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Rainbow) - In Love
안녕하세요. 엑소마트의 종대입니다.
지금 징어 자는 틈을 타서 글을 써보려고 해요!
사실 전에 징어한테 여기에 글쓴다고 들었는데 오늘 드디어!!
징어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내... 진 못했구요...
사실 징어가 여기 글쓰다가 잠들어서 살금살금 걸어왔어요.
징어가 요새 많이 피곤한가봐요~
근데 그럴 수 밖에 없어요..
일도 하고.. 살림도 하고.. 애도 봐야하고...
제가 옆에서 열심히 도와주고 있긴 한데 그래도 역시 피곤한지 틈만 나면 잠을 자네요..
괜찮아요. 징어는 자는 모습도 천사같거든요!
아이가 깨서 울면 징어도 깨버릴까봐 지금 엄청 조마조마해요.
그래서 아이를 보면서 글을 써야해요.
그러니까 좀 정신이 없어도 이해해 줄거죠?
제가 여기 앉아 무슨 글을 써야하나 고민해봤어요.
사실 마음만 먹으면 해줄 말이 정말 많거든요!
근데 징어가 깨기 전에 빨리 쓰고 꺼야하니까 가장 하고 싶은 말을 써볼게요.
일단 이말부터 해야지~
징어야! 사랑해~♥
일단 징어와 처음 사귀기로 한 날에 대해 말해볼까요??
솔직히 정말 별 거 없었는데...
지금에서야 말하는거지만 저에겐 같은 건물에 산다는게 정말 행운이었던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솜이도 한 몫 했었어요.
솜이가 저희집에 온 지 1년 조금 넘었을 때였을 거에요.
정말 튼튼하게 새로운 저의 집에서 잘 적응하면서 지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솜이가 기운이 하나도 없어보이고 계속 잠만 자고 그러더라고요.
처음에는 많이 피곤한가보다 했는데 며칠이 지나도 계속 그 상태인거에요.
초조한 마음에 솜이를 무작정 안고 징어에게 달려갔어요.
밤 늦은 시각이라 자다 깼는지 눈을 비비고 나오더군요.
미안했지만 일단 솜이를 징어에게 보여줬지요..
근데 징어가 눈을 크게 뜨고 놀라는 거에요.
순간 정말 솜이 잘못 되는 줄 알았어요...
징어가 같이 병원에 가자면서 옷까지 갈아입고 나와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종대야, 걱정하지마~ 금방 괜찮아질거야!"
내가 너무 티나게 걱정을 하고 있었나봐요.
징어가 저한테 웃어주면서 위로를 해주는걸 보면..
덕분에 마음이 좀 진정되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시각이 늦은 시각인지라 동물병원이 거의 닫혀있었어요.
정말 한참을 달려도 열려있는 병원이 나타나지 않아서 다시 마음은 초조해져만 갔었죠.
솜이는 이제 기운이 없다 못해 점점 더 축 늘어지고 열까지 나는 것 같았어요.
정말 미친듯이 달렸던 것 같아요.
체육대회 때도 그렇게는 안뛰는데..
한참을 달려 겨우 문이 열린 병원을 찾을 수 있었고 안에 들어가자마자 수의사 선생님께 간절하게 부탁했어요.
"저희 솜이 좀 살려주세요오..."
솜이를 진찰하신 선생님은 곧 솜이를 데리고 안쪽으로 들어가더라구요.
저랑 징어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구요.
병원 의자에 앉아 초조하게 기다리던 저를 위로해주는 징어는 정말 큰 힘이었어요!
제가 부들부들 떨고 있으니까 제 손을 꼭 잡아주면서 이렇게 말해줬어요.
"괜찮아. 솜이는 절대 종대 곁을 떠나지 않을거야."
사실 제가 예전에 같이 자란 큰 강아지 한마리가 있어요..
정말 오래 같이 지냈었는데 그 강아지의 죽음을 직접 본 이후로 처음 강아지를 기르는 거라 너무 무섭더라구요.
부끄럽지만 솜이가 잘못되었다면 정말 징어 앞에서 울었을지도 몰라요..
잠시 후 솜이가 의사선생님 품에 안겨서 나왔죠.
