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향 냄새를 뚫고 단 바람이 불어온다. “ 헛 짓거리 하지말고 나와.” “ 예전에는 찾는 척 이라도 하더니.” “ 좀 다른 패턴으로 나타나보던가.” “ 흐응~ 생각해보고?” “ 진짜싫다..” 이 미친새끼를 만난것은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부터였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그 전 이겠지. 우리집은 대대로 아주 큰 무당 집안이었다. 맏이가 딸이면 선대가 모시던 장군신을 신내림 받아 가업을 이어 받았는데, 맏이로 태어나신 외할머니의 첫 아이가 우리 엄마였고, 그 엄마의 첫 아이가 나였다. 원래 두 세대가 무당이면 한세대를 건너뛰고 맏딸이 태어나곤 했는데, 의례적으로 내가 태어난 것이다. 집안 사람들은 틀을 깨고 태어난 내가 날때부터 신력이 강해서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안을 뜨지 못해서인지 집안을 망칠 저주받은 아이라며 나를 욕하고 차별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외할머니는 성별이 정해지기도 전에 유산한 엄마의 첫 아이가 힘들게 자라는 나를 지켜주려고 강한 신력을 불어넣어준 것 이라며 다독여주셨다. 그렇다 나는 첫째아닌 첫째인 것이다. 뭐 이도 저도 아니란 소리지 외할머니 처럼 예지몽을 꾼다던지 엄마처럼 퇴마에 능력이 있다던지 하는 특별한 능력도, 심지어 영안도 못 뜬 내가 귀신도 아닌 악마를 본것은.. 아니 악마인줄도 몰랐으나 아무튼 내가 만으로 일곱살이 되던 내 생일날이었다. 내 생일이 세달정도 남았을 무렵 외할머니가 노화로 인한 건강악화로 앓아 누우셨고, 나는 할머니와 자주가던 뒷산의 작은 신당으로 향 세개와 깨끗한 물 한잔을 가지고 할머니의 건강회복을 빌러 올라가곤 했는데 그날은 생일 기념으로 엄마가 사주신 케이크도 한조각 정성스레 잘라 신당으로 향했다. 신당 앞 향로에 향 세개를 피워 꽂고 물 한잔과 함께 케이크를 올려 작은손을 찹찹 부딪히고는 눈을감고 기도를 올리는데 숲 특유의 풀 내음과 향 냄새를 뚫고 달달한 향기와 함께 바람이 확 불어왔다. 보통의 어린아이 같았으면 겁에질려 도망가거나 울면서 찔끔 지렸을 수 있으나 무당집안의 나는 신이 지나가는구나 하며 감은 눈을 뜨지도 않은채 나머지 기도를 올리는데 앞쪽에서 어린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려 눈을 살짝 뜨곤 신당을 보았다. 아이의 모습도아니고 어른의모습도, 동물도 그냥 그동안에 봐왔던 무엇도아닌 야구공만한 검정 덩어리가 꺄르르 하는 어린아이의 웃음소리를 내고 있었는데 직감적으로 이건 그냥 귀신은 아니란 것을 느꼈다. 그 요상한 검정 덩어리는 우리 집까지 따라왔고 대부분이 영안을 가지고있는 집안 사람들이 아무도 이 덩어리를 신경쓰지 않는것을보고 그냥 귀신이 아니라는 내 감이 맞았다고 생각했다. 매일같이 나를 졸졸 따라다니는 덩어리는 이중인격 악마새끼를 만나던날 아침 갑자기 사라졌는데 혹시나 신당에 먼저 가있나 싶어 말이 통할지 안통할지도 모르는 덩어리를 검정아! 하고 부르며 산을 올랐다. 신당까지 올라 주변을 뒤졌으나 덩어리는 털끝하나 보이지 않았고 대신 처음 덩어리를 본 날의 그 달달한 향기가 코끝을 스쳐 들어왔다. 분명 근처에 누군가 있는 느낌은 드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답답해서 한숨을 내쉬는데 귓가에 잔잔한 목소리가 들렸다.
