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만남
우리의 이야기는.. 음.. 꽤나 긴 장편스토리로 넘어간다.
한가롭게,라 쓰고 커피를 몇일째 입에서 빼놓지 않고 얼른 작업해야하는 마감원고를 두드리고 있을때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할 것이다 아마.
타자를 열심히 치다 오늘까지 원고를 넘겨주지 않으면 집까지 찾아오겠다며 쨍알대는 편집장의 말이 귓가에 울리는 듯 해 찡한 머리를 식히러 커피잔을 들고 베란다로 향했다. 낮은 담장 옆. 누군가 이사를 하는건지 자판을 두드릴때만해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이삿짐센터차가 보였고 불쑥불쑥 내밀어지는 모자쓴 사람들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혼자 지내시던 할머니께서 자녀분과 다같이 좀 더 넓은 주택으로 떠나신지 한 달이 좀 넘었던가.. 암튼 그 쯤 됐을 때였던것 같다.가끔 놀러오던 그 집 손주가 참 귀여웠었는데.. 이번엔 어떤 사람들이려나..
사람에 대한 정은 약간 떨어지는 편이지만 호기심 정도는 갖고있었기에 베란다에 기대서서 옆집을 바라봤다. 마당을 살펴보니 이녀석은 또 어딜 나갔는지 보이질 않았고. 마감에 대한 스트레스도 거의 식혀질 때 쯤,
"우와!고양이다! 엄마 나비야 나비!!"
담장너머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설마.. 레오가.. 저길 갔을리가.
"레..오? 엄마 이거 레오라고 읽는거 맞죠?"
"응. 그러게. 누가 키우는 것 같은데. 잃어버린건가.."
"불쌍해. 엄마 그럼 우리가 얘 키워요!"
"글쎄.."
하아.. 놀러 간 줄 알았던 레오는 고작 담장 하나를 넘어 옆집으로 갔었던 것이다. 지금 가면 이삿짐 나르는거 도와줘야 할텐데.... 그럼 마감은.. 아. 편집장..그.. 생각만해도 다시 깨질듯이 아파오는 머리와 소름끼치는 팔을 쓱쓱 문지르며 그냥 방안으로 들어갔다.
레오는 똑똑하니까.. 아이랑 놀아주다 다시 집으로 들어오겠지. 그래.. 그럴거ㅇ..
'띵동'
레오는 분명 내가 키우는 고양이다. 아무리 똑똑한 고양이라고 해도 제발로 마당까지는 들어와도 현관 초인종을 누를정도로 똑똑하지는 않단 얘기이다.
택배라고 생각하기에는 그 느낌이 뭔가 아이러니했다.
"누구세요"
"실례합니다아!"
앳되고 장난끼 가득한 그 목소리에 문을 열어젖히면, 고양이 레오를 안고서 위로 고개를 올려 날 바라보는 한 아이. 아이러니함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그날. 그때의 아이였다.
우리집의 현관쪽은 분명 그 시간에 해가 들지 않았다. 고르고 골라 내가 작업을 가장 많이하는 시간엔 내 방에 햇볕이 가득하게끔 고른 집이었는데, 왠일인지 그날따라 현관에는 햇볕에 눈이 부셨었다.
부모님이 낳아주신 이 외모를 어떻게 욕을 할 수도 없는 일이었고, 처음 본 표정에 쉽게 다가오지 못하는 사람들처럼 이 아이도 고개를 위로 올렸을때 약간은 움찔하던 몸이 보였다.
"저..저기 혹시 고양이 주인이세..요?"
"아, 응. 맞는데"
"아, 진짜요? 저희집으로 넘어와서, 저기.. 제가 오늘 이사를 와서 그러는데요오.."
나를 처음 본 사람치고는 꽤나 길게 말을 이어나가는 듯 헀다. 팔짱을 풀지 않고서 아이를 내려다보니 아이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 다시금 나와 눈을 맞췄다.
"고양이, 아니 레오랑 잠깐만 놀아도 돼요?"
꽤나 심각하게 말을 잇는 아이의 표정과 말투가 결국은 레오와 놀고싶다는 말이 너무 귀여워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온 것 같았다.
한참 고개를 숙이고 있다 고개를 들어 긍정의 표시로 끄덕거렸더니 그제서야 다시 환해지는 아이의 표정에 또한번 고개가 숙여졌다.
"대신"
"네? 대신?"
"여기, 주위에서만 놀아. 오늘 이사왔는데 길 잃어버려"
"헤헤. 네! 감사합니다!"
배꼽인사를 하려는 듯 레오를 내려놓고서 배에 손을 가져다대고 허리를 숙이는 아이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고는 아이는 서둘러 레오와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이렇게 친절했던 적이 몇번이나 될까. 아마 필요이상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나 역시도 그닥 반가워 하지 않았다. 하지만 뭐랄까.. 이 아이는 특이하게도 내가 아이에게 필요이상의 친절을 베풀게끔 만들었다.
한창 원고작업을 마무리 해갈때 쯤. 초인종소리가 다시한번 들렸다. 아이겠거니, 하고서 문을 열고 아래를 쳐다보면, 아이는 레오를 품에 꼭 안은채 눈물방울을 떨구며 숨을 뱉어냈다. 무릎을 굽히고서 아이와 시선을 맞추면, 아이는처음 만났을때의 그 씩씩함과는 달리 어깨를 들썩이며 레오만 품에 꼭 안고 있을 뿐이었다.
"아..아가 왜그래, 응? 왜 울어"
"아저씨.. 아저씨 죄송해요, 레오가. 레오가.."
그제서야 아이의 티셔츠의 핏자국과 레오의 파들거리는 몸이 보였고, 아이는 그저 죄송하단 말만을 되풀이 했다.
"아가 너는, 너는 다친 곳 없어, 괜찮아?"
"레오가.. 레오가.."
"괜찮아. 괜찮아. 아가. 뚝. 그만 울자"
나보다 호기심이 많던 레오는종종 밖을 나가 이것저것 건드리다 어딘가를 긁혀오는 일이 많았기에응급상자를 생각하며 일단아이를 진정시키는게 우선이라 집안으로 들였다.
-Fin-
독방에서 건너왔습니닿ㅎㅎㅎㅎㅎ 편하게 편하게 올게요 이 글은 아마 독방에서 먼저 선보이고 나서 여기로 넘어올끄에영ㅎㅎㅎㅎ
여기도 빠질 수 ㅇ벗지!!!
Heal님, 달돌님,요니별우니별님,정모카님,달나무님,작가님워더 님,하마님,천사천재님,정인님,꼼도리님,코쟈니님,별레오님.잉크님 또 한 분 더 늘었지롱!!ㅠㅠ 감격이양ㅠㅠ 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