그런데 이녀석이 거짓말처럼 쌩쌩해져서 우릴 보고 꼬리를 막 흔들고 있는거에요.
정말 금세 쌩쌩해진 솜이의 모습에 의사선생님을 바라보니까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셨어요.
더위 먹은 상태에서 갑자기 찬 기운을 쐬는 바람에 감기기운이 겹치는 바람에 그런거였대요.
정말 다행이었죠?
그래서 제가 이 얘기를 왜 하냐구요?
제가 이때 징어에게 고백하자고 마음을 먹었거든요!!
와아.. 이거 너무 부끄럽다아..
다들 저게 왜? 하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그 날 징어가 잡아준 손은 너무도 따뜻했어요.
징어가 해준 한마디도 너무 든든하더라구요.
그리고 제가 워낙 징어를 좋아했어요 ^^
솜이가 제 곁은 떠나지 않고 금세 쌩쌩하게 돌아왔듯이!
문득 저도 징어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주고 싶었어요.
징어의 곁에 항상, 그리고 평생 머무르는 동반자가 되어주고 싶었고,
절대 곁을 떠나지 않는 든든한 징어의 편이 되어주고 싶었어요.
그 밖에도 징어에게 해주고 싶은게 너무나도 많았지만!!!
이건 이정도만 쓸게요~ 아직도 해줄 말이 너무~ 많이 남았거든요!
그래서 제가 고백은 어떻게 했냐면요.. ㅎ
같이 살자고 했어요!
당황했어요? ㅎ
괜차나요~ 지금 바로 설명해줄게요~!
사실 계획된 고백은 아니었어요.
어쩌다보니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되었달까요..?
그날은 아마 엄청 푹푹 찌는 날이었을 거에요.
그리고 마트 휴무일이었어요.
저희가 집도 같은 건물이고 둘다 강아지도 키우고 그러다보니까 쉬는 날 많이 붙어있을 수 있었어요.
징어는 저보고 편히 쉬라면서 연락도 잘 안해줬지만요..
그래서 제가 악착같이 징어 옆에 찰싹 붙어있었지요~
"징어야~ 오늘 한강에 같이 안갈래? 강아지 데리고!"
그래요, 그날도 제가 먼저 징어에게 제안을 했어요.
올라가보니까 더위때문에 축 늘어져있던 징어였지만 제 말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여 줬어요.
저보고 바보같다면서 사실 징어도 이렇게 바보같이 착해요.
먼저 준비를 마친 저는 솜이에게 목줄을 채워주고 건물 앞에서 기다렸어요.
곧 징어도 준비를 마치고 꼬물이를 데리고 나왔어요.
꼬물이와 솜이는 사이가 무척 좋아서 다행이었죠.
이번에는 끌려가지 않겠다 다짐했건만 두 강아지의 줄을 잡자마자 미친듯이 끌려다녔어요..
덕분에 한강 도착했을 땐 땀이 비오듯 흐르더라고요.
그래도 강바람이 시원해서 다행이었어요. 땀도 금세 말랐거든요.
집에서 가져온 돗자리를 좋은 자리에 깔고서 우선 징어를 앉혔어요.
밥도 안먹고 있었다는 징어의 말에 저는 잠깐 편의점에 가서 먹을 것을 사오겠다고 했어요.
징어가 같이 가자며 일어나는 걸 내가 혼자 얼른 갔다오겠다고 했죠.
기껏 자리 잡았는데 다른 사람에게 뺏기면 어떡하냐고 하니까 징어도 별 수 없이 다시 앉았어요.
그리고 전 편의점으로 열심히 달려갔지요!
편의점에서 징어를 위해 먹을 것을 고르는 것도 참 행복한 일이었어요.
징어가 좋아하는 만두도 고르고 이것저것 다양하게 골랐죠.
라면도 끓여갈까 했지만 먹을게 많으니까 라면은 관두기로 했어요.
한 봉지 가득 담고서 다시 징어에게로 갔어요.
정말 한눈에 봐도 빛이 번쩍번쩍하게 이쁘던데요?
그런데 제가 미처 다가가기도 전에 남자 두명이 징어에게도 다가가더라고요.
