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야 나 학교배정 오류난듯...... 아!! 뭔데!!!!"
배정된 고등학교를 보고선 소리칠 수 밖에 없었다.
『수만고등학교』
이런 지랄맞은 컴퓨터!!!! 빨리 내걸 보여주라고!!하며 F5키를 연신 눌러대었지만 수만고등학교 글씨만 보일뿐이다.
괜히 확인사살까지 다했네.....
저학교를 몇지망에 써내었는지 기억도 잘 안난다.
참 운없게도 갈 수 있는 고등학교중에 대충 써냈던 학교에 가게될 줄이야.
친구들은 가고싶다던 학교로, 그것도 친한친구들이랑 붙어서 가게되고 나만 동떨어졌다.
친구들은 어쩌냐며 위로아닌 위로를 해주고 자주 연락한다며 내손가락을 가져가서 약속표시까지 해보였다.
그러고선 얼마지나지 않아 자기들끼리 "우리붙었다!!" 하면서 얼싸안고 좋아하는데 지킬앤하이든줄.... 방금까지 나 토닥여줬잖아 나 안보이는 곳에서 좀 그러던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친구들 어떻게 다시 사겨... 안그래도 낯가림 심한데 미치겠네 진짜.
도경수 철벽이라며. 아니던데?
"후하... 미친척한번 해야지 뭐"
새학교 새학년 새학기였다. 학교에 들어서면서 며칠간은 새친구 사귀기에 올인하기로했다.
좀 소극적이라 중학교 친구들이 알면 까무러치겠지만 그전처럼 기다리기만 한다면 어느샌가 내가 낄 자리가 없어질 것만 같았다.
나 아는사람도 없을텐데 뭐 어때. 며칠만 고생하면 되지 뭐....
말은 이렇게 하는데 사실 막막해 죽을 것 같았다.
교실문을 열고 들어가니 벌써 친해진건지 몇몇아이들은 모여앉아 수다를 떨고있었다.
"혼자 있는애가..."
중얼거리면서 교실을 둘러보는데..... 젠장할 한명도 없네.... 한명도 없어!!!!!!
마지못해 보이는 곳에 털썩 앉아있다보니 서럽고 답답했다.
친구사귀려고 미친척해야지 마음먹은게 몇분 전인데 시작도 전에 기가 죽어버렸다.
개망했다. 개망했어 멍하니 허공만 보면서 앉아있다가 핸드폰을 꺼내들고 중학교친구들한테 하소연하기시작했다.
'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기 친한애들도 없고 아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
'대답좀 해봐 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개년들... 뭐가 그리 바쁜지 확인조차 안하네. 좋아죽겠다 이거지?
한숨을 내쉬고 홀드키를 눌러 까만화면만 보고있으니 누가 팔을 톡톡 쳐온다.
놀란마음에 나도모르게 인상을 쓰며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당황한듯 했다.
"아, 미안.... 기분나빴어?"
????그게 아닌데?
완전 오해한건데??
좀 차갑게 생겨서 돈 뜯으러 온줄알았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재빨리 인상을 풀고 그런거 아니라며 손사래까지 쳤다.
"아 그런거 아냐. 여기 앉을래?"
눈짓으로 옆자리를 가리키며 말하자 그래도 되냐며 환하게 웃으면서 가방을 책상위에 올려놨다.
미친척한다는게 소심함의 극치를 달리는게 아닌데 한번 닫힌 입을 떼지 못하겠다.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리며 손가락장난을 치고있었는데 그애가 정적을 깼다.
"아...이름이 정수정이야. 이번에 애들이랑 다 떨어졌거든. 보니까 너 혼자앉아있길래! "
수정이구나 이름이... 이름도 예쁘네ㅠㅠㅠㅠㅠㅠㅠ 얘도 친구들이랑 떨어졌다고 하니까 왠지모르게 동질감도 느껴졌다.
예쁘다 예쁘다 생각하다가 수정이가 날 쳐다보고있길래 응? 하고 보았지만 정신차리고 보니 내이름을 얘기안해줬다.
"아, 이름. OOO이야. 친구 어떻게 사귀나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말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짧은순간 말한거지만 되게 잘 지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한결가벼워졌다.
