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balance
Written by.비얀코
대지위에 흘린 그들의 피가 헛되지 않았음을 기억하게 하소서.
인류는 언제부터인지 모를 까마득할 때부터 서로 투쟁하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싸워왔다. 이익을 얻으려는 자, 그 반대의 편에서 자신의 것을 지키려는 자.
그 싸움의 이유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비롯하여, 다수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
*
언제부터 시작 된 건지 알 수 없는 전염병이 나돌았다. 금지된 땅에서는 진한 살육의 향내가 풍겼다. 검은 시멘트바닥에 눌어붙은 검붉은 핏자국, 그리고 인간이 아닌 것들의 기괴한 울음소리, 그들이 그곳에서 한 발자국씩 발걸음을 떼 도시로 다가올수록 사람들은 공포에 떨었다. 그들은 전쟁이 몸소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뉴스에서는 동아시아의 입국, 출국을 막을 것을 당부했다. 어쩐지 높은 고위층관료들이 코빼기도 안보이더니, 결국 이런 것이었나. 장관급정도의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다. 국내에서 전쟁을 선포하고 보안강화를 명할 수 있는 건, 지금 한국에 없는 국방부장관이 아닌 사령관, 백현의 아버지가 있었다.
“지금 당장, 기자회견을 하러 가야겠어.”
“…아버지.”
“너는 집에 꼼짝 말고 있어.”
뉴스의 내용을 대충 요약해보면 기울어가는 전세, 우리는 그들의 밥이 되는가. 로 시작한 부제목에서부터, 사람들이 흔히 칭하는 좀비라는 것들이, 중국에서부터 밑으로 내려오고 있다고 했다. 물론 이미 내려온 지 한참이나 되었다. 그들이 북한에 당도했을 때부터, 위엣 사람들이 몰랐을 리 없다. 그냥 자기들끼리 도망치기에 급급했던 거겠지. 그래서 현재 북한은 이미 좀비 떼로 먹혀들어갔다. 남한에서도 경기도, 강원도에 경계경보가 발령되었다. 좀비가 뭐가 무섭냐며 코웃음 치던 북에서도, 막상 많은 숫자의 좀비들이 떼로 몰려오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말이 덧붙여졌다.
백현의 아버지가 집에서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보고 있던 뉴스에 있던 아나운서를 밀쳐내고 육군사령관인 백현의 아버지가 빠르게 말을 이어갔다. 뒤늦게야 알게 되어 죄송합니다. 윗분들이 은폐하려고 했던 좀비들의 번식, 그리고 남으로 점점 내려온다는 그 괴이한 생명체들, 제가 어떻게든 지켜내겠습니다. 국민 여러분들은 가까운 가게에서 생필품들을 넉넉히 쌓아두시고 현직군인들과 예비병을 모조리 소집하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큰 대륙인 중국에서부터 내려온 좀비와, 북에서 더 늘어난 좀비들을 모조리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공개적으로 이곳에서 자원해서 병사로 나서실 분들을 찾습니다.
기자회견을 하려했지만, 시간적 손실을 막기 위해 이와 같은 섣부른 행동을 했습니다. 이로 인해 국민여러분을 놀라게 하여 죄송합니다.
분명 한 방송국을 찾아가했던 짓인데, 채널을 어떻게 돌려보아도 아버지의 모습만이 브라운관에 비춰지고 있었다. 특보, 좀비침입에 대해 국가안보를 위한 사령관님의 대안.
*
다음날이었다. 백현은 평소처럼 이른 아침에 눈을 떠 학교 갈 채비를 했다. 씻고 교복을 입으려는 찰나에 아버지가 백현을 붙들고 말했다. 이제 학교는 안 가도 괜찮아. 전라도와 경상도는 아직 이지만, 경기도와 강원도에는 경계경보가 발령 났다. 많은 사람들을 일일이 챙길 수가 없어서 일단 사람들이 알아서 자의적으로 대피하도록 말을 해뒀다. 물론 우리는 이곳에 남는다. 싸워야하니까. 하지만, 아버지는 네가 위험해지는 걸 원치 않기 때문에 모두를 지키는 동시에 너를 가장 먼저 지킬 거다. 그러니, 부디 아버지 말을 잘 들어주길 바란다. 며칠 뒤엔 밖에 나가는 것도 제한할 거다. 그게 다 너를 위한 일이니까. 아버지의 당부어린 말씀이 이어졌다. 아버지는 군복차림이었다. 모자위에 늠름하게 새겨져있는 네 개의 별이 아버지의 존재를 여실하게 느끼게 했다.
