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김종인. 정신 차려.”
“닥치고 이 손 좀 놔 봐….”
세훈은 지금, 자신의 옆에서 멍때리고 어딘가를 응시하는 자신의 10년지기 친구 종인의 눈깔을 파버리고 싶은 강력한 욕구를 느꼈다.
“야이 정신병자 새끼야!!!”
“저… 저게 사람이야…?”
2014년 겨울. 종인은 척박하고도 메마른 학교에서, 한 떨기의 장미꽃 같은 운명의 상대를 마주치게 되었다. 흰자가 많고 똥그란 맑은 눈, 웃을때면 하트 모양으로 벌어지는 입술, 새하얀 피부, 가지런하게 정리된 머리카락, 그리고 그를 위해 만들어진 것만 같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새하얀 목도리. 추위에 발갛게 달아 오른 볼이 요리 보고 조리 봐도 종인만의 빨간 장미인 그에게는,
“정신 차려 이 호모 게이 새끼야. 저새낀 안돼. 찬열 선배 깔이라고.”
「박찬열」 이라는 가시가 있었다.
[카디/찬디/찬백] 장미에 가시가 있는 이유
written by. 돼지저금통
1. 장미 도경수
마빡에 차고 넘치는 돈, 큰 키와 길쭉 길쭉하고 선이 예쁜 몸에 피부가 조금 가맣지만 지나가는 여자들 쓰러트리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닐 정도로 섹시하게 잘생긴 얼굴, 적당한 중상위권의 성적, 탄탄대로 같은 앞길, 빵빵 터지는 매력, 남고생들에게는 필수! 인 싸움 실력과 든든한 빽 까지. 장점은 수도 없이 많고 단점이라고는 싸가지를 밥 말아 먹은 성격과 험한 입 밖에 없는 열 여덟살의 김종인은 수만고의 먹이사슬 꼭대기층에 위치하고 있는 육식 동물이었다. 동물에 비유 한다면 동물의 왕 사자 라거나 호랑이 쯤 될까. 그러나 수만고의 많은 김종인의 팬들은 김종인을 「흑표범」 이라 칭했다. 일단 피부가 까매서, 그리고 늘씬하고 슬림한 몸에서 터져나오는 섹시미가 흑표범의 그것과 같으므로. 물론 김종인의 성격은 흑표범보다도 날카롭고 말하자면 개차반 이었지만 그의 장점들은 성격 같은 사소한 것 따위는 가볍게 커버 될 정도로 많았기 때문에 그의 인기와 팬의 숫자는 도무지 줄어 들 줄을 몰랐다.
그리고 그의 옆에, 그와 함께 수만고의 투탑으로 떠오르는 오세훈은 큰 키에 넓은 어깨, 차가운 도시 미남 형의 하얀 얼굴과 그의 퇴폐미를 돋궈주는 삼백안의 눈, 그리고 김종인에게도 뒤지지 않는 재력과 명성으로, 그 둘은 함께 수만고를 활개하면서 자신들만의 권력층을 견고히 확보하고 있던 중이었다. 물론 3학년에서 원톱을 달리는 선배 「박찬열」 이 거슬리기는 했지만 그건 곧 그가 졸업하면 해결 될 문제였으므로, 괜히 힘을 뺄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 흑표범 김종인은 3학년의 「늑대」로 불리우는 박찬열에게 대적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다.
종인과 찬열은 당연히 아는 사이였다. 육식계가 워낙 인맥이 그렇고 그렇기도 하고, 다른 학교들과의 싸움도 잦은 학원 무림(?) 계에서 선후배간의 결속은 대단히 중요했기 때문에 싫어도 친분을 쌓을 수 밖에 없었다. 찬열은 항상 생글생글 웃는 인상에 서글서글하고 성격도 좋아서 후배들에게 호감을 샀었고, 종인 역시 자신을 건드리지 않는 상대를 건드리는 것에는 취미가 없었음은 물론이요 자신에게 호의적으로 다가오는 찬열이 그리 싫지만은 않았기에 그들은 가끔 주먹질을 할 때 서로를 도우기도 하고, 술잔 몇번도 같이 기울이며 나름대로는 돈독한 사이였다 이거다.
