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파일 NO.17 - 전쟁
보석을 가만히 보던 찬열이 총을 고쳐 쥐고 난사하기 시작합니다. T가 슬그머니 빠집니다. 위층으로 올라가는 그를 막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쉽사리 찬열에게 접근하지 못하던 꽃님파들이 찬열의 총이 헛도는 소리에 드디어 덤벼듭니다. 그와 동시에 EXO 지원팀이 도착했습니다. 찬열에게 덤비는 남자에게 총을 쏜 민석이 다시 저격하며 말합니다.
"저격팀 계단 위에서 저격한다. 우리 다 들어가기 좁아!!! 나와 새끼들아!!!"
민석의 소리침에 몇몇이 뒤로 빠집니다. D.O는 빠르게 보석에게 다가갑니다. 주위에 탄알이 날아다니든, 칼이 날아들든, 가볍게 피합니다. 보석에게 다가온 D.O가 보석의 어깨를 흔들며 말합니다.
"보석. 괜찮냐?"
그녀가 눈을 슬쩍 뜹니다. 그녀의 눈을 보니 경수로 돌아오는 느낌이 듭니다. 경수가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랄까요. 이상하게 그녀만 보면 냉철하던 자신이 부드럽고 유해집니다. 그 느낌이 마치 답답했던 게 뻥 뚫리듯 시원해서 그녀만 보면 기분이 좋은 것 같습니다.
"괜찮아?"
경수가 눈에 보이니 그녀가 프스스 웃습니다. 인상을 찡그리는 경수에게 그녀가 말합니다.
"눈을 뜰 때마다 조직원들이 느네. 역시, EXO."
"놀랐잖아.몸 좀 사려."
"야, 이거나 풀러 봐. 아오, 시끄러워. 총소리, 소음기도 없냐?"
"Q님이 언제 소음기 주는 거 봤냐?"
경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입니다. 그녀를 묶은 밧줄이 너무 강해서 경수의 힘으로 도저히 풀러지지 않습니다. 또한 경수는 이런 걸 푸는 교육 따위 받지 않았습니다. 원래 차근차근 배우는데, 속전속결 간부가 되는 바람에 총 만지는 법 먼저 배웠다죠. 뻘뻘거리는 경수가 답답한 그녀가 말합니다.
"야, 일단 너무 위험하니까 이거 째로 들어서 좀 숨어봐,"
의자를 덜컥이는 그녀를 바라보더니 의자까지 통째로 들어 올려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 뒤로 숨습니다. 그녀가 묻습니다.
"T도 있어. 조심해."
"아까 대충 보니까 안보이던데?"
"왜지? 아무튼 조심해. 세계적인 킬러라잖아."
"윽, 알았어."
그녀가 발로 툭 치며 하는 말에 경수가 과잉반응을 합니다. 원채 이런 적이 없던 경수라 낌새가 이상한 그녀가 뭐라 물으려던 것도 잠시 조용하게 다가온 꽃님파 조직원이 그녀 뒤로 접근합니다. 그 모습을 보던 경수가 쪼그리고 있던 몸을 일으켜 총으로 쏩니다. 경수가 일어서니 묶여 있는 그녀의 눈높이는 경수의 배 입니다. 어두운 실내에서 검은 옷을 입었는데도 불구하고 피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축축해져 있는 것이 보입니다.
"뭐야..? 뭔데 도경수?"
"별거 아냐."
"미쳤어?? 야, 아이씨 얼마나 다친 건데?"
묶여 있느라 아무것도 못하는 그녀가 얼굴에 걱정을 가득 담고 그에게 묻습니다. 경수는 그냥 고개만 젓고 그녀를 바라봅니다.
"야 일손 남는 암살자 없냐?!!!"
그녀의 소리침에 백현이 다가옵니다. 숨어있는 경수와 그녀를 번갈아 보던 백현이 포박되어 있는 그녀에게 다가갑니다.
"경수 다쳤어, 의료반은?"
"지원 2팀에 있습니다."