선생님이 본인소개랑 학교생활에 대해 이것저것 알려주시더니 뭔가를 생각하시다가 말씀하셨다.
"자. 그럼 새로운 마음으로 자리 좀 바꿀까?"
아니 그게 무슨소리요 선생양반. 자리를 바꾼다니요ㅠㅠㅠ
수정이랑 마주보면서 제발 짝되기를 빌었는데 왜 매번 간절한건 다 안되는거야.
올해 나한테 무슨 마가 꼈나. 더군나나 남자애랑 짝꿍이라니ㅠㅠㅠ 자리에 앉기전 그 남자얘를 보니 짝꿍을 기다리는건지 아니면 새출발이 긴장되는지 동그란 눈을 이리저리 굴려댔다.
수정이가 내 짝누구냐고 물어보길래 내 옆자리에 앉은얘를 가리켰다.
"도경수?"
"이름이 도경수야?"
"응. 쟤 나랑 같은 중나왔거든. 너 좀 힘들겠다. "
"왜?"
"그게.."
"얼른 앉아라"
이유를 듣기도 전에 빨리 앉으라는 선생님의 재촉에 발걸음을 옮겼다.
그나마 불행중 다행인게 수정이 자리가 옆분단 바로 내 옆이라서 그렇게 멀지않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조용히 "안녕~" 하고 웃으며 쳐다봤는데
'얜 뭔데 이렇게 해맑아' 하는 표정으로 빤히 쳐다보길래 어색하게 입꼬리를 내렸다.
아 괜히 말걸었나 하고 후회하다가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저기..이름 도경수지?" 하고 말을 걸었다. OOO, 제대로 미쳤네 미쳤어.
그 큰눈으로 시선을 나에게로 돌리는데 마치 눈빛이 어떻게 내이름을 알고있는지 말하라는 것 같았다.
"아, 수정이가 얘기해줬어."
내 대답을 듣자마자 고개를 돌렸다.
수정이가 이래서 힘들겠다고한건가? 이유를 안들어도 알겠네. 얘 무슨 어?! 꿀먹고 온줄..
이번에 내가 마음을 독하게 먹긴 먹었나보다 아니면 오기가 제대로 생긴거라던가.
오늘 끝나기전에 내가 얘 목소리 꼭 듣는다.
입학식날부터 정상수업할거라는 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은 "아~~~"하며 짜증을 있는대로 내었다.
이와중에 도경수는 아무렇지 않은지 표정변화없이 그다음 교시가 뭔지 임시시간표를 보고있었다.
가방을 뒤적거리며 책을 꺼내길래 나도 얼른 책상서랍에서 책을 꺼내 올려두었다.
얼마 지나지않아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수업을 시작했다.
수업내내 얘한테 어떻게 말을걸지 고민했다. 힐끔힐끔 쳐다보는데 이런 내시선이 느껴지지도 않는 모양이였다.
아니면 티를 안내는거라던가. 절대 안느껴지지 않을텐데 말이지...
선생님이 한참 설명하시다가 "자 여기 이거 필기해라" 하셔서 애들은 다들 손에 펜 하나씩 들고있는데
도경수는 요지부동이었다.
오호.. 그대 펜이 없군요? 재빨리 필통에서 꺼내어 건네주었다.
"자."
도경수는 펜한번 나한번 쳐다보더니 받아들고선 다시 고개를 돌렸다.
헐 남자앤데 글씨는 나보다 예쁜듯.... 도경수 책에 있는 필기랑 내책을 번갈아 보다가 도경수를 쳐다보니 얘 역시도 내책을 쳐다봤다.
보는건 좋은데, 살짝 웃는건 뭐야. 비웃는거지? 저거 지금 내 글씨 개발새발이라고 비웃는거네. 맞네!!! 두손으로 필기한걸 가려봤자 이미 늦었다.