그런데 그렇게나 선배에게 깍듯한 종인이 찬열에게 불만을 품기 시작 한 것은 차가운 겨울 날. 하얀 목도리를 하고 찬열의 옆에 꼭 붙어서 아장아장 걷던 종인만의 장미, 도경수를 보고 나서 부터 였다.
그러니까 경수를 처음 만난 그날 종인은 학교에 일찍부터 등교하여 세훈과 별 시덥지 않은 농담을 주고 받으며 매점으로 내려 가고 있던 중이었다. 저 반대편에서 두 개의 인영이 걸어오고 있는 거라. 찬열 선배다. 하는 세훈의 말에 다가오면 인사를 할 심산으로 기다리고 있던 종인의 눈에 작고 귀엽고 동그랗고 사랑스럽고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생물체가 포착 되었다. 아, 세상에 저런 아름다움이? 메마르고 척박한 사막의 대지 위에 꽃이 한송이 피어난다면, 저 장미꽃 같은 사람과 같을까. 종인의 머릿속에는 온갖 시어가 난무하며 그 한 송이 장미를 보는 그의 눈은 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도록 재촉하고 있었다. 아 이것이 사랑인가. 십팔년 인생을 살면서 사랑이라면 코웃음을 쳤던 종인의 마음을 장미 같은 그대는 순식간에 사르르 녹이고 들어왔다.
“야. 김종인. 정신 차려.”
“닥치고 이 손 좀 놔 봐….”
종인은 벌써 세훈의 목소리 따위는 들리지 않은 지 오래였다. 그저 세훈이 자신을 붙들고 있는 이 손을 얼른 놓아버리고, 훠이 훠이 저쪽으로 사라지기만을 바랄 뿐. 장미를 감상하는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은 종인이었다.
“야이 정신병자 새끼야!!!”
“저… 저게 사람이야…?”
사람이 아니다. 저 뽀얀 얼굴에, 약간 상기된 볼에, 동그랗게 도로록 굴러가는 눈에, 아, 지금 웃는다! 웃을 때면 입술이 하트 모양이 되잖아! 마치 여태까지 사람 웃는 얼굴은 보지도 못했던 사람 마냥 종인은 그 작은 행동 하나 하나에 반응하며 정신 나간 것 처럼 중얼거렸다.
“정신 차려 이 호모 게이 새끼야. 저새낀 안돼. 찬열 선배 깔이라고.”
그리고 종인은 세훈의 그 말에, 정신히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
사랑하는 나의 장미의 이름은 「도경수」. 나이는 십팔세. 1학년 후반에 전학을 옴. 전학 오고 곧장 종인의 표현을 따르면 「호모씹게이」 같은 박찬열의 눈에 띄여서 바로 연애 시작. 게이의 길로 들어선 나의 장미는 학교 생활을 박찬열의 철통 수비를 받으며 순탄하게 해 나가고 있는 중. 장미에게는 가시가 있는데 첫번째는 미리 말했듯 박찬열이요, 두번째는 바로,
“경수야 경수…”
“즐.”
종인 자신이 말을 걸려고 치면, 「즐」 하나로 모두 끊어버리는 특유의 까칠하고 시크한 성격이었다.
종인은 사랑스러운 장미를 발견한 즉시 선배고 후배고 자시고 생각 할 겨를 없이 무조건 돌진했다. 워낙 저돌적인 성격이기도 하고, 사실 믿는 구석이 많기도 했고. 일단은 저 장미를 내가 가지지 못하면 숨이 멎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세상에 살면서 이토록 가지고 싶은 것이 있었을까. 어릴 적 동경했던 슈퍼맨의 망토를 사달라며 엄마에게 졸랐을 때도 이 정도로 절박하지는 않았다. 그저 종인은 경수를 본 순간 세상을 사는 이유가 경수가 되어 버렸다. 세상을 모두 던져서라도 경수, 너만은 건지고 싶다. 종인은 그 순간부터 모든 여자들과의 관계를 끊고 오직 경수에게만 몰입했다.