포박이 풀러진 그녀가 뻑뻑한 손목을 돌리며 말합니다.
"젠장 진짜. 고마워. 남는 칼 있냐?"
"하나 있습니다."
"후, 하나만."
백현이 건네주는 칼을 잡은 그녀가 경수를 봅니다. 식은땀을 잔뜩 흘리고 있는 경수입니다. 경수 역사상 처음 다친 겁니다. 조직계의 엘리트코스를 밟은 경수는 절대 다칠 일이 없었거든요. 민석을 닮아 정확도는 최고인지라. 그런 경수가 총상을 입었습니다. 버티기 힘들 텐데도 이 악물고 그녀만 보고 있네요.
"너 여기 숨어서 지원해. 난 간다."
"너, 목은 뭐야?"
"이거? 이곳 보스가 한 짓이야."
"그 새끼는 내가 죽일 거야..!"
그녀가 경수를 가만히 바라봅니다. 독기가 담긴 그의 눈은 다시 또 선해지네요. 그녀가 말합니다.
"알았어. 너가 죽여."
전장에 나가려던 그녀의 손목을 잡은 경수가 힘을 주어 당깁니다. 갑자기 경수의 품에 안긴 그녀가 칼을 떨어뜨립니다. 경수의 배에서 흐르는 피가 그녀의 옷에도 닿고, 그녀의 피부에도 닿네요. 그것이 그대로 느껴지는 그녀가 울컥 올라오는 울음을 참습니다. 그런 그녀의 등을 쓸어주며 경수가 말합니다.
"조심해. 끝나고 할 말 있으니까."
"걱정 마. 니보다 선배야, 내가."
애써 울음을 삼키는 것 같은 그녀의 목소리를 느낀 경수가 슬쩍 웃으며 말합니다. .
"최대한 조심하라고."
"너도."
칼을 줏은 그녀가 다시 나갑니다. 위층에 숨어 있던 꽃님파가 내려오고 말 그대로 개판이 되었습니다.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도 모르는 이 싸움판에서의 적은 무조건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입니다. 그나마 EXO는 검은 옷을 입고 있어서 구분이 갑니다.
민석이 멀리서 타오를 부릅니다. 타오에게 달려드는 적을 총으로 쏴버리더니 이리오라 손짓합니다.
"왜여 M님?"
"박찬열 저 새끼 어디다가 버리던지 해봐. 정신 못 차리지 저거."
설렁설렁하고 있는 찬열 캐어하느라 바쁜 민석의 말에 타오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다시 계단을 내려가다가 민석을 돌아보며 말합니다.
"M님 싸움 좀 하시면, 밑으로 내려와서 도와주세요. 쪽수로 밀림니다."
중국어에 잠시 멈칫한 민석이 옆에서 지원사격 하던 조직원에게 총을 맡기더니 타오에게 말합니다.
"모델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다른 곳으로 가."
"네, 알겠습니다."
타오가 싸움판 속으로 사라지고 민석이 찬열에게 다가섭니다. 찬열의 뒤로 각목을 든 꽃님파가 다가오는데요. 민석이 꽃님파를 제지하며 말합니다.
"아오..!!!! 너 이 새끼 정신 안 차리지?! 또 잃고 싶어?!!"
"아, 민석님.."
"너 때문에 내가 몸빵까지 해야겠냐?!!!!"
"아니죠..열심히 하겠습니다."
"말만 하면 뭐해?! 총 잡아!!"
"탄이 없습니다.."
결국 끓어오르는 화를 못 참고 찬열을 때리려 손을 든 민석입니다. 그 손을 잡고 내린 것은 보석이네요. 그녀가 말합니다.
"민석님. 저 칼 잡았습니다. 여긴 제가 할게요."
"어, 그래."
그녀의 애교 섞인 말투에 민석이 돌아서서 가버립니다. 민석은 참 여자 조직원한테 약해요. 남자들한텐 이새끼, 저새끼 잘 하면서. 그녀가 찬열을 봅니다. 어깨에 흐르던 피는 굳어 있고, 얼굴 조금 까진 것 말고는 별다른 상처도 없어 보이고. 그녀가 갑자기 옆구리를 움켜잡습니다.