“ 뭐해? 그 조그만 검정이 찾아?” “ ......” “ 맞으면서 왜 대답안해? 놀랐어?” “ ...............” “ 놀란것도 아니면서, 왜 대답 안해줘?” “ .......으읍!,” “ 흐흐흥, 귀엽네. 검정이는 내가 원래있던 곳으로 보냈어.” 질문하나를 할때마다 점점 얼굴에 미소를 띄는 그 얼굴을 보곤 왜인지 대답하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아무말도 안하고 눈만 똑바로 응시하는데 왜 답을 안하냐 물으며 입술을 안쪽으로 말아 앙 다물고있는 내 턱을 한손으로 감싸고 손가락으로는 볼을 눌러 입을 벌리려는 듯 힘을 주었다. 잠시 눈을 휘어지게 웃더니 갑자기 냉기 가득하게 정색을 했다. 무서웠다. 귀신을 본적도 없지만 이건 귀신이 아니라 확신했다. 그냥 귀신과는 피부로 느껴지는 이 끈적한 느낌 앞에서 무어라 중얼거리는 입 모양을 보며 나는 정신을 잃었다. 그 후에는 엄마한테 들은 이야기지만 한나절 반만에 신당앞에서 발견된 내가 들고다니던 가방을 베게삼아 얌전히 잠들어있었고 집으로 대려오고 나서도 약 삼일간 아무리깨워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내가 깨어나던 날 아침 숨만 붙어있던 할머니가 눈을떠 나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가 찾아올테니 집에 들여 돌보라 하셨고, 유언장을 써놓은 장소를 말씀하시곤 돌아가셨다고 했다. 그날 저녁 할머니의 장례를 조용히 준비하던 중 내가 깨어났고, 엄마에게 내가 쓰러진동안의 이야기를 듣고 여러모로 충격을 받은 내가 신당으로 달려가 열심히 기도를 올린 대가가 이런 것 이냐 원망하며 펑펑 울고있는데 노을빛을 받으며 서늘한 푸른 저녁하늘을 등진 내 또래의 아이가 나타나 외할머니가 나를 얼른 대려오라고 하셨다며 손을 내밀었다. 코가 막혀 킁킁 거리는 내 손을 잡고 집까지 같이 걸어온 아이는 할머니의 유언때문인지 아주 자연스럽게 우리집안에 들여져 내 옆방을 차지했고 외할머니와 엄마를 제외하고 내편이 없던 집에서 저가 유일한 내 친구가 되어주겠다며 씩 웃었다. 그 아이의 이름은 이동혁, 나와 동갑이라했다. 할머니의 장례로 온 집안이 바쁠때 안그래도 깨어난지 얼마안된 내가 산중에 올라 울며 뒹굴어서 그런지 몇일간 감기를 앓았는데 돌봐줄 어른들이 없을때 이동혁이 조막만한 손으로 물수건을 꾹꾹 짜 내 이마에 올려주는 등 열심히 간호했고 감기가 다 나아갈 즈음 뒤척이다 이른새벽 잠이 깬 나는 소름이 끼쳤다. 단내.. 그 달달하고 끈적한 향 옆에서 내 간호를 하다가 잠든 이동혁에게서 그 향이 풍겨왔기 때문이다. 여태까지는 왜 몰랐는지, 감기때문에 코가막혀서? 약기운에 멍한 내가 감각이 둔해져서?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나에게 처음 공포감을 안겨준 어떤 존재인지도 정확하지 않은 그것이 내 눈앞에 자리를 차지하고 누워있다는 것이 소름돋을 뿐 이었다. 이 상황을 어찌해야하는지 안절부절하는데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듣고 깨어난 이동혁이 말했다. “ ...응..? 언제 일어났어? 몸은 좀 어때?” “ .... “
