를 이루는게 근성이 아니라 겁이라고 해도 우리한텐 똑같아. 우린 겁도 없다니깐.” 그러니까 잔챙이같은게 먼저 붙은거겠지. 어느새 코 앞까지 다가온 남자는 머리칼에 고개를 처박고 킁킁댔다. 더러운냄새. 마크 그 새끼가 먼저 왔다갔구나? “그쪽도 천사에요?” “뭐? 그쪽’도’?” 말실수 한건가. 그는 한동안 입을 다물고있더니 생각하고싶은대로 하라고 했다. 어쨌든 저는 그 더러운 놈과는 같은 부류가 아니라며, 본인을 해찬이라 소개했다. 잘어울리는 이름이란 생각이 들었다. “고마워.” “아무말도 안했는데요.” “이계二界의 존재만 가지고있는 권한이야. 제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것.” “그쪽도 저를 수호한단 소리인가요?” “비슷하지.” “그럼 제 소원을 들어줘요?” “얼마든지.” 눈 앞에 놓인 칼을 바라봤다. 얄쌍한 손가락이 곧 날카로운 절단면을 건드렸다. 그러니 칼대신 이쁘게 핀 꽃 한무더기가 생겨났다. 눈깜빡할 새였다. “선물.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기론 꽃만한게 없지.” “...” “죽고싶다는 소원은 들어줄수 없어. 죽게 도와줄수는 있어도. 우리가 인간계 일에 끼어들어봤자 좋은 꼴 못보거든. 너나 나나.” “향기가 좋네요.” “말 돌리는거 봐라?” 해찬은 얼굴을 구겨뜨리며 헛헛하게 웃더니 대답했다. 꽃 이름은 물망초야. 의미는.. 다음에 만날때까지 숙제. 뺨에 뜨끈한 느낌이 들더니 순식간에 사위가 적막해졌다. 손을 들어 뺨을 쓸었다. 붉은 액체가 묻어나왔다. 내 사람이라는 증거야. 귓가에 그의 목소리가 맴도는듯 했다. 다음 만남은 멀지 않을때 찾아왔다. 나 너 찾아오느라 지인짜 힘들었어, 이름아. 마크는 이쁜 속눈썹을 팔랑이며 창문 난간에 앉아 칭얼댔다. 이렇게 가까이 있는줄 알면 당장 찾아왔을텐데. 이런 냄새나는걸 묻혀두니까 내가 못찾았지. 와학학. 그는 난간에서 당장 내려와 이름이의 뒤에 섰다. 서늘한 가을 공기가 한껏 깃털빠진 요까지 겹쳐덮게 만들었다. 그는 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걷어내고 뒷목을 천천히 쓸었다. 가을바람보다 찬 체온이 오소소 소름돋게 만들었다. 이런 더러운건 붙여두면 못쓰지.. 뜨끈하고 점성있는 살덩이가 뒷목을 쓸고 지나갔다. 파득득 놀라 돌아보니 순진무구한 눈은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널 위한 축복을 내렸어.” “방금 대체 뭘한거에요?” “이제 그 새끼랑 있어도 내가 널 지켜줄거야.” “천사가 욕해도 돼요?” “천사?” 그는 아까보단 무거운 눈빛으로 나를 훑었다. 그건 마치 거룩한 그리스도 앞에서 발가벗고 제 입으로 죄를 고하는 타락한 신자와도 같은 심정이었다. “나보단 네가 더 천사같지.” “..” “너는 완벽해. 그래서 자꾸 건들고싶어지잖아.” 그렇게 바라보면 내가 무슨 생각 하는줄도 모르고. ... 자. 이리와. 의식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 그 날은 마치 선악과를 맛본듯 짜릿했다. 아담아. 하와야. 나를 잊지않았느냐.. 귓가에 웅웅대는 소리가 아득했다. 처음이 어렵지 두번이 어렵겠어. 뇌를 관통하는 단맛은 사고를 마비시키기에 충분했다. “좋아보이네.” 해찬을 만난건 그 다음날의 일이었다. 햇빛 쨍쨍히 비추는 오전-이라기도 애매한 오후-에 그가 찾아왔다. 보통 악마는 밤에 찾아오지 않나요? 마크 그 새끼는 야밤에 찾아왔디? 당장 입을 다물었다. “나 너땜에 실직하게 생겼어.” “네?” “너를 보좌하고 함께하는게 내 평생의 임무인데 너때문에 못하게 생겼다고.” 