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 우리의 FM W.담녀 03 오랜 만에 하늘이 맑았다. 며칠 전, 한번 비가 온 후로는 계속 구름이 하늘을 덮는 바람에 푸른 하늘 대신 회색 빛의 하늘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따라 맑은 하늘에 많은 사람들이 일찍부터 밖으로 나와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으악!!! 지각이다!!"
…단 한사람만 빼고.
요 며칠새 겨우 잠을 줄여가며 방송 시작 20분 전에는 꼬박꼬박 스튜디오에 도착했던 성규가 그동안 쌓인 졸음을 참지 못하고 또다시 늦게 일어나 버린 것이었다. 결국, 부랴부랴 씻고 눈에 보이는 옷들을 집어 입은 성규는 동우가 간단히 챙겨주려고 한 점심도 넘긴 채 현관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그런 성규의 뒷모습을 보던 동우는 걱정스런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제때 밥을 먹지 않으면 칭얼대면서 옆의 사람을 힘들게 하는 성규의 모습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내가 저 녀석 안 챙겨 주면 누가 챙겨주겠어."
작게 중얼거리던 동우는 결국 가디건과 지갑을 챙겨들고 마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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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잠깐 2부가 시작되기 전, 광고가 나가는 타임에 책상위에 널브러진 성규가 울상을 지었다. 아, 내가 왜 우리 동우의 토스트를 외면했지…? 아까의 제 행동을 자책하던 성규는 갑자기 울리는 자신의 핸드폰에 화들짝 놀라 이름을 확인도 하지 않고 받았다. 여보세요?
"야, 너 몇 층에서 방송하는 거야."
"엉? 어, 동우야! 허엉- 내가 잘 못했어- 감히 네 토스트를 무시하다니!!"
아씨, 시끄럽고 너 어디서 방송하냐고. 이거 어떻게 들어가? 어, 뭐야. 너, 설마…. 뭐. 헐, 나 보러오는 거야? 너, 밥도 안먹고 주위 스텝분들한테 땡깡부릴까봐 음식 좀 가져왔다. 동우의 말에 얼굴을 활짝 핀 성규가 손을 머리 위로 높이 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런 성규의 모습에 드디어 배고픔에 미쳐버렸구나…. 하고 생각한 성종과 성열은 측은한 눈빛을 보내고는 외면해 버렸고 호원은 성규를 보며 제 머리옆에 검지 손가락을 놓고는 뱅뱅 돌렸다. 저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호원과 눈이 마주친 성규는 호원을 작은 눈으로 확 째리더니, 이내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었다.
동우야, 기다려. 형이 듬직한 보디가드 한 명 보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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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 하고 셔터가 눌리자 밝은 낮의 활동적인 모습이 사진기의 프레임안에 담겼다. 한창을 주변의 모습을 찍던 우현이 만족한 미소를 지으면서 눈에 댔던 카메라를 내렸다. 그동안 라디오를 듣느라 번번히 놓쳤던 평일 오후 시간 때를 맞춰 사진찍기를 성공한 우현은 제 자신이 너무 기특했다.
사실, 라디오를 포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들어보려 평소 전화나 문자를 보내고 메모를 저장하거나 시계용으로 밖에 쓰이지 않던 제 스마트폰을 꺼내 '어플'이라는 것을 처음 받기도 했었다. 하지만 주머니 속에 핸드폰을 넣고 다니다보면 전파가 잘 안잡혀 계속 멘트가 끊기는 데다가, 특유의 지지직거리는 전파소리에 귀가 먼저 멀듯 해 눈물을 머금고 라디오를 포기해야만 했다. 그런 우현의 징징거림을 전해들은 명수는 인터넷에 들어가 다시 듣기를 하라고 했지만, 사진보정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컴퓨터를 사용할 줄 모르는 컴맹 우현에게 그것 또한 커다란 미션이 될 것임이 분명했다. 결국 카메라를 챙겨 1시가 되기 전, 후다닥 밖으로 나온 우현은 차근차근 자신이 구상해 놓은 그림대로 사진을 찍어나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어휴, 좀 쉬어볼까?"
자신이 찍은 사진을 넘겨보던 우현은 벌써 1시 30분을 나타내는 시계에 잠시 커피라도 한잔 마시러 카페로 들어갔다.
"카라멜 마키야또, 아이스로 한 잔 주세요."