김종인만의 한떨기 장미 도경수는 처음에는 얘가 장난을 치는건가 했다. 분명 저랑 찬열이 만난다는 것을 이 전교에서 모르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돈데, 얘는 개념이 없는건지 뭔지. 임자가 있는 걸 뻔히 알면서도 뻔치있게 들이대는데 처음에는 정중하게 거절을 했었던 경수도 그게 반복 되니까 이제 짜증이 슬슬 나기 시작하는거다. 욕도 해보고 주먹질도 해보고, 물론 김종인에게는 귀엽고 간지러운 어린애 토닥거림 수준이었겠으나 나름대로 경수도 철벽이란 철벽은 있는데로 쳤다 이거다. 말대꾸도 하는게 지쳐서 이제는 종인의 말에는 왠만하면 「즐」 로 일관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그래도 종인은 굽힘이 없는 것이다. 끈질기게도 찾아왔다. 매일 아침 찾아오고, 매 쉬는시간마다 다가오지는 않았도 멀리서 꼭 지켜보고 있었다. 아니 시발 무슨 스토커도 아니고……. 대체 나보고 어떡하라는 건지. 물으면 물론 종인은 헤어지라고 노래를 부를 것이다. 종인은 이제 경수와 찬열이 그만하면 되었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었다. 그렇게 오래 만났음 됐지, 뭘 더 오래 만나려고. 슬슬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는 참인 것이다.
그러나 경수는 경수대로 짜증이 나는 것이, 자신은 찬열과의 만남이 몹시 만족스러운 상태였다. 찬열은 자신에게 극진했고 그의 보호도 나쁘지 않았다. 거기다가 박찬열은 엄청 잘생겼다. 돈도 많고 자신이 해달라는 것은 뭐든 해준다. 아니 뭐 그런거 다 됬고, 무엇보다 경수는 찬열을 사랑했다. 찬열이 경수를 사랑하는 만큼, 경수도 찬열을 사랑하고 있었다. 그건 종인이 간과하고 있던 사실이었다. 누구든 꼬시면 넘어올거란 엄청난 자신감을 가진 종인에게는 경수가 찬열을 사랑한다는 사실이 코웃음이 나올 만큼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경수는 그런 종인의 자신만만한 태도가 재수가 없었고 또 귀찮았다. 찬열이 일이 있어 학교를 하루라도 비울라 치면 그새 쪼르르 와서 말을 걸려고 안달복달을 하는데. 처음에는 찬열에게 이를까 해보았으나 주위에서 들리는 종인의 소문이 워낙 흉흉하기도 했고, 괜히 자신때문에 찬열에게 피해라도 갈까 싶어서 그냥 입을 다물고 자신의 선에서 해결을 하려고 했는데 이게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한번은 찬열 선배한테 이를꺼야. 라고 말했다가 종인의 비웃는듯한 표정을 보고 자존심에 엄청난 스크래치를 입은 적도 있었다.
“경수야-”
“즐.”
“우리 경수, 여전히 까칠하네. 그래도 이쁘다.”
“즐.”
“이거 먹어 경수야. 너가 좋아하는 초코우유.”
초코우유 좋아하는 건 또 어떻게 알았지. 지긋지긋한 스토커 새끼. 경수는 질색하는 표정을 지으며 초코우유를 벌레 보듯 한 표정으로 내려다 보았다. 종인은 그 냉정한 시선에 가슴 한구석이 쓰렸지만 억지 미소를 지으며 초코우유를 개봉해 손수 빨대까지 꼽아 주는 친절을 보였다.
“버리지 말고 꼭 먹어. 아침도 안먹었잖아. 알겠지?”
아무리 봐도 적응이라곤 되지 않는 흑표범 종인의 친절에 주위의 평범한 학우들이 소름 끼쳐 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지. 종인이 조금만 더 이 반에 있었다간 자신의 짝꿍이 숨이 넘어 갈 것 같길래, 하는 수 없이 경수는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긍정적인 대답에 기분이 날아 갈 듯 좋아진 종인은 그럼 간다! 하고 손을 팔랑팔랑 흔들며 문 밖으로 사라졌다. 그제서야 여기저기서 숨을 쉬는 소리가 들려온다. 경수는 자신의 앞에 놓인 초코우유를 물끄러미 내려다 보며, 어쩐지 앞으로 자신의 생활이 순탄치 만은 않게 될 것 같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래도, 초코우유는 맛있겠다. 주위의 눈치를 보며 입맛을 쩝쩝 다시던 경수는, 아무도 자신을 보지 않는 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누가 볼새라 급하게 빨대를 입에 물었다. 취향은 기가 막히게 잘 알아내네. 역시 초코우유는 서울우유가 짱이다.