“밖에 나가서 네가 먹고 싶은 걸 잔뜩 사와라. 지금 당장 먹지 않아도 되니까. 양껏.”
아버지가 카드를 주시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백현이 어설프게 웃어 보이며 감사합니다. 하고 고개 숙였다. 군인인 아버지의 밑에서 커온 백현은 다른 친구들보다 더 아버지에게 깍듯하게 대했다. 그게 백현에겐 당연한 거였으니까. 현관문이 닫히고 아버지가 집에서 나가셨다. 백현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같은 반 친구인 경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경수야, 나 백현이.”
“어, 이른 아침부터 웬 전화야?”
“아빠가 먹을 거 좀 사오라는데, 같이 가자.”
“맞다…. 우리 곧 좀비 밥 될지도 모르지.”
“…무슨, 그런 이상한 소릴.”
“틀린 말은 아니잖아.”
기분이 나빠져 전화를 확 끊을까했는데, 뒤이어 들려오는 경수의 말에 백현이 픽하고 웃었다.
그래도 난 백현이 친구니까. 살아남겠지. 아버님한테 조만간 인사라도 드려야겠다. 백현이 제일 친한 친구 도경숩니다. 하고.
“아직 너무 시간 이르다. 2시간만 더 자고 카톡할께.”
전화가 끊기고 백현은 차분히 나갈 채비를 했다. 여전히 TV를 틀어 논 채였다. 속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38선을 넘어온 좀비들이…. 백현은 옷을 입는 둥, 마는 둥 팔 하나만 옷에 넣고 제 방에서 TV앞으로 뛰어왔다. 헬기로 촬영하는지 지상이 조그맣게 보였다가, 조금씩 확대되었다. 최대한 줌을 하고도 가까이 다가가는 그 모습이 어쩐지 위태위태했다.
탕, 어디선가 총소리가 들려왔고, 헬기의 프로펠러소리가 사그라졌다. 쿵 하고 추락하는 헬기, 그리고 거기에 깔린 몇몇의 좀비들, 하지만 좀비가 다친 것과 무관하게도 총을 쏜 사람은, 아니 사람은 아닌 그것은 그들과 같은 좀비였다. TV화면에선 검은 화면만이 나올 뿐이었다. 갑자기 뉴스의 스튜디오로 화면이 바뀌었다. 아나운서는 덜덜 떨며 카메라 앞에 급하게 쓰인 글자들을 읽어 내렸다. 지상촬영을 하던 헬기가 격추되었습니다. 이것이 사람의 소행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으나, 확실한 건 우리가 여태껏 알던 좀비들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들은 물건을 다룰 수 있으며 서로 소통할 수 있다고 합니다. 모두 대피를 해주시길 바랍니다. 여 아나운서가 말을 마치자마자, 그 곳에서 뛰쳐나갔다. 스튜디오가 조용한 걸보니, 아마 다른 사람들 모두 그곳에서 자리를 뜬 것 같았다. 백현은 그 화면을 허망하게 바라보았다. 몇 십 분이 지나도 화면은 변하지 않았다.
얼마 되지 않아,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문 열어라, 나는 좀비다. 장난기 가득한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경수의 목소리가 틀림없었다. 백현 역시 바로 문을 열어주지 않고, 진짜 좀비면 문 못 열어주는데? 하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잘못했으니까 문 좀 열어줄래? 나 집에 혼자 있기 무서워서 빨리 왔단 말이야….”
“그러게, 누가 이럴 때 장난치래?”
“백현아, 미안…. 이럴 시간도 없다고! 빨리 쇼핑 갔다 오자. 집에 있는 게 제일 안전하대.”
경수의 말이 모터를 달은 것 마냥 빨라졌다. 잘못했어. 연신 징징거리는 소리에 백현이 결국 문을 열어줬다. 나도 집에 혼자 있는데. 남자애가 뭐가 무섭다고 그렇게 징징거려. 백현이 핀잔을 줬지만, 경수는 진심으로 집에 아무도 없다고. 잘 알지 않느냐고 투정부렸다. 몇 년 친군데, 네가 내 사정을 몰라! 혼자 사는 거 무섭다고…. 게다가 윗집형도 여전히 일하신다고 바빠 가지고 나가셨단 말이야. 원래였으면 형 집 가서 밥도 먹고, 피파도 같이 하고…. 아, 변백현 너 내 말 안 듣지?
“쇼핑가자.”
“…야, 내말 다 안 끝났어.”
“이럴 시간 없다며, 좀비 밥될래? 아니면 우리 집에서 얌전히 밥 먹을래?”
“변백현 진짜 쟈갑다. 쟈가워.”
“도경수, 언제 철들래.”
