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인이한테는 되게 어린 동생이 한명 있어. 이제 막 5살 됐으려나? 내가 처음 종인이 동생 봤던게 작년이었으니까. 작년 겨울에 종인이 동생을 처음 봤는데, 그게 어떻게 된거였냐면. 종인이 부모님이 면회를 오셔서 학교 구경 하시다가 종인이 동기들을 만났는데 동기들이 종인이 동생을 너무 예뻐한거야. 솔직히 그렇잖아, 생도대에 아기가 있을 때가 있겠어? 매일같이 종인이만한 징그러운 남자들만 보다가 자기 동기 동생이라고 귀여운 아기 한명이 왔는데, 나같아도 귀여워서 껌뻑 죽었을거야.
쨋든 그래서 종인이가 부모님한테 밖에나가서 식사 하시고 오시라고, 동생은 자기가 데려다 밥 먹이겠다고 한거야. 아무래도 동생이 너무 어리니까 부모님 단둘이 있으실 시간이 없는 걸 안 종인이가 나름 배려한거지. 주말이라 나도 시간 널널해서 정복 챙겨입고 외출이나 할까 해서 밖으로 나갔어. 저번주에 외출을 안했더니 생필품이 떨어진 게 많아서 사야할 것이 많았거든.
날씨가 많이 추워서 코트까지 챙겨입었는데도 다리가 너무 추운거야. 원래 정복 치마에는 까만 스타킹을 신을 수가 없거든. 덜덜 떨면서 생도대 지나치는데, 찬열이가 저 멀리서 경례를 해. 귀여운 찬열이, 그 때도 에너지가 넘쳤지. 찬열이 경례 받아주고 손 흔드니까 찬열이가 잠시 와보라고 나한테 막 뛰어오는거야.
"외출하십니까?"
"응, 왜?"
"저기, 김종인 생도 동생이 왔는데 정말 귀엽습니다."
"종인이 동생?"
찬열이가 한번만 보고 가라그래서 졸졸 따라갔더니 종인이가 한 손에 애 한명을 안고 주변에 동기한테 둘러싸여 있어. 정작 형인 종인이는 가만 있는데, 동기들이 귀여워서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어. 종인이 특유의 무표정으로 안고 있는 동생 한번씩 고쳐안다가 걸어오는 나랑 눈이 딱 마주쳤는데 씩 웃는거야. 그 보일듯말듯한 웃음, 원래 외출하려고 했었는지 정복 갖춰입고 그렇게 웃는데 정말 심쿵..
"충성!"
"응, 웬 아기가 왔어요~?"
"김종인 생도 동생입니다!"
"아이 예뻐, 이름이 뭐야?"
내 말에 수줍은지 아기가 종인이 목 감싸안고 얼굴 폭 파묻는데, 정말 그런 사랑스러움이 없어. 종인이가 자기 동생 살짝 바닥에 내려 놓더니 밥먹으러 가자, 이러면서 손을 잡는거야. 중식시간 지났는데, 어떻게 먹겠다는 건지 갸우뚱 했는데 종인이가 너무 당당하게 동생 손을 잡고 내 앞으로 와서 당황했어.
"외출하십니까?"
"응, 종인이도 외출?"
"예, 동생 밥먹여야해서."
"그럼 같이 나갈까?"
종인이는 정복입고 있을 때는 정말 꼬박꼬박 존칭을 했어. 정복 자체가 외출할 때 입는 옷이라 생도 품위를 나타내는 옷이기 때문에 그런 말투 하나하나가 중요하거든.
쨋든 내 말에 살짝 고개 끄덕인 종인이가 동생 손 잡고 걷는데, 종인이가 키가 되게 크잖아. 그래서 동생이랑 키차이가 너무 많이 나니까 몸을 제대로 못펴는거야. 한쪽으로 기울어서는, 결국 내가 아기 앞에 앉아서 두팔 벌리니까 애가 폭 와서 안겨.
"누나랑 안고 갈까~?"
"보기보다 무겁습니다, 걸어가면 됩,"
"아이구, 낯도 안가려?"
"이리와. 형이 안아줄게."
"왜 그래, 우리 애기 이름이 뭐예요?"
종인이는 옆에서 자기 동생보고 오라고 자꾸 손벌리고, 내가 종인이 손 쳐내고 이름이 뭐냐 물었어. 그랬더니 부끄러운지 종인이 쳐다보길래 재차 물었더니 완전 조그마한 목소리로 대한이,하는데. 너무 귀여워서 내가 막 엄마미소 지으니까 종인이도 포기하고 내 옆에서 조용히 걸어. 종인이네 집안 애국자 집안인가봐, 첫 째 아들은 육사 생도고 막둥이 이름은 무려 대한이야.
