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지도않는 바나나우유를 핑계로 하루에 한번씩 매일매일 편의점에 들렸어
덕분에 냉장고에는 바나나우유가 하나 둘 쌓여가고
냉장고 한칸을 가득 채울때 쯤 사건은 일어났어
"바나나 우유 좋아하나봐?"
"네?"
"이거 좋아하냐구"
오빠가 내앞에서 바나나우유를 흔드는데 이게 꿈인지 생신지
"너 나한테 할말있지?"
아니 어떻게 알았지!!
매일 생각하고 꿈꾸던 상황인데 또 입이 안떨어지는거야
항상 이놈의 입이 문제지 정말.
"할말없어?"
"아니..그러니까..그때 왜 울었어요?"
"역시 너였구나"
알고있었어?
왠지모르게 억울한 느낌에 오빠가 원망스럽기까지했어
"그러니까. 왜 울었냐고요"
"슬프니까 울었겠지"
말하기 곤란한듯 해보여서 캐묻진않았어 아직 불편하기도했고
"그럼 너는 왜 울었는데?"
"저는..안울었는데요"
"거짓말. 내가 다 봤는데"
예상치못한 말에 너무 쪽팔렸어
신경안쓰는척하면서 다봤네
"아 아무튼 내말은. 고마워"
"뭐가요?"
"그때 같이있어줘서"
그때 아마 처음으로 웃는걸봤을꺼야
잘웃는편이 아니라서
"울고싶을때 여기로 와 나도 한번쯤은 받아줄수있으니까"
"저는 잘 안울어요"
누구처럼
"응 그럴것같더라"
"네?"
"장난이야"
뒤늦게 들었는데 진심이었대. 제길 강인한여자로 보였나봐
"음..그럼 저는 이만"
"그래 공부 열심히 해"
꿈만같았어 눈도 마주치고 이렇게 말도 하다니
그날밤은 잠도 못잤지 했던 대화를 되새기고 또 되새기고.
고작 몇마디 한거가지고 말이야
"누나 어디가?"
"편의점"
"또?"
"또라니. 어제도 안갔고만"
"누나 그러다 살쪄"
"소화안되서 콜라 사러가거든"
"죽어도 약은 안먹지"
"약은 싫어. 내성생긴단말이야"
아침부터 속이 더부룩한게 속이안좋았어
물론 오빠를 보고싶은 마음이 더 크긴했지만
"누나 나는 프링글스"
"무슨맛"
"소금맛"
"오냐"
밖으로 나와보니까 날씨가 정말 좋더라고
봄꽃들은 피어있고 바람도 선선하니
편의점가는 발걸음이 더 가벼웠지
들뜬마음에 꽃하나 꺾어가지고 귀에다 꽂았어
생각해보니까 미친년같다
뭐 그정도로 기분이 좋았다는이야기야
오해하지마 평소에는 안그래. 정말
"어서오세요"
종소리가 따랑따랑 울리고
책을보고있었는지 안경낀눈으로 날 쳐다보는데
정말 가슴이 쿵쾅쿵쾅! 까지는 아니지만 두근두근하더라
"왔어?"
"안경끼셨네요"
"너는 꽃 꽂았네"
"헐"
쪽팔리게 이게 무슨일이야
들어오기전에 체크 좀 할껄
"왜? 좋은데. 봄아가씨 같잖아"
"속으론 비웃는거 다 알아요"
"아닌데"
그래도 부끄러운 마음에 카운터를 후다닥 지나서 콜라를 집었어
"어? 바나나우유 아니네"
"그거 질려서 갈아탔어요"
"콜라는 몸에 안좋은데.."
"소화가 좀 안되서요"
"그래? 아! 나 그거 있어"
하고 주섬주섬 가방을 꺼내서 뒤지더니 알약하나를 꺼내는거야
"자!"
"소화제도 가지고 다녀요?"
"혹시 몰라서. 먹어"
"감사합니다"
약은 싫지만 오빠가 준거니까
"혹시말이야.."
"네?"
"이지혜라고 알아?"
"아..왜요?"
"아니 같은 학년이길래 아나해서"
"네 알아요 같은반인데"
이지혜라면
우리반에서 노는애였어 치마도 엄청짧고 화장도 엄청 두꺼운애
"잘됬다 그러면 말 좀 전해줄래?"
"네 무슨말인데요?"
뭐지. 둘이 무슨 사이인가
"귀찮으니까 전화 좀 그만하라그래"
진심 귀찮은듯 잔뜩 골이난 오빠의 표정을 보고 안심했지
다행이다 아무사이도 아니구나
그런데 계속 생각을 해보니까 번호를 알려줬다는거잖아
"왜..왜 그렇게 봐요"
한참 생각하던탓에 오빠가 나를 보고있다는걸 인식을 못했어
"네 얼굴 이제 되게잘보여"
"원래는 안보였어요?"
"응 안경을 안써서 흐릿했거든"
"시력 되게 나쁜가봐요"
"응 조금"
얼굴이 작아서 그런지 얼굴의 반이 안경으로 가려지더라고
뭐라해야되지 학생다운 풋풋한게 느껴져서
거기서 또 한번 반한것같아
"안녕히계세요"
"가려고?"
"네"
"잘가"
"안녕히계세요"
괜히 얼굴 빨개지는것같아서 편의점을 나왔어
그리고 집에가서 동생한테 욕을 들었지 프링글스 안사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