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오후 수업은 언제나 나른했다. 봄을 맞아 한창 꽃피기 시작한 교정과 풋풋한 1학년들의 웃음소리를 듣고 있자니, 수험생인 우리들의 마음까지 들뜨기 마련이었다.
“푸른 산이 흰 구름을 지니고 살 듯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하늘을 향하고 산림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부절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았거니…….”
새로 부임하신 문학 선생님의 목소리는 깨끗하고 맑았다. 사실 남고에서 남자 선생님의 목소리가 좋아봤자 무슨 상관 이겠냐만…, 그랬다. 문학 선생님과 잘 어울리는 목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 말고 다른 애들은 별로 이 사실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그냥 저 목소리를 자장가 삼아 수업시간 내내 자기만 했다.
“이 작품에 사용된 수사적 기법은 다섯 가지로 분류할 수 있어. 시각적 색채 이미지, 비유, 영탄적 어조, 설의적 어조, 역설적 어조. 제목 옆에 적어둬.”
내 시선은 일정하게 또각거리며 판서를 하는 선생님의 하얀 손으로 옮겨졌다. 단정하게 생긴 생김새와 달리 글씨는 그리 곧지 않았다. 의외네, 라는 생각을 하며 선생님의 판서를 부지런히 옮겨 적…으려는데, 맨 뒷자리라 그런지 글씨가 잘 안보였다. 짝의 필기를 베끼려고 했으나 역시나 짝은 자고 있었다. 어떡하지.
“다 적었어?”
대답을 들으려던 의도는 아니었는지, 선생님은 곧바로 내용 해설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그 목소리로 부지런하게 설명을 하는 선생님의 목울대가 일렁였다. 목이 마른지 자꾸만 입술을 축이는 붉은 혀도 눈에 띄었다. 선생님의 연갈색 머리칼이 봄바람에 흔들렸다.
? 라고 적어두긴 했지만 |
저는 문학 선생님 김준면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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