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2년 5월 6일
“ 아침이 밝았습니다. 상쾌한 기분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해보는건 어떨까요? ”
침대가 있는 벽쪽에 설치된 모닝알리미기계가 언제나 그랬듯이 정갈하게 아침을 알려주었고,
오늘 유난히 번쩍 뜨인 눈을 비비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목, 어깨, 허리, 다리 등등 아침에 하면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는 스트레칭자세를 열심히 설명해주는
알리미기계를 OFF버튼을 눌러 종료시키고, 기지개를 펴며 침대에서 나와 거실로 향했다.
방을 나서자마자 보이는
거실 한켠에 자리잡은 컴퓨터.
현재 고요하게 아무런 작동도 하지않고있는 저 컴퓨터로 난 어제 굉장한 경험을 했었지.
아…아니… 했었나…? 한게…맞는건가….
어쩌면 꿈일지도 몰라 하는 생각이 들며, 급하게 어제 컴퓨터로 전송받은 익인들의 사진(과거의 모습과 자신들을 나타내는 물건을찍어보내준)
을 따로 옮겨 저장해놓았던 전자앨범을 확인해보니 어제 그 일들이 꿈이 아니였다는걸 확인시켜주듯 내 앨범은 과거의 모습으로 가득 차 있었다.
휴, 다행이다 내가 꿈을 꾼게 아니였어!
앨범을 확인함과 동시에
다시한번 심장이 벅차오르며 설레였다.
“ 오늘 당신 기분이 좋은가봐? ”
머리를 쓸어올리며 뒤늦게 방에서 슬금 걸어나오는 남편을 보며 그냥 조용히 웃어주니 남편도 기분이 나쁘진 않은지 마주웃어주며 욕실로 들어갔다.
시간이 좀 더 흐르고 아침밥을 준비하고있자 나의 자녀들도 하나 둘 방에서 나와 나에게 아침인사를건넸고, 난 자연스레 인사를 받아줬을뿐인데
다들 입을 모아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보인다’고 말했다. 얼굴에 생기가 돈다고.
“ 엄마 뭐 용돈생겼어요? ”
“ 맞아, 행복해보여 ”
“ 음? 하하… 글쎄…엄마가 오늘따라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서… 뭐, 너희야 나쁠건 없지? ”
능청스러운 내 말에 다들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식탁의 자기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러고는 내가 준비한 아침을 먹으며 식탁에 설치된 View로 아침 뉴스를 확인하는게 보였다.
요즘엔 아침용 캡슐이라고 물과함께 마시면 어느정도의 영양분과 함께 자연스레 포만감을 느끼게하는 알약이 개발되서 바쁜 현대인들이 애용하고있지만
나는 아직 내가 살아온 시대의… ‘대한민국사람은 뭐니뭐니해도 쌀밥에 김치!!!’
정신이 깊게 박혀있어서 그런지 피곤하더라도 일찍일어나 식사를 다 차려줘야 직성이 풀리는편이였다.
“ 자, ID카드 챙겼지? 조심해서 다녀와요 다들 ”
“ 네네- ”
“ 아참 여보! 나 오늘 좀 늦을지도 몰라 ”
“ 음 알겠어요. 올때 연락해줘요 ”
“ 응 ”
“ 엄마! 나 가방! ”
“ 어어 여기있어 ”
오늘따라 전부 답지않게 시끌벅적한 아침을 보내고 어수선스럽게 다들 빠져 나가고나니 또다시 묵직하니 조용한 분위기가 찾아왔다.
그러나 그러한 정적도 오늘은 평소완 다르게 내게 쓸쓸하지 않은 기분좋은 아늑함으로 다가왔다.
여태까지완 달라진것 하나없는 이 집에서 늘 나를 외롭게만했던 시간과 공간이였는데,
어제 그 사건하나만으로 어느새 따뜻한 안식처에 있는것만같은 기분.
이렇게 인간이란 사소한 감정변화 하나에도 모든걸 소중하게 여길수있는 긍정적인 능력이 생긴다.
“ 과연 오늘은 과거로의 접속이 가능하려나~ ”
제법 자연스럽게 컴퓨터앞에 앉아서 구식마우스와 키보드를 연결하고있으니 왠지모르게 비장한 기분이 들어서 웃음이났다.
방금 내가 한 대사. B급 판타지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말이였던것같은데….
이젠 전원 버튼을 터치하자마자 마치 꺼졌던 화면을 켜는것과같이 1초만에 부팅이되는 컴퓨터에 새삼 감탄을하고 인터넷창을 켰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검색창에 쳐지는 네 글자.
“ 인…스…티…즈 ”
오늘은 과연 가능할까. 제발.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고 식은땀이 흘렀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관련링크들과 수많은 정보들 속에서 어제 내가 접속했던 주소가 뜨고,
나는 잠시동안 클릭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클릭 했다.
익숙한 초록색 화면과… 눈에 보이는 인스티즈라는 로고.
