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잔해 w. pattern 05
총성이 몇 차례 울렸다. 그 총을 쏜 자들로 보이는 남자들이 거의 구르다시피하며 공방의 문을 더듬었다. 그러나 문고리를 채 잡기도 전에, 남자들의 목이며 온 팔다리가 ‘그것’들에 의해 찢겨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마지막 몸부림이 남긴 흔적을 따라, 공방의 문이 두들겨지기 시작했다.
-
쾅쾅-
“기범씨, 기범씨! 안에 있어요?”
기범의 방 문을 두드리던 진기는 대답도 없고 문도 잠겨있자 불안해진 마음에 자신의 주머니에 들어있던 비상 열쇠로 기범의 방 문을 열었다. 방 문을 열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정쩡한 자세로 침대에 쓰러져있는 기범이었다. 진기는 기범의 곁으로 급하게 다가가서 기범의 상태를 살폈다. 약간 식은땀이 나는 듯해 이마를 짚어보니, 이마를 짚은 손바닥에 열기가 감돌았다. 진기는 기범을 약하게 흔들어 깨우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찢어진 사진 조각들이 널려있는 것을 발견했다. …역시 최민호가 알아챈건가. 아마도 태민이 자신에게 말하기 꺼려했던 일이 이것이었던듯 싶다. 그런 생각을 하며 잠시 사진조각들을 쳐다보던 진기가 다시 기범에게로 시선을 돌리자, 문득 자신의 귀에 들려오는 낯선 소음을 느꼈다. …잘못 들었나. 잠시 귀를 기울였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단순한 환청으로 치부해버린 진기는 깨어날 기색이 없어 보이는 기범을 안아들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그렇게 계단을 올라가던 진기의 귀에, 확실한 굉음이 꽂혀들어왔다. 쿵, 쿵. 환청이 아니었어. 진기는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불안한 마음에 기범의 무게도 잊은 채 걸음을 재촉했다. 진기의 발이 마지막 계단을 밟은 순간, 그는 자신의 시야가 가려짐과 동시에 들려오는 총성에 기범을 안은 채로 넘어지듯 주저앉아버렸다.
“빨리 올라가. 아무데나.”
진기가 반사적으로 숙였었던 고개를 들자,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는 종현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와 대치하듯 서 있는 그것들. 좀비다. 빨리 가라고!! 종현의 재촉에 다시 기범을 제대로 안아든 진기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억지로 세워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로 가는 그 짧은 거리가 어찌나 멀게 느껴졌는지. 종현에게 달려드는 좀비떼를 마지막으로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혔다. 10층, 10층… 엘리베이터의 속도가 더디게만 느껴지자, 진기는 기범의 몸을 벽에 반쯤 기대놓은 채 구석에 위치한 작은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엘리베이터는 순식간에 10층에 도착했고, 진기는 재빠르게 자신의 방에 들어가 건물 전체와 공방 직원들에게 무전으로 비상사태임을 공포했다. 그리고선 자신의 서랍 깊숙히 숨겨두었던 무기들을 모두 챙긴 진기는 소파에 뉘여놓은 기범의 허리춤에도 총 한구를 끼워주었다. 그런 후에도 진기의 표정에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무엇인가 빼먹은 느낌. 뭐지, 뭘까. 진기는 그 난리통에도 깨어나지 않은 기범에게 손을 뻗었으나, 곧 머릿속에 떠오른 무언가 때문에 채 닿지 못한 손길이 머뭇거렸다. 그 자세 그대로 눈동자만 도르륵 도르륵 굴리던 진기는, 곧 팔을 거둬들이고는 자신의 가운 주머니에 떨리는 손을 집어넣었다. 손 끝에 차가운 약병의 감각이 닿았다. 뜨거운 손바닥으로 그것을 꽉 쥐어내자, 손바닥의 열기가 작은 병 전체로 퍼져나갔다. 잠시 그 감촉을 느끼던 진기는 곧 그것을 꺼내들어 투명한 액체를 가만히 응시했다. 병에 붙어있는 ‘내복용’ 이라는 민호의 글씨가 또렷하게 들어왔다. 나만 마셔도 될까? 정말 이걸 마시면 죽지 않을까? 진기의 머릿속엔 그 짧은 시간동안 수만가지의 생각이 서로 엉켰다. 그러나 고민도 잠시, 사람들이 올라오는 듯 한 소리가 들려오자 그 액체를 단숨에 반쯤 들이켰다.