백현의 표정이 굳어지자, 그제야 경수가 물러나며, 나가자. 백현아. 하고 현관문을 다시 열었다. 오전 9시. 아직 시간은 이르지만, 그래도 좀비가 언제 이곳까지 발을 디딜지 모르는 일이었다. 근처 대형마트에 들른 백현이, 쇼핑카트를 빼내자, 경수가 이건 내가 밀게. 네가 사는 거잖아. 하고 헤실헤실 웃었다. 마트는 혼잡했다. 이미 많은 인파들이 모여 있었다. 쇼핑카트를 밀 때마다, 저기요. 비켜주세요. 라는 말을 번복해서 해야 했다. 일단 손에 집히는 데로 라면을 넣었다. 쌀을 넣자니, 작은 체구의 경수와 저가 다 들지 못할 것 같아. 20kg만 구입하고 시리얼을 잡아넣었다. 우유는 유통기한 있는데…. 중얼거리는 경수에.
“우유는 두통만 살 거야. 남은 시리얼은 그냥 먹으면 돼.”
“…근데, 나 네 집에서 있어도 돼?”
“몰라, 아버지한테 물어봐야 돼.”
“흠, 밥만 먹으러 갈까.”
“밥 먹으러 오다가 좀비 밥이 되겠지.”
“야!”
“그냥, 내가 산 거 좀 가져가.”
쇼핑을 하는 와중에도 티격태격 거렸다. 자꾸만 카트가 가다가 서고, 가다서고를 반복했지만 조급해하지 않았다. 경수야, 집 가서 뭐 먹을까? 물어보자, 저가 쇼핑카트를 끌며 멋대로 넣었던 것들을 나열하며, 백현아. 떡볶이 먹자. 내가 해줄게. 재료는 이미 다 이 안에 있어! 하고 얘기하는 경수였다. 중학생 땐 더 애였는데,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변함없이 도경수는 애였다. 백현은 그래도 경수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도 웃음이 나는구나. 싶어. 난 치츠 떡볶이. 하고선 미리 치즈를 넣어두었다는 걸 말해주었다.
길게 줄을 서서 쇼핑을 끝내고 나니 어느덧 11시였다. 별거 사지도 않았는데. 쇼핑하는데 3시간이나 걸렸다. 사람들은 쇼핑카트를 원래의 자리에 가져다놓지 않았다. 빠르게 밖으로 밀려가는 쇼핑카트들, 그리고 그들을 잡지 않는 매장 직원들. 아마도 전쟁이 임박했음을 모두들 알고 있기 때문일까. 백현 역시 짐이 무거워, 다수의 사람들처럼 쇼핑카트를 매장 밖으로 끌고 나갔다. 다시 집으로 들어서서 오기까지. 백현은 알 수 없는 기류를 느꼈다. 초봄치고는 덥다. 그리고 하늘도 어둡다. 마치 포탄이 터진 것 마냥, 인위적인 하늘이었다.
*
경수는 부모님과 같이 살지 않았다. 딱 무어라고 말로 명명하자면 소년가장이었다. 물론 경수는 다른 소년가장인 아이들처럼 어른스럽고 똑 부러진 아이가 아니었다. 집도 그렇게까지 못살지는 않았다. 따로 들어오는 돈이 없어, 못 먹고 못 입긴 했지만. 작은 빌라에서도 경수 혼자 월세 돈을 낼 정도면 경수는 소년가장치고 제법 생계를 잘 꾸려나가고 있었다. 요리도 제법 했다. 혼자서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해서, 레시피에 없는 요리들도 뚝딱 만들어내곤 했었다. 그 음식의 평가자는 당연 백현이었다.
한참 부산어묵으로 어묵 탕을 만들던 경수를 보고 백현이 냄비에 숟가락을 가져다 댔다, 한 숟가락 떠먹고 또 떠먹으려 하자, 경수가 백현의 손등을 쳤다. 그만 먹어. 떡볶이 육수로도 써야 돼. 경수가 찌릿 째려보자, 백현이 어묵 많이 있는데…. 하며 물러섰다.
“나 떡볶이 많이 할 건데. 좀 싸가도 돼?”
“혼자서 쟁여 먹으려고 싸가? 같이 먹을 사람도 없으면서.”
“같이 먹을 사람이 없긴 왜 없어, 있어….”
“누구?”
“준면이 형.”
준면형이 누구야? 하고 백현이 되묻자, 그 내가 말했던 윗집 형. 나 잘 챙겨준다는. 하고 덧붙여 말했다. 아, 그래. 가까이에 그런 형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이 칠푼이팔푼이 내 눈에서 안 보이면 좀비 밥될까봐. 불안했는데…. 백현이 진심을 담아 말하자, 경수도 진지하게 그럴 일 없네요. 내가 누구친군데. 하고 밝게 웃었다.