뭐지? 하면서 계속 걸었는데 징어도 처음에 웃으면서 대답하길래 그냥 뭐 물어보러 온 줄 알았어요.
근데 제가 가까이 가도 그 두사람은 가지 않았어요.
어려운걸 물었나보다 하고 나도 도와주려고 했는데 갑자기 징어가 벌떡 일어나 저한테 달려오지 뭐에요.
"저 여기 남친있거든요?!"
징어가 팔짱을 끼면서 저한테 찰싹 달라붙었어요.
순간 당황해서 어? 하고 서있으니까 두남자가 저희를 번갈아보더니 피식 웃던데..
아마 제가 너무 당황해서 거짓말인게 티가 많이 났었나봐요.
"그쪽 남친이 매우 당황하신 것 같은데..."
"무슨소리에요?! 자기야~ 왜 이렇게 늦게왔어~ 저 사람들이 자꾸 나 귀찮게 해..."
한명의 말에 징어가 발끈하더니 콧소리를 내면서 저한테 애교를 부리는데..
정말.. 너무 귀여웠어요...
어쨌든 상황파악을 끝낸 저도 두사람을 쫓아내기 위해 징어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정색을 했죠.
사실 제가 정색하면 다들 무섭다고 했어요.
매일 웃고있는데 한번 정색하면 그 갭이 너무 크다고 하잖아요.
다행히 제 정색이 먹혀들었는지 두 남자가 큼큼, 헛기침을 하면서 돌아갔어요.
징어를 한번 아쉽다는 듯이 바라보길래 얼른 손으로 가려버렸죠.
지금 감히 누구를! 하고 말이에요.
"오~ 우리 종대 정색한거야?"
"응? 아아아! 왜그래애애~"
징어가 막 웃으면서 제가 정색한걸 놀리더라고요!
부끄러워서 그러지 말라고 했어요..
다시 돗자리에 앉아서 제가 사온 먹거리들을 쫙 펼쳐놓고 징어와 함께 열심히 먹었어요.
먹다가 저는 징어만 뚫어져라 본 것 같지만...
"징어야."
"응?"
"남자들이 자주 와? 아까처럼..."
"으,응?"
내가 물어보니까 징어가 핫바를 먹다가 손까지 멈추고 날 보고는 푸핫, 웃음을 터뜨리는 거에요.
왜웃지..?? 난 진지한데... 그런데 내 입에 뭐가 묻어있었나봐요.
징어가 손수 손으로 떼주는데 엄청 떨렸어요..
"왜? 많이 오면 종대가 다 물리쳐주려고?"
징어가 이렇게 묻더라고요?
이런 당연한 소리를.
제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힘차게 대답했죠.
"응!!!"
징어는 제 대답이 장난인 줄 알았나봐요.
그냥 오구오구, 우쭈쭈하면서 웃고 넘기려는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한번 더 확실하게 말했죠.
"진심이야."
"?"
"나 진찌 너 좋아해. 그래서 징어 남자친구 하고 싶어."
"종대야."
"그냥 하고 싶다고.. 헤헤"
"..."
징어 반응이 영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웃었어요. 그냥 제 마음이라도 알아달라고..
그런데 있잖아요, 글쎄... 어머어머, 남사스러워서..
징어가 먹던 핫바를 조심히 내려놓고는 저를 빤히 바라보는 거에요.
저도 같이 마주 보고 있었죠.
돗자리가 좁아서 가까이 붙어있었는데 가까이서 보는 징어도 너무 이쁘..
아, 이게 아니라!!
징어가 저를 빤히 바라보다가 피식 웃더니 제 얼굴을 덥썩 잡고 제 입술에 뽀뽀를 쪽- 해버렸어요!
"..."
"이럼 대답 된거지?"
"..."
"종대야?"
"..."
"김종대!"
"아.."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난건가 싶었어요.
잠깐동안 제가 꿈이라도 꿨나 싶었죠.
그런데 너무도 생생하게 남아있는 감촉에 순간 벅차오르더라고요.
정신 못차리는 저를 흔들어대는 징어를 그대로 꽉 안았어요.
"진짜로?"
"진짜로."