"으..윽..!!"
찬열이 번쩍 눈을 뜨더니 그녀에게 다가갑니다. 칼 손잡이 부분으로 찬열의 머리통을 내려친 그녀가 말합니다.
"내가 다치고 나서야 정신 차릴래?!!"
"괜찮아?!"
"어! 괜찮다!! 정신 안차려?! 이 멍청아 진짜 죽을 지도 몰라!!"
그제야 찬열이 쓰러져 있던 누군가에게서 총을 뺏어 들고 장전합니다. 마음이 놓이는 그녀가 뒤로 접근하는 꽃님파의 급소를 찌르더니 말합니다.
"살아서 나가자."
"어, 조심해라."
양쪽으로 갈라진 그녀와 그가 미친 듯이 적을 없애나가기 시작합니다.
지원 2팀이 건물에 도착했습니다. 그 앞에는 준면과 종대가 있었는데요, 종대를 처음 본 조직원들이 설명이 필요하다는 듯 준면을 봅니다.
"아, 얘는.."
"안녕하십니까! EXO에 새로 들어온 첸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종대의 말에 준면이 피식 웃습니다. 그래 여자에게 미친 것 치곤 이성이 똑바르게 있네. 루한은 종대고 뭐고 지나쳐 들어갔고 다들 보스에게 인사하며 들어갑니다. 준면이 마지막에 들어가던 레이를 붙잡고 말합니다.
"지원 2팀 총 몇 명이야?"
"정확한 인원은 모르겠코 삼십명 좀 너머."
"한국에 남은 인원은?"
"20명 좀 안 돼는 걸로 알고 있눈데."
"걔네는 왜 안 왔어?!!"
"꽃님파가 확실히 우리 조질려고 한국에도 보냈나 봐. 큽히 연락받고 가써."
"...그래. 알았어. 들어가 봐. 조심하고."
"웅."
레이가 그를 지나쳐 갑니다. 레이가 들어간 것을 확인한 종대가 준면에게 말합니다.
"꽃님파가 얼마나 더 있을 지도 모르는데, 저렇게 다 투입하면 우리가 져. 보스가 중국인으로 바뀌면서 중국 인구 느는 것만큼 조직원들 늘려간 놈들이란 말이야."
"그럼 어떡해야 되는데?"
"우선 넓은 공터로 나와야 해. 건물 높은 곳에서 저격수 두고. 이 주변에 건물만 5개니까 민석형 솜씨라면 충분해. 경수도 저격은 잘하고, 찬열이도 한 실력 했잖아. 다만 문제가 하나 있어."
준면이 종대의 다음 말에 집중합니다. 종대가 우물쭈물 하다가 말합니다.
"저격수가 아군을 죽이면 답이 없다는 거. 그리고 몸으로 싸우거나 칼로 싸우는 애들의 체력. 계속 싸워야 돼. 조사한 바로는 지금 지원 온 우리의 4배야. 우리가 죽어 갈수록 그 배수는 점점 커지고."
단정하던 머리를 헝큰 준면만큼이나 종대도 걱정이 많습니다. 종대 말대로 싸운다면, 몸이나 칼로 싸울 그녀가 많이 위험하니까요. 그녀를 지켜줄 생각으로 왔는데, 이렇게 되면 지키기는커녕 그녀가 더 위험해 집니다. 준면이 작게 말합니다.
"독기 오른 놈들 많잖아. 난 EXO를 믿는다. 그럼 너 계획대로 한다?"
"어, 나도 몸으로 싸울게."
"너, 싸움은 좀 하냐?"
"이래봬도 태권도.."
"닥치고 넌 전략이나 짜. 최대한 안전한 곳에서."
"내가 여기 왜 온 건데..!!"