“저흽니다!”
“…들어와요!”
약이 목구멍으로 채 넘어가기도 전에 자신을 부르는 자들의 목소리 탓에 사례가 들릴 뻔 했으나, 진기는 아까보다 훨씬 몸이 가벼운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가벼운 몸과는 달리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지지 않았다. 웃음이 필요없는 상황이라 다행이다, 진기는 그렇게 생각하며 손에 쥐고 있던 약병을 사람들 몰래 서랍 안으로 집어넣었다. 건물 안에 계속 있었던 대여섯명의 사람들은 저마다 손에 무기를 하나씩 쥐고 있었다. 무기공방이긴 하지만, 살상력을 높이기 위한 개조나 개발에 치중되어있는 공방이었던 탓에 많은 무기가 존재하지는 않다. 거기다 아직 개발이 채 되지도 않은 것들도 있어, 많은 좀비들을 상대하기에 딱히 좋은 조건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진기는 민호나 종현이 올라오기를 기다렸으나, 아래층은 좀비들이 밀집되어 있으니 민호가 로비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나왔다면 아무래도 종현과 함께 싸우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진기는 빨리 사람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제 역할을 맡겨 그들을 도우고자 했다.
진기 자신도 순식간에 제 머릿속에 떠오른 이성적인 판단이 놀라웠다. 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목숨은 보장되어 있으니까.
진기는 마른 입술을 혀로 대충 축이며 입을 열었다.
“지금 상황을 대충 말씀드리자면,”
“…저, 저기 뒤에…,”
진기의 말 중간에 조그맣게 튀어나온 기범의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그 시선들은 기범의 하얀 손가락 끝을 따라 진기의 방문 바깥으로 옮겨갔다.
탕-
총에 맞자 마자 기괴한 소리를 내며 쓰러지는 좀비를 가볍게 뛰어넘어 들어온 태민은 재빨리 문을 닫았다. 진기와 기범을 제외하고는 모두 태민을 본 적이 없던 터라 낯선 소년의 등장에 모두 경계심을 보였다. 그러나 태민에 대한 경계보다는 바깥에 있던 좀비에 대한 것이 더 의문이었다. 벌써 10층까지 좀비가 올라온건가? 그런 그들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태민은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지하 통로에서 나왔어요. 거기도 이미 막힌 것 같아요.”
태민의 말에 사람들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진기는 하려던 말을 모두 생략하고 그들에게 조심하라는 당부의 말만 남긴 채 자신도 무기를 챙겨 밖으로 향하려했다. 그런 진기를 문 앞에 서 있던 태민이 붙잡았다.
“진기씨는 기범형이나 돌봐주세요.”
“…하지만,”
“왜 갑자기 무모해졌어요? 형 답지 않게. 그럼 기범이형은 혼자 두게요? 나중에 부를테니까, 형 회복 될때까지 여기 계세요.”
말을 마친 태민은 진기의 손에 들려있던 총 하나를 뺏어들고는 아래층으로 향했다. 멀어져가는 태민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진기의 방문이 느리게 닫혔다.
-
“젠장!”
탄환이 떨어졌다. 방아쇠를 몇번이고 당겨봤지만 반응이 없었다. 종현은 탄환이 다 떨어져버린 총을 신경질적으로 내팽게쳐버리고는 주머니에 들어있던 단도를 꺼내들었다. 물론 이 단도를 가지고 모든 좀비들을 해치울거라는 생각으로 꺼내든 것은 아니었고, 조금이나마 도망칠 시간이라도 벌기 위한 목적이었다. 종현의 침이 절로 넘어가며 목울대를 울렁였다. 팽팽하게 대치된 상황. 손에 쥔 단도에 땀이 배어들었다. 죽든, 죽지 못해 살든 둘 중 하나일바에야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하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어냈다. 물론 선택지는 그 두가지가 전부가 아니었기 때문에 단도를 꺼내든 것이기는 했다.