“ 아, 뭐야 눈치챘어? 지금은 대답해도돼. 너한테 뭘 할수있는 상황이 아니거든.” “ ..... “ “ 의심은.. 너네 할머니랑 계약해서, 너 성인될때까지는 건들고싶어도 못건드려.” “ ...... “ “ 싫음 마, 지만 답답하지. 혹시몰라 말하는데 누구한테 내 얘기 하려고해도 못들을거야.” “ .....왜.” “ 그게 계약할때 조건중에 하나거든. 심심하면 해보던지.” 이해할 수 없는것이 한두개가 아니었다. 왜 속으로 생각만해도 다 안다는듯 답하는지 할머니와 계약이라는게 뭔지 조건은 또 무엇이 더 있으며, 도데체 넌 정체가 무었인지. 이동혁은 이 생각또한 읽었는지 픽 웃으며 좀더 크면 말해줄게 하더니 세상 순수한 천사같은 얼굴로 다시 잠을 청했다. 그 말 그대로였다. 아무리 하소연해도 이동혁과 관련된 말만 하면 아무도 듣지못했고, 그나마 질문을 들을 수 있는 이동혁은 쪼끄만게 너무 많이 알려고 든다며 좀 더 커서와라 따위의 말을 하곤 했다. 열살남짓까지 정말 오만가지 방법을 시도했지만 돌아오는것은 이동혁의 비웃음소리와 몸에 밴 끈적한 단내 뿐이었고 심신이 지치고 피곤해진 나는 이동혁에 호기심, 두려움 등을 마음속 깊이 묻어버렸다. 관심을 꺼버렸다는 이야기이다. 몇일간 흥미를 잃어버린듯 자신을 본체만체 하는 나를 보며 이건 또 무슨 패턴이지 라는 개소릴 하던 이동혁은 언제까지 무시하는 척 할수있나 보자며 나를 긁기 시작했다. 어딘가에 숨어서 깜짝 놀래킨다던지 뜬금없이 얼굴을 코앞으로 들이댄다던지 꿈속에 들어와 잠도 편하게 못자게 한다던지 아무튼 열심히도 사람을 괴롭혔는데 왜인지 죽어버리겠다는 말을 하면 하던짓을 단칼에 멈추었다. 시간은 지나 중학교는 검정고시로 졸업한 내가 고등학교를 입학했다. 엄마는 밖이 위험하다며 뜯어말렸지만, 아직 미성년자인 내가 이동혁과 잠시라도 떨어질 수 있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어보였고 성인이 된다해도 이동혁이 내게 어렸을 적 했던 성인까지는 못 건드린다는 말이 넌 성인되면 죽는다는 뜻 같아 뭐라도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억지를 부린것이다. 문제는 이동혁이 내 생각보다 더 엄청난 미친놈이었단 건데, 아니 대단한놈인가 고등학교까지 따라 입학해 삼년간 같은 반에 내 옆자리까지 차지했는데 아이들의 시선이 따가워질때쯤 먼 친척이라는 이동혁의 한마디에 소문이란 소문은 쥐죽은듯 사라졌었다. 소문만 사라진 수준이었으면 신기하다 박수를 쳤겠지만 그것 뿐 만이 아니었다. 이동혁이 나에게 무슨짓을 하던지 우리 외의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다는 듯 넘어갔는데 예를 들 사건을 말하자면 이동혁과 내가 칠판에 적힌 문제를 풀던중 내가먼저 답을 적고 분필을 내려놓자 옆으로 슥 다가와 내 허리춤을 감싼채 나머지 문제를 풀고 있는데도 누구하나 이상한 눈으로 보거나 수근거리는 일이 없었다. 선생님 조차도 말이다. 그런짓을 하는데 가만히 있엇냐고? 아니 팔꿈치로 이동혁의 배를 뚫을기새로 쳤지 아무튼 호락호락하지 않은 고등학생 신분이 거의 막바지에 다다른 삼학년 몇달간 매일같이 실실거리거리며 괴롭히는 이동혁의 행실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19세의 12월 31일 D - 1 학교를 마치자마자 이동혁을 처음 만났던 신당으로갔다. 오랜만에 향도 피우고 왜인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기도를 올렸다. 예상은 했지만 달달한 향이 코를 간질였다. “ 왜, 그렇게 무시하더니. 