"너가 죽으면 보석이 살아도 의미 없어. 난 너가 죽을 바엔 다른 애가 죽는 게 낫고. 그만큼 너가 우리 조직에서 중요한 중심이란 말이야."
"전략이나 짤 거였으면, 여기까지 안 왔어. 무슨 일이 있어도 보석 지킬 거니까, 형이 알아서 저격수한테 잘 말해두던지."
잔뜩 화가 나서 돌아선 종대가 건물로 들어섰습니다. 건강 때문에 끊었던 담배가 떠오른 준면은 여전히 EXO를 믿습니다. 그렇지만,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지하 2층으로 급하게 내려온 루한이 앞에 쪼그려 있던 저격수 한명에게 묻습니다.
"보석 어디 있어?"
"저쪽에 있씁니다!"
저격수가 가리킨 곳엔 칼을 들고 날아다니고 있는 그녀가 보입니다. 안심이 되면서 웃음이 납니다. 무사해 보이네요. 빠르게 그녀에게 다가간 루한이 그녀의 허리를 감쌉니다. 루한의 베 쪽으로 가던 칼이 급하게 방향을 트는 바람에 손에서 빠져나갔네요.
"아오!! 오셨씁니까?!!"
격한 인사를 하며 루한을 반기는 그녀입니다. 보석의 몸 구석구석을 살피던 루한의 눈이 그녀의 배로 향합니다. 어느새 굳은 그것은 경수의 피였습니다.
"제 것 아니에요."
"정말? 괜찮은 거지?"
"좀, 다른 곳으로 가시죠? 지금 싸움중입니다."
칼을 줏은 그녀에게 루한이 말합니다.
"무조건 너 몸 먼저 챙겨. 알았지?"
"어휴, 알았습니다. 부담스러우니까 좀 가세요."
"알았어 알았어. 갈게! 조심해 루비!!"
"네에!"
루한 때문에 몰려오는 피곤에 괜히 한숨을 내쉰 그녀가 더욱 힘내서 날아다닙니다. 근데, 속도는 좀 줄었군요.
안으로 들어온 종대가 저격수에게 말합니다.
"보스 명입니다. 저격수는 아무 건물 위층으로 가 주십시오."
종대를 힐끔 본 저격수 한명이 묻습니다.
"누굽니까?"
"EXO-M 소속 첸입니다."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EXO의 시스템을 잘 알고 있는 종대 때문에 일어서서 나갑니다. 종대가 빠르게 눈을 굴려 보석을 찾습니다. 좀 멀리 있네요. 그나마 가까이에 있던 종인에게 말합니다.
"보스 명입니다. 몸이나 칼을 쓰는 자들은 밖에 넓은 공터로 나가주세요."
"네."
요리조리 피하던 종대가 꽃님파가 달려오니 빠르게 피합니다. 그러다가 굴러들어온 곳엔 경수가 있는데요. 도저히 안 되겠는지 콘크리트에 기대에 상처를 꼭 막고 있습니다.
"도경수?"
"...환청이 들리.. 환각도 보이네."
픽 웃은 경수가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내 쉽니다. 아무래도 상처가 많이 아픈가봅니다. 종대가 경수의 손을 치우더니 옷을 들어 올립니다. 벌어진 상처는 총알이 스친 듯 찢겨져 있었습니다.
"으아, 진짜 아프겠네. 너 처음 다친 건가?"
"진짜..입니까..?"
"옆구리 다쳤으면서 머리도 다쳤나. 여기 말고 다른 곳은?"
고개를 저은 경수를 확인한 종대가 치료를 하기 위해 주위를 둘러봅니다. 아무것도 없는 것을 확인하더니 핸드폰으로 준면에게 전화를 겁니다. 총소리와 비명소리가 난무하는 곳에서 잘 들리지 않지만 의사소통은 되는 군요.
"여보세요? 형. 정보 전달 내가 하기 힘들 것 같으니까 다른 애 보내주고, 의료반 따로 만들어야겠다."
-의료반? 너가 다쳤어!!?
"아니!!"
-아, 어디다가?