아무말도 못하고 꿀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자 해찬은 답답한듯 뒷머리를 한번 털더니 또박또박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너가 어제 마크랑 난리친 덕분에 내가 네 근처엔 얼씬도 못하게됐어. 너는 모르겠지만 지금 걔 냄새에 기운에 내가 아주 죽겠거든?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데요?” “네 위에 다시 내 향으로 덮어야지.” “아깐 다가오지도 못한다면서요?” “잠깐은 괜찮아.” 내가 준 숙제는 풀었어? 진짜, 진짜, 미친소리 같지만... 나역시 그들 없는 삶은 살고싶지 않다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가던 음식점에서 잘렸다. 더 이상 내가 필요 없단다. 필요할땐 실컷 쓰다가 수틀리면 짐짝 버리듯 잘라버리는 인간들에 진절머리가 났다. 나와 함께하면 숨돌리며 살 수 있을거야. 계속 꾸고싶은 꿈같은 내일을 네게 줄게. 내밀어진 하얀 손. 난 거짓말은 못해. 그래도 네가 옳은길로 갈 수 있게 최선을 다할 순 있어. 내밀어진 구릿빛 손. 내가 잡은건.... - “사람들은 웃긴게 뭔지 알아?” “뭔데요?” “사람이든 동물이든 숨이 붙어만 있으면 생긴대로 판단한다는거야.” 그렇게 멍청한게 인간의 매력이긴 하지만 말이야. ..뭘 그렇게 놀라! 나 인간 아니야. 까먹었어? 그렇게 말하며 그는 저를 닮은 크림을 휘휘 저으며 눈을 치켜떴다. 악마는 말이야. 사람들의 내일을 기원해. 그냥 사람들 말고 우울하고 불쌍하고 안타깝고.. 응. 그런 사람들. 너같은. 응? 이걸 왜 말해주냐고? 일단 들어봐. 다 널 위한 말이야. 사람들은 있잖아, 노란 머리를 하고 두 빰을 물들이면 전부 천사인줄 알아. 큐피트 있잖아. 왜. 그런것처럼. 보이는대로 믿는거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천사라고 무조건 착할줄알지? 그런데 사실은 아니거든. 그러니까 말이야. 이름아.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손가락을 한번 튕기자 공간이 흔들리고 시간이 뒤틀렸다. 춥고 외로웠던 밤 그를 만났던 그 장소였다. 나는 어벙하게 눈뜬채로 그를 바라봤다. 손에는 여전히 인스타용 카페의 이쁜 포크가 들린채였다. 있잖아, 악마와 천사는 공생해. 악마가 네 인생을 기구하게 망가뜨리면 천사가 일으켜세우는 꼴이지. 서로가 서로 없인 살 수가 없는거야. 그러면서도 앙숙인게 웃긴일이긴 하지만. 상성이 안맞는걸 어째? 그리고.. 너니까 알려주는건데. 천사는 거짓말을 못해. 대신 악마는 꿈같은 내일을 기약하지. 희망을 주는거야. 어찌보면 천사가 더 악마같아. 입에 바른소리 죽어도 못해주거든. 자꾸 이야기가 새네. 아무튼. 그러니깐 말이야. 내가 하고싶은 말은. “너 말야. 지금은 내가 뭘로 보이니?”
너무 늦게왔죠ㅜㅜㅜㅜ 죄송해요 도쨔님들TAT 요즘 현생이 바빠서 글을 못쓰다가 오늘 번쩍 영감이 들어서 한편 가져왔어요ㅎㅎ 요즘 환절기인데 감기 조심하시고 항상 행복하세요!!♥ +) 물망초의 꽃말은 진실한 사랑. 이것 말고도 다른 꽃말도 있지만 저는 이 꽃말을 생각했어요. 여주에게 진실한 사랑을 선물한 동혁이. 첫 만남부터 진실과 진심만을 줬다는 의미를 담고싶었습니다:) ++) 필명 설정 안되있었다는거 방금 알았네요..^^ 수정했어요! ♥암호닉♥ [기억조작남] [나정] [난아] [달다리] [도라엠엉아] [돌하르방] [딸랑이] [또잉] [또라에몽] [러블] [리디] [마꿀잉] [뮨모] [베리] [비회원] [뾰로롱] [살구] [아디오스] [야다] [영] [유달] [윱] [울보] [ㅇㅇㅈ] [죽살이] [쟂니눈누] [참새쨍] [토끼또잉이] [하라하라] [호앙] [햇쨘하루] [DEL] 초록글 감사합니다!-! 오늘도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