경수의 눈에 띄지 않는 뒷문에서 혹시 우유를 버리지는 않을까 몰래 지켜보고 있던 종인은, 경수가 눈을 굴리다 초코우유를 집어 드는 것을 보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아 저 귀여운 뒤통수. 누가 볼까봐 눈 굴리는 것 좀 봐. 앞에서 보면 얼마나 사랑스럽고 귀여울까……. 금방이라도 잘근 잘근 씹어 삼키고 싶은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종인은 자신의 반으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오센. 나 어떡하지….”
“왜 또, 병신아.”
“세상 모든 남자들이 도경수로 보여…….”
아이 씨발 그거 참 큰일이다. 세훈은 이제 질렸다는 표정을 지으며 종인을 노려 봤다. 자나 깨나 도경수. 경수를 본 그 때 부터 하루도 빠짐 없이 종인의 입에서는 경수의 이야기가 나왔다. 오늘은 경수랑, 오늘은 경수가, 우리 경수가, 우리 경수는, 경수, 경수, 씨팔 그놈의 경수. 오세훈은 경수라는 말에는 노이로제가 걸려서 얼마 전에는 식수대 앞에서 「야 도경수가 오늘,」 하고 운을 떼는 도경수 반의 급우를 주먹으로 쥐어 팬 적이 있었다. 물론 정신을 차리고 난 뒤 치료비를 물며 사과를 하긴 했지만. 그 때의 아찔한 생각만 하면 아직도 식은 땀이 줄줄 흐르는 세훈이었다.
어쩌다가 이런 씹게이 친구를 두게 되었을까. 종인은 찬열을 향해 이를 빠득빠득 갈며 「호모씹게이」 라고 비하했지만, 세훈의 눈에는 종인이야 말로 진정한 호모씹게이 였다. 아니, 박찬열 김종인 둘 다 똑같애요. 차라리 둘이 붙어 먹지 그러냐. 아, 아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세훈은 그 모습이 상상이 되자 소름이 끼치는 기분이 들어서 곧바로 취소하기로 했다. 도경수는 비주얼이 그럴 듯 하기라도 하지, 박찬열과 김종인이라니,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왠지 그 커플은…… 싸울 때 마다 임플란트를 해야 될 것 같아. 세훈은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 근데 정말 찬열 선배랑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
“뭘 어떻게 해.”
“진짜 도경수가 말 안해서 그렇지, 그거 찬열 선배 귀에 들어가면 너 골치 꽤 아플텐데.”
“난 그 새끼 이겨.”
“어이구 병신 새끼. 그렇게 박찬열 이기고 나서 도경수한테 가면 도경수가 너 좋다고 받아 주겠다.”
“음…?”
“보니까 도경수도 박찬열 꽤 좋아 하는 것 같던데.”
찬열 선배고 뭐고 호모씹게이니까 이제 너도 박찬열이다. 세훈은 어쩐지 상냥하고 친절했던 찬열까지 미워져, 이를 뿌드득 갈았다.
“그럼 도경수가 박찬열을 차버리게 만들면 되지.”
“그럴 능력은 있냐? 맨날 즐 소리나 듣고 다니는게.”
“씨발, 닥쳐….”
“오늘은 안까였냐?”
아침에 칠렐레 팔렐레 팔푼이처럼 초코우유를 손에 들고 경수의 반으로 뛰어가던 종인의 모습이 생각나 세훈이 물었다. 그 말에 종인의 눈이 금세 초롱초롱하게 바뀌더니,
“응! 오늘은 나 갈때까지 기다리더니, 결국 그 초코우유 먹었다니까!”
어린애 같은 말투다. 평소의 섹시하고 시크하고 무뚝뚝한 28세의 남성 같은 얼굴은 어디로 가고, 제 또래에 걸맞는 환한 웃음이 종인의 얼굴에 퍼졌다. 이제야 좀 십팔세 같네. 세훈의 말에도 개의치 않고, 오직 경수가 자신의 초코우유를 받아주었다는 행복한 생각에만 빠져 종인의 기분이 고공행진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애새끼를 키우는 건지, 개새끼를 키우는 건지. 어쩌면 둘 다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세훈은 조용히 짐을 챙겨 자신의 자리를 떠났다. 얘 옆에 있으면 나도 게이 바이러스가 옮을 것만 같아요.