"정말로?"
"정말로."
제가 다시 물어볼 때마다 징어는 예쁘게 웃으면서 대답해줬어요.
그제야 실감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정수리에 쪽, 이마에 쪽, 볼에 쪽쪽, 코에 쪽, 입에 쪽!
징어가 간지럽다고 해서 거기까지만 했어요!
그렇게 우리는 사귀게 된거죠.
정말 별거 없죠??
저희는요, 연애를 오래 했어요.
5년 정도 한 것 같아요.
그 사이에 군대도 다녀왔어요.
징어가 2년동안 잘 참고 기다려줘서 얼마나 고마운 줄 몰라요.
군대 제대 후 바로 마트로 복귀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복귀하자마자 팀장도 달고 지금은 본사로 들어가서 일하고 있어요.
저희 연애이야기는 전에랑 크게 달라진 게 없어요.
조금 더 서로의 집에 드나들었고 밖에서 강아지들 없이 단 둘이 데이트도 했다는 점?
그래서 이제는 제 부인과 자식 자랑을 좀 해볼까해요~
28살에 결혼에 성공했고 집은 저의 집으로 징어가 들어왔어요.
이제 저의 집이 아닌 우리 집이 된거죠!
정말 매일매일 행복했어요.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는게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정말로 큰 행운인 것 같아요.
사실 깜짝깜짝 놀랄 때도 있어요.
그대로 깨면 날아가면 어쩌지? 하고 말이에요.
벌써 저희가 결혼한지 2년이 지났네요?
저희가 벌써 30대라니...
그래도 시간이 아깝지는 않았어요.
그 사이에 정말 보물과도 같은 딸도 생겼거든요.
저희 딸 무지 귀여워요!
난 정말 복받은 사람 같아요~
예쁘고 아름다운 아내와 귀여운 딸을 다 가졌으니까요!
처음에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제가 본사로 가는 바람에 출퇴근을 같이 못했어요.
그래도 집에 가면 징어를 볼 수 있으니까 한눈도 안팔고 집으로 갑니다!
그날도 물론 집으로 바로 갈려고 했죠.
그런데 집에 가는 길에 징어에게 연락이 왔어요.
-종대야.. 나 망고 먹고싶어...
오랜만에 징어에게서 부탁이 온 거였어요!
그래서 곧장 턴~해서 마트로 갔어요.
근데 이상하죠..?
가다보니까 마트에서 일하는 징어가 굳이 저보고 망고를 사오라잖아요.
뭐 퇴근하고 나서 먹고싶어졌을 수도 있으니까 일단 마트로 갔어요.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 많이 반가웠죠.
종인이도, 경수도 밖에서만 보다가 오랜만에 마트에서 보니까 옛추억도 생각나고 좋았어요.
"여긴 어쩐 일이야?"
"징어가 망고 먹고싶다고 해서~"
경수가 물어보길래 대답해줬어요.
그런데 경수가 그러더라고요. 징어가 오늘 일찍 퇴근했다고.
아까 징어는 그런 말 없었는데 말이에요...
몸이라도 아픈건가 싶어서 걱정되잖아요.
경수한테 급하게 인사하고 망고를 잔뜩 사서 집으로 달려갔어요.
확실히 이상했어요.
평소에는 현관 앞에서 반갑게 맞아줬을텐데 오늘은 보이지도 않았거든요.
방에 들어가보니 징어는 침대에 누워 자고 있었어요.
침대에 걸터앉아 징어의 자는 모습을 내려다보다가 머리카락을 정리해줬는데요.
그게 징어를 깨웠던 모양이에요.
징어가 눈을 비비며 일어나 저를 반겨주었어요.
"왔어?"
"응, 망고 잔뜩 사왔는데 지금 많이 졸리면 내일 먹을래?"
"아니.. 지금 먹을래..."
"그럴래? 잠깐만 기다려~ 내가 가져다 줄게!"
"응응..."
부엌 식탁에 내려놓은 망고를 먹기좋게 잘라 접시에 담아 방으로 가져갔어요.
상큼한 망고향이 아주 맛있어 보였어요.
징어가 보자마자 엄청난 속도로 집어먹어서 굉장히 뿌듯하기도 했고요.
