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디/찬디/찬백] 장미에 가시가 있는 이유
written by. 돼지저금통
2. 도경수 쟁탈 작전
“야. 오센.”
“왜.”
“이 근처에서 도경수 다음으로 제일 예쁜 남자애가 누구지?”
세훈은 종인의 입에서 뱉어진 「도경수」 라는 말에 움찔했다. 벌써 며칠째 종인은 경수를 향하던 발걸음을 딱 끊었다. 그리고는 하루 종일 수업도 안듣고 뭔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처음에는 드디어 나가 떨어졌나보다, 하고 좋아하던 세훈이었지만 슬슬 종인이 걱정 되기 시작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저렇게 도경수라는 이름이 다시 나오다니. 거기다가 질문이 터무니 없다. 도경수가 제일 예쁜 남자애 라는 건 김종인, 너 만의 생각인 것 같은데. 세훈은 속으로만 생각하며 고개를 갸우뚱 했다.
아, 도경수를 잊으려고 다른 애를 만나려는가 보구나. 그렇다면 생각이 나는 애가 한명 있었다.
“그 저기 보아고에 변백현이라는 애.”
“변백현?”
“그새끼 게이새낀데 그렇게 사내새끼들을 잘 후린다고 소문이 났잖아.”
“…잘 후려?”
“거기 있는 새끼들 거의 반 이상이 변백현한테 홀려서 후장 빨아주고 다닌다던데.”
“흠…… 그렇게 잘 후린단 말이지.”
종인은 다시 미간을 좁히며 생각에 빠져 들었다. 어째 대화 내용이 이상한 곳으로 흘러가는 느낌이 들어 세훈은 개운치 않은 느낌이 들었지만, 그냥 기분 탓이겠거니 했다.
“왜, 관심 있음?”
“엉. 너 걔 전번있냐.”
“어. 연락 해보게?”
“줘 봐.”
드디어 도경수의 그늘에서 벗어 날 수 있는건가. 세훈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당장 자신의 폰을 꺼내 변백현의 번호를 검색해 종인에게 넙죽 갖다 바쳤다. 백현의 번호를 신중하게 자신의 폰으로 옮긴 종인은, 또 무언가를 잠시 생각하더니 카톡 친구에 뜨기가 무섭게 채팅하기를 눌렀다. 아, 저 진도 빠른 새끼. 그까지 확인한 세훈은 자신의 역할은 다했다고 생각하며 뒷일은 종인을 믿기로 하고 고개를 돌렸다. 평소에 그렇게나 싫어하던 수학 수업을 듣는 세훈의 입에는 왠일로 웃음이 걸려 있었지만, 사실 종인이 하려는 말은 세훈의 생각과는 아예 정 반대의 것이었다.
변백현에게 관심이 있기는 했다. 물론, 이유는 박찬열 때문이었다.
***
경수는 오랜만에 평화로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종인의 얼굴을 보지 못한지도 벌써 며칠이 지났다. 김종인, 그렇게 센 척을 하더니 찬열이 형이 돌아오면 역시 깨갱대는구나. 경수는 종인이 찬열에게 겁을 먹고 찾아 오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조용히 종인을 비웃었다. 오랜만에 학교에 돌아온 찬열은 여전히 다정하고 상냥하고 잘생겼다. 경수의 초코우유가 먹고 싶다는 말에 당장 매점으로 달려가 초코우유를 사들고 오는 감동적인 이벤트까지 벌였다. 그런데 찬열의 손에 쥐여진 초코우유를 본 경수의 심장이 갑자기 쿵, 떨어졌다.
저 우유는, 허쉬 초콜릿……. 초코우유가 아니라 초콜렛을 녹인 맛이 난다고 해서, 경수가 초코우유로는 취급도 안해주는 식품이었다.
찬열의 딴에는 가장 고급으로 보이는 우유를 집어 온 것이지만 경수는 실망스러운 기색을 숨길 수 없었다. 초코우유는 서울우윤데. 김종인은 이걸 알고 있었는데. 아차, 그 스토커 새끼 생각을 왜!
“경수야 왜그래. 이거 아니야?”
“…아, 아니야! 갑자기 머리가 아파서. 고마워, 형. 맛있게 먹을게.”
고개를 휘저어 종인의 생각을 지워 낸 경수가 입술을 하트 모양으로 만들며 활짝 웃었다. 그때서야 걱정스러운 표정의 찬열도 긴장을 풀고 따라 미소지었다. 이렇게 상냥하고 나만을 봐주는 박찬열이 있는데 딴 생각을 하다니. 경수는 자신을 자책하며 앞으로 다시는 그러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경수야. 카페 갈래? 너 먹고 싶다던 요거트 빙수 사줄게.”
