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따라 너무 학교가 가기싫어서 엄마한테는 학교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나왔지만 버스여행중.
두번째 돌았으려나 작년에 같은 반이었던 별로 친하지는 않은 여자애가 타더니 많고 많은 자리중에 내옆자리에 앉았다.
벙찐표정으로 바라보자 나를 쳐다보고 말했다.
"오세훈, 교회갈래?"
어?무슨 교회,...
결국 끌려왔다. 작은 동네 교회. 나도 얘도 다 종교인이 아니다. 종교에 빠져 살 그런 여유가 없다. 자기 앞길챙기느라 바쁠뿐
교회문을 열더니 나에게 들어오라고 손짓을 했다. 뭐 어쩌겠어 따라가야지.
길게 늘어선 교회의자들이 두갈래로 나뉘어있었다. 왼쪽엔 내가 오른쪽엔 걔가 앉았다.
"교회는 왜 오자고 햇어"
"조용하고 뭔가 신성한 느낌도 있고. 낮잠자기에 딱 좋은 곳이잖아"
여전했다. 작년에 처음 같은 반이었을때도 여자애가 저렇게 태평할수가 있나 하고 생각했었다. 얘가 남긴 명언이 하나있다.
걱정한다고해서 달라지는 건 없어. 괜히 걱정한다고 힘빼지말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
갑자기 이말이 생각나서 얘한테 말해줬더니 그냥 웃고만다.
"지금 들어보니까 좀 오글거리긴한데, 맞는말이잖아"
"그건그래. 난 왜 너처럼 태평하지 못할까. 남자새끼가 성적땜에 맨날 쩔쩔매기나하고"
"나처럼 걱정없고 태평하다고 해서 꼭 좋은 것만은 아니야. 누구든지 자기 스타일이있는거니까. 나는 이런스타일이고 너는 저런스타일이고"
몇번 대화를 이어가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레 둘다 잠이 들었다. 길쭉한 교회의자는 자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12시였다. 2시간이나 교회에서 잠을잤다. 갑자기 예수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어 두손을 모으고 기도를했다. 기도내용은 없었다. 그냥 형식적인 포즈만 취했다. 옆으로 고개를 살짝 돌리니 눈이마주쳤다.
말하지 않았지만 눈빛을 보고 서로 알수있었다.
내 눈과 네 눈은 서로 말하고 있었다.
이제 학교가자.
그 날 이후로 그리 친한사이는 아니여도 마주치면 기분좋게 서로 웃을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그 애와 나 사이의 거리가 딱 그정도라 좋았다.
그리 친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공감대와 하나의 추억을 갖고있는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