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의 취향을 존중하라》
“백현아.”
“응.”
“너 공부 잘 하잖아.”
“…아닌데?”
“찍어. 1번, 찬열아. 2번, 찬열이 형. 3번, 주인님.”
난 점심 시간의 경수처럼 벙찐 채로 가만 있을 뿐이었다. 박찬열은 내가 미처 짚지 못한 구석까지 요리조리 집어내는 재주가 아주 ‘탁월’했다. 못된 관점에서 얘기하면 짖궃다고 표현할 정도. 하지만 적정선을 넘지는 않았다. 녀석은 여전히 내 자리에서 텃세를 부리고 있었다. 난 고갯짓으로 시간을 보았다. 초침은 1시 15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즉 곧 점심 시간이 끝난다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어느덧 대부분의 아이들이 교실로 들어와 다음 수업 준비를 하자, 녀석은 일어나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녀석의 중저음 목소리가 그 때는 왜 그렇게 듣기 싫었던지. 박찬열은 그 말만 하고 제자리로 돌아간 뒤, 찡긋 윙크했다.
“답은 1번이랑 3번 중에 있어!”
“…….”
“수학엔 3번이 많이 나오던데?”
아, 녀석이 원하는 건 3번이구나. 내 머리에서 종이 침과 동시에 5교시가 시작되었고, 나에게 바라는 애칭은 사치였다.
수업 도중 흘겨본 창가의 개털 머리는 꾸벅 꾸벅 졸고 있었다. 그리고 녀석은 기필코 한 대 맞았다. 누구에게? 선생에게.
* * * * *
10808 도경수. 고등학교에 올라온 뒤로 처음 가져본 학번이었다. 갓 스물을 넘겼을 법한 담임은 문학을 담당했고, 이름은 문혜란이었다. 생기 넘치는 선생에게 뭇 남학생들의 눈꼬리가 꽂히는 일은 다반사였다. 물론 그런 현상이 거의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었다. 제발 짝은 여자로 해주세요! 혈기왕성 10대 소년이 맘 속으로 외치고 외친 의견을 깡그리 묵살시킨 담임은 번호순으로 자리를 배치했다. 덕분에 1분단 맨 뒷자리, 운동장 전망과 휴식에 좋은 자리였다. 짝이 여자였다면 난 앞 문장에서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겠지.
짝은 김종인이자 오류 투성이었다. 내가 싫어하는 단점이란 단점은 전부 모아놓은 결정체라면 믿을까. 수업 시간에 자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이요, 단정치 못한 머리와 달라붙는 바지에 이어 가끔 풍겨나오는 담배 냄새가 이를 입증해주고 있었다. 쉬는 시간엔 총알처럼 빨라 말 할 기회도 없었다. 변백현은 오바 하지 말라며 어물쩡 웃어 넘겼지만. 아, 짝에게는 하나 치명적인 장점이 있었는데, 바로 외모였다. 또렷한 이목구비와 남자가 봐도 부러운 적당히 잘 빠진 몸매는 여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최우선의 잣대로 활용되기도 했다. 외모지상주의인 세상에서 아무리 성격이 나빠봤자 무심하면서 나쁜 남자네 뭐네 말이 많았으리라. 또한 그러기도 했다. 슬슬 파派가 갈리기 시작했을 때엔 쉬는 시간 곧잘 그에 관한 이야기가 들려오기도 했었으니까. 가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김종인은 입꼬리를 올렸는데, 그것도 주로 한쪽만 올려 웃는 것이었다. 일명 썩쏘라고도 하는. 언젠가 했던(3월이겠지) 나와 김종인의 첫 대화는 내가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아주 잘 흘러갔다. 그 날은 드디어 김종인이 펜을 잡았던 날이기도 했다.
“지우개 좀.”
“어, 여, 여기.”
“감사.”
“아니야, 천, 딸꾹, 만에..”
“…원래 말투?”
“아, 아닌데?”
“나 무서워서?”
“아, 아니라니, 딸꾹, 까!”
그럼 말고. 무심히 틀린 부분을 지우고 빵야- 하는 효과음과 함께 지우개는 꿀밤을 맞고 내 자리로 넘어왔다. 난 멀뚱멀뚱 김종인을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첫 말을 걸어준 데에 신기해서, 필기하는 모습은 처음 봐서, 터져나온 딸꾹질에 당황해서. 경수 뭐하니? 역사 선생의 지적이 들려오고 내 시선은 다시 책으로 향했다. 딸꾹, 딸꾹, 딸꾹. 목구멍이 간질간질한 느낌을 받았을 때 쯤 다시 김종인이 말을 걸어왔다. 아마 그때도 딸꾹질을 멈추지 못했던 걸 보면 김종인의 말대로 난 그를 무서워하지 않았을 뿐더러 당황하지도 않았다고.
“딸꾹질을 할 땐,”
김종인은 자신의 쇄골 사이를 검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얼핏 보인 김종인의 쇄골뼈는 꽤… 멋졌다고 해야 할까.
“여길 누르는 거야.”
그리고 우린 동시에 검지로 쇄골 가운델 꾸욱 눌렀다. 두어 개는 풀린 하복 단추 덕에 갑갑하지 않았다. 1초, 2초, 3초….
“떼.”
“……?”
“딸꾹질 하지 마. 거슬리니까.”
그 후로 진행된 역사 수업은 기억하지 못했다. 대체 그 방법은 어디서 배워온 건지 묻고 싶었지만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고, 빨리 변백현에게 알려줘야지 하는 생각밖엔 들지 않았었으니까. 종이 치고 말문을 떼려고 했을 때, 김종인은 예의 그 속도로 교실을 나섰다. 변백현에게 알려줘야지. 두 마리 토낄 잡았다면 잡았을 역사적인 날이었다.