음…
“ 세…세…세상에…!!!!!!!!!!!!!서…성공했다!!!우와아아아악!!!! 내가!! 성,성공!!!! ”
모든 게시물과 시간이 여전히 2012년에 멈춰있는걸 확인한 그 순간 마치 어린아이처럼 방방 뛰면서 기뻐했던것 같다.
내 나이 마흔일곱에 정말 남들이보면 정신이 나간여자로 오해할 만큼 온몸으로 기뻐했다.
다른 익인들과 운영자도 이 이른아침부터 나를 기다렸던듯, 내가 로그인하고 5초도 채 지나지 않아
어제 그 대화창으로의 초대가 왔다. 나는 당연히 초대를 수락했고,
내가 대화창으로 들어가자마자 나를 반기는 어제의 여러 익인들과
운영자가 보였다.
운영자: 다시 돌아오신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익인1: 와!!오신거예요? 어제 그분맞아요!?
익인5: 대박!! 못오시는줄알았어요!! 기다리길 잘했다 정말!!
익인13: 진짜 어제 그분이세요? 우리 기억나죠?!!
익인18: 반가워요!! 성공하셨군요!!
순간적으로 파파박 하고 정신없이 뜨는 대화들에 나 또한 작은소리로 웃고
아직도 긴장감에 떨리는 손을 애써 진정시키며 타자를 쳐내려갔다.
글쓴이: 저도 아직 성공한게 믿기지 않아요! 다시 만나서 정말 진심으로 반가워요!
익인5: 글쓴이님!! 보고싶었어요!!ㅠㅠㅠ
익인17: 다시 만나서 다행이다ㅠㅠ끝인줄알았어요ㅠㅠ
익인2: 나 꿈꾸는거 아니지? 진짜진짜 반가워요!!!글쓴이님ㅠㅠ
서로 얼굴조차 알지못하는데도 이토록 간절할수있을까.
열렬하게 환영해주는 익인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그 환영에 대한 작은 보답으로 미래의 아침모습을 찍어 전송해주었다.
글쓴이: 이건 제 선물! 2042년의 아침입니다. 매우 바쁘고… 재빠른 느낌이예요. 아침이지만 마치 대낮같죠?
천천히 살아오면서 저는 잘 느끼지 못했었는데 지금 이렇게 보니 해가 예전에 비해 굉장히 빨리 뜨는것같습니다.
아직 이른 아침이지만 오후같은 밝기예요. 또 실제로 오후가 되면 이것보다 더욱 더 밝고, 더워진답니다.
내가 살고있는곳이 매우 고층이라 시야가 탁 트일법도하지만 워낙 요즘엔 고층건물이 판을치고있어서 거실의 커튼을 열어도
보이는건 차가운 은회색빛의 건물들과 그 사이를 진공상태로 지나다니는 이동기구들 뿐이였다.
딱히 볼껀없지만 이런것들도 과거의 사람들에겐 신기하고 경이로운 광경일테니 두어장 찍어서 대화창에 전송해주었더니
다들 감탄하며 미래의 과학기술을 동경하였다. 반세기도 아닌 겨우 30년 후 일뿐인데 이토록 차이가 날줄은 몰랐다며
시대의 빠른 변화에 놀라워했다.
익인14: 아아 그런데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는거 솔직히 기대안했었는데..ㅎㅎ너무 좋네요!
익인8: 그러게요!
글쓴이: 저도 믿기지않아요. 정말 반갑네요.
그렇게
다시 모인 익인들과는 만난지 이틀이라는게 믿기지 않을정도로 급속도로 친근해져있었다.
내가 어제 나가고 난 뒤 익인들끼리는 이미 실명과 연락처를 교환한 상태였고, 어느새 나와 익인들의 등급은 1,2,3,4…와같은 등급이 아니라
‘VIP’로 표기가 되어있었다. 그에 우스겟소리로 “ 인스티즈에서 VIP대접을 받다니 상근이 만세만세 만만세 ”를 외치는 익인들을보며
나 또한 장난을 치고 어울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아직도 어찌나 할말이 많은지 미래에 대해서 묻는 익인들에게
정말 중요해서 과거에 알리면 큰 파장이 생길법한 이야기를 제외한 다른것들을 상세히 대답해주고있는데
그때 현관쪽에서 버즈벨소리와 함께 기계목소리가 들렸다.
“ 현재 여성 3인이 입실 허락을 대기하고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
뜬금없는 방문소식에 “왠 손님?”하고 작게 중얼거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음? 분명히 올사람이 없는데, 남편이나 자식들이 왔을리도 없고… 왔다해도 자동으로 인식했을 기계가 저렇게 일일이
나에게 알리진 않았을꺼였다, 그런데 여자 세명이 기다리고 있다고?
뭔가… 하는 생각에 잠자코 있으니 현관 view에 밖의 대기자들 모습이 비추어지는게 보였다.
막상 보아도 난생 처음마주하는 얼굴들.
“ 어어… …? ”
아무리 살펴보아도 감이 오지 않아서 그냥 멀뚱히 서있는데…
그 순간,
뭐에 한방 얻어맞은듯한 찡하는 느낌과 함께 갑작이 설레임으로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보잘것없는 실력에 관심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