성인이 코앞으로 다가오니까 무섭나봐?” “ 이제 좀 알려줄때도 되지않았어? 나 내일 죽는데.” “ 누가? 너가? 너 내일 자살할거야?” “ 자살은... 너가 성인되기 전까지 못건든다며.” “ 그랬지~ 근데 왜 죽는대?” “ 그말은 성인되면 건든다는 소리 아니야. 귀신도 사람도 아닌 정체도 모르는 존재인 너가.” “ 너 아직도 내가 뭔지 몰라? 진짜로?” “ 넌 사람 속 다 들여다보면서 왜 물어봐?” “ 난 알면서 모른척 하나 했지, 우리 이름이가 좀 눈치가 빨라야지.” “ 빠르긴, 웃기는 소리 하지말고 할머니랑 한 계약이 뭔지 말해줘. 나 이제 다 컸어.” “ 아핳하하하하하!!!! 다컸댘ㅋㅋㅋㅋㅋ이 쪼끄만겤ㅋㅋㅋㅋㅋ” “ 그래 맘대로 처 웃어라, 대답이나해 빨리.” 이동혁은 한손으로는 배를 부여잡고 웃으며 다른 한손으로는 내 얼굴 앞에 펼쳐 잠시 기다리라는 제스처를 취하더니 웃음이 잦아들자 두어번 흠흠! 했다. 이동혁이 말하길 자신의 존재는 악마, 자신의 나이같은건 세어보지 않아 모르지만 외할머니의 할머니, 또 그 위의 세대까지 태어타고 죽는것을 봐왔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태어난 것 부터가 할머니와 한 계약 조건중 하나였는데 우리 엄마는 사실 아이를 아무리 가져도 낳을 수 없는 운명이라 첫 아이를 유산했고 다음으로 나를 임신했을 때 초기부터 유산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엄마가 아이를 낳지 못하면 집안의 대가 끊기게되고 그전에 엄마의 엄마로서 딸이 좌절하는 모습을 다시는 보고싶지않았던 할머니가 영혼이라도 팔테니 제발 도와 달라는 기도를했고 미래를 바꿔줄 정도의 힘을 쓰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뤄야 했으므로 장군신님은 정든 할머니를 다독이며 포기하라했지만 악마가 괜히 악마인가, 이동혁은 그때를 노려 할머니가 잠든사이 꿈 속으로 들어가 덕을 있는대로 쌓고 사신 할머니의 맑다못해 투명한 영혼을 바치면 내가 태어나게 해 주겠다고 제안했단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할머니가 태어나기만 해서 되는것이 아니라 최소한 성인이 될 때 까지 자신이 죽으면 옆에 꼭 붙어 주변 잡귀나 위험, 저주 등 에서 지켜달라 하시며 더불어 그 전에 아이가 죽게되면 자신의 영혼은 이동혁이 갖는것이 아니라 소멸되는 것 등을 계약 조건으로 걸었고 할머니의 영혼은 가치가 상당히 높아 그 조건을 받아 들였다고 했다. “ 이해는되는데, 그럼 구지 내 앞에 모습을 안 드러내도 되는거아니야?” “ 맞아, 역시 이름이 보통 할머니 영혼의 안위를 물을텐데.” “ 어쩔 수 있는게 아닌 것 같으니까. 일부로 말 안한거잖아 방법이라도 찾을까봐.” “ 그럼~ 내가 또 밑지는 장사는 안하거든.” “ 내가 지금 죽으면? 그럼 넌 삽질만 하다가 밑지는장사 하는건가?” “ 어유! 요 귀여운거, 눈 삐죽하게 뜨는 것 봐!” “ 말 돌리지 말고, 그리고 은근슬쩍 얼굴 만지지마.” “ 들켰네, 아무튼 콩만할때부터 눈치만 빨라서는.” “ 빨리말해, 당장 혀 깨물고 죽기전에.” “ 내가 누누히 말했지, 죽는다는 소리 함부로 하지 말라고.” “ 너한테 먹히는 소리가 이것밖에 ㅇ.,!” 이동혁이 신당앞에서 기절했던 일곱살의 그날처럼 턱을 감싸 양볼을 세게 눌렀다. 말문이 막혀 눈만 크게 뜨고있는 나에게 생전 처음보는 얼굴을 한 이동혁이 말했다.