입안에 잔뜩 망고를 집어넣은 징어가 한참을 우물거리며 먹던데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종대야, 나 임신했어."
"응?"
"임신했다구."
"아~ 임신했... 뭐?!"
징어가 너무 태연하게 말해서 저도 태연하게 넘길 뻔 했어요.
임신테스트기도 해봤고 오늘 오후에는 병원에도 갔다왔다는거 아니겠어요?
벌써 임신 7주였대요.
멍......
그때의 감정을 말로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너무 놀라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징어를 멍하니 바라봤는데 징어는 그저 웃으면서 저를 올려다봤어요.
그래서 아주 잠깐 장난인가 싶었는데 징어가 그런걸로 장난을 치는 사람은 아니잖아요?
1분동안 멍하니 있다가 순간 감정이 벅차오르면서 펄쩍펄쩍 뛰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징어를 꽉 안아주려다가 혹시나 아기한테 큰일이라도 날까 조마조마하면서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춰줬죠.
그리고 그녀의 배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면서...
"정말... 이 안에 우리 아이가 있는거야...?"
"응!"
"와..."
"왜그래?"
"징어야.. 너무 좋아서.. 나 울 것 같아..."
"어머, 아이한테 벌써 우는 모습 보여주려고?"
"아니야아!! 그럼 안되지이이~ 안울거야.. 안울어어..."
징어의 말이 맞아요.
축복받은 일인데 울 수야 없죠!
혹시 아이가 잘못알고 제가 슬퍼하는 줄 알면 어떡해요.
그래서 울음을 꾹 참았어요.
대신 엄청 환하게 웃어줬죠.
이렇게 우리에게 와주어서 고맙다고 아이가 꼭 알아볼 수 있도록 말이에요.
"더 먹고 싶은거 없어?"
"아니, 충분해!"
"정말? 피곤하진 않아? 더 잘래? 아니면 뭐 해줄까?"
".. 푸흡"
"하고 싶은거 없어? 응??"
아이가 생겼으니까 제가 해줘야 할게 많아졌잖아요.
원래 아내가 임신하면 남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들었었거든요.
그래서 뭘 해줘야할까 고민 엄청했어요.
그래도 징어가 원하는 걸 해주고 싶어서 이것저것 물어보니까 징어가 웃잖아요.
내가 많이 어리숙해보였나...?
징어는 그렇게 한동안 웃다가 제 얼굴을 감싸고 이렇게 말했어요.
"종대야. 나 아까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울..었어?"
징어가 떨리는 눈으로 말하는데 순간 심장이 쿵하고 떨어질 뻔했어요.
아기를 가진게 싫어서 운건가 해서요.
"응. 무섭기도 하고.. 너무 기뻐서..."
"..."
저 엄청 감동 받았겠죠? ^^
우리 징어는 말도 참 이쁘게 해요.
저는 징어의 손을 꼭 잡아주면서 이렇게 말해줬지요.
"내가 더 잘할게. 무서워하지 말아줘."
그후로 정말 잘하려고 노력 많이 했어요.
칼퇴근은 물론이고 징어와 대화도 더 많이 했어요!
블로그도 뒤지고 여러 싸이트도 돌아다니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하나하나 배워가면서요.
한번은 퇴근길에 유아용품 파는 곳에 홀린 듯이 들어갔다가 왕창 사들고 집에 가는 바람에 징어한테 혼도 났어요..
아직 딸인지 아들인지도 모르는데 벌써 이렇게 사오면 어떡하냐고 화냈어요.
그래서 저는 당당하게 말했죠.
"그래서 중성적인 스타일로 사왔어!"
징어가 크게 한숨을 쉬더라고요.
잘못했어, 징어야...
그래도 다행히 아이 낳고 잘 쓰고 있답니다. ㅎㅎ
참 신기했던 건 꼬물이와 솜이였어요.
처음에 티 안났을 때는 꼬물이가 징어 배 위에 막 올라가는 바람에 제가 아주 혼쭐을 내줬거든요.
"꼬물아, 안돼!"
"놀래라.."
징어도 같이 놀라는 바람에 급하게 목소리를 낮췄지만요..