“백현아, 만약에 내가 너희 집에 오래도록 안 오면 그 땐, 도경수라고 해도 문열어주지 마.”
“뭔 소리야. 전쟁 나는데, 우리 집 오기 힘들어지는 거 당연한 거 아냐?”
“그게 아니라, 난 솔직히 무섭다….”
“…….”
“나는 혼자라서, 좀비 표적이 되기 쉬울 거 같아서.”
“…무슨, 네가 혼자야! 친구는 어디다 팔아먹었냐?”
“…그게 아니라, 가까이에 사람이 없잖아. 가족도 없고.”
오후 3시, 백현과 경수는 서로 현관문에서 작별 아닌 작별인사를 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싶진 않았는데.
진심으로 심각해진 경수가, 백현을 끌어안으며 친구 잘 있어. 하고 등을 두드리고선 현관 문고리를 잡았다.
“멀쩡한 모습으로 다시 보자.”
“너도….”
“너도, 나도.”
경수가 현관문을 열고 나감과 동시에 백현은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짐을 느꼈다. 왜 인지는 알 수 없었다. 자신이 혼자라고 말하는 경수가 안쓰러워서 인지, 아니면 정말 앞으로 닥쳐올 일들이 불안해서 인지, 백현은 베란다의 유리문을 열고 베란다 앞에 서서 경수의 모습을 내려다봤다. 하늘은 여전히 검붉었다. 경수는 평소보다 빠른 걸음으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너 역시도 불안했겠지. 지금 이 상황들이.
*
오후 9시, 까마득한 어둠이 가라앉은 밤에 적막을 깨고 경계경보 방송이 울렸다. 경계경보가 발령되었습니다. 주민여러분들은 모두 대피해주시길 바랍니다. 큰 사이렌 소리가 난 것도 잠시, 덜컥. 금세 꺼져버린 방송에 간담이 서늘해졌다. 백현은 현관문에 안전 고리를 걸고 소파에 앉아 TV를 주시했다. TV에선 여전히 같은 화면을 비추고 있었다. 그래도 방송국에 사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던 모양인지 파란색 자막이 자꾸만 문장을 바꾸어 위기를 알리고, 경기도, 강원도에 거주하시는 분들은 바깥출입을 금하시길 바라며 문단속을 하시길 바랍니다. 하고 안내해주었다. 그러나 그 자막이 바뀌는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었다. 방송을 중지합니다. 스튜디오가 아닌 검은 화면이 내려앉았다.
TV를 끄고, 컴퓨터를 켰다. 초록색 포털사이트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검색어들. 첫 번째는 좀비, 2번째는 전쟁, 3번째는 자원병. 모두 암울한 지금의 상황에 관련된 단어들뿐이었다. 연관검색어를 누르다가 단연 돋보이는 건 블로그의 글들이었다. 집에 불 다 끄는 게 좋아요. 특히 저층사시는 분들. 누가 문 두드리면 문 열어주면 안 되구요. 지금 저희 아빠는 퇴근하려고 했는데, 회사에서 문을 잠그고 위험하다고 나가지 말라고 했대요. 그래서 꼼짝없이 갇혀있다고. 저 2층 사는데 불 껐는데도 무서워요. 밖에 쳐다보지 마요. 좀비랑 눈 마주칠 거 같아요. 밖에 사람 인영보이는 거. 그거 다 사람 아니래요. 옷도 좀 이상해요. -2013.03.14
여러 가지 글들을 더 읽어보았다. 좀비가 말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좀비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그 글에 입증하듯 다른 사람들의 댓글이 무수히 달렸다.
저도 들었어요. 1층 사는데, 막. 어디부터 들어갈까? 막 이러면서.
창을 닫고 다른 글을 클릭하려는데, 갑자기 인터넷 연결이 끊긴 듯 흰 화면이 떴다. 두꺼비집이 내려가는 소리도 들렸다. 칠흑 같은 어둠이 도시를 뒤덮었다.
핸드폰을 쥔 백현의 손이 불안하게 떨려왔다. 아버지에게 문자한통, 경수에게 또 한통.무사하시죠? 잘 있지? 답은 생각 외로 금방 왔다.
아빤 걱정 말고 문단속 잘해라. 걱정이 묻어난 아버지의 답장과 응, 무섭다. 너도 집에 혼자지? 물어보는 경수의 답.
문자를 보내려는데 자꾸만 손에 땀이 배어 터치가 잘 먹지 않았다.