그렇게 수업을 마저 듣는데 아무래도 방학동안 맘편히 쉬다가 갑자기 공부하려니 좀 힘들었나보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눈이 감겼고 눈을 뜬건 수업끝종소리를 듣고 나서였다. 정신이 들어 옆자리를 보니 도경수는 자리에 없었다. 화장실간건가... 푹숙이고 있던 고개탓에 목이 아파 오른쪽 왼쪽 번갈아가며 목을 움직이는데 살짝 열린 필통으로 도경수한테 빌려준 펜이 보였다. 내가 자니까 아마 쓰고 다시 넣어둔 모양이다.
종치기 몇분 전 도경수가 자리에 앉았고 그 다음 시간을 준비하고 있었다.
턱을 괴고 종치기를 기다리다가 아, 하고선 다시 펜을 꺼내 도경수 책상에 올려두었다.
"너 펜없잖아. 오늘 그냥 그거 써"
펜을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뭐지.. 잘 안나와서 그런건가? 저거 완전 잘나오는건데
"왜? 다른거 줄까? 그거 잘 나올텐데.."
내말에 날 쳐다보더니 대답대신 펜을 집어들고 책을 펴 무의미한 낙서들을 하기시작했다.
아마 잘나온다는 의미겠지. 말로 하면 얼마나 좋아.
이번시간 역시나였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교과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않아 졸기 시작했다. 뭐 딱히 좋아하는 교과가 있는건 아니지만 하하..
수업이 끝나자 내 펜은 역시나 필통속에 자리했고 도경수는 자고일어나서 눈이풀린 나를 보곤 '얜 뭐 하루종일 잘 기세네' 하는 눈빛이였다.
졸린걸 어쩌라고......
종이 치자마자 이번시간엔 꼭 안 잘거라고 마음먹고 필기도 예쁘게 하기로했다. 선생님이 들어오시자 다시한번 펜을 건넸다.
"자. 그냥 오늘 하루 너 쓰고 줘도 돼"
진짜 이번시간엔 안졸았다. 필기도 예쁘게 하고 내 스스로 뿌듯해하면서 고개를 박고 교과서를 보고있는데 종치기 5분전쯤 도경수가 펜을 내필통속에 넣는게 보였다.
아니 얘 무슨 청개구린줄. 오늘 하루 쓰고주라니까 수업끝날때마다 넣어두는 건 뭐야.
"안 넣어둬도 돼. 그냥 써"
내가 자는줄 알았던 모양이였다. 안그래도 큰눈이 더 커지며 나를 보는데 우와 씹덕이 터지신다. 말을 좀 안해서 그렇지 참 준수한 외모였다.
내 말에 그냥 잠깐 쳐다보다가 대답도 없이 다시 교과서로 눈을 돌렸다. 얘랑 짝된지 얼마 안됐는데 벌써 적응되려고 할정도다.
"그냥 써도 된다니까 그러네 참..."
쉬는시간마다 수정이랑 얘기하는데
"아 왜 너가 힘들겠다고한줄 알겠어."
"그치."
'후하...답답해 죽을듯. 오기도 생기는거 같고"
"중학교때도 쟤랑 말한 여자애 거의 없을걸ㅋㅋㅋㅋㅋㅋ"
"너도?"
"나라고 뭐 별 수 있나"
"그럼 내가 돼야지"
"..뭘?"
"쟤랑 말한 여자애"
종이 치자 자리로 돌아가면서 말했다. 수정이가 가능하겠냐는 표정을 지어보였는데 안될건 또 뭐야... 계속 말 걸면 자기도 별 수 없겠지
이번시간에도 역시나 펜을 건넸다. 건네줄때마다 착각일진 몰라도 '얘가 나한테 언제까지 주려나' 하는듯한 표정이여서 오기가 생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역시나 수업이 끝나면 내필통에 자리했다.
중학교때랑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라면야 하교시간이 저녁이라는거? 그만큼 오래수업한다는거? 그거였다.
적응되지않아 죽어날 것 같았다. 다른애들을 보니 나랑 매한가지였다. 고개를 돌려 도경수를 쳐다보니 얘도 이제 좀 힘들어보이는 눈치였다.
힘들다고 나랑 얘기도 하고 그러면 좋을텐데 그런 다정한 짝도 없고 재미도 없다.