“우와! 진짜? 갈래 갈래!”
수업이 끝나고 교실 밖으로 나오니 찬열이 기다리고 있었다. 며칠 전부터 그렇게 먹고 싶다고 입이 닳도록 부르짖던 빙수를 사준다는 말에 경수는 펄쩍 뛰며 좋아했다. 경수에게 오늘 집에 같이 가자고 말하려고 다가오던 종대는 서슬 퍼런 찬열의 부릅뜬 눈에 꼬리를 내리며 슬금슬금 물러서야 했다. 찬열이 자신의 주위에 이렇게 철벽을 치는 줄도 모르고 경수는 그저 빙수 생각만 하며 즐거워했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의 친구 종대 생각이 나서, 몸을 틀어 종대에게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종대의 기분은 지금 그야말로 개 후덜덜, 존나 서운섭섭. 이었지만 경수의 옆에 천하대장군처럼 굳건하게 서있는 찬열이 두려워 억지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나중에 카톡으로 징징대야겠다. 종대의 머릿속에는 경수의 친구라며 자신에게도 초콜릿을 수줍게 건내던 생긴것과 180도 다른 종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쩐지 그토록 무서웠던 종인이 보고 싶어 지는 종대였다.
한편, 그토록 먹고 싶던 요거트 빙수를 판매하는 카페에 도착한 경수는 신이 나서 찬열보다 앞장 서 카페로 뛰어 들어갔다. 좋은 자리를 찾으려 고개를 돌리던 중에 경수의 눈에 무언가가 포착되었다.
“어… 김종인?”
찬열이 곧 따라 들어와 경수의 팔목을 잡았지만 경수의 눈은 그곳에서 떨어 질 줄을 몰랐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책상에 초코우유를 올려놓고, 이쁘다 이쁘다를 연발하며 말 한마디라도 걸어 보려고 애를 쓰던 김종인이 바로 저기에, 왠 계집애처럼 생긴 순둥순둥한 남자애랑 마주 보고 뭔가 신나게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경수의 몸이 살짝 굳었지만 아니, 차라리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하고 왜 그러냐 묻는 찬열에게 억지 미소를 날려 준 채 다시 자리를 탐색했다. 시선을 돌리긴 했는데 왜 이렇게 기분이 묘하지? 이상하게 가슴 한 구석이 시큰하고 뭐가 서운한 것 같았다. 남 주기는 아깝고 나도 갖기는 싫다는 심보가 바로 이것인가.
부러 종인과 멀리 떨어진 자리에 가려고 했는데 찬열은 종인을 본 모양이었다. 종인이 경수에게 찝적댄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는 찬열은 그저 반가운 후배인 종인을 발견하고는 어, 김종인! 하고 이름을 부르며 경수를 질질 끌고 그 앞으로 간 것이다. 경수는 어쩔 수 없이 찬열과 같이 종인의 앞에 섰다. 가까이서 보니까 계집애 같은 놈, 눈꼬리가 축 쳐진게 개새끼 같기도 하고 기분이 몹시 안좋다. 경수는 그 놈을 보며 입술을 삐죽였다.
“종인아, 너 여긴 왠일이냐?”
“아. 친구랑 잠깐. 선배는 왠일이세요?”
“난 우리 경수 빙수 사주러 왔지!”
눈치 코치 없는 자식. 종인의 환하게 웃는 얼굴에 빠직 마크가 생기는 것이 경수의 눈에도 보이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박찬열은 그저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우리 경수」 하는 찬열의 말에 반응한 종인의 반대편 그 놈은, 경수와 찬열을 번갈아보며 관찰하다가 종인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 웃는게 귀여워서 더 화가 난다. 경수는 자신의 속에서 이유를 모르고 끓어 오르는 분노를 억지로 삼켰다.
“아, 여긴 제 친구 변백현이에요. 보아고. 얘는 선배 안다던데.”
“응? 그래? 안녕, 백현아.”
역시 친화력이 좋은 찬열답게 금방 이름을 부르며 친한척을 해댔다. 백현은 눈웃음을 살살 치며 경수와 눈을 마주치다가, 꾸벅 인사를 하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찬열 선배님. 저희 학교에서 소문 많이 들었어요! 선배님 유명해요.”
저렇게 말하면서 찬열을 비행기 태운다. 허- 저 어이 없는 년 하는 짓 좀 보게? 위기감을 느낀 경수는 급하게 찬열의 팔을 붙들며, 형. 얼른 빙수 먹어요. 그런다. 찬열은 뭘 알지도 못하고 보아고에까지 자신의 소문이 퍼져있다는 것에 기분이 좋아 헤실헤실 웃으며, 그럼 나중에 또 보자 백현아. 놀다가라 종인아. 이렇게 한명 한명한테 인사까지 다 해주고는 그제서야 경수의 손에 끌려 온다.
