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버티고 - 빅스(feat. 민아 of 걸스데이)
도경수 철벽이라며. 아니던데?
학교랑 집이 좀 먼탓에 아침마다 엄마차를 타고 등교해야했다. 버스 배차간격이 커서 놓치기라도 하면 큰일이였다. 혹여나 늦을까봐 빨리 좀 나오라는 엄마의 고함에 등떠밀려 졸린눈을 비비며 아침일찍 집을 나서기 일쑤다.
등교시간까지 한참 멀었는데 일찍가서 뭐하지..
엄마한테 피곤하다며 투정도 부려보고하지만 이내 저혼자 지쳐 골아떨어져버린다.
날 흔들어 깨우는 엄마의 손짓에 가방을 들쳐매고 교문을 보는데 아무도 없어.... 이것봐 완전 일찍도착했네! 좀 더 자고 왔으면 좋았을것을ㅠㅠㅠㅠ
학생들 목소리로 그렇게 시끄러웠던 교문앞이 텅텅비어있었다.
"내가 일등이려나... 열쇠가지고 가야겠다."
교실로 올라가려다 발걸음을 돌려 교무실에 있는 열쇠함으로 향했다. 다른반 열쇠는 다 걸려있는데 우리반만 열쇠가 없었다.
나말고 빨리온사람이 있다고? 나 이렇게 빨리 왔는데? 발걸음을 재촉해 교실로 올라갔다.
뒷문, 창문이 닫혀있는거보면 누가 없는것 같은데 앞문만 조금 틈을보이고있었다. 창문으로 누구지하고 고개를 빼꼼내밀어 확인하는데 익숙한사람이다.
'쟤 왜저렇게 빨리 왔어...' 생각하면서 보고있으니까 도경수가 시선을 느낀건지 고개를 돌려 눈을 맞췄다.
물건훔치다가 걸린사람마냥 놀라며 교실로 어색하게 들어가니까 내게서 시선을 거둔지 오래였다.
"안녕.."
"...."
인사하자 날 한번 쓱 보긴하는데 되돌아오는 말이없다. 하하..... 어련하시겠니....
문을 꽉닫고 있어서그런지 밤사이 공기가 많이 탁해졌다.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기침이 나올뻔했지만 참을만 했기에 꾹 참아냈다.
옆에 산있어서 공기도 맑겠구만 왜이리 답답하게있는지 원.. 오자마자 창문도 안열고 핸드폰만 쳐다보는 도경수를 보다가 이내 다시 일어나서 창문을 열기시작했다.
내가 뭘하든 아무런 관심도 없는지 도와주기는 커녕 쳐다보지도 않는다.
어렸을때부터 기관지가 좀 안좋아서 초등학교, 중학교때도 창문은 거의다 내가 열어서 아침 일찍 반공기를 환기시켰다.
올3년간도 마찬가지겠네... 창문을 열다가도 탁한공기탓에 기침이 자꾸 나왔다.
"콜록..콜록 크흠.. 큼"
조용하던교실에 울리는 갑작스런소리에 놀란것일까 두눈을 동그랗게 뜨고선 날 바라보았다.
귀여운외모와는 어울리지않게 큰손으로 감싼 핸드폰에서 나오는 빛이 그 눈을 더 빛나게했다.
머쓱해져서 괜히 "왜, 기침하는거 처음봐?" 하고 말했는데 마치 그눈빛이 진짜 처음보니까 니 할일이나 마저해 하는것 같았다.
도경수가 저렇게 눈을 크게뜨고 쳐다볼때면 할말이 있다가도 사라졌다. 눈동자에 무슨 마법걸어놓은줄... 존나 익스펙트로늄!!!!!