"어, 그냥 여기 2층으로 하자. 빨리 여기 있는 인간들 공터로 내보내. 의료반 빨리 만들고."
-아오, 따박따박 시키는 것도 많아.
"대신 여기서 살아 나가면 2배로 열심히 할게. 속 안 썩일게."
-알았다 이눔아.
전화를 끊은 종대가 경수를 보고 말합니다.
"어지러워?"
"아니요. 참을 만 해요."
"이거, 다 니 피야?"
"아뇨. 이 주위 사람들 피 입니다."
그러고 보니 경수 주위에 총상 입은 사람이 많네요. 다 경수가 처리한 겁니다. 아픈 와중에도 엄청난 명중률이군요. 잠시 경수랑 대화를 하던 종대가 고개를 내밀고 상황을 봅니다. 다치거나 죽은 사람 빼고는 다 나간것 같네요. 주위에 아무 총이나 주워든 종대가 경수를 봅니다.
"뭐, 합니까?"
"따라오기나 해."
"근데, 여긴 어떻게 온 겁니까? 둘 중 하나 죽네마네 하더니."
"비꽈? 그걸 믿어? 형이 그냥 하는 말이지. 난 밖에 알려지면 안 되니까."
"왜요?"
"형 입장에서 내가 EXO에 있는 게 낫겠냐? 아니면 다른 곳에 있는 게 낫겠냐?"
"EXO에.."
"그래. 아무튼 난 밖에 나가면 종대가 아니라 첸이다. EXO-M소속."
"네. 알겠습니다."
"존댓말도 하지 말라고오. 신입이니까."
"네."
숨을 내어 쉰 종대가 경수를 부축하며 계단을 올라갑니다.
공터는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건들지도 않았는데 픽픽 쓰러져 나가는 사람(저격수들에게 맞은 사람), 한번에 3명이나 상대하는 사람, 아주 긴 칼을 들고 싸우는 사람. 그 긴 칼은 무술가에서 데려온 타오와 그런 타오에게서 배운 루한이 사용합니다. 나날이 늘던 루한의 실력은 어느새 타오와 비슷해 졌네요. 일단, 루한은 루한만의 방법이 있습니다.
"크큭, 다리 다치더니 많이 굼떠지셨구만."
"굼뜬 새끼한테 이딴 거나 주냐?"
루한의 손에 있는 잘린 손목. 남자가 깜짝 놀라며 자신의 손목을 보지만 멀쩡히 2개다 붙어 있습니다.
"훼이크다, 병신아."
대놓고 비웃은 루한이 검으로 목을 베어버립니다. 그 손목은 루한이 애지중지하며 만들었던 지점토모형입니다. 정말 현실적이거든요. 정신없는 와중에 사용하면 백발백중이라고 합니다.
이쪽저쪽 잘도 손 모형을 이용하고 다니는 루한을 멀리서 보던 민석이 어느새 온 경수를 바라봅니다. 배에 흰 붕대를 하고 있네요. 그마저도 조금 붉어졌군요.
"많이 다쳤냐?"
"괜찮아요."
"몸조심하고."
"네."
민석 옆에 자리 잡은 경수가 저격총으로 그녀를 쫒습니다. 그녀 옆에는 종대가 있네요. 한동안 서로를 바라보는 그 모습에 괜히 그 주변 꽃님파를 제거해나갑니다. 후, 실수였다면서 종대 머리끝이라도 쏘고 싶은 심정입니다.
"어..? 어..?!!"
"무사해? 다친 곳은 없어?"
"네..? 예.."
"EXO-M소속 신입 첸이야.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계속 존댓말을 하는 그녀때문에 한숨을 쉰 종대가 결국 웃음을 짓습니다. 다행이 많이 다치진 않아 보이네요. 다만 체력이 많이 떨어진 것이 문제일 뿐.
"힘들면 어디서 쉬고 있어. 저격수 위로 올라가면서 우리가 이기고 있으니까. 이제 얼마 안 남았어."
"와, 다행이다."