"대한이 뭐 먹으러가요? 형이 맛있는거 사주겠네~"
볼이 통통해서 내 볼이랑 맞대고 문질문질 했더니 꺄르르 웃는거야. 종인이한테 누나가 둘이나 있어서 그런지 나한테도 곧잘 누나, 누나 하면서 말거는데 정말 사랑둥이였어.
사실 애가 4살이라 그런지 오래 안고 있으니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지만 대한이가 종인이한테 안가려고 그래서 내가 안고 버스까지 탔어. 원래 사관생도나 장교들은 대중교통 이용할 때 자리에 앉으면 안되거든. 그러니까 자리가 한두자리 남아있을 때도 앉는 게 아니라 서서 이동해야해. 그래서 종인이가 버스 타기 전에 대한이한테 자기한테 오라고 했는데 대한이가 안간다고 고집을 피웠어.
"한이, 이리와."
"시러요.."
"말 안들으면 혼나, 형아가 안아줄게."
종인이가 좋게 좋게 달래는데 대한이는 계속 가기 싫은지 내 어깨 뒤로 고개 돌리고 나를 꽉 붙드는거야. 종인이 입에서 나온 한이라는 애칭과 형아라는 단어에 속으로 우리 종인이 씹덕..하고 있는데 나한테서 떨어지기 싫다고 꽉 붙드는 대한이 손에 심장 두번 어택당했어. 나혼자 속으로 끙끙 귀여워..이러고 있고 종인이는 버스 올 시간 다됐는데 떨어지지 않는 대한이 때문에 옆에서 혼자 애태우고 있었어.
결국 버스 타기 직전까지 종인이랑 싸우다가 대한이가 이겨버리고 내가 둥가둥가하면서 안은 채로 버스를 탔어. 근데 또 버스 흔들릴 때마다 종인이는 나 넘어질까봐 옆에서 나만 쳐다보고 있는거야.
"종인아, 나 생도시절에 외줄타기 1등했었어."
"그거랑 상관 없습니다."
"왜, 나 균형감각 되게 뛰,"
내가 주절주절 종인이한테 내 균형감각에 대해서 자랑 하는 찰나에 버스가 급정지 하면서 내 몸이 확 기울었는데, 종인이가 내 양쪽 팔 붙들면서 한숨 푹 쉬는거야. 방금까지 외줄타기 1등을 외치던 내 말이 무색하게, 기사아저씨..
"넘어진다고 했지 않았습니까, 얘 몸무게가 얼만데."
몸이 흔들리는 바람에 삐뚤어진 내 정복모도 제대로 다시 씌워주고, 종인이가 대한이한테 두 손을 내밀었어.
"형한테 와."아까랑 달리 종인이 목소리가 많이 가라앉아있는 걸 느꼈는지 겁에 질린 표정을 한 대한이가 순순히 종인이 품으로 떠났어. 종인이는 한손으로 대한이 안고 한손으로는 버스 손잡이 잡고 가만 서있었어. 그랬더니 대한이가 종인이 화났나고 생각했는지 형아, 형아. 이러고 부르는거야.
"김대한, 엄마가 형 말 잘 들으라고 했어, 안했어?"
"해써요.."
"잘못했어, 안했어?"
"잘모태써요.."
종인이네 집안이 정말 가정교육을 잘 시키나봐, 종인이도 정말 예의바른 앤데 아직 4살밖에 안된 애가 존대말을 꼬박꼬박 쓰는거야. 원래 저 나이 애들은 싫으면 막 시러!!이러고 땡깡도 부리고 존대말도 잘 안쓰잖아. 내가 옆에서 엄마미소로 지켜보고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종인이는 정말 대한이 교육시키기에 여념이 없었어. 정말 고지식한 군인 상이야.
"한번만 더 그러면 정말 혼낼거야."
애가..!애가 뭘 안다고! 속으로 그만 하라고 백번은 외쳤지만 원래 남의 집 자식 가정교육 시킬 때는 끼어드는게 아니니까, 잠자코 입다물고 있었어. 종인이의 마지막 말에 대한이가 고개 끄덕끄덕하고 종인이도 입을 다물었어. 그랬더니 대한이는 종인이가 화난 줄 알았던 건지 자기 형 얼굴 빤히 쳐다보다가 종인이 볼에 쪽하고 뽀뽀를 하는거야.
종인이 정말 아무생각 없이 있었던 것 같은데, 대한이는 그게 종인이가 화나서 그랬다고 생각했나봐. 대한이의 기습 뽀뽀공격에 종인이는 퍼지는 아빠미소를 주체하지 못하고 웃으면서 대한이한테 입술을 쭉 내밀어. 대한이는 그거 보고 울상이었던 표정 풀고 자기 형한테 쪽쪽쪽 뽀뽀 세례를 퍼부었지. 그렇게 버스에서 내려서 대한이한테 이제 누나 갈게, 하면서 손을 흔들었어.
