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소리에 맞춰 겨우 일어날 수 있었던 나지만 오늘 아침은 자연스러운 빛때문에 잠이 깼다.
창문을 살짝 열어보니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들어 있었다. 눈이 오는 날이면 항상 네가 생각나곤 했다.
너는 눈 같은 사람이었다. 눈 처럼 새 하얗고 깨끗한 사람 이었다. 그런 너를 못 본지 어느덧 1년이 넘었다. 네 생각에 서둘러 옷을 입고 나갔다.
우리가 항상 거닐던 길을 걸으며 추억을 생각했다. 소소한 것들 전부 다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했지만 너는 없었다. 1년전 너는 말 없이 나를 떠났다. 평소처럼 아주 평범하게 네 목소리를 들으며 깨야 했는데, 그랬는데, 네가 없었다. 편지 한통 없이 너는 네 마음대로 나를 떠났다. 이유라도 알면 좋았겠지만 알 길이 없었다.
거의 매일 오다 시피 하던 카페에 와서 네가 좋아하는 녹차라떼를 추워서 아무도 앉지 않은 테라스에 앉아 마셨다. 내 앞에는 아직도 네가 있는 것만 같아서 그런 생각이 드는게 조금 어이가 없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네가 없다는 것을 부정하는 내가 나도 이해가 되질 않았다. 카페에서 음악이 흘렀다.
네가 가장 좋아하던 음악이었다. 너는 특이하게도 후렴구보다는 도입부를 좋아했다. 감정없이 읊조리는 느낌이 좋다고 말했었다. 예쁜 하얀 얼굴에 대비되는 날카로운 눈 속의 작은 눈동자가 내 눈을 바라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었다. 항상 보고 싶은 너지만 왠지 오늘따라 더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느낌도 좋았다.
네가 자주 가던 옷가게에 들러 네가 좋아할 만한 셔츠를 골랐다. 입어보니 딱 네 사이즈였다. 직원이 남자친구에게 선물하시나봐요? 라고 물었지만 나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걷고 걷고 또 걸어서 네가 살던 집 앞에 도착했다. 우리집이 편하다고 거의 가지 않았던 네 집이지만 그래도 네가 살던 곳이었으니까. 언제 내가 주었던 꽃은 집 앞 작은 정원에 옮겨놓아서 잘 크고 있었다. 지금은 눈에 덮혀있지만.
오늘 조금 많이 걸어 다리가 약간 아프기도 했지만 눈이 많이 쌓여 너와 같이 있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 이제 오른쪽으로 가기만 하면 집이 나오기때문에 별로 힘든 것 같지도 않았다. 내 발이 오른쪽으로 돌았을때 난 굳어버렸다. 문 앞에 서있는 네가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너인것을 보고는 뒤로 돌았다. 그리고 또 굳었다. 갑자기 등이 따뜻해지더니 네 손이 내 손위에 얹어졌다.
"나 왔어."
익숙한 네 목소리가 들려왔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 처럼 눈 앞이 뿌옇게 보였다.
"이쁜 얼굴 좀 보자."
뒤를 돌아 약간 고개를 올리니 네 얼굴이 보였다. 꼭 옜날 처럼 작은 눈동자가 내 눈동자를 보고 웃었다.
"오세훈."
아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