“ 이름아, 내가 너 죽게 놔둘 것 같아? 넌 여태 날 보고 살았는데도 모르겠어? 넌 못죽어. 나는 말이야 지금 널 죽지도 살지도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어서 보지도 않는 관상용으로 구석 선반에 두고, 지금이 언제인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네 정신이 망가져서 미치던 말던 관심도 안가진채 다른 게임을 찾으러 돌아다닐수도 있어. 계약? 그래 계약 중요하지 20년 가까이 삽질한거 그래 아깝기야 하지, 근데? 나에게 20년이 너희와 같을까? 아니. 네 할머니 영혼 안가져도 그만이야 다른 영혼 찾으면 돼. 내가 굳이 왜, 네 앞에 모습을 보였냐 물었지? 넌 내거니까, 성이름이라는 존재 자체가 나로 인해 생겨난거니까. 물론 너희 부모가 만들어냈지, 그런데? 만들어낸게 전부야 그것들은. 넌 내가 태어나게했어. 내가 세상을 보게했고, 내가 숨을 쉬게했어. 네가 내거라서 근처에 그 어떤 존재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려고 네 앞에 나타난거야. 거부감 들지 않게 너와 비슷한 또래로 변신하면서까지 이름아, 매일 보다보니까 내가 사람들 한순간에 조종하던 일들이 별거 아닌 것 같지? 내가 하는대로 가만히 놔둔게 너밖에 없다고 생각해봐. 과연 네 근처 사람들이 자기 의지로 널 대한걸까? 아무리 눈치가 빨라도 여기까지는 너무 머리아프지? 내가 좀 흥분했다, 그러게 죽는다는 말 함부로 하지 말라고했차나..” “ .......하하.. 하.. ㅇ,욱..” “ 우리이름이, 또 정신 망가졌네.” “ ...우욱..ㅎ.헉...ㅇ,” “ 그러게 항상 말하잖아, 더 커서 오라고. 편하게 해줄게.” “ ...ㅎ..하ㅈ.. 하지마.. 그냥.. 둬.” “ 어? 뭐야? 왠일이야 처음으로 버티네.” “ ...ㄴ..ㅓ..이샊.... 일어나면, 가만..안..ㄷ,” “ 어이고, 말좀 한다 했다. 무리하기는.” 이동혁은 나에게 이 이야기를 한두번 해준것이 아니었다고했다. 들었을때마다 정신이 망가져 기억을 지웠고 또 다시 되풀이하던중 처음으로 내가 버텼다고 이 말에 또 몇시간동안 구역질을 했다. 그 후로는 그냥 삶의 의욕을 잃은 기분이었다. 난 그저 이동혁의 손으로 만들어진 삶을 살고있었고 어디까지가 그의 손길이 닿았는지는 알고싶지 않았다. 나와 연관된 모든 사람들이 이동혁에 의해 나를 대했다는것을 내 눈으로 확인하면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아서 였다. 일주일째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그저 이동혁이 가져다주는 물로 목이나 축이며 신당앞에 앉아 하늘의 색이 미묘하게 바뀌는것을 올려다보곤 했다. 왔네 씁쓸한 향 냄새를 뚫고 단 바람이 불어온다. “ 헛 짓거리 하지말고 나와.” “ 예전에는 찾는 척 이라도 하더니.” “ 좀 다른 패턴으로 나타나보던가.” “ 흐응~ 생각해보고?” “ 진짜싫다..” “ 이름아, 오늘은 어때? 좀 살고싶어졌어?” 미친새끼 죽고싶다고하면 죽여줄것도 아니면서.
“ 들려, 이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