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용은 미친 것이 분명했다. 머리가 지끈했다. 나의 손가락이 잘려나가는 영상을 보며 흥분을 느낀다는 집사의 말에 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권지용이라면…충분히.’ 라는 타이틀 덕분에 비도덕적인 일을 서슴치 않고 행하는 권지용의 모습에도 크게 놀라지 않았지만, 요번 일은 어쩐지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며칠 전에 제 손목을 여러번 그으며 향수가 아름답다고 미친 소리를 해대던 권지용의 얼굴과 오버랩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 광적인 얼굴과 함께, 하야토를 죽이던 권지용의 비릿한 미소도 열려버린 판도라 상자처럼 떠오르고 말았다. 미친듯한 두통에 눈물이 세어나왔다. 권지용이 진심으로 무서웠다. 가끔 잠에서 깨 정신이 들때마다, 내 머리를 다정하게도 쓸어내리고 있는 권지용의 손길과 마주할때면 소름이 온 몸에 돋을 정도로. 요즈음 권지용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심장이 반응해왔다. 그의 번뜩이는 눈과 마주할때마다 이러단 곧 내 목까지 날아가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대로 눈을 감을 수도 뜰 수도 없었다. 오늘도 그가 비운 방에 앉아 멍청이처럼 창문을 바라보았다. 그가 있는 날에는, 섹스. 그가 비운 날에는 박제된 나비처럼 멍하게 작은 창문을 들여다보기가 전부였다. 행복도, 보람도, 즐거움도 없는 세상이였다. 오직 하나, 그가 주는 성적 쾌락이 내겐 전부였다.
“고민이 있는 얼굴이군.”
“……집사님.”
“곧 도련님 오실 텐데, 그런 얼굴은 곤란해. 그런 도망치고 싶다는 얼굴은, 제 아무리 나라도 죽이고 싶으니깐.”
“아….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어요. 차라리…죽고 싶어요.”
“제 목숨을 금보다 귀하게 여기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였나?”
“이젠 죽는 쪽이 편할 것 같거든요. 죽게 되면 자유는 누릴 수 있을테니까요.”
진심어린 말에 집사가 웃음을 지으며, 내 이마의 상처를 매만졌다. 정말 심란이 가득한 얼굴이군. 부드러운 표정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심란해요. 더 모진 것도 참았으면서, 요즘 왜 이렇게 죽고만 싶은지. 집사가 가져온 주스를 마시며 답하자, 그는 재밌는 농담이라도 들은 듯 소리내어 웃었다. 배에 부른 소리군. 예전에 비하면 요즘은 양반 아닌가? 충분히 공감가는 대사였다.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그의 말이 맞았다. 어쩌면 배에 불렀기 때문에, 이렇게 자유를 꿈 꾸는 것일 지도 몰랐다. 예전, 아니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하루 하루 목숨이 끊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또 감사했었다.
“맞는…말이네요.”
“네 운명이라고 생각 하면, 마음은 편할 거야.”
“전혀 위로가 되진 않지만….”
무모한 탈출을 도전해서, 애꿎은 목숨을 버리게 하지 않아서 고맙다는 뒷말은 애써 삼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집사는 시계 작은 바늘이 6을 가르키자 마자, 빈 잔을 챙겨 방에서 나갔다. 곧 도련님이 오실 테니, 얼굴 피고 있으라구. 덕담도 아끼지 않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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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의 말 대로 권지용은 십분 체 지나지 않아서 내게 모습을 보였다. 억지 미소를 보이며 간신히 일어나는 내 허리를 잽싸게 잡은 권지용이 그대로 침대에 나를 눕혔다.
“청담에서 유명하다던 걸레를 맛보고 왔어.”
“아…….”
“풍만한 가슴에, 조여주는 기술도 걸레 답지 않게 만족스러웠지. 얼굴도 수준급이고 몸매도 먹을 만 하더군…. 그런데도 너만큼은 못 하더라고. 하면서 생각했어, 너만한 요부도 없을 거라고.”
칭찬인지 욕인지 모를 말을 내뱉으며 권지용은 나의 가운을 벗겼다. 지금의 상황을 예측하고 대비하여 그가 아끼는 샤워코롱을 금방 전에 듬뿍 뿌려놓았다. 목덜미의 향긋한 내음을 깊게 흡입하며 그가 숨을 몰아쉬었다. 나의 없어진 손가락을 자르면서 흥분을 느낀다. 또 나의 연인을 죽이며 광적인 미소를 지었고, 손목을 취미로 그으며 제 피를 지독히도 사랑한다. 또한 온갖 악행을 하며 즐기고, 마약복용을 밥 먹듯 자연스럽게 한다. 내가 그런 사람과 함께 숨을 쉬는 횟수만큼 혀를 섞고, 몸을 섞는다. 평소에는 들지도 않았던 온가지의 생각들이 파도치듯 일렁인다. 어지럽혀진 머릿속에 치명타를 주듯 그의 비릿한 미소가 그려졌다.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지워지지 않는 그 소름끼치는 화면에 심장이 요동쳤다. 벗어나야해…! 권지용이 나의 안으로 깊숙하게 들어오자 본능처럼 눈이 번쩍 떠지며 벗어나야한다는 충동이 깊게 일었다.
“갑자기…이렇게 조이면 곤란해.”
“…하앗!! 아앙….”
“역시 죽이고 싶을 정도야.”
머리카락을 거세게 움켜쥐며 권지용이 소리쳤다. 눈물 두어방울이 떨어졌다. 벗어나고 싶었지만, 난 이미 그의 손바닥 안에서 조종 당하고 있었다. 껍데기 뿐인 삶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하는 비참한 생각에 슬픔이 멈추 질 않았다. 눈물방울이 눈꼬리를 타고 내려갔다. 내 눈물을 햝아 올리는 권지용을 느끼며 눈을 꾹 감았다. 진실된 삶을 꿈에서라도 펼치길 바라고 또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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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잉 텀이 좀 길었죠? 다음 화는 더 빨리 올게요. 사랑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