어느새 마지막교시였는데 나는 물론이고 도경수도 좀 졸았다. 책상으로 곤두박질 치는 고개탓에 눈을 떴는데 도경수도 눈을 감고있었다. 옆선이 참 예뻤다.
남자얜데 뭐이리 예뻐. 하고 멍하게 쳐다보는데 천천히 도경수 눈이 뜨였다. 갑자기 일어나길래 당황해서 괜히 딴청을 했는데 도경수가 날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뭘보냐고 말이라도 하라고 좀 제발!! 이제 마지막 교신데 답답해죽겠다. 도경수목소리 결국 오늘은 못듣나보다.
수업끝이라는 선생님의 말에 기지개를 켰다. 머지않아 종이쳤고 드디어 집에 간다며 좋아하는 애들이 눈에 보이고 나도 기분좋게 가방을 싸려고 이것저것 넣다가 필통을 넣으려고 보니 이번엔 도경수가 펜을 넣어두지 않았다. 도경수를 올려다보며 필통을 벌려서 펜 넣으라는 제스쳐를 하니까 주변을 둘러보다가 당황한듯 했다.
잃어버렸나? 나도 같이 허리를 숙여 책상아래를 찾아보고 있는데 도경수가 날 툭툭치길래 찾았나하고 다시 고쳐앉았는데 손에 들린게없다.
"ㅇ..어... 졸다가 떨어뜨린거 같은데 어딨는지 모르겠다. 내가 같은걸로 사줄게."
아무리 그냥 펜이라지만 미안하다는 말도 안하고 사주겠다는 말로 대신하길래 짜증도나고 속상도 했지만 괜찮다며 신경쓰지 마라고했다.
근데 표정은 숨길수가 없다고 속상해하는 표정이 내비춰진걸 읽은 것 같았다.
집에 가면서 표정관리를 좀더 잘할걸 하고 자책했다.
도경수 철벽이라며. 아니던데?
다음 날 아침 도경수가 앉아 있길래 밝게 인사하니까 역시나 또 날 빤히 쳐다보곤 대답이없다.
그러려니하고 자리에 앉으니까 슬그머니 책상위에 펜하나를 올려두었다.
??? 나니데스까?
이거 뭔데?? 신경쓰여서 사온거임???
"뭔데?ㅋㅋㅋㅋㅋㅋㅋ"
귀가 좀 빨개지길래 부끄러워하는걸 알았다. 그 펜 좀 잘나오길래 아끼는 거긴했지만 비싼것도 아니였는데, 제딴엔 나름 고민했나보다.
사러갔다가 똑같은 게 없는데 싸구려펜을 사다주긴 좀 그랬을 거고
한눈에 봐도 딱 비싸보였다.
"야 이거 비싼거잖아. 이거 너 쓰고 어제 그건 그냥 잊어버려"
"그냥 써."
날 쳐다보지도 않고선 저리 대답하는데 뭐저리 차갑나 싶으면서도 생각해주는 마음이 고마웠다.
자리에 앉아서 펜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보고있는데 옆에서 좀 우물쭈물 대면서 힐끔대길래 신경안쓰려고 했다가
결국엔 "왜?" 라고 하면서 눈을 마주했다.
어젠 그렇게 내눈 뚫어지게 잘 보더니 내가 쳐다보니까 또 못쳐다보네.
"왜그러는데?"
"그.."
"응"
"어제는 미안."
하면서 책상아래로 손가락을 꼼지락대는데 어린아이같았다.
아마 어제 미안하다 말안한게 좀 마음쓰였나보다. 저런 도경수를 보니 내가 표정관리 못한걸 괜히 후회했네 생각했다. 하마터면 이걸 못볼뻔했네.
"괜찮아. 그렇게 안미안해해도 되는데"
하면서 쳐다보니까 그제서야 조금 입술을 삐죽대며 웃으려고한다.
그나저나 말이 좀 트인건가. 자연스레 몇마디 주고받았더니 더 친해질 수 있을 거같은 괜한 자신감도 생겼다.
힘들 것 같다고 투정부리던것도 짜증낸것도 다시 생각해보면 괜찮을것 같기도하다.
망작되는건 아닌지........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