계산대로 가면서 경수가 뒤를 돌아 봤는데 벌써 종인은 저를 쳐다보지도 않고 변백현, 그 놈이랑 뭐가 그리 웃긴지 마주보고 생글생글 웃고난리도 아니었다. 기분이 급하게 나빠진 경수가 찬열이 묻는 말에는 대답도 없고 고개를 숙이고 불퉁거렸다.
빙수를 받아 들고 자리에 앉았는데도 경수는 여전히 기분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찬열은 그제서야 눈치를 채고 쭈뼛거리며 경수의 눈치를 봤다.
“경수. 너 질투 하는 거지?”
“…에?”
“내가 쟤랑 놀았다고 질투 하는 거구나! 귀엽다 우리 경수. 안그래도 돼, 난 너 밖에 없는거 알잖아.”
그게 맞긴 한데, 또 그게 아니기도 하고……. 그러나 귀까지 붉히면서 웃는 찬열의 모습이 귀여워서 경수는 결국 푸스스 웃고 말았다. 찬열은 눈치가 없긴 하지만 역시 미워 할 수 없는 사람이다. 모처럼 경수의 머릿속에서 말끔하게 종인의 생각이 지워졌다. 찬열이 떠먹여주는 요거트 빙수를 음미하며 경수는 지금, 참으로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
세훈에게서 백현의 전화번호를 얻어 낸 종인은 당장 백현에게 연락을 했더랬다. 나 수만고의 김종인인데 부탁 할게 좀 있어서. 라는 진지함이 묻어나는 카톡에 종인의 신상 정도는 미리 줄줄 꿰고 있던 백현은 얼씨구 이게 왠 굴러 들어오는 복덩이냐. 하고 생각하며 최대한 나긋나긋하게 답장을 했었다. 그러니까 일단 만나서 얘기하자는 답장이 돌아 왔다. 진도가 넘 빠른데? 백현은 마침 학교를 조퇴하고 집에 있던 터라, 종인의 학교 근처 카페로 가기로 하고 일어나 준비를 했다. 머리도 예쁘게 매만지고 옷도 예쁜 옷으로 싹 갖춰 입었다. 물론 카페에 앉아 종인의 얘기를 들으면서는 왜 이렇게 단장을 하고 왔나 후회가 들었으나 잠시 후 찬열을 마주치게 되면서 그런 생각은 싹 사라졌다.
종인은 백현에게, 「찬열을 꼬셔달라」 고 했다. 앉자 마자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백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멀뚱 멀뚱. 종인만 쳐다보며 다음 말을 기다렸었다. 그러자 종인은 절박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백현에게 구구절절 자신의 사정을 말했다. 내가 정말 갖고 싶은 우리 장ㅁ…아니 우리 경수. 그새끼가 지금 데리고 있는데. 경수가 그새낄 좋아해서 내가 데려 올 수가 없어. 그러니까 니가 박찬열을 좀 꼬셔주면, 그 사이에 내가 경수를 낚아 챌게. 사례는 니가 원하는 대로 해 줄게. 원하는게 뭐야, 뭐든 말해. 그 말에 백현은 찬열이 누구였지. 하고 기억을 헤집었다. 그때 딱 생각이 났다. 수만고 3학년. 보아고에 까지 소문이 퍼진 …고, 고독한 늑대 박찬열. 백현은 찬열을 본 적이 있었다. 멀대처럼 키가 크고 생긴것도 잘생겨서는 뺀질뺀질하게 웃고 있던 모습이 떠올랐다. 지나가는 백현의 앞을 자신의 패거리들이 가로막자, 그들의 뒷통수를 팍 때리면서 「미안」 하고 환하게 웃던 얼굴. 약자는 건들이지 않는 신사스러움. 뭘 원하냐니까? 조급해진 종인이 재촉을 하자, 백현은 입맛을 다시며 샐쭉 웃었다.
“박찬열.”
“뭐?”
“박찬열만 주면 돼. 원하는 건 없어.”
이렇게 된 이상 김종인한테 장단도 맞춰 주고, 찬열을 얻어 내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찬열의 웃는 모습을 보고, 백현은 꼬시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으니까.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종인과 백현은 서로 왠지 엄청난 조력자를 만난 느낌에, 마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흘렸다.