"대한아, 다음에 형아 학교 또 놀러와요. 누나가 그 때는 맛있는 거 사놓을게, 알겠지?"
"누나아, 어디 가요?"
"누나는 저어기, 마트 갈거예요. 대한이는 형아랑 점심 먹으러 가야지?"
내 말에 대한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차오르더니 뚝뚝 눈물을 흘리는거야. 당황한 내가 대한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대한이 왜그래요? 응? 하고 달래는데 종인이가 내 팔 잡아서 일으켜.
"치마입고 누가 그렇게 앉습니까."
"아, 아.."
"대한이는 제가 달래서 가겠습니다. 일 보러 가셔도 됩니다."
종인이가 특유의 그 느릿한 몸짓이 있는데, 그 몸짓으로 대한이 앞에 한쪽 무릎 굽히고 앉는거야. 아무래도 생도신분이다보니 저렇게 앉는게 습관이 됐나봐. 차마 우는 애를 두고 떠날 수가 없어서 뒤에서 지켜보는데 종인이가 가방에서 손수건 꺼내서는 대한이 눈물을 천천히 닦아줘.
근데 얘네 형제도 되게 웃긴게, 대부분 4살짜리 애들은 안아서 어르고 달래야 겨우 눈물 그치잖아. 근데 대한이는 종인이가 그냥 자기 앞에 몸 낮추고 앉아서 손수건으로 눈물만 닦아줬을 뿐인데 눈물을 꾹꾹 눌러삼키는거야. 대한이도 저게 종인이의 나름 다정한 표현이라는 걸 아는건지, 뭔지.
"우리 대한이, 눈물 뚝 그쳤어요?"
"네에.."
"대한이 형보다 더 용감하네~대한이도 커서 군인할거예요?"
"네에.. 형아처럼 될거예요."
"그럼 대한이 누나한테 잘보여야하는데? 대한이 군인 될 즈음..누나는.."
하하, 대한이가 군인되면 누나는 전역했겠어요..^^..내가 속으로 생각한 그 말을 친절하게도 종인이가,
"전역하고 애도 있을겁니다."
"..그래도 대한이 형은 계급장 계속 달고 있을거야.."
육사출신 장교들은 수명이 기니까, 대한아.. 너희 형은 군대에 남아 있을거야. 누나는 수명이 짧아서 전역하겠지만.
"대한이 군인 될 즈음엔,"
"..어?"
"대한이 조카 보겠습니다."
조카? 한참을 무슨 말이지 생각하다가, 너무도 당당히 뱉은 종인이의 결혼 다짐에 내가 얼굴을 붉혔어. 괜히 부끄러워진 내가 정복모를 꾸욱 눌러서 얼굴을 가렸더니 종인이가 자리에서 일어서서는 허리 굽혀서 내 얼굴을 쳐다보는거야.
"모자 눌러쓰는 거 싫다고 했습니다."
너 이새끼..지금 상급자한테 명령조로 말했냐, 싶었지만 그 상황의 나는 아무말도 못했지. 종인이가 밑으로 내려 온 모자 손으로 살짝 올리더니 그대로 눈 마주치고 나한테 하는 말이,
"임관하자마자 결혼 할 겁니다."
"도둑놈.."
"지금도 충분히 도둑놈인데, 뭘."
종인이 너 지금 정복입고 반말했니,라고 묻고 싶었지만 역시나 나는 쫄보였기 때문에 주체할 수 없는 웃음을 비실비실 흘렸어. 내가 되게 감정을 못숨기는 타입이거든. 게다가 내가 종인이 정복입고 있는 걸 되게 좋아하는데 그 정복을 딱 입고 그 날이 유독 추웠었는데, 그 위에 코트까지 걸쳐입었었거든. 내가 생도였을 때도 육사 제복 코트가 그렇게 멋있다고 동기들이랑 떠들곤 했었어. 그정도로 제복덕후였으니까 말 다했지. 거기다가 종인이는 키가 커서 유독 정복빨을 잘 받았어. 아마 김종인은 그걸 알고 그 때 냉큼 틈새공략을 했는지도 몰라. 연하인데 연하가 아닌 우리 종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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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에!예! 제가 사실 제복 더쿱니다! 제복입은 사람중에 못생긴 사람 못봤습니다! 종이니가 제복 입어주는 그날 저는 생을 마감할지도 모르는 일이에요..
육사 코트가 정말 멋있어여..혹시나 모르실까봐 사진 가져왔습니다 여러분
요로코롬 생겼어요! 구글링해서 건져왔다능! 근데 저분 잘생겨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