"꼬물아, 배에 함부로 올라가면 안돼. 아무리 푹신해도.."
"종대야?"
"아니, 그게아니라. 꼬물아! 그러면 안된다!"
징어가 제 말을 오해하고 눈을 흘겨서 저도 얼른 말을 돌렸어요.
꼬물이를 단단히 혼내고나니 덩달아 옆에서 같이 혼난 솜이까지 정신이 바짝 들었나봐요.
또 징어의 배가 점점 나올수록 꼬물이와 솜이가 징어 옆에서 든든히 지켜주더라고요.
정말 신기했어요. 강아지도 징어 뱃속에 아기가 들어있는 걸 아나봐요 ^^
징어는 입덧이 무지 심한 편이었어요. 입도 매우 짧았고요.
개월수가 늘어날 때마다 어찌나 먹고싶은게 기상천외하던지 24시간 내내 밖을 돌아다니느라 전 오히려 살까지 빠졌어요.
한번은 족발 먹고싶다고 해서 장충동까지 가서 사왔는데 한 점 먹고 젓가락을 내려놓는거에요..
그리고 또 레몬이 먹고싶다 그래서 아닌 밤 중에 레몬 찾아 나섰죠.
어머님이 갈아만드신 콩국수가 먹고 싶다고 해서 친정까지 내려가봤어요.
그래도 이정도면 저 잘해준거 맞죠?
이렇게 해줘도 한번 잘못하면 미운털 단단히 박힌다는데 다행히 저는 그렇진 않은 것 같아요.
10개월 후에 만삭이 된 징어는 하필 제가 본사에 있을 때 애가 나오려고 했었나봐요.
혼자 집에 있다가 갑자기 연락이 와서 얼마나 놀랬다고요..
하던 일 모두 내팽겨치고 집으로 달려갔는데 징어가 현관 앞에 쓰러져있어서 정말 눈앞이 노랬어요.
분만실 앞에서 기다리는데 얼마나 초조하던지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었어요.
분만실 앞을 계속 왔다갔다 돌아다니면서 애꿎은 손톱만 물어뜯었죠.
다행히 길지 않은 산통 끝에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데 다리의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어요.
곧 간호사가 나와 예쁜 공주님이라고 말해줬고 저는 잔뜩 긴장한 채로 분만실 안으로 들어갔어요.
침대에 누워 눈물을 흘리고 있는 징어의 모습은 정말 사람같지 않았어요.
그 모습은 분명 여신의 모습이었을 거에요.
정말 아직도 눈에 선해서 가슴이 뭉클거리네요.
"징어야.. 수고했어.. 정말 고생했어.."
"종대야..."
"정말 고마워.. 너무 고마워.. 사랑해.."
징어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코에 입을 맞추고 입술에도 입을 맞추고나서 갓태어난 우리 아기를 봤어요.
징어와 그녀 옆에 눕혀진 아기를 보는 전 너무나도 행복했어요.
징어와 처음 사귀기로 한날도 징어와 결혼을 한 날도 행복했지만 아무래도 그날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아닐까 싶어요.
"으음..."
아차차, 옆에서 자던 징어가 뒤척이기 시작했네요!
이제 제 글을 마무리 지을 때가 다 되었나봐요~
저는 여기까지만 쓰고 이제 징어와 아기에게 가보려고 합니다!
징어가 깨고나서 여길 오면 이 글을 보게 되겠죠?
그래서 징어에게 짧은 편지를 쓰고 마무리하려고 해요~ 괜찮죠?
안녕! 징어야~ 남편 종대야.
벌써 우리가 만난지 8년째라는게 실감이 안나.
왜냐하면 너를 볼때마다 항상 떨리거든 ^^
그동안 너를 만나면서 너무 행복했던 것 같아.
앞으로도 쭈~~~~욱 함께 평생 행복한 추억 많이 만들자.
내 옆에 이렇게 있어줘서 고맙고
오징어, 정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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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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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풋풋한 사랑의 엔딩2
종대 완결 어떠셨어요?
쓰는데 나도 부럽다... 부럽다... 하고 쓴 것 같아요...
종대 너는 The 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