"어휴, 너랑 같이만 있으면 루한형이 째려본다. 끝나고 보자. 주변에서 도와줄게."
"몸, 조심해야 되요!"
"응. 걱정 마."
종대가 조금 떨어지고 뒤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빠르게 뒤를 돈 그녀의 눈에 잔뜩 인상을 쓰고 있는 루한이 보이네요. 어색하게 웃은 그녀가 빠져 나가려고 하니 장검으로 막아섭니다. 이건 뭐, 무서워서 살겠나요..?
"왜, 왜 그러십니까?"
"딴 남자랑 노닥거리는 거 한번만 더 보여."
"안 그러겠습니다.."
"몸조심하고."
"네.."
갑자기 루한이 그녀를 안아서 180도 돕니다. 영문을 모르겠는 그녀가 허리가 따끔해서 루한의 품을 빠져나와 뒤로 도니 루한의 등에서부터 배로 관통한 칼이 보입니다. 눈이 잔뜩 커다래진 그녀가 루한 뒤쪽에 보이는 남자에게 칼을 던졌고 루한의 칼을 뺏어들어 내려칩니다.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처리한 그녀가 다시 루한의 앞으로 와서 루한을 봅니다.
"루..한..오빠? 오빠, 제 목소리 들려요?"
"당연, 하지."
쿨럭, 기침을 하니 피가 쏟아져 나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녀가 주변을 둘러봅니다. 다들 왜 이렇게 멀리 있는 건지, 루한이 버틸 힘이 없는지 무릎을 꿇습니다. 그녀가 그런 루한을 부축합니다.
"아니..! 그걸 왜 오빠가 맞아요, 왜?!!"
"너가 아픈 것 보단... 내가 아픈 게 낫지.. 안 그래, 루비?"
"미련하게 진짜!!!"
"루비, 아니 00아. 좋아해."
그 말을 가만히 듣던 그녀가 짜증을 내며 말합니다.
"아 뭔 마지막 대사 같은걸 해요?!! 멀쩡하잖아요! 그쵸?!"
"만약이라는 게 있잖아. 그치?"
"하지 마요, 진짜!!"
바락바락 거리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은 루한이 다시 피를 토합니다.
"아, 왜 자꾸, 왜 자꾸 불안하게 그래요.. 종, 아니 첸씨가 그랬는데, 다 끝나 간데요. 조금만 버텨 봐요. 의료반 부를까요?"
"아니. 너만 보고 있으면.. 자동으로 치료되는 것.. 같아."
"뭔 말도 안 돼는.. 진짜 혼날래요?"
그녀의 눈에 눈물이 차오릅니다. 오늘 도대체 몇 명이나 자신 때문에 다친 건지, 경수 멀쩡한지도 봐야 되고, 루한 치료도 해야 되는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답답합니다.
"울지 마, 다이아몬드. 맘 아파지게."
"오빠는 마음보다 상처가 더 아프겠죠.."
"아니야.. 정말로 맘이 더, 아파."
"...안 되겠다. 여기 가만히 있어요. 알았죠? 카이야!!"
마침 가까이 와 있던 종인을 부른 그녀가 일어서니 루한이 가만히 바라봅니다. 종인이 다가와선 루한을 봅니다. 그를 관통한 칼에 정신이 번쩍 듭니다.
"내가 의료반 불러올 테니까, 너 여기서 보호 좀."
"아 왜 너가 가.."
"나는, 솔직히 오빠 지켜드릴 자신도 없구요. 이렇게라도 해야 답답함이 좀 가실 것 같아서요. 부탁할게."
"네. 조심히 다녀오세요."
그녀가 건물로 뛰어가며 보이는 타오에게 묻습니다.
"타오! 의료반 어디 있어!?"
"의료반 아카 크 컨물 2층!!"
"고마워!"
건물로 들어선 그녀가 2층으로 올라갑니다. 인산인해, 아주 꽉 찼네요. 조직원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의료반입니다. 욕을 하는 그녀에게 구세주 같은 목소리가 들립니다.