***
김종인은 요즘 하루하루가 행복하기 그지 없었다. 물론 장미와의 관계에는 초코우유를 받아 주는 것 외에는 진전이 없다지만 애초부터 김종인에게 그것은 하나도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오직 당신의 얼굴을 보는 것. 워낙에 감정이 메마르고 조용한 경수라 표정에 그다지 변화가 많지 않은데도 종인은 경수의 얼굴을 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진심으로 행복을 느꼈다. 눈은 왜 저렇게 커다랗고 동그랄까. 멍하게 뜨는 것도 귀엽다. 친구랑 말할때 입술을 조물조물 하는 것을 보면 심장이 어찌나 뛰는지, 쥐어 뜯고 싶은 기분이 들게 한다. 김종인은 자신의 말괄량이 (라고 하지만 종인은 항상 정신병자라고 칭했다) 여동생이 요새 인기를 끄는 EXO-K 라는 그룹의 멤버 D.O 를 보며 매일 밤 부르짖는 말이 경수에게 딱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도경수, 씨발 존나 씹덕 터져.
“경ㅅ…….”
경수를 부르며 뛰어가려던 종인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오랜만에 찬열이 등교했기 때문이다. 집안 사정이 어쩌구 저쩌구 하며 며칠 보이지 않아 신이 났었는데. 경수의 옆에 착 붙어서 웃음을 짓고 있는 찬열을 보니 눈이 돌아 갈 것 같았다. 거기다가 옆에서 자신에게는 절대 보여주지 않던 환한 하트 입술 웃음을 발사하는 경수라니……. 아침까지만 해도 경수를 볼 생각에 들떠있던 기분이 순식간에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끝없이 밀려오는 우울함에 종인의 어깨가 축 쳐졌다. 경수의 앞에서 찬열을 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오늘은 이대로 돌아 가야 겠구나.
종인은 자신의 반으로 가려다 말고 다시 경수의 반으로 들어가 경수의 자리 위에 초코우유와 빨대를 놓았다. 오늘도 아침을 안먹었을 테니까, 오늘도 우유를 먹어 줬음 좋겠다. 종인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오랜만에 본 반가운 찬열과 아쉬운 인사를 하고 반으로 들어 온 경수는 자신의 자리에 놓여 있는 초코우유를 발견하였다. 김종인, 이새끼가 또 왔다 갔구나. 겁도 없이. 혹시 찬열과 마주치지는 않았을까 두려움에 경수는 눈을 굴리며 복도를 살피다가 다시 들어왔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초코우유를 쥐고, 쓰레기통으로 가 쳐박았다. 이제 찬열이 돌아 왔으니 더이상은 놀아 주지 않아도 된다. 달달한 초코우유, 안녕. 배가 조금 고프고 쓰레기통에 버려진 초코우유가 어쩐지 쓸쓸해보여서 맘이 아프려고 하지만, 경수는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오늘은 집에 갈 때 찬열이 형한테 초코우유를 사달라고 해야겠다. 경수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한편, 경수가 복도를 둘러 볼 때 옆 반에 숨어 있다가 다시 나와 경수의 행동을 관찰하던 종인의 입가는 더이상 웃고 있지 않았다. 처참하게 쓰레기통에 버려진 초코우유. 망설임 없던 경수의 행동. 싸늘하게 굳어진 종인의 표정이, 지금 기분이 매우 좋지 않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여태껏 종인의 풀어진 모습에 익숙해지고 있던 아이들은 다시 차가워진 종인의 얼굴에 긴장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대로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한 종인은, 어떻게 하면 경수를 찬열에게서 떨어트려 놓을 수 있을 지, 고민에 빠졌다.
“…박찬열, 꼭 널 차이게 만들어 주겠어.”
장미를 나의 정원에 옮겨 심겠다. 잘근잘근 씹듯이 찬열의 이름을 되뇌이던 종인의 눈에서 불꽃이 타오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많이 부족한 글이라 창피하네요ㅠㅠ
그래도 예쁜 카디보시고 너그럽게 읽어주세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