“그 칼로 다 때려잡으시게?”
종현이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간 순간, 종현의 귀에 낮은 목소리가 정확히 꽂혀들어왔다. 말의 내용은 분명 비꼬는 말이었으나 종현은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 말이 끝난 직후 좀비들의 반이 쓰러졌기 때문이었다. 좀비들이 우왕좌왕하는 틈을 타서 종현의 옆으로 다가온 민호는 종현에게 총 한자루와 화약 몇 개를 건넸다. 이거 생각보다 쓸만하더라. 그렇게 말하고는 아직 좀비들이 모여있는 구석으로 화약을 하나 더 던졌다. 굉음과 함께 좀비들이 모두 사라지고, 조금의 움직임이라도 보이면 가차없이 총으로 쏘아버렸다. 순식간에 공방의 로비는 좀비들의 시체와 핏자국들로 가득 뒤덮혔다. 종현은 그제서야 밀려들어오는 악취에 인상을 찌푸리며 코를 붙잡았다.
“야, 빨리 가자. 코 썩을 것 같아.”
“엘리베이터 왔어.”
종현이 한 손으로는 코를 붙잡은 채로 혹시나 아직 죽지 않은 놈들이 있을까봐 시체들 틈으로 총을 겨누고 있던 그 사이에 민호가 눌러놓은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올라타는 민호와 달리 종현은 여전히 총을 겨눈 채 뒷걸음질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완전히 닫히자, 종현은 그제서야 총을 내렸다. 몇 층? 민호가 묻자, 종현은 잠시 고민하다가 제일 윗층인 10층에서부터 한 층씩 내려오자고 답했다. 그러는 편이 나중에 건물을 탈출하기도 쉬울 것 같아서였다. 물론, 밖이든 안이든 어디가 더 안전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상황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로비에 있던 좀비들은 모두 죽였지만, 지하에서 급하게 뛰어올라오던 태민의 말에 의하면 이미 지하 통로도 좀비들이 발견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루트는 아마 로비를 통해 바깥으로 나가는 방법이 될 것이다. 물론 탈출이 결정될때까지 로비에 좀비들이 없을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종현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엘리베이터 벽에 기대어 잠시나마 숨을 돌렸다.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생각이 드니, 오소소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곧 엘리베이터가 멈추었고, 민호와 종현이 고개를 들어 층수를 확인했다.
“…8층?”
두 사람이 8층임을 확인함과 동시에 문이 열렸고, 열린 문 틈으로 누군가가 잽싸게 들어오더니 바깥을 향해 총을 쏘아댔다. 태민이었다. 태민의 총구가 향한 곳에서는 탄환이 무언가에 박혀들어가는 끔찍하고 기괴한 소리가 이어졌고, 그 소리가 귓전을 때릴때마다 세 사람의 표정은 점점 구겨져갔다. 엘리베이터 바깥이 급박한 상황이었음을 증명하듯 태민의 머리카락이 제멋대로 흩어져 있었다. 태민은 입술을 꾹 깨문채 방아쇠를 당겼다. 이어지는 소음 속에선 어느 누구의 말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점점 닫혀가자, 태민은 손의 힘을 약간 느슨하게 풀었다. 그러나 그 정도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 듯 그 틈사이로 무언가가 쑥 들어왔다. 곧 태민의 탄환이 그것을 정확히 맞추었고, 결국 엘리베이터의 문은 완전히 닫혔다. 문 사이에는 총에 맞아 축 늘어진 그것의 신체 일부분이 흉측한 모양으로 눌러붙어 자국을 남겼다. 아마 손인 것 같았다. 그것을 바라보는 셋은 아무 말이 없었고, 다만 태민의 거친 숨소리만이 좁은 공간을 가득 매웠다.
