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의 이름을 알고 난 이후에 너빚쟁은 하루하루가 괜히 설레는 느낌이었어.
지금 내가 고3이고 수능이 얼마 안 남은게 뭐가 중요해?
너빚쟁은 문제 하나를 맞아도 웃는 얼굴이었고 틀려도 웃는 얼굴이었어.
"아주 이러다 아저씨 사는 곳까지 알면 날아가겠다?"
"뭐야 한상혁 너 아저씨 사는 곳 알아?"
"야한상혁 응용버전이야? 물론 모르지"
아저씨 집은 모른다는 상혁이의 말에 너빚쟁은 코웃음을 치고 다시 문제를 풀기 시작했어.
상혁이는 너빚쟁이 샤프를 잡고 있는 손을 콕콕 찌르면서 오늘 야자할거냐고 물었어.
"아이구 우리 전교 일등 상혁이~. 수능은 너 혼자 망하세요."
"뭐래. 나 그럼 오늘 면접 준비때문에 학원 갔다 바로 집 갈건데 너 데리러 올까?"
"아냐 귀찮게. 오늘 혼자 갈게."
저번에 혼자 오라했더니 전화 엄청 하고 아저씨 찾던게 누구였는데.
하면서 상혁이는 너빚쟁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툭 쳤어.
"밤에 나 면접하는 거 좀 같이 봐줘. 아주머니한테는 내가 말해놓을게"
"오키. 알았어. 학원이나 잘 갔다오숑"
밤 열시. 이 시간에 혼자 학교에서 집까지 가는게 오랜만인 너빚쟁은
깜깜해진 하늘을 바라보면서 학교 교문을 나섰어.
반 친구들과 인사를 하면서 점점 자기들이 갈 방향으로 간 후에 온전히 혼자 남은 너빚쟁은
그 때 무서웠던 골목길이 생각이 나서 서둘러서 발걸음을 재촉했어.
이 골목만 들어오면 유난히 길이 스산한게 없던 귀신도 뿅 하고 튀어나올 것 같은 기분이었어.
또 상혁이에게 전화를 했다가는 아까처럼 두고두고 놀림받을 것 같아서
그냥 이유없이 카톡 목록만 쭉 이유없이 보고 있었어
아저씨 번호라도 알면 좋을텐데 그런 생각이 머릿 속에 가득 들었어.
그리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지난번과 같은 발소리가 들렸어
너빚쟁의 발걸음을 따라 한발짝씩 한발짝씩
빨라지면 빨라지는 대로 느려지면 느려지는 대로
발소리는 너빚쟁의 뒤를 쫓았어
아. 아저씨. 김원식. 김원식. 김원식.
너빚쟁은 무서워서 움직이지 않는 발을 서둘러 움직여서 집으로 향했어
휴대폰 화면 위를 움직이던 손들은 굳어서 휴대전화만 꽉 움켜쥐고 있었어.
김원식. 김원식. 김원식. 김원식. 김원식.
"이빚쟁!"
어디선가 들려 온 목소리에
고개를 푹 숙이고 발걸음을 재촉하던 너빚쟁이 고개를 들자
뒤에서 다가오던 발걸음 소리가 서서히 사라졌어.
"너 여기서 뭐하냐. 왜 이렇게 빨리 왔어. 너 좋아하는 망고 주스 사왔다. 얼른 들어가자"
상혁이는 한 손에 달랑달랑 들고 있던 검은 봉지를 너빚쟁에게 보여주면서 어깨동무를 해왔어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까 어느새 아파트 앞이었어.
너빚쟁은 뒤를 돌아보면서 상혁이를 따라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어. 뭐였을까.
집 앞으로 들어온 상혁이는 습관적으로 TV를 켰어.
혼자 사는 조용한 집이 싫어서 소리라도 틀어놓는 상혁이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습관이야.
"잠깐 TV 보고 있어. 좀만 쉬었다가 하자."
주방에서는 상혁이의 목소리와 함께 주스를 따르는 소리가 났어.
너빚쟁은 TV도 딱히 볼 게 없어서 뉴스 채널을 틀어놓고 쇼파에 앉아 있었어.
"하루 동안 매립지에서 발견된 신원불상의 사체에 대한 속보를 전해드렸습니다. 오늘 오후에는 이 사건에 대한 경찰의 공식적인 발표가 있었는데요. 아직 이 시신에 대한 국과수의 검사 결과는 나오지 않아 경찰 측도 기다리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경찰은 검사 결과가 타살로 나올 경우 3년 전 이 일대를 휩쓸었던 연쇄 살인의 연장선에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아직 아무런 결과도 나오지 않았으니 섣부른 추측과 루머 유포를 자제해달라는 당부의 말을 덧붙였습니다. 이상 JFBC 뉴스. 차학연이었습니다."
너빚쟁은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마무리 멘트를 하는 기자의 얼굴을 보면서 멍해졌어.
"야 한상혁. 저거 무슨 소리야?"
"저거때문에 어제 하루종일 난리였는데. 너 몰랐냐?"
어어. 너빚쟁은 멍하니 끄덕이면서 TV화면을 바라봤어.
TV화면은 폴리스 라인이 쳐진 사건 현장과 그 주변을 에워싼 경찰들로 가득했어.
그리고 그 사건 현장은 너무나 익숙했어.
"근데 왜 이렇게 놀래? 너 아는 데야?"
왜냐면
"어... 나 전학오기 전에 저기 살았었거든"
저 동네는 삼 년전에 너빚쟁이 살았던 동네였거든
저 매립지도 근처에 강이 흘러서 어렸을 때는 자주 놀러가는 곳이었고 커서는 자주 산책을 갔던 곳이었어
"그래? 나도 전학오기 전에 저기 살았었는데"
"어?"
"나 저기 살았었어. 부모님 돌아가셔서 여기로 이사온거야"
상혁이는 너무나도 무덤덤한 말투로 망고주스를 테이블 위에 놓으면서 말했어
생각치못한 상혁이의 고백에 멍해진 건 너빚쟁이었어.
상혁이 부모님이 돌아가신 건 예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그 전에 같은 동네에서 살았던 건 몰랐었거든
"그럼 넌 왜 전학왔어?"
"어? 어... 난 부모님 직장때문에.."
너빚쟁은 상혁이에게 적당히 둘러댔어.
그래도 아직은. 상혁이에게라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라서
"그래? 됐고 나 면접 준비나 봐줘. 다 보고 너 수학 문제 봐줄게."
상혁이가 리모컨으로 TV소리를 줄이면서 방으로 들어갔어.
그리고 그 뒤를 너빚쟁이 예상 질문 모음을 들고 따라 들어갔어.
방 안에는 질문을 하는 너빚쟁의 목소리와 대답을 하는 상혁이의 목소리로 가득 찼어
너빚쟁과 상혁이가 방 안으로 들어가고 남은 거실.
TV는 홀로 뉴스를 보여주고 있었어.
"당시 연쇄 살인 사건을 맡으셨던 김원식 형사를 모시고 인터뷰를 진행하겠습니다. 김원식 형사님. 당시 사건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네... 그 때 저는 막 경찰이 된 신입이었는데요..."
헝... 브금 적당한 걸 도저히 못찾겠어서...(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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