곧 나온 커피를 들고 창가 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우현은 카페 안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발을 까딱거렸다. 음, 노래 좋네. 카페 분위기에 어울리게 발라드로 틀어놓는 건가? 카페 아르바이트생의 노래 선곡에 감탄을 한 우현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가방에서 주섬주섬 카메라를 꺼냈다. 어, 이건 좀 흔들렸네. 오, 요거는 괜찮은 걸? 제가 찍은 사진을 처음부터 차근차근히 넘겨보며 괜찮은 사진들을 선별하던 우현이 노래가 끝나고 흘러나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동작을 멈췄다.
'네, 솔로로 돌아온 비스트의 메인보컬! 양요섭씨의 'Caffein' 듣고 왔습니다. 정말, 오늘 같이 맑은 날에 어디 산책하기도 애매하신 분들이면, 간단하게 동네 카페에 가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이런 햇살은 즐기라고 있는거잖아요! 오랜만에 광합성도 좀 하고, 달콤한 커피향도 맡으면서 허니 브래드를 입에 딱- 하고 넣으면…. 으으, 생각만해도 입에 군침이 도네요. 헛, 너무 먹는 얘기만 했나요? 허허, 제가 점심을 제대로 못 먹어서…. 이해해주세요, 여러분~'
피식- 얼굴도, 제대로 된 이름도 모르지만, 왠지 눈썹이 아래로 축 쳐져서는 억울한 눈빛을 빛내고 있을 것 같은 DJ의 말투에 우현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그 익숙한 목소리가 자신이 매일 듣는 라디오 DJ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고 속으로 라디오를 들을 수 있다며 환호성을 지르던 것도 잠시, 금세 DJ의 목소리에 빠져 허우적 댈 수밖에 없었다. 듣고, 듣고, 또 들어도 매력적인 목소리라니까. 우현은 다시 커피 한 모금을 입속에 머금고는 무심코 카운터 앞의 진열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평소에는 관심에도 없던 디저트들이 자신을 먹어달라 부르는 것 같았다. 특히, 허니 브래드가.
"…먹어, 볼까…."
우현의 발이 카운터로 향했다.
****
호원은 성규의 마지막 멘트가 나가는 때에도 멍하니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한 시간 전, 성규의 부탁-이 아닌 자신이 가장 이곳에서 나이가 많고 한가해 보이니, 로비로 내려가 자신의 친구를 데려오라는 억지-으로 인해 만나게 됬던 사람을 떠올렸다. 남자답긴 하지만 영 여리여리한 성규에 비해 좀 더 다부진 듯한 몸매에 일명 '센캐'를 연상시키는 얼굴. 하지만 (나름 처음 본 사람이라고)예의를 갖추어 활짝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지는 느낌이었다. 물론, 자신이 남자를 좋아하는 게이라거나, 게이라던가, 게이라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그에게서 도시락을 받아들 때의 손 끝이 저릿한 느낌과 거의 30년을 살아오면서 얼굴에 홍조가 돈다고 쪽팔려했던 몇 번의 기억은 저리가라 할 만큼 붉어지다 못해 새빨게진듯한 후끈함은 자신이 그에게 첫눈에 반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한숨을 푹- 내쉰 호원은 점점 작아지는 끝 음악 소리를 듣고는 터덜터덜 뒷 쪽에 있는 소파로 걸어가 털썩하고 제 몸을 떨어트렸다.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자신이 남자를 좋아하게 된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원래 사랑은 진정으로 마음이 닿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성별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왜 한숨을 쉬며 고민을 하냐고 한다면….
"아씨,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지?"
뭐, 그런 거였다. 한참을 끙끙 앓던 호원의 앞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아, 뭐야, 이건. 신경질을 내며 팍하고 고개를 든 호원은 제 눈앞에 보이는 성규의 얼굴에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무슨 볼일있어?"
응? 뭐야, 이 반응은? 성규는 호원의 짜증섞인 물음에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니, 나 오늘 지각했는데, 안혼나나?
"저 오늘 지각했잖아요."
"……."
"PD님이 저보고 지각하는 날에는 무조건 남아서 면담 좀 하자면서요."
"…아."
멍청한 소리를 낸 호원이 잠시 상황파악을 끝내고는 멋쩍은 듯 헛기침을 했다. 미안, 내가 딴 생각 좀 하느라. 그리고 제정신을 찾은 호원이 잔소리를 퍼부으려 입을 여는 순간, 어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맞다, 아까 걔, 김성규 친구였지?