도경수의 시선까지 신경쓸 수 있는게 아니니까 내가 신경을 끄기로 마음먹었다. 잠겨있는 윗쪽창문엔 손이 닿지않아 의자에 올라가야만했다. 도경수 쟤는 나보다 좀 커서 닿을텐데... 날 계속 보고있으면 좀 해주라고할까싶어서 고개를 돌렸는데 쟤한테 뭘 기대한건지 참. 날보고있긴커녕 핸드폰스크롤만 내리고있었다. 지금까지 날 계속 보고있을리가 없지.
"도경수."
역시나 말없이 고갯짓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전엔 쳐다도 안봤었는데 이정도면 발전한거지 하면서 스스로를 위안했다.
"저..나 이거 손이 안닿아서 그러는데 좀 해주면 안돼?"
내 말이 끝나자마자 날 바라보던 눈으로 아래를 가리키며 눈짓을 했다.
앟ㅎㅎㅎㅎㅎ그래ㅎㅎㅎ 의자밟고 알아서하라는 얘기지 저거? 좀 해줄법도한데 그렇게 귀찮나싶어 괜히 콧잔등을 찡그리며 드르륵소리내어 의자를 가져다놓고 창문을 열었다. 아까 날 계속 쳐다보길래 걱정해서 그런줄 알았는데 시끄러워서 그랬던거였나. 아주그냥 모든게 다 착각이였네.
마지막 창문을 열때즈음 수정이가 도착했다. 밝게 웃으며 인사하는 걸보고 도경수랑 둘이서 뻘쭘할텐데 하며 걱정했던걸 내려놓았다.
"OO아 일찍왔네? 창문 니가열었어?"
"응, 내가 기관지가 좀 안좋아서."
다 내가열었냐는말에 도경수를 한번 흘기면서 대답했는데 정작 본인은 신경쓰지도 않는모양이였다.
등교시간이 가까워지자 아이들이 하나둘 들어오고 이내 곧 하나둘 자리를 채워갔다.
도경수 옆에 앉아있다 문득 아까부터 핸드폰으로 뭘 저렇게 보나 궁금해져서 "아까부터 뭘그렇게 봐?" 하면서 좀 들여다보는데 참 별거없다.
그냥 오늘 주요뉴스나 스포츠소식 그런걸 보는듯 했다. 아무대답없길래 옆에 앉아서 작은 화면만 같이 보고있는데 조금씩 신경이 쓰였나보다.
"뭘 그렇게 쳐다봐."
"아니, 너 뭐하나해서. 너 야구좋아해?"
야구관련기사를 유독 잘 보길래 야구 좋아하냐고 물었더니 대답이없다.
"야구 좋아하냐니까?"
"응?"
"야구 좋아해?"
"나 언제까지 물어봐야 돼?"
산정상에서 야호- 하고 외치면 메아리라도 있지 이건 메아리도 없고 허공에 대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나도 오기가 생겨서 계속 물어보며 대답을 들으려고하니까 도경수가 좀 귀찮았는지 핸드폰 홀드키를 누르며 까만화면을 보이고선 나를 쳐다봤다. 또 저표정이다. 자기 눈큰거 누구나 다 알텐데 왜 자꾸 저렇게 눈 크게 뜨고 쳐다보는지 모르겠다.
"응? 나는 야구 되게 좋아하는데, 넌어떠냐고"
그 눈빛에도 굴하지않고 한번 더 물어보자 작은 한숨을 내쉬더니
"응, 좋아해."
도경수의 대답을 듣고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차차 대화하면 되겠다. 내가 좀 입아프고 목아프겠지만 둘다 말없이 조용히 있는것보단 훨씬 나은듯 했다.
"진짜? 그럼 나중에 같이 야구장가자!"
생각치도 못한 도경수대답에 너무 들떠서 도를 넘었다. 뱉고나서야 후회해봤자 돌이킬 수 없다고 '아차' 하긴 했지만 당황한 티를 내지않으려 괜히 억지로 웃어보였다.
이런 나보다 더 당황한건 도경수인듯 했다. '얘를 어떻게 해야될까' 하는 듯한 표정으로 갑자기 눈을 막 굴리면서 고민하는게 읽혔다.