경수야, 집에 불 다 끄고, 누가 문 두드려도 열어주지 말고. 핸드폰 소리도 무음으로 해두고 아무 소리도 내지 말고 얌전히 있어.
하나밖에 없는 단짝, 진심으로 네가 무사하길 바랐다.
*
삼사일 얼마나 집에 갇혀있었을까. 도어 록을 누르는 소리에 백현이 잔뜩 긴장한 채로 제 방문을 닫고 문을 잠갔다.
좀비 따위가 도어 록의 비밀번호를 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백현의 방문을 두드리는 손길에 백현은 직감했다.
“아버지…?”
“그래, 나다.”
“…바깥은 어떻게 됐나요?”
“막아보고자 했는데 역부족 이였다.”
그들은 똑똑했다. 방송통신을 모두 끊어 인간들의 소통구실을 단절하고 서서히 자신들의 영역을 넓히는데 주력하고 있었다. 마치 이쪽에서 군인들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던 걸 알았단 듯이, 그들도 몇몇은 총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물론 좀비는 죽은 인간은 먹지 않는다. 그러기에 쉽사리 총을 사용하지 않았고, 자신들이 위험할 때만 꺼내어서 쓰고 그랬던 모양이다. 아버지는 차분히 말을 이어나갔다. 중국에서부터 여기까지 멀쩡히 건너온 사람들도 몇 있다고 했다. 크리스. 그는 중국에서부터 건너와 자신을 제일 먼저 찾은 중국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어도 유창하게 하는 그는, 중국에서 한국인친구와 살았다고 설명했다. 그를 아버지는 신뢰하게 되었고 또 곧 시작할 전쟁에 앞서 그를 꼭 필요한 싸움에 배치시킬 거라고 설명했다. 물론 백현에게는 너는 그냥 집에만 얌전히 있으면 된다고 말했을 뿐이었다.
“몇몇의 과학자들이 좀비관련 백신을 연구한다고는 하는데….”
“…언제 나올지 모르는 거죠?”
“그것도 그렇고 좀비들은 당장 우리의 적이니까.”
“만약 아버지의 가까운 사람이 좀비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좀비는 용납할 수 없으니까.”
죽여 버려야지. 그들은 사람이 아니야. 괴물이지. 덧붙이는 아버지의 말에 백현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조심할게요. 제 친구들도 무사하길 기도할게요. 그니까…. 이곳을 잘 지켜주세요.
피곤함에 앉은 채로 꾸벅 졸다가, 똑바로 누워 잠을 청했다. 잠결에 얼핏 현관문이 여닫히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백현이 잠을 자는 동안에도 새벽녘의 하늘은 차분하게 일렁였다. 대지위에 뿌려진 살육의 흔적들에 하늘에선 예고 없이 비가 내렸다.
'대지위에 흘린 그들의 피가 헛되지 않았음을 기억하게 하소서.'
어느 누군가가 정성스레 기도했다. 그는 흰 가운을 입고 있었다. 흰 옷을 입은 그는 마음마저도 희고 희었다.
그는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고 싶지 않아했다. 그건 그의 천성이 착해서 그런 거겠지.
그런 그도 전쟁의 앞에서는 제 손에 피를 묻히게 되는 날이 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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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부터.. 긴장감조성이 필요했기에.. 좀 갈겼습니다.
재미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수없다.. ㄷㄷ
친구 갱수와 백현이가 재미의 요소인데
이제 조금씩 풀어나가야죠..
1편에 불안한 사람들의 모습들이 보이나요..?
이것 또한 복선이라는거지.. 허허..
어느 누군가..? 왠지 힐링냄새나여.. 누구세여.....
는 프롤 보면 대강 눈치 챌듯..
아 그리고!! 제가 새벽에 바카라를 정독했는데요(는 제가 예전에 쓴 완전체 팬픽 입니다.)
큰 문제점을 발견했어요.. 너무 많은 커플링이 나오니
스토리가 조잡해져서 쓰기 버거워졌다는 거죠..
이번에도 스토리가 조잡할 법도 한데..
주연을 넷으로 간소화해서.. 진짜 엑스트라급으로 나오는 멤버들도 있을거에요..
하지만.. 원활한 스토리 진행을 위해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아니면.. 제가 버거워져서 못쓰겟다고. .징징거릴 지도 몰라용..ㅠㅠ
암호닉 프롤에서만 정리-
삐뽀삐뽀 에비 준면이네 허니듀버블티
백백 새벽 종대생 니콜라스홀트
꽁냥꽁냥 여수방바닥 가가 잉여
또라에몽 룰루 귤 이불 밥줘
1편도 물론 받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