*
딸꾹질 사건이 있은 부로 우리는 급격히까진 아닐지 몰라도 꽤 친해졌다고 자부했다. 김종인은 쉬는 시간엔 무조건 복도로 나가버렸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만 말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덕분에 녀석은 전보다 펜을 잡는 횟수가 늘어났고, 지울게 뭐가 그리 많은지 내 지우개가 닳는 속도도 두 배로 빨라지기도 했다. 특히 국어 시간 혹은 영어 시간, 김종인은 유난히 문과 체질이 아닌 듯 했고 우연의 일치인지 선생들은 끝없는 집념으로 녀석을 포기하지 않았다. 김종인이 날 ‘그렇게’ 부르게 된 것은 정확히 4월 후반부터였다.
“야, 도경수.”
차라리 나에겐 그게 편했다. 나 역시도 녀석을 김종인이라고 불렀기 때문이었다. 혹은 김씨라던가. 억지로라도 차이점을 꼽자면 난 편하게 부르는 반면에 김종인은 항상 운을 떼기 전 ‘야’를 붙인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들.
“야, 나 이것 좀.”
“야, 다음 시간 체육이냐?”
“야, 자냐? 하긴. 니가 잘 리가 없지.”
“야, 선생한텐 알아서 말해.”
시점은 어제로 돌아간다. 도덕 수행 시간, 유난히 글쓰기에 약한 김종인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막막한 듯 보였다. 내가 한 문장을 마치는 찰나마다 야, 소리가 끊기지 않았다는 점이 말해주고 있었다. 주제는 사회로 나가기 위하여 우리가 해야만 하는 항목들을 나열하시오. 김종인은 도중 포기한 듯 욕지거릴 내뱉으며 책상에 엎드렸으나, 마침 뒤를 지나가고 있던 도덕 선생에게 걸려 다시 펜을 잡았다. 사실 옆에서 킥하고 웃었다만은 김종인의 귀까진 미치지 않았을 것 같아 비밀로 했다. 아마 안다면 무서운 투로 밀어붙일 게 눈에 뻔히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도덕 선생이 우리와 멀리 떨어진 3분단 맨 앞자리에서 오세훈의 염색한 머릴 갖고 잔소리를 늘어놓는 동안, 다시 엎드린 김종인이 날 바라보는게 느껴지더니 갑자기 입꼬리를 올리는 것이었다.
“어… 왜 웃어?”
“흰자 존나 많아.”
“많은 게 아니라… 이케, 크다고 하는 거야.”
“아.. 그래?”
그렇게 말하는 김종인의 말투에는 큭큭대는 웃음기가 여려 있어서, 나 역시도 조그맣게 미소를 짓게 되었다. 사회로 나가기 위해서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겠지. 경주마처럼이 아니라 시야는 넓게, 우물 안 개구리처럼 행동하지 말아야 합- 니- 다. 비록 삐뚤빼뚤한 글씨지만 김종인에게 펼쳐 보였다.
“나 잘했지. 이거 봐.”
김종인은 내 손에서 종이를 낚아채갔다. 보였던 손은 생각과 달리 상당히 남자다운 느낌이 강해서인지 같이 손을 맞잡으면 나름 크다 생각했던 내 손마저 여자 손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큭큭대더니 이내 상형문자 같은 내 글씨를 해독하느라 미간이 좁혀졌다. 만점 맞을 수 있을까? 하는 내 물음은 무시하고 애꿎은 눈만 깜빡이다 툭 내뱉은 말은 좀 많이 놀라워서. 아까부터 아파트 단지에 울려퍼지던 달걀장수의 확성기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야, 경수야.”
“어, 뭐, 뭐라고?”
“…아. 미쳤나봐. 내가 지금. 아. 아니, 미친, 도경수. 미안.”
나는 김종인이 왜 그렇게 당황하는지 알 겨를이 없었다. 맨 뒤에서 1번까지의 결과물을 걷으러 가는 순간까지 내가 무얼 들었나 싶기도 했다. 자리에 앉기까지 김종인은 멍하니 칠판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그저 흘려하는 말로만 생각하면 될 것을. 나보다 홍채가 더 큰 김종인도, 김종인보다 흰자가 더 큰 나 역시도 아무 말 없이 선생이 나가기만을 지켜보았다. 종이 치고, 옆에서 탁탁하고 나가는 발소리.
새삼스럽게 마음이 쿵쾅거렸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카디가 나타났다!!!!!!!!!!!!!!!!!! 이얄루!!!!!!!!!!!!!!! 장장 두시간이라니.. 이래서 텍파를 만들 수 있을까요??????
반티 맞춰야 되는데 머로 하지 죄수복? 환자복?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일 아침까지 해야함 아 정확히는 오늘 아침인데 체육복 바지 입어야 된다는거 무시하고 할거임 저희 반은 무대뽀니까요^^
아참 저 그리고 국어 100점 맞음~~~~~~~~~~~~~~ 궁디팡팡해주세요 주인님들 난 여러분들의 시츄ㅇㅅㅇ 응슷응
그리고 도경수에게 어울리는 과목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려주신 익인들 고마워요 경쮸>< 경수형아>< 썻던 익인 보고있나?
BGM은 버스커 버스커-벚꽃엔딩 이에요 듣기 편하라고 자동재생 해놨는데 설마.. 되지 않을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