"가자. 내가 해줄게."
민석입니다. 워낙 오래전부터 EXO에 있던 지라 산전수전 다 겪어서 대충봐도 견적 나옵니다. 구급상자를 챙겨 루한에게 달려가는 속도가 평소랑은 다르게 빠릅니다.
루한앞에 다다른 민석이 루한을 보고 말합니다.
"지랄도 병 이랬는데 니는 지랄 그 자체인 듯."
"뭐?!"
"상처 확인 좀 한다."
상처를 들여다보던 민석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합니다.
"이건, 병원 가야겠다. 소독약 이거 가지곤 모자라. 존나 흙바닥을 굴렀나."
"안 굴렀거든!"
"됐고. 대충 끝난 것 같으니까 병원이나 가자. 보석은 여기 있어."
"제가 가면 안 돼요?"
"응. 경수가 할 말 있데."
"아..! 경수 무사해요?"
"너 주변 지원사격 다 경수가 한거야. 아무튼 가볼게. 뒤처리 잘하고."
"네. 조심하세요. 오빠 꼭 무사하셔야 돼요."
"우리 루비 위해서라면 언제든 무사할 수 있지."
"입만 살아가지고 미친 새끼."
"뭐!!"
"입 닥쳐!! 무거우니까!!"
루한과 민석이 사라지고 뒤를 돌아본 그녀가 헛웃음을 짓습니다. 진짜, 끝났네요. 그녀가 건물을 올려다봅니다. 안 보이지만 저기 어딘가 경수가 있겠죠. 고개를 내린 그녀의 눈에 종대가 보입니다.
"종인아. 잠깐 자리 좀 비켜줄래?"
"그러죠, 뭐."
종인이 멀리 가버리고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그녀가 말합니다.
"어디 다친 곳은 없어요?"
"응. 멀쩡해."
"어떻게 오신 거예요?"
"광기 때문에?"
종대가 흐흐 웃습니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는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자 이어 말합니다.
"너가 좋아서."
"...뭐, 무슨.."
"진짠데? 보스한테 맞을 각오로 왔.."
"할 말 있다고 한 거 기억나지?"
종대의 말을 끊고 경수가 다가옵니다. 표정을 굳힌 종대가 경수를 봅니다. 그녀가 경수를 보며 묻습니다.
"배는 괜찮아?"
"응. 기억나? 안 나?"
"나지. 내가 바보냐?"
"좋아해."
그녀가 둘을 번갈아 보더니 뭔가 이해가 갔는지 줄행랑을 칩니다. 어디 가냐며 쫒아오는 종대와 배 때문에 뛰지도 못하는 경수가 걸어서 그녀에게 다가갑니다. 도망가던 그녀가 멈춰섭니다. 뒤따라오던 종대도 멈췄고요. 멀리서 보던 경수가 작게 말합니다.
"타이거."
그녀의 앞에 나타난 것은 T입니다. 그녀를 빤히 보던 T가 그녀에게 총을 겨눕니다.
"자, 잠시 만요!"
T는 말이 없습니다. 숨 막히는 정적이 흐르는 이때 경수가 소리칩니다.
"고개 숙여!!!"
빠르게 고개를 숙이는 그녀의 위로 T가 쏜 탄환이 날아갑니다. 그것을 확인한 경수가 총을 주워 쏘지만 탄이 빈총이었습니다. 젠장. 그의 입에서 욕이 나왔고 다시 상체를 세운 그녀의 눈엔 웃고 있는 T가 보입니다. 눈을 꼭 감은 그녀는 어느새 누군가의 품에 위치합니다. 바닥으로 쓰러진 그녀의 아래에는 백현이 있습니다. 그녀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T를 겨냥한 백현이 주위에 잡히는 총을 들고 쏩니다. 탕. 큰소리를 내며 날아간 그것은 정확히 T의 머리를 관통했습니다. 그녀가 백현을 봅니다. 백현도 그제야 그녀를 봅니다.
"와, 대박."
"그러게요. 맞을 줄은 몰랐는데."