“저 층에만 30명은 족히 있는 것 같아요.”
“…….”
“이제 10층도 안전하다고 할 수 없어요.”
덤덤한 듯 하지만 약간 굳어버린 말투로 이야기하는 태민의 입이 다물어진 순간, 엘리베이터는 10층에 도착했다. 아무것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바깥으로 발을 옮기던 태민이 무언가가 생각난 듯 고개를 돌려 민호에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부탁하셨던 일은 못 할것 같네요.”
-
“몸은 괜찮아요?”
“네, 덕분에요.”
“다행이네요.”
몸이 괜찮아졌다는 기범의 말에 싱긋 웃은 진기는 곧 고개를 푹 숙인 채 괜시리 발끝으로 바닥을 툭툭 쳐댔다. 민호와의 일을 물어볼까 말까 하는 고민 때문이었다. 왠지 지금이 아니면 물어볼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좀비들이 이 곳까지 올라오면 정말 안전한 곳은 없기 때문에. 하지만 그 말은 쉽사리 입 바깥으로 나오질 않았다. 민감한 부분이기도 했고, 적어도 기범에게 진기는 그 일에 대해 알 필요가 없는 제 3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기의 그런 고민이 얼굴에 드러나기라도 했는지 기범은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민호랑 무슨 일 있었는지 궁금하죠?”
“……말 해줄 수 있어요?”
“다는 아니고.”
기범의 시선이 바닥을 향했다. 진기가 제 맞은편 소파로 다가오자, 저도 모르게 시선을 피한거였다. 진기가 소파에 앉는 소리가 들리자, 기범은 별로 좋지만은 않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머릿속으로 거슬러 올라간 시간은 민호가 자신의 집을 떠나게 되었을 때. 여기에 민호가 있다는 건 제가 대학에 갈때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때 민호가 저희 집에서 양자로 살다가 나갔거든요.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기범의 말투는 의외로 담담했다. 진기는 내리깐 기범의 속눈썹을 쳐다보며 경청했다.
그때까지 사실 민호랑 사이가 좋다고는 못했어요. 거의 싸웠으니까. 저희 아버지가 민호를 별로 안 좋아했거든요. 양아들이라 그런가… 그래서 민호도 저를 싫어했을거에요. …아무튼 20살이 되고 저는 대학에 갔는데, 민호는 나름 공부도 좀 했던 것 같은데 그냥 본인이 대학 갈 생각도 안했고 해서 저희 아버지가 일을 보냈더라고요. 그 직장이 여기였고. 좀비들한테서 도망쳐 왔을때 오게된 곳이 여기인게 좀 당황스러웠죠. 민호를 다시 만나게 될 줄은…
거기까지 말을 마친 기범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차마, 다시 만난 민호의 얼굴이 잠시나마 반가움이라는 감정이 피어오르게 했던 것은 이야기할 수 없었다. 문득 쳐다본 진기의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기범은 얼굴에 어색한 미소를 띄우며 말을 이어갔다.
사실 이진기씨가 저 숨겨주신 보람도 없이 제가 여기 있는걸 발견해가지고 계속 옛날 이야기 꺼내면서… 아, 아니에요. 어쨌든 그래서 제가 민호한테 좀 심한 말을 했었어요. 그래가지고… 이렇게 된거에요.
기범의 말은 약간 정신없게 전개되었지만 진기는 나름 이해를 마쳤다. 얼핏 주워들은 내용이었지만, 그에게 두 아들이 있었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하나는 친아들, 하나는 양아들. 박사의 연구소로 발령받은 첫 날, 저도 모르게 보게되었던 그것은 어린 아이에게 너무 가혹한 짓이었다. 바닥에 웅크리고 앉은 소년이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에게 발로 채이는 것은, 보는 사람의 얼굴도 일그러트릴만큼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정작 민호는 진기와 달리 무덤덤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진기의 머릿속에 또렷하게 기억나는 민호의 눈빛. 그것은 겉으로 봤을때는 강인하고 덤덤하게만 보였지만, 속을 파헤치면 무서워 떨고있는 어린 소년의 두려움이 잔뜩 내제되어 있었다. 그날 이후 공방에서 다시 만난 민호의 나이는 스물이었지만, 열일곱의 그때와 같았다.