"야, 김성규."
"넵, PD님."
"너, 오늘 지각…."
"아, PD님! 요번주에 오늘 하루만 빼고 매일 일찍 왔잖아요! 한번만 봐주세요! 흑, 저 이 라디오 안 하면 할 일도 없는 백수가 된단 말이에요…."
성규는 최대한 불쌍하게 들리게 말끝을 흐렸다, 그에 얼굴이 살짝 찡그려지는 호원이었다. 그 표정이 딱히 부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금새 캐치해 낸 성규가 속으로 풍악을 울렸다. 그래, 김성규. 잘하고 있어! 이런 연기 천재같으니라고!
"아니, 그게 아니라…. 아씨, 그래, 너 충분히 반성한거지?"
"네! 당연하죠!"
"…그럼, 네 친구 전화번호 알려주는 걸로 퉁쳐."
"…네?"
내 친구? 호원의 말에 의문을 표한 성규가 자신이 현재 연락하는 친구들의 얼굴을 하나씩 떠올려보았다. 호식이…는 백수고, 정재…? 는 지방에서 회사다니느라 바쁜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호원과 점접을 이루는 녀석이 없었다. 대체 누굴 말하시는 거지?
"제 친구 누구요?"
"…오늘, 토스트 주고 간 애."
"아, 동우요?"
"그래, 걔. 빨리 전화번호 줘."
"근데, 왜요? 갑자기?"
아따, 겁나 관심도 많네. 얘는 왜 오늘따라 꼬치꼬치 캐묻고 난리야. 사람 민망하게. 궁금하다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성규의 모습에 한숨을 쉰 호원은 머리를 손으로 짚었다.
"…거기까진 쓸데 없는 관심이야. 전화번호나 내놔."
난감한 듯한 얼굴로 자신의 핸드폰을 건네는 호원의 모습을 보며 성규는 영 찝찝했다. 아, 뭔가 알 듯 한데…. 저게 그냥 나오는 얼굴이 아닌데…. 의심의 눈초리로 호원을 바라보던 성규는 순간 스치는 생각에 눈을 크게 떳다.
"헐, PD님 설마…."
"…뭐."
"…설마, 동우한테 관심 있으세요?!"
"……."
망했다. 호원의 표정이 순식간에 절망적으로 바뀌었다. 아씨, 이 새끼는 왜 쓸데 없는데 눈치가 빨라서는 지랄이야, 지랄이. 그런 호원의 표정을 본 성규가 놀라 더 커질 것도 없을 것 같은 눈을 키우며 말했다.
"헐, 진짜?!"
"그래! 그렇다, 왜!"
"아, 안돼요!"
"왜 안돼?! 걔 노멀이야?"
"아, 그건 모르죠! 한번도 애인을 만든적이 없는 애니까요! 썸만 타봤지!"
"그럼 첫 애인이 나 인거네? 그거 좋은 거잖아. 나 같은 사람을 처음으로 만나기도 힘들어."
…뭐야, 이 뻔뻔하게 자뻑 멘트를 날리는 생명체는.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쏘아보는 성규에 잠깐 움찔한 호원은 민망함에 헛기침을 하고는 성규의 눈길을 피했다. 아니지, 뭘 쪼는 거야, 이호원! 이럴때일수록 뻔뻔하게 나가야지!
"아씨, 시끄럽고. 빨리 번호나 내놔! 안그럼, 확! 디제이 바꿔버린다?"
…미안하다, 동우야. 호원의 협박에 어쩔 수 없이 동우의 번호를 호원의 핸드폰에 찍은 성규는 속으로 동우에게 사과를 건냈다. 하긴, 우리 호PD님이 그렇게 나쁘신 분은 또 아니니까…. 하지만, 동우를 나쁜 아저씨에게 덜컥 선물로 줘버린 것 같은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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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오늘 방송도 끝이 났네요.역시 날이 맑은 날에 방송을 하는 건 사람을 들뜨게 하는 것 같아요. 여러분도 좋은 오후셨나요? 흐흐. 아무튼, 오늘은 금요일이었죠? 그럼 내일은? 바로바로, 토요일! DJ규의 라디오 주말버전 <규하고 우는 밤>으로 저녁 9시에 찾아뵙겠습니다. 이상, 규였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규데이가 되세요! 안녕!'