저말이 그렇게 막 고민하고 당황해야하는건가. 싫다고 말이라도 하면 덜민망할텐데 대답도 없이 가만히있으니 무안해죽겠다.
"야 농담이야." 하고 수습하자 어째 아까보다 더 어색해졌다.
이 망할입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가지..
-
사실 도경수가 말이 아예 없는건 아니고 여자애들하고 좀 유독그랬다. 우리반에 박찬열 김종대 오세훈이라고 도경수랑 같은중학교에서 온 애들이 있는데 걔들이랑은 말하는거보면 낯선사람인 것 같이 느껴질 정도로 말을 잘한다. 수정이도 저 넷이랑 같은 학교여서 아는데 도경수, 원래 여자애들이랑 말을 잘 안하는거라고한다.
그럼뭐야... 간간히 나랑 말하는건 내가 너무 선머슴같아서 그런다는건가.. 내가 여자로 보이지않나? 이렇게 여성스러운애가 나말고 또 어디있는데 하고 도경수멱살을 잡고 소리치고싶었지만 어디까지나 상상이였다.
별일 없이 반나절이 지나가고 점심 먹을시간이 됐다. 밥은 수정이랑 같이 먹는데 1학년은 밥먹는순서가 제일 마지막이라 10분정도의 여유가있었다. 도경수가 옆자리에 앉아서 그전시간까지 졸다가 눈을 비비는 날 계속 보길래 자다가 침이라도 흘렸나 놀라서 입가를 만지작거리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뭐야 침도 안흘리고 깨끗하게 잤는데 왜저런대.
도경수는 점심먹을때 김종대 오세훈 박찬열이랑 같이 먹는것 같았다. 점심시간이여서 저 세명때문에 얘주변이 좀 시끄러워야할텐데 왠일로 조용하길래 교실을 둘러보니 저 삼인방이 보이질 않는다. 얘빼고 밥먹으러간거아냐? 얘 왜 오늘 밥안먹지? 하는 생각이 들자마자 말이 먼저 나섰다. 아차하는건 그 나중이고.
"야 너 오늘 점심안먹어?"
이게 뭔 개소린가 하고 쳐다보길래 나도 눈을 크게 떠보이며 응? 안먹냐고 다시 물었다.
대답대신에 시계를 한번 보길래 같이 시간을 봤는데 아직 줄서러갈 시간은 아니였다. 아니 그게 아니고 너 왜 혼자있냐 뭐, 그런걸 물어보는거지.
"다른 애들은? 너 밥안먹으면 배고플텐데. 오늘 갈비찜나오거든."
옆에서 수정이는 나랑 도경수를 번갈아보면서 꽤 흥미있다는 눈치였다. 도경수가 옆에 있던 수정이를 한번보더니 날 한번 눈짓으로 가리켰다.
수정이는 그제서야 "OO아, 밥 안먹어? 가자" 하면서 나의 화제를 돌렸다.
"아니 먹어야지. 근데 쟤 안먹으니까..."
"먹을거야. 너도 얼른 밥먹으러가."
대답을 듣기전까지 밥먹으러 안가겠다는 듯이 말하니까 그제서야 좀 대답을 한다. 진작에 좀 이러면 얼마나 좋아. 이 꽃다운나이에 화병나 죽겠네.
아,그래? 하면서 회심의 미소를 짓는 날보고 모든걸 포기했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헐"
"야 들었냐?"
"너도 얼른 밥먹으러가래. 내 귀가 고잔줄."
언제들어온건지 박찬열 김종대 오세훈이 한마디씩 했다. 세명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도경수가 눈을 감으며 마른세수를 했다. 피곤한 일이 생겼다는 듯한 표정에 뜨끔해서 수정이를 이끌고 교실밖을 나가려고하니 잠깐만 기다리라며 교실문앞에서 재밌는 구경이 생겼다는듯 다 보고있다.
"와 우리 쌤 심부름 갔다올동안 너는 연애중이세여?"
