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오랜만에 친구와만나 술을 들이붓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밀려오는 졸음에 씻지도 못하고 옷도 갈아입지않고 쓰러지듯 소파에 누운채 기절하듯 잠이든 밤.
어스름히 푸른기운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새벽이다.
느껴지는 한기에 실눈을떠보니 파란잔디에 누워있는모습이 보인다.
이슬이 피부에 닿아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사방이 푸르다.
동화속인듯 몽글몽글 흐르는 솜사탕이 구름을 대신하고, 본적없는 탐스러운 사탕열매가 매달려있는 나무들.
그나무위에 지저귀는 나무로된파랑새. 내가 누워있는 이곳은 버섯집의 마당.
그 집에서 나오는 소년.
몽환적인 이곳에맞는 몽환적인 소년.
마당에 심어진 나무열매를 따먹는 소년과 눈이 마주쳤다.
오묘한 색의 보라빛과 하늘색이 섞인듯한 알수없는색깔.어디를 보는지 모르겠는 그저 느낌만으로 날 보는걸 알수있는 눈.
그모습과 너무나도 어울리게 휘어올라가는 입술,
시간이 멈추고 세계가 회전하는듯한 어지러움과 술취한듯한기분.
소년이 앙 문 빨간사탕에 퍼지듯 물든 입술.
여전히 미소를 띠우며 사탕하나를 따서 건넨다.
사탕의맛은 싸한 박하맛.
집의로들어가는 모습에 홀리듯 같이 들어가자 등불하나가 켜저있고 조금 좁지만 따스한 공간.
그곳을 둘러보며 입을 다물지못할때
뒤로 감기는 따뜻한 느낌.
보고싶었어.
나를?그러고보니 미소가서글프다.
다시 나가자,시간이 얼마안남았어.
급한듯 손을잡고 나간 밖은 어느새 해가 저만치 떠있는 따뜻한 낮.
그아래 비치는 소년의 모습이 너무 눈부시다.천사가있다면 이런 모습이겠지.
가자,빨리
어디를?내민손을 일단은 놓치기싫어 꼭 잡았다.
그때 다가온 파랑새가 우리를 감사고 한바퀴돌자 붕뜨는 느낌과 날아오른 몸.
아래로보이는 너무도 아름다운 절경에 벅차오르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옆에있는 소년또한 나를보며 행복한미소를 지었고 어디로 가는지 정하지않은채 그저 분홍빛 하늘을 비행하는 우리.
땅에있는 별사탕꽃들이 퐁퐁 하늘에 박힌다.
밤이되는거야,정말 얼마남지않았어.눈 꼭감아.
내 두손을 맞잡고 후욱하고 아래로 내려가는 느낌.날리는 머리칼이 얼굴을 간질인다.
다시온곳은 처음의 그 잔디밭.
어느새 보랏빛으로 변한, 별들이 총총박힌 밤하늘아래
여전히 내손을 잡은채 말하는 소년
"우리는 연인이였어.하지만 우리는 달라서 영원할수없었지 아니나는 영원하지만 너는 늙을테고 결국엔 끝이있어.그래서 우린 헤어질수밖에없었어 너랑 함께할려면 내가 영원을 버려야했지만 어리석게도 난 너대신 영원를 택했어.하지만 깨달았어 너없는 영원은 끝나지않는 괴로움과 같은거라고 이젠 같은 사람이되어 너와 세계에서 사랑할꺼야."
나를 조심스레 안았다가 내 어깨에 손을 논채로 내눈을 응시하며 사랑한다고 말하는 입술이 맞닿았다.
가볍게 닿았다 떨어진다.
다시 나를 꼭 안고 두손은 나의 등뒤로한채 말한다.
너가 나를 알아볼수있을까.
나를 안은손에 힘이 풀어지고 파란잔디위로 쓰러지는 소년.
소년의 손목에 흐르는 포도주와같은 피가 잔디를 붉게 물들이고 그자리에 순백의 꽃이 핀다.
*
(남우현)
모든게 꿈이였다.
눈을뜨니 보이는건 평범한 우리집.머리맡에 핸드폰액정에 나타나는 시간.
7:00
알바하러가야지..
쩍쩍갈라지는 목소리에 뒤이어 새는 하품.
대충씻고 편의점에 들어가 내돈으로 삼각김밥하나를 계산해 먹고 카운터에 앉아 가방을 내려놓고
턱을 괸채로 허공만 바라보고있는데. 짤그랑 문이 열리고
내 또래쯤 되보이는 남자가 들어와 삼각김밥하나를 골라 카운터에 올려놓는다.
900원이요.
내라는 돈은 안내고 내눈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남자가 답답해서
왜그러세요 손님?
하고 묻자 도로 삼각김밥을 제자리에 가져다놓고 카운터 바로앞에있는 츄파츕스통에 쭈그려않아 뒤적거리더니 딸기맛사탕하나를 들고
보시락 거리며 박하사탕 한봉지를 들고 포도주스를 품안에 안고서 카운터에 쏟듯이 내려놓고
꿈에서 봤던 소년의 미소를 지으며
얼마예요?
이번엔 내가 가만히 있을수밖에없었다.
어우..이건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