그 때 였다. 어, 김종인! 하고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어느샌가 찬열이 경수를 질질 끌고 자신의 앞으로 와 있었다. 아, 사랑스러운 나의 장미다. 며칠 보지 못해서 입이 바짝 마르고 혀에 가시가 돋으려던 참이었는데, 아리따운 장미의 얼굴을 보니 순식간에 모두 나아버리는 느낌이었다. 거기다가 무엇이 심기에 거슬리는지 저 입술을 삐죽대는 걸 좀 보소…. 종인은 당장이라도 앓아 눕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찬열과 백현이 처음 대면한 이 역사적인 순간을 놓칠 수는 없었기에 마음을 굳게 다잡았다. 한떨기 장미의 줄기에 붙은 날카롭고 뾰족한 가시인 찬열은 저를 두고 세 사람 사이에 어떤 신경전이 벌어 지는 줄도 모르고 그저 생글 생글 웃으며 신나 있었다.
“종인아, 너 여긴 왠일이냐?”
“아. 친구랑 잠깐. 선배는 왠일이세요?”
“난 우리 경수 빙수 사주러 왔지!”
우리 경수, 우리 경수. 씨발……. 종인은 순식간에 화가 치밀어 올라서 당장 찬열을 때려 눕히고 경수를 낚아 챌까 하다가, 아직은 때가 아니겠다 싶어서 억지로 분노를 가라 앉혔다. 이 와중에도 사랑스러운 나의 장미. 찬열의 말에 기겁을 하고 저랑 찬열 사이에서 눈알을 도로록 굴리며 눈치를 본다. 저 하얀 눈알의 맛은 어떨까? 정말 머리부터 발끝까지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것 같았다. 우리 경수 라는 말에 반응을 한 것은 종인 뿐만이 아니었다. 애정이 듬뿍 담긴 그 말에 백현은 흥미가 생겼다. 원래 임자 있는 놈 꼬시는게 백현의 전문이여서기도 하고, 찬열의 그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수한 웃음이 백현을 자극시키기도 했기 때문이다. 저번에 한번 본 적 있는데. 역시 기억을 못하는구나.
자신을 향해 환하게 웃는 백현의 신호를 알아 들은 동물적인 감각의 김종인은, 지금이 기회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아, 여긴 제 친구 변백현이에요. 보아고. 얘는 선배 안다던데.”
“응? 그래? 안녕, 백현아.”
백현아래. 어머, 어머, 백현아래! 변백현도 아니고 백현아래! 백현은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재미있고,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너무나도 부드럽고 나긋해서 기분이 몹시 좋아졌다. 부러 눈웃음을 살살 날리며 경수를 약올리던 백현은 꾸벅 인사를 하며 목소리에 애교를 가득 섞었다. 이제 보아고의 클레오파트라 변백현. 작업 시작이요.
“안녕하세요, 찬열 선배님. 저희 학교에서 소문 많이 들었어요! 선배님 유명해요.”
부러 순수한 찬열을 비행기 태웠다. 찬열은 그 말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헤벌쭉 웃으면서 정신을 못차린다. 경수는 뭔가를 느낀 것이 분명했다. 백현을 노려보던 경수는 찬열의 팔을 이끌고 얼른 빙수 먹어요, 그런다. 그 목소리가 사뭇 아까랑은 달라서 종인도 백현도 놀랐다. 종인은 찬열의 팔을 아무렇지 않게 붙잡는 경수에게 마음 한구석이 싸르르 하게 아파왔지만 억지로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그 둘이 계산대로 사라지고 종인은 두근대는 심장을 애써 가라 앉히며 경수 쪽을 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백현은 찬열이 가면서 「나중에 또 보자 백현아」 라고 했다는 사실에 그저 기분이 좋아져선, 앞으로 얼마나 자주 보게 될 지에 대한 플랜을 세우고 있던 중이었다.
“도경수. 쟤, 귀엽네.”
“그치? 귀엽지? 존-나 사랑스러워.”
“좀 까칠하긴 한데. 원래 저런 애가 한번 넘어오면 쑥 넘어와.”
“박찬열만 떼어내면 되는데….”
“그건 나한테 맡기구. 넌 그냥 내가 시키는 데로만 해.”
“야, 진짜지? 존나 너만 믿는다.”
“지금부터 너는 도경수한테 존나 들러 붙어. 예전에 했던 것 처럼, 도경수가 자꾸 널 생각하게끔 챙겨주고 찝적대. 거절해도 굴하지 말고.”
그건 원래부터가 종인의 전문이었다. 칠전팔기 내 인생, 특히 경수의 일에 대해서라면 포기를 모르는 종인은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둘은 모처럼 마음이 맞는 파트너를 찾았다는 생각에 얼굴에 띠어진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