"너, 총 쏠 줄 모르지 않았나?"
"저번에 M님이랑 같이 사격하러 갔었거든요."
"와, 진짜 대박. 근데, 너 어깨 왜 그래?"
"아 이거 꽃님파 보스 쫒다가 다쳤어요."
"괜찮아?"
"그럼요. 아까 다친 거예요."
"그 새끼 지금 어디 있는데?"
탄창에 탄이 있나 확인한 경수가 장전을 합니다. 백현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합니다.
"건물 안으로 숨어 든 것 같았는데, 잘 모르겠.. 저거 아닌가?"
백현의 손가락 끝엔 만용이 살금살금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만용을 겨냥한 경수가 총을 쏩니다. 그것은 정확히 만용의 발목을 맞췄습니다. 그녀가 경수에게 말합니다.
"한 번에 보내. 알았지?"
"..응."
D.O가 되다가 돌아온 경수가 그냥 바로 쏴 버립니다. 충격 때문에 움찔한 만용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습니다. 종대가 그녀를 빤히 보면서 말합니다.
"이제 내려오지?"
"헐, 미안!"
"아니에요."
백현이 멍뭉이같이 웃으며 그녀를 봅니다. 드디어 끝났습니다. 완벽한 EXO의 승리입니다.
***
본명 : 김종대
코드네임 : 창구, 첸
그 사건이 있고 일주일 후. 창구로 돌아온 나는 더 빡세게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마음고생한 것에 대한 벌인지 보스가 미친 듯이 일을 시킨다.
평소에 안하던 자료 정리며,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하질 않나.
그냥 다 그만두고 싶다. 근데 나갈 수가 없다. 아직 보석한테 대답을 못 들었기 때문에.
이번 임무 보고서가 완성 되었다.
조직원 전체 30% 손실.
간부 중 루한 등에 관통 자상(刺傷), 찬열 어깨에 자상(刺傷), 경수 옆구리에 총상(모두 중국 병원에 입원 중).
민석, 보석은 엑스랑 한국에서 놀러갔다가 A랭크 임무 수행 중(현재 위치 잠실 롯데월드)
백현 간부 승진(현재 한국 병원에서 어깨 자상(刺傷)으로 인한 입원 중) : 세계적인 킬러라는 T제거. 그 외 많은 활약(정보 구입 500만원^^)
타오 간부 승진(현재 중국 병원에서 팔목 골절 및 타박상으로 인한 입원 중) : 특유의 장검 실력 및 그 외 많은 활약(정보 구입 500만원^^)
레이 간부 승진(극심한 스트레스로 집에서 요양 중) : 의료반에서 큰 활약, 조직원들 모두 극찬함(욕쟁이 할머니네 인 줄 알았다는 구수함이 보였다고 함)
종인 간부 승진(현재 한국 병원에서 온몸 타박상 및 손 관통상으로 인한 입원 중) : 뛰어난 칼 솜씨를 보여주며 활약 및 정확한 사격실력을 보여줌(보석추천제)(강추!!bb)
당연히 빠꾸 먹었다.
"정보 구입 500만원? 뭐 뒤지고 싶다고?!"
보스가 괜히 보스는 아닌 것 같다. 진짜 날 죽일 것 같았다.
"또 장난치면 경수 부를 줄 알아라. 니 대가리에 충분히 총 쏠 수 있는 놈이야."
....정색하고 다시 작성했다.
어휴... |
+분량이 미쳤네여..ㅎ 반으로 잘라서 올리려다가 그냥 한번에 보시는게 편할 것 같아서요..ㅎ 에필로그 한편 있을 예정입니다! 아맞다 ☆경 엑소모두 간부 승진 축☆ㅎㅎ
++암호닉입니다!!!! 체리/정동이/엑소영/크림치즈/구금/세젤빛/규야/성장통/안녕/죽지마/바닐라라떼/슈웹스/캐서린/햇살/조니니/경수하트 꺄하 마지막까지 함께해 주신 여러분께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