DJ의 끝인사가 나가고 음악이 시작되자 그제서야 우현은 자신이 사놨던 커피를 한 입도 먹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목소리에 취해 점심용 식량을 잊다니…. 한숨을 내쉰 우현이 카페에 들어오기 전 넘겨보다만 카메라를 들고 다시 사진을 골라내기 시작했다.
한참을 찡그린 얼굴로 다음 버튼을 누르던 우현이 한 사진에 멈춰섰다. 북적북적한 인도, 뜨거운 태양, 거기에 반대되는 텅 빈 반대편 달동네 거리, 그리고 그 둘을 유일하게 이어주는 낡고 긴 횡단보도. 그 사진을 보던 우현이 이내 예의 멍뭉이 웃음을 지었다. 마침 지나가는 차도 없길래 무작정 차도에 서서 마지막 달동네와의 추억이랍시고 찍었던게 이렇게 멋지게 나올 줄이야. 싱글벙글 웃으며 무의식적으로 커피를 집었다.
"으억-"
이게 무슨 맛이야!!! 라디오에 정신을 빼앗긴 시간 동안 얼음이 녹아버렸는지 밍밍해진 커피의 맛에 우현이 인상을 쓰며 혀를 내밀었다. 아무래도, 버려야 겠지…? 눈물을 머금고 커피를 버린 우현의 눈길이 이미 잊혀진 존재가 된 허니 브래드에 닿았다.
"아씨…."
온몸을 흔들어대며 절망감을 최대한 표현한 우현은 울상을 짓고는 전투적으로 포크를 들었다. 우리 DJ규님한테 추천받은 너는 내가 다 먹어주마!
결국 제 앞에 놓여진 허니 브래드를 커피도 없이 흡입한 우현은 이번엔 달달함에 몸부림을 치며 우는 모양을 하고는 주섬주섬 제 짐들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자연스럽게 집으로 향하려던 발길이 마침 사진을 정하면 자신에게 보여달라고 했던 명수의 부탁이 떠올라 다시 반대편으로 방향을 돌렸다. 이것저것 우현에게 일이 터질 때 마다 항상 옆에 있어주던 친구의 약속을 어떻게 거절하랴! 순간 스쳐지나가는 명수와의 추억들에 작은 웃음을 지은 우현이 순간 스쳐지나가는 횡단보도에 발길을 멈췄다. 아까 고른 사진에 횡단보도가 있어서 인지 오늘따라 자꾸만 눈에 밟히는게, 사진 한 번 찍어줘야 될것만 같았다. 망설이다가-사실은 별 고민 없이 손이 가는 대로-카메라를 꺼내든 우현이 횡단보도 쪽으로 렌즈를 돌렸다.
어, 사람이 서있네. 갈색머리에 얇은 코트를 하나 입고 백팩을 매고 있는 사람이었다. 잠시 이 사진을 찍게 되면 초상권침해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멈칫한 우현이 이내 그 사람이 mp3에 정신이 팔려 자신 쪽은 보지도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는 재빨리 셔터를 눌렀다.
찰칵.
사진이 제대로 찍혔는지도 확인할 새 없이 그 사람이 고개를 들어 자신을 노려볼까 겁이 난 우현은 눈을 질끈 감고는 재빨리 명수의 작업실 쪽으로 뛰어갔다.
헉, 헉. 이내 한 오피스텔 앞에 도착한 우현은 턱까지 차오른 숨을 골랐다. 얼마나 힘을 주고 달렸던지, 긴장이 풀리자 다리가 풀려 주저 앉을 수밖에 없었다. 겨우 정신을 차린 우현이 자신이 뛰어온 쪽을 보며 아무도 따라오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휴, 감방가는 줄 알았네. 손으로 없는 땀을 훔치던 우현이 아직도 자신의 손에 꼭 붙들려 있는 카메라를 보고는 재빨리 찍힌 사진을 확인했다.
걱정한 것과는 달리 깨끗하게 찍힌 사진에 우현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적당히 밝은 빛에 비춰지는 깨끗한 도로, 그리고 횡단보도 너머에 고개를 푹 숙이고는 손을 꼼지락대며 서있는 한남자.
"…이쁘다."
우현의 웃음이 한층 더 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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