"무슨 연애야."
"너 도경수 아닌거 아니야?"
"맞거든."
"얘가 아직 밥을 안먹어서그런가..."
박찬열이 말을 끝내고 도경수의 몸을 이리저리 살피고 머리도 콩콩하며 쳐댔다. 도경수가 박찬열 팔을 잡고 장난스럽게 몇대 때리는사이 오세훈이 수정이를 보며 나와 도경수를 번갈아 가리켰다.그러고선 뭐냐는 식의 제스쳐를 취하길래 수정이는 그냥 웃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도경수가 배고프다며 밥먹으러가자고 애들 등을 떠미는걸 보고서야 수정이도 나한테 어서 가자며 급식실로 향했다.
도경수 철벽이라며. 아니던데?
해가 다시 떴다. 건조한 봄날씨에 입가피부도 말라갔다. 입을 쩍- 벌리면서 하품을 하다가 그만 입술 한쪽끝이 찢어져서 작은 핏방울이 맺혔다. 따가운 느낌에 찔끔 나오는 눈물을 닦고 손가락으로 누르면서 교실을 들어서다가 다시한번 하품이 나오려고하길래 헙..하며 입을 다물었다. 아무래도 너무 일찍일어나서 그런가 잠이 아직도 덜깬것 같았다. 교실에 들어가니 역시나 도경수가 핸드폰만 보며 앉아있었다. 매번 그랬던 것처럼 교실에 들어서면 기침이 나올것 같아서 입과 코를 막고 들어갔지만 괜한 행동이였다. 남아있던 내 잔잠을 깨운건 맑은 공기였다. 문앞에서 몇초간 멍하니 서있다가 자리에 앉았다. 도경수가 오자마자 열어둔건가... 나때문에 그런게 아니겠지만 왜 자꾸 웃음이 나오려고하는지 모르겠다.
"안녕. 그.. 고마워."
"... 왜그래."
왜 고마워하냐는건가. 괜히 김칫국 사발로 들이키고 고맙다고 설레발친건 아닌지 후회했다. 입이 방정이지 정말ㅠㅠㅠㅠㅠㅠㅠ
"아... 그니까 창문 그.. 막 열어주고..나.. 기침...."
변명하듯이 횡설수설하는 날 이상하게 쳐다보길래 말을 멈췄다. 아씨.. 아침부터 괜히 이상한걸로 말걸었네...
"아니. 지금 너 여기 피나는거."
하면서 자기 입옆을 손가락으로 콕 찍었다.
지금 피왜나냐고 물어본거야? 왜 고마워하냐고 물어보는줄로만, 그런줄로만 알았다.
"아.. 이거 하품하다가"
이유를 듣자마자 니가 뭐 그럼 그렇지 하는 눈빛으로 싹바뀌곤 다시 핸드폰에 고개를 돌렸다.
뭐야, 걱정해주려면 좀 제대로해주지.
그래도 저렇게 먼저 막 질문한건 처음인데 그 사이에 그런걸 물을만큼 좀 친해진건가싶기도 했다.
괜히 또 신나서 자리에 앉고 도경수를 보며 막 물었다.
"그래서 내걱정 해주는거지 지금?"
"걱정은 무슨. 아니거든."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걸 보고도 기분이 좋았다.
무엇때문일까. 갑자기 이토록 기분이 좋아지는게.
활짝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살랑한 봄바람이 마음을 간지럽혔다.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할까요. 마무으리!!
저 너무 감사해요ㅠㅠㅠㅠㅠㅠㅠ 글잡에 글쓰는거 처음인데
댓글도 많이 달아주시고 신알신도 많이 해주셔서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ㅠㅠㅠ
그리고 암호닉받냐고 물어보시는 분이 계셨는데 제가 감히 받아도 될지.... 생각좀 해볼게요 감사해요 :)
평일연재는 자주 오지 못할 것 같아요 시간날때마다 틈틈히 써서 일찍오도록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고마워요 모든 독자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