기범 쪽으로 기울이고 있던 몸을 다시 등받이에 기댄 진기는 아무 말 없이 기범의 이야기를 되새겼다. 기범은 진기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진기를 잠시 쳐다보다가, 그냥 고개를 돌렸다. 진기는 그런 기범의 시선도 눈치채지 못했다. 본인이 그렇게 말하기도 했지만 왠지 중요한 파트가 텅 빈 느낌이 들었다. 진기가 이렇게까지 둘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오직 하나였다. 민호에 대한 동정? 기범에 대한 안타까움? 아니다. 기범의 아버지가 김희재 박사이니까.
김희재 박사. 산 사람이 감염되면 피부 조직을 모두 괴사시키고 뇌도 점령해버려 몸은 살아있으나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고 오로지 공격성만 띄게되는 흔히들 말하는 ‘좀비’ 바이러스를 만들어낸 장본인. 진기는 그를 찾고 있다. 이기적이었던 자의 최후를 보여주기 위해서.
진기는 확신하고 있었다. 그는 살아있다. 진기의 머릿속에 어렴풋하게 남아있는 기억. 남들 몰래 자신의 몸에만 백신을 주입하고, 남은 백신은 모두 폐기처분하던 그 모습. 자신에게 백신을 주입하며 ‘나는 살았어.’ 를 주문처럼 외우던 김희재 박사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오르니, 진기의 눈이 절로 날카로워졌다. 그때, 기범의 입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건 그렇고, 백신은 남았나요?”
순간 진기의 머릿속에서 그려지던 김희재 박사의 얼굴이 유리창이 깨지듯 모두 흩어져버렸다. 기범의 목소리는 여전히 낮고 말투도 덤덤했지만 뭔지 모를 싸늘한 분위기가 흘렀다. 진기의 표정이 확 굳어버리고, 기범은 여전히 아무런 표정도 없는 얼굴이었다.
“그 정도 이야기 해줬으면 조금 나눠줘도 괜찮잖아요. 그죠?”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진기의 머릿속에서 김희재 박사와 기범, 그리고 자신의 얼굴이 오버랩되어 나타났다. 마치 폭풍전야같은 고요함만이 공기중을 떠돌았다. 이기적이었던 자의 최후? 그것은 누가 누구에게 하는 말이지? 누가 이기적인 자란 말인가?
살고자 하는 것은 사람의 본능이다. …그래, 우리는 모두 사람이다.
애덤즈 애플 - 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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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ㅎㅅㅎ 이번에도 좀 늦었나요?ㅠㅠ 틈틈히 쓰고는 있었는데 왜 이렇게 늦은지는 저도 잘...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다 쓰고 보니 일부러 6주년에 맞춰서 올린 것처럼 되버렸네요ㅋㅋㅋㅋㅋㅋ의도한건 아니지만 좋습니다....ㅋㅋㅋㅋㅋ
이번편부터 본격적으로 좀비가 등장합니다ㅋㅋㅋ근데 액션곶아라....어찌될지....ㅋㅋㅋㅠㅠㅠㅠ 허접한 묘사가 튀어나와도 양해바래욬ㅋㅋㅋㅋ;ㅁ;
그리고 이 글은 아마 20편 내외로 끝이 날 것 같아요. 지금 제가 생각했던 정도의 전개로 나가고 있거든요ㅋㅋ 어쨌든 그때까지 최대한 열심히 써볼테니 독자님들도 함께해주실거죠?ㅎㅎㅎ
오타나 문제있으면 둥글게 말씀해주세요'ㅂ'
(샤이니 6주년 축하하